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히바하루]Il violetto -제4장

★은하수★ 2012. 12. 4. 14:48

 

<공지>
1. 히바하루 NL커플링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항상 쓰던 히바하루와는 다르게 이번엔 하루를 주연급으로 만들어 봤습니다.(만들 예정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제목의 Il violetto 란 이탈리아 어로 '보라색'을 뜻합니다. 내용이랑은 별 상관없습니다 :9
4.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5. 제4장부터는 일반 ver. 과 15/19금 ver. 으로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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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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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ver.

 

미우라 일족의 현 당주이자 다이묘이며 미우라 하루의 친부는 하루에게 모든 일을 맡기고 저택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온천에 갔다. 그가 새로 정한 12가지 연례행사 중 하나가 일주일간의 온천요양인데, 영지가 어수선해진 요즘 무슨 핑계를 댈까 고민하던 차 마침 유일한 후계자가 만사를 책임지겠다며 나선 덕분에 소소하지 않은 사치를 올해도 무사히 만끽하게 된 것이다.

“다이묘께선 의미 없는 연례행사가 민중의 화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모르시나 봅니다.”

고쿠데라 하야토는 매년 매번 다이묘가 밖으로 나돌 때마다 똑같은 푸념을 내뱉었다. 하루는 그것을 가벼운 미소로 받아 넘길 뿐이었다.

현 다이묘가 백성들을 고되게 억누르면서 자신의 쾌락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주변 영지들에 일파만파 퍼졌고, 단순 소문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이라는 것도 만인이 알고 있다. 그래서 미우라 일족이 현 다이묘 대에서 망하든가 하루 빨리 후계자가 새 다이묘로 승격 계승할 날을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그 증거로, 열의 넘치고 유능한 인재들이 음지에 숨어 있다가 이제는 속속 하루의 밑에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금욕을 싫어하시는 자유로운 분이야. 금욕주의자였던 조부님에 대한 반발이지.”

하루는 두 손으로 감싸도 손가락 끝이 닿지 않을 만큼 두툼한 원통형 나무를 앉은뱅이책상 위에 올려놨다. 그리고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리며 이리저리 살폈다. 오른손에 쥐고 있는 손바닥 길이의 소형 단도는 허공에만 하나 둘 셋 넷 눈금을 그렸다.

“15년이 넘는 폭정기 동안 그 어떤 사고나 사건이 없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입 조심해. 여기가 별채라곤 해도 미우라 일족의 저택 안이라고. 혹시 알아? 나도 모르게 아버지의 첩자가 들어와 있을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고쿠데라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마침 사사가와 쿄코가 단출한 술상을 들고 방에 들어왔다. 그 뒤엔 사사가와 료헤이도 있었다.

“그렇군. 아버지의 첩자는 그림자도 못 비치겠어.”

하루는 키득키득 웃다가 눈을 살짝 사선으로 치켜떴다. 사실 전날 저택에 숨어들어온 자객이 지금 별채 지붕 위에 앉아 있었다. 하루가 그를 감탄할 만큼 훌륭한 말솜씨로 설득했기 때문이다.

──“자식으로서 부친이 계신 곳을 자객에게 알려줄 순 없어. 그런데 자네의 실력을 알고 싶은 것도 사실. 부친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여기에서 기다리지 않겠나? 어차피 자네도 내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겠지. 보면 알아. 내게 호기심을 갖고 있다는 게 바로 보여.”

사와다 츠나요시 외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던 쿄야였지만, 묘하게도 하루의 말에는 알 수 없는 흡입력이 있었다. 그(그녀)의 말대로 사와다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미우라 하루’라는 존재에 그 역시 충동적인 흥미가 있었다. 미우라 가의 현 다이묘를 죽이는 임무야 그가 저택에 돌아오는 즉시 얼마든지 쉽게 해치울 수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하루의 제안을 의심 없이 바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미우라 가의 차기 당주 겸 다이묘에게서 느낀 위화감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오늘 밤은 혼자 있고 싶군. 다들 이만 돌아가. 아, 고쿠데라는 본채의 빈 방에 있도록 해. 오늘 본채 순찰은 네게 맡기마.”

“걱정 붙들어 매십쇼. 본채 뿐 아니라 저택 어느 곳에도 쥐새끼 한 마리 못 들어오게 할 겁니다.”

고쿠데라는 주군의 명령을 극도로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정작 하루는 속으로 ‘이미 쥐새끼 한 마리가 들어와 있는걸’하고 가벼운 냉소를 던졌다.

“혼자 계시겠다는 분이 정종을 두 병이나 드시게요?”

사사가와 쿄코는 술상을 다시 물리려고 했다. 하지만 하루가 소반을 꽉 잡고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오늘은 반달이지만 만월 못지않게 밝고 풍취 있거든. 요새 일만 했더니 아주 조금 여유 부리고 싶어졌어.”

“하루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마음이 약해져 버린다구요.”

쿄코는 두 손을 가슴 위에 가볍게 포개 놓았다. 얼굴에 홍조를 띄우지 않은, 단순한 장난이었다. 주종관계 하에 있지만 소꿉친구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시한 말장난─ 그리고 하루가 여자라는 것을 여기 있는 모두가 알기 때문에 과감하게 던질 수 있는 농담이었다.

“실없는 장난은 이쯤 해둬. 내일도 일찍부터 바쁠 테니까 얼른 가서 쉬어.”

하루의 오랜 친구들이자 시종들은 그녀에게 편안히 쉬라는 인사를 남기고 별채에서 물러났다. 보초나 경호원 한 명 없는 곳이지만 하루의 실력을 알기 때문에, 그녀의 성격을 알기 때문에, 걱정이 조금 있어도 그녀를 기꺼이 홀로 뒀다.

하루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시종들 중 누가 제일 먼저 달려와서 화를 낼까?

지붕 위에 있던 쿄야는 하루가 마루로 나와 술을 마시기 시작하자 가볍게 뛰어 내려왔다. 하루는 자신의 오른쪽에 서있는 그를 향해 정종 한 병을 내밀었다. 그는 어제완 다르게 그녀가 주는 술을 받았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서 병째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까, 자네는 내 정체를 아는데 난 자네를 모르는군.”

“히바리 쿄야. 사와다 일족의 당주이자 다이묘인 사와다 츠나요시 직속 암살자. 사와다 일족은 나 같은 암살자를 ‘미친 병사’라고 불러.”

오늘 하루 종일 하루를 관찰했기 때문일까. 쿄야는 하루의 질문에 순순히 솔직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츠나요시가 ‘정체를 드리면 안 된다’든가 ‘정체를 가르쳐주면 안 된다’고 말했던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정도 드러내는 것쯤이야 괜찮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하루가 이걸 빌미로 무언가를 꾸밀 자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자신을 속여 미친 병사로 타락시킨 장본인, 로쿠도 무쿠로에게는 여전히 말도 안 섞고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지만 말이다.

“정신 나간 방법으로 생명을 유린하고 그 결과물로 만들어진다는 살인 병기 말이지?”

“역시 잘 아네.”

절대 가볍게 주고받을 화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두 사람은 별 거 아닌 마냥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끌었다. 어쩌면 이건 하루의 배려였다. 쿄야 스스로 자신이 미친 병사라는 사시을 밝혔기 때문에, 그가 혹시나 스스로의 존재를 체념하는 것이 아닐까 예상하고는, 그런 것 정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식으로, 정체를 물어봐서 미안하다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고, 누구에게나 그러하다는 듯이 무감각 하면서 평범하게 그를 대했다. 그렇다고 조심히 신경 쓰고 있다는 희미한 틈 역시 드러내지 않았다.

“어제 그랬지? 나는 죽이지 말라고 했다. 사와다 일족의 다이묘는 내가 빨리 다이묘가 되길 바라나 보군.”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고 있잖아.”

“그 후가 문제라서 말이야.”

하루는 한 박자 쉬는 겸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쿄야도 그녀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술을 마셨다.

“어차피 싸움이 넘치고 배신이 판을 치는 세계에서 화친을 권할 것도 아니면서 유일한 후계자인 날 살려둔다니, 퍽이나 싸움광이 아니고서야 이런 대담한 명령은 못 내리지. 나와 몇 번이나 전쟁을 할 건지도 말했나?”

쿄야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는 내심 놀랐다. 나중에 대답을 유도할 요량으로 툭 던진 말이었는데 쿄야가 너무나 쉽게 응할 뿐 아니라, 살인 병기의 위치에 있으면서 다이묘의 계획을 알고 있다는 것 역시 상당히 예상 외였다.

“한 번 붙어보고 나한테 넘긴댔어.”

“푸…… 푸하하하하하하! 걸작이야!”

아무리 별채에 아무도 없다지만 벌레소리만 조근조근한 한밤중에 폭소를 터트렸다. 되레 쿄야가 놀라서 서둘러 하루의 입을 막았다.

“제정신이야?”

눈빛과 목소리에 살기가 가득했다. 하루는 아무렇지 않게 그의 손을 내렸다.

“새로 생긴 술친구라고 하면 돼. 특이한 라면 친구도 있는데 술친구라고 하면 평범한 쪽이지.”

“라-면 친구?”

그의 살기는 금세 수그러들었다.

“당신도 다이묘 만만치 않은 괴짜야.”

“사와다 일족의 다이묘도 괴짜? 뭐, 자네를 보내서 이상한 명령을 했다는 걸 알았을 떼부터 짐작은 했지만.”

하루는 여전히 실실 웃었다. 쿄야가 지붕에서 내려왔을 대는 그를 어떻게 대할지 몰라서 몰래 잔뜩 긴장하고 있었지만, 이젠 완전히 마음을 풀었다. 고쿠데라나 사사가와 남매와 다를 것 없다는 안도감 덕분이었다.

“자네에게는 사와다 일족의 다이묘가 좋은 사람인가?”

“아니.”

전혀 예상 못한 대답을 즉시 단호하게 내놓는 바람에 하루는 술병을 떨어트릴 뻔했다. 쿄야는 대답을 증명하는 듯이 독한 정종을 두 모금 가득가득 시원하게 들이켰다. 그의 미간이 좁게 일그러졌다.

“밥 먹여주고 재워주는 건 고마워. 그런데 너무 일을 안 줘.”

이것 또한 예상 범주에서 벗어날 대로 벗어난 말이었다.

“일이라면 살인?”

“그래. 살인 병기로 만들어 놓고는, 개조된 본성 때문에 미쳐 죽을 것 같은데 그냥 먹고 자고 뒹굴 거리라니, 말이 돼? 이건 완전히…… 그래, 무위도식. 쓸모없는 식객 같다고.”

쿄야는 술병을 꽉 쥐고 열변했다. 하루는 두 손으로 배를 움켜쥐더니 뒤로 발랑 넘어졌다. 그리고 몸을 파르르 떨며 소리를 최대한 죽이고서 속으로 호쾌하게 웃었다. 그는 그녀를 내버려뒀다. 대신 술만 다시 벌컥벌컥 마셨다.

“아우 죽겠다.”

하루는 겨우 진정하고 몸을 일으켰다. 표정은 여전히 미소 만개였다.

“고쿠데라나 사사가와도 다른 곳에 가면 이렇게 재미나게 얘기하려나?”

“항상 붙어 다니는 시종이 고쿠데라고, 주로 시중드는 여자랑 그 오라비가 사사가와지?”

“오, 하루 종일 지붕 위에 있었던 보람이 있군.”

하루가 놀리는 투로 대하자 쿄야는 한쪽 눈을 살짝 찡그렸다. 그렇다고 달밤의 술자리를 파하지 않았다.

“어딜 가나 똑같이 행동할 사람들이야. 자신이 모시는 주군을 욕되게 하지 않을 사람들이지.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돼.”

쿄야는 하루가 내려둔 술병을 다시 그녀에게 쥐어줬다. 하루는 만난 지 이제 막 만 하루가 된 외부인에게서 속마음을 정확하게 꿰뚫렸다는 사실에 씁쓸한 표정을 비쳤다. 이미 자신이, 부친을 어떻게 해서든 다이묘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하나 둘 일을 진행시키고 있기 때문에,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자신을 배신한다고 하면 그 자를 탓할 수 없었다. 하극상 배신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고 나면 말로 역시 최소한 하극상 배신일 것이라고 각오는 했다. 그래도 소꿉친구들이 등을 돌린다면 각오 따위 소용없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다이묘가 그랬어. 세상을 갑자기 바꾸는 방법은 반역과 혁명, 두 가지라고. 그런데 미우라 일족의 후계자는 이제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만약 너무 착해서 못하겠다면 주변에서 도와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내가 미우라 일족의 다이묘를 죽이는 건 살인이 아니라 혁명이래.”

그는 사와다 츠나요시가 임무를 주면서 했던 말을 고스란히 읊었다. 이 말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는 건 그의 일이 아니었다. 그저 이것을 전하면 하루가 조금은 편하게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어렴풋이 기대했을 뿐이다.

“궤변이군. 외부인이 끼어들어 벌이는 암살극을 혁명이라고 하지 않아. 만약 내가 자네를 고용해서 아버지를 해치운다면 모를까.”

“그러면 혁명이 맞아?”

“뭐?”

하루는 기습이라도 당한 것 마냥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른손에 들려 있는 술병은 입 앞에서 어중간하게 우뚝 멈췄다.

“내가 공주의 부탁을 받은 다음에…….”

“뭐?”

그녀의 목소리가 한 층 더 높아졌다. 쿄야는 왜 자신의 말을 끊으며 그렇게 놀라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물어보려고 했는데 실례인 것 같아서 안 했어. ……. 여자면서 왜 남자처럼 있는 거야?”

하루는 머릿속이 아찔해졌다. 어디서 어떻게 들켰는지 생각할 바에야 직접 묻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쿄야의 멱살을 잡고 무서운 기세로 그를 노려봤다.

“어딜 봐서 내가 여자라는 거야?”

“전부.”

돌아온 대답은 질문이 민망할 정도로 간단명료했다. 주변의 가까운 인물들에게는 의심할 여지없이 ‘도련님’인 하루가, 쿄야의 눈에는 그냥 ‘아가씨(공주)’로 보이는 것이었다.

하루는 너무 허탈한 나머지 손을 스르륵 풀고 눈에서도 힘을 뺐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쿄야의 눈을 덤덤히 쳐다봤다. 저 새카만 눈동자는 진실을 투영하는 거울인가─ 하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자식이 한 명이라도 그렇지 여자 아이를 남자로 분해서 살게 하는 건 이상하잖아.”

“어머니의 뜻이야. 먼저 태어난 언니들은 여자란 이유로 갓난아기 때 죽었거든. 아버지는 내가 남자라고 아셔.”

하루는 발뺌할 수도 있었지만 쿄야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사실대로 털어놨다. 그런데 말을 끝내자마자 그를 빤히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이걸로 1대 1이군. 미친 병사와 남장여자. 서로의 정체를 하루만에 알게 됐으니 이젠 뭘 하면 되지?”

지금 그녀의 모습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를 찾자면 ‘자포자기’일 것이다. 쿄야는 조금 당황스러워 했다. 하늘을 한 번 올려다봤다가 곧 땅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냥 모르는 척 할 걸 그랬어.”

쿄야는 어설픈 손동작으로 하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자를 도련님이라고 부르기 어색해서 나 편한 대로 공주라고 한 거야. 미안해.”

그는 도무지 살인 무기라고 믿을 수 없는 다정한 표정을 지었다. 하루는 그의 표정에서 한 번, 그의 손길에 마음이 진정되고 있는 자신에게 또 한 번, 속으로 조용히 놀랐다. 게다가 어쩐지 아주 꼬맹이였을 적 어머니가 머리를 쓰다듬어줬던 기억이 스물스물 되살아났다. 그 바람에 양 볼이 슬그머니 붉어졌다. 그녀는 무안해 하는 표저을 추스르지 못하고 그의 손을 조심히 아래로 내렸다.

“자네가 편한 대로 불러. 어차피 자네는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하니까 작은 말실수로 내 정체가 만천하에 드러날 일은 없으니.”

“공주라고 불러도 정말 괜찮아?”

“도련님은 어색하다지 않았나? 그리고 내 사람도 아닌데 이것저것 사소한 것 전부 내 사정에 맞추게 할 순 없지.”

쿄야는 잠깐 생각하더니 싱긋 웃었다. 그리고 하루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었다.

“그러면 공주는 다이묘처럼 나를 쿄야라고 불러도 괜찮아.”

하루는 순식간에 꼬마 아가씨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 겨우 진정된 얼굴이 도로 따끈따끈하게 달아올랐다. 그가 그녀보다 한 살이 많다는 사실은 이후의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그녀는 사사가와 남매를 은근히 부러워하던 중에 의외의 오라버니가 생긴 것 같아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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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19금 ver.

 

미우라 일족의 영지 내에는 다이묘가 어디 먼 온천으로 요양을 갔다는 소문이 구석구석 퍼져있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하루가 사사가와 료헤이를 시켜 퍼트린 소문이었다. 실제로는 영지에서 가장 가깝고, 작은 절이 세워져 있는 온천에 머물고 있었다. 백성들 모르게 다이묘가 매년 이 시기에 연례행사처럼 지켜오던 온천연회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의 6대 다이묘가 만든 새로운 연례행사 12가지 중 하나였다.

하루는 매년 그랬듯이 별채에 지내면서 저택을 지켰다.

전 날 밤, 본채에 자객이 들어왔었단 이야기는 하루 혼자만의 비밀로 뒀다. 측근들에게 말했다간 1푼의 예외도 없이 호들갑스럽게 저택 경비를 강화할 테고, 다이묘에게까지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다이묘가 몇 시간이라도 더 늦게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아무 일 없었던 척 평소와 똑같이 있었다.

“카와히라 가에서 기꺼이 뒤를 대주겠다 했습니다.”

주변이 어두워져 반쪽짜리 달에 의지하고 있을 무렵까지 고쿠데라 하야토는 하루의 곁에 있으며 현황을 보고했다. 사사가와 쿄코는 조금 전에 오라비인 료헤이가 데리러 와서 막 귀가했다.

하루는 갑자기 뒷목이 시큰거리자 담장 쪽으로 멀리 내다봤다. 하야토는 하루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지만 신경 쓸 만한 건 아무 것도 없었다.

“혹 피곤하시면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하야토는 신중하게 주군의 눈치를 살폈다. 하루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그녀)는 상현달을 올곧게 바라보면서 양 어깨를 아래로 조금 떨어트렸다.

“오늘은 이만 쉬는 게 낫겠군. 고쿠데라, 넌 오늘 본채의 빈방에서 지내라. 나 대신 그곳을 지킬 사람이 필요하거든.”

“다이묘께서 자리를 비우셨다는 소문에 눈 뒤집어진 바보들이 습격할지도 모르겠군요. 알겠습니다.”

고쿠데라는 주군의 심중은 자신이 제일 잘 안다는 듯이 자신 있게 명령을 받들었다. 하루는 미묘하게 미소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시종이 지적한 것도 물론 이유 중 하나였지만, 다이묘의 저택에 침입을 시도하는 좀도둑들은 담을 넘는 순간 경비병들에게 응징을 당할 것이다. 본채 안쪽에서 머물 고쿠데라가 신경 쓸 만한 사소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루는 그저 도가 지나치게 자신에게 붙어 있는 고쿠데라를 자연스럽게 잠시나마 떼어 놓고 싶은 것이었다. 바로 맞은편 담장 위에 걸터앉아 자신을 보고 있는 이름 모를 암살자를 자기 쪽으로 불러들이려면, 고쿠데라가 의심할 것도 없이 방해물이었다.

“편시 쉬십시요.”

고쿠데라는 완벽하게 기척을 지우고 있는 암살자를 당연히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하루를 혼자 별채에 남겨뒀다. 경비병은커녕 심부름꾼 한 명 없게 되지만 별채는 원래 그런 곳이었다. 하루의 정체를 숨기고 그녀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일부러 소수 정예만 별채에 드나들 수 있었다. 현 다이묘도 후계자의 주변에 변변한 경비병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를 것이다. 원체 하루와 별채에 대해서는 티끌만큼도 관심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말이다.

하루는 시종의 기척이 별채에서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을 대까지 침묵을 지키며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담장 위의 그림자와 거의 동시에 옷깃 소리를 내며 편한 자세로 비스듬하게 고쳐 앉았다.

“오늘은 안 마실 텐가?”

사사가와 쿄코에게 몰래 부탁해서 책상 밑에 숨겨둔 두 병의 정종을 스윽 끄집어냈다. 그런데 병을 내려놓을 자리를 사람의 발이 차지하는 바람에 어정쩡한 위치에서 손을 멈췄다.

“역시 기척 없이 빠르군. 노련해. ……. 뭐냐?”

하루는 몸을 조금 뒤로 물렸다. 전 날 다이묘를 노리고 나타났던 암살자가 자신과 시선을 맞추며 바짝 붙어 앉는 것이 굉장히 의외라서 당혹스러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미우라 하루.”

암살자는 양손으로 하루의 얼굴을 감싸 잡았다. 그리고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이봐, 실례잖아.”

“역시 여자야.”

이만큼 갑작스러운 기습이 또 있을까? 하루는 평정심이 무너지는 순간 제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가 곧 암살자가 손을 통해 직접 체온을 느꼈으리라 깨닫고 몸을 더 뒤로 뺐다. 그러나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바람에 손으로 바닥을 짚으려다가 술병을 떨어트려 다다미를 축축하게 어지럽혔다.

“미안. 놀래킬 생각이 아니었는데.”

암살자-히바리 쿄야-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등을 단단하게 받쳤다.

“어제 확신이 안 서서 오늘 확인하러 왔어.”

하루는 누구에게도 기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쿄야의 손이 닿은 등에 온 신경이 집중됐다. 요 위에 눕는 것보다 편하면서 따뜻했다.

“이봐, 옷이 젖겠어.”

쿄야는 앉아 있는 자세 그대로 하루를 안아 들었다. 별 힘 들이지 않고 가볍게 일어섰다. 하루는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대접에 놀란 나머지 그의 어깨와 가슴에 바짝 붙었다.

“역시 여자야. 안아 보니까 확실하게 알겠어.”

“아…….”

하루는 정신이 퍼뜩 돌아오자마자 그에게서 떨어지려고 움직였다. 그런데 그가 역으로 그녀를 바짝 끌어당기고 마른자리에 내려주지 않았다.

“내려주게.”

“내 생각대로 여잔가?”

“이미 알지 않은가?”

“다이묘(사와다 츠나요시)가 남자보다 가벼운 것이 여자라고 했어. 정말로 넌 여잔가?”

이 한 마디로 쿄야가 여자에게 손을 대는 것이 처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인의 명령에 따라 사람을 죽이며 살아왔으니 여자를 상대할 필요를 딱히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살아남는 것과 살기 위해 죽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주군과 자기 외의 사람에게 신경 써 본 적이 없었다. 거의 매일 본 시녀의 얼굴도 기억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그가 기묘하게도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신에게서 떨어트리지 않으려 했다.

“그래. 여자다. 대답했으니까 그만 내려주게.”

“작고… 부드러워.”

쿄야는 들릴 듯 말듯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고요한 어둠 속에서 그의 목소리는 그녀의 귀에 분명하게 닿았다. 그녀는 전신에 열이 올랐다. 그가 눈치 챌까봐 안절부절 못했지만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얼마든지 실력행사를 할 수 있을 텐데 몸이 제 몸 같지 않았다. 가만히 그에게 기대고만 있었다.

“이상해. 잘 모르겠어. 왜…….”

그의 목소리가 그녀를 향해 조근조근 내려 퍼졌다. 그의 눈이 그녀의 눈을 똑바로 내려다봤다. 그녀는 불안정해진 자신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의 시선을 피해서 눈이 반즘 감기도록 길게 내리깔았다.

쿄야는 하루를 안은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를 자신의 다리 위에 눕히듯이 앉혔다. 힘을 덜 쓰고 자세가 편해진 만큼 하루를 자기 쪽으로 더욱 바짝 당겼다.

“나를 농락하는 건가? 이제 그만 놓으시게.”

하루는 쿄야의 가슴을 밀며 그에게서 떨어지려고 했다. 그러나 그에게 손을 잡히자마자 힘이 쭉 빠져버렸다. 그리고 적잖이 놀랐다. 그의 손도 만만찮게 뜨거웠다. 그리고 또 한 번 놀랐다. 그의 손은 제 손을 전부 감쌀 수 있을 만큼 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놀랐다. 다른 이와 손을 잡아본 적이 전혀 없건만, 그가 상냥하게 잡아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이묘처럼 명령하면 따를 지도 몰라. 어제부터 계속 어울리지 않은 말투로 부탁만 하고 있잖아. 미우라 일족의 공주님.”

쿄야는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코끝이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했다.

“그대는 그대의 주인만을 따라야지. 고작 다이묘의 자식인 내가 그대에게 어떻게 명령을 하겠어.”

“나 히바리 쿄야가 모시는 다이묘는 분명 사와다 일족의 츠나요시야. 하지만 미우라 하루 공주의 명령을 원해.”

알 듯 말 듯한 말이었다.

“이상해. 잘 모르겠어. 언젠가 공주를 죽일 기대를 하고 왔는데…… 잘 모르겠어. 공주를 못 죽일 것 같아.”

쿄야는 붙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제 가슴에 붙이고 대신 그녀의 허리를 깊게 휘감아 당겼다. 다른 팔로는 이미 받치고 있던 그녀의 어깨를 더 높이 그리고 가까이 끌어당겼다.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그녀의 이마에 부드럽게 지그시 입술을 붙였다.

“히바리…… 군.”

“공주, 명령을 해.”

“무슨…….”

그의 입술이 그녀의 콧대를 따라 내려오더니 둥글고 봉긋한 코끝을 부드러우면서 요염하게 자극했다. 하루는 그의 가슴께에 있는 옷자락을 살그머니 움켜잡았다. 그리고 더 이상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올곧게 마주봤다.

“공주. 명령하지 않으면 계속 이대로 있을 거야.”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가까워졌을 때, 건조하기만 했던 쿄야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짓궂듯 부드러워졌다.

하루는 정체를 숨기고 다이묘의 유일한 아들로서 살고 있는 자신과 처음으로 겪어보는 여자로서의 자신 사이에서 망설였다. 그를 내칠 것인가 이대로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길 것인가. 머리가 핑글핑글 돌 정도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를 빨리 떼어내야 했다. 하지만 난생 처음으로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여자로 대해주는 이에게 매정하게 굴 수 없었다.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감촉이 입술에 닿았다가 사라졌다.

휘몰아치던 고민이 한순간에 쓸려갔다. 하루는 머릿속 자기만의 세상에서 나와 현실에서 쿄야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을 읽기 전에 한 번 더 입술끼리 포개졌다. 가지런히 다문 입술끼리 맞닿자 그가 점점 그녀를 향해 숙이면서 입술로 입술을 짓눌렀다. 그리고 그녀가 반응을 보이기 전에 물러섰다. 미처 저항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직 저항하지 않는 것인지, 놀란 기색이 스민 그녀의 눈동자를 무표정으로 빤히 쳐다봤다.

“공주, 명령하지 않으면…….”

쿄야는 아주 조금 인상을 찡그리더니 하루가 눈치 채기 전에 그녀의 입술을 얕게 머금어 물었다. 그는 망설이느라 몇 초간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입을 살짝 벌리고 좀 더 깊게 하루의 입술을 머금었다. 아주 천천히 한 번……, 두 번…, 세 번.

“그만.”

하루는 그가 닿을 듯 말 듯 약간 떨어졌을 때 파르를 떨리는 입술을 겨우 움직이며 그만이 들을 수 있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쿄야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녀의 허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슬그머니 뺐다. 그리고 검지와 중지의 끝으로 이제 막 가만히 진정된 입술을 천천히 매만졌다. 그러자 그녀가 깜짝 놀라며 허리를 살짝 들어올렸다. 동시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공주가 남자로 살고 있는 건 지금 미우라 다이묘 때문이야? 사와다 다이묘가 나보고 그를 죽이라고 했어. 공주도 원해? 내가 그 자식을 죽이면 공주는 여자로 살게 되는 거야?”

쿄야는 손가락 끝으로 하루의 입술을 연신 말랑말랑하게 누르듯이 만졌다. 그러던 중 자신을 간절하게 쳐다보는 그녀의 눈과 마주하고는 엷게 미소를 띠었다. 하루는 여린 달빛에 이끌렸는지 그의 체온에 이끌렸는지, 미소 진 그의 입가를 슬며시 만졌다. 그는 자신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이상해. 잘 모르겠어.”

쿄야는 다시 얼굴을 가까이 했다. 하지만 하루의 손이 그의 입을 가로 막는 바람에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하루의 입술을 만지던 손으로 자신을 막은 그 손을 살며시 감싸 잡았다. 그리고 손끝부터 손목까지 입술로 훑으며 천천히 내려갔다.

“공주는 신기한 사람이야. 그래서 다이묘가 당신을 노리는 걸까? 그런데 다이묘는 공주가 남자라고 알고 있는걸.”

“사와다 다이묘만이 아니야. 아버지…… 미우라 다이묘도 내가 아들이라고 알고 있어.”

하루는 반쯤 누워 있던 자세에서 상체를 일으켜 쿄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던 그의 팔은 그대로였다.

“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나의 측근 시종 몇 명 뿐. 정말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어.”

무덤덤한 말 속에 ‘포기’가 옅게 배어 있었다. 모친이 자신을 사내아이로 대했던 그 어린 시절부터 여자로서 사는 것을 포기했었다. 아니, 그렇게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조차 하지 않았으니 포기를 할 거리가 애초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후리소데(주로 미혼의 젊은 여성이 입는 옷)를 입어야 하잖아. 공주가 하오리라니 말도 안 돼.”

코야의 두 팔이 하루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녀는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이미 세상에 남자로 알려져 있으니 아버지께서 돌아가신들 나는 내 본 모습으로 살 수 없어. 측근들 앞에서조차 완벽한 도련님으로 분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여자로서의 모습을 보일 수 없어. 그래도 지금. 지금 그대가 날 여자로 대해주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

올곧게 바라보는 눈동자가 그의 충돌을 불러냈다. 그는 그녀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여자를 대하는 방법 따위 몰라. 살기 위해서 죽이는 것밖에 아는 게 없는걸. 하지만 공주와는 이렇게 있고 싶어. 정말 이상해. 왜 이런지 잘 모르겠어. 공주는 신기한 사람이야.”

쿄야는 하루의 입술을 두 번 짧고 옅게 탐했다. 세 번째는 그녀가 그의 볼을 슬며시 만지며 말렸기 때문에, 입술이 아릿하게 두근거려도 멈춰야만 했다.

“그대 앞에서는 여자로 있어도 되는 거지?”

하루는 상반신을 덮고 있는 옷가지를 차례차례 벗었다. 가슴부터 허리까지 칭칭 감싸고 있는 긴 천만 남았을 땐 쿄야가 직접 그것을 끌렀다. 달처럼 흰 피부가 요염한 곡선을 그리며 미우라 하루가 여자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증명했다. 여자의 속살을 처음 보는 쿄야는 눈으로 먼저 그녀의 몸을 찬찬히 훑었다. 하루는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마치 손으로 더듬어지는 것처럼 묘한 자극을 받았다.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움찔 거렸다.

“공주, 잠깐만…….”

쿄야는 하루를 슬그머니 다다미 위에 눕혔다.

“보는 것뿐인데 현기증이 나.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향을 피우지도 않았는데……. 공주, 이대로 잠깐만…….”

그는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를 두 손으로 감싸 잡고, 아직 그녀의 하반신을 휘감고 있는 여러 천들을 다리를 따라 쭉 훑어 내렸다.

 

 

 

 

 

 

★은하수★의 망상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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