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망상의 세계 주인장 ★은하수★입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상에 내린 별」 시리즈의 시놉시스를 공개하고 거의 한 달이 다 되어서야 본편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는 미니 오디오드라마(10분 내외 분량의 1트랙 짜리 하나)를 매주 연재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시리즈는 무려 후일담을 제외하고도 본편만 4트랙으로 구성(1트랙당 8~15분 랜덤)된 알찬 오디오드라마입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대본도 기존에 비해 3~4배 길 수밖에 없는데요, 대본이 길면 길수록 내용 앞뒤를 잘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작업시간은 6~8배 정도 걸립니다. 그리고 녹음과 편집 시간도 최소 3~4배 걸리겠지요.
일단, 이번 청룡편을 기준으로 작업기간을 계산했을 때, 현생 업무가 급작스럽게 늘어서 2주 정도는 아무런 작업도 못했으니, 실제로 소요된 시간은 약 2주더라구요.
그래서 이를 기준으로, 나머지 현무, 주작, 백호 편도 연재(업데이트) 기간을 2~3주로 넉넉하게 두고자 합니다.
망상의 세계에 놀러와 주시는 여러분, 느긋하게, 아주 느긋하게 기다려 주세요.
시리즈명: 지상에 내린 별
소제목: 청룡~수호자
필자 및 목소리: ★은하수★ (본래목소리)
대본: 아래 각 트랙별로 추가
본문 러닝타임: 45분 1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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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내린 별 공통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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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수호자 track 1 청룡의 여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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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Track.1 청룡의 여의주
오늘도 하늘은 파랗고 높고, 공기는 청량하고, 내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도다. 저 뒤에서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뱃속 깊은 곳부터 우렁찬 발성을 자랑하며 청룡님~을 외치는 녀석만 없다면 100점 만점일 텐데, 딱 10점만 까자.
(꼭 성례일을 정하셔야 합니다!) 성례일을 정하기는 무슨. 열심히 도망다닌 5년이 아까워서라도 오늘도 당연히 도망가야지.
다녀올게~ 기다리지 말고~.
하늘은 새만 날 수 있는 줄 알아? 내 심장에 있는 여의주가 폼은 아니지. 용도 난다 이거야. 봐라, 네가 그렇게 외치는 청룡님이 이제 비상하신다. 제 아무리 성수의 힘의 파편을 가졌더라도 비행 능력이 없는 성수는 그냥 닭 쫓던 개가 되는 수밖에. 매일 당하면서 참 포기를 몰라.
성수일족에서 성수의 힘의 파편이나 여의주를 가지고 태어난 극소수의 사람은 20살 성인식 대신에 18살 성례를 치른다. 나 역시 여의주를 가지고 태어난 귀하디 귀한 몸이기 때문에 18살에 성례를 치렀어야 했다. 그런데, 내가 23살이 될 때까지 성례를 치르지 않았단 말이지. 성수일족 중에서도 나 같은 용족은 성례가 어른이 되는 축복받은 예식이 아니다. 물론 다른 성수일족도 성례 중에 폭주하는 이가 있다고 하지만, 100명 중에 1명 있을까? 용족은 무려 절반이다, 절반. 100명 중에서 20명은 폭주도 하기 전에 자기 힘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30명은 폭주를 잠재우지 못해 일족에서 처분을 당한다. 폭주... 성수의 광폭화는 부모가족친구를 알아보지 못하며 각종 능력이 닿는 범위 내에서 무차별 적으로 살생을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기물을 파손하고 자연을 파괴한다? 오히려 이건 없다. 광폭화가 되면 생명이 있는 것만 골라서 그 힘을 사용한다. 그러기에 악질이고 그러기에 대가로써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용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례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확률이 50% 밖에 안 되는데, 누가 자신 있게 성례에 도전하겠어. 게다가 난 용 중에서도 청룡이다. 성수일족의 정점이라 불리는 사성수, 그 중에서 청룡일족의 우두머리 말이다. 같은 청룡일족이라도 힘의 파편조차 가지지 못한 친척들은 평범한 사람으로서 20살에 성인식을 치른다. 그래, 대부분이 그렇다. 성수의 후손이라 불리면서도 성수의 힘을 눈곱만큼도 사용하지 못하는데, 살아가는 인생만큼은 아무 걱정 없이 평화롭고 온화하여 부러울 지경이다. 누구는 힘을 가진만큼 그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말이다.
청룡일족에서 그나마 가장 최근에 성례를 성공적으로 치른 이가 있다면 저~기 친척 건너건너 할아버님 중 힘의 파편을 가지고 있는 분이 있다. 그리고... 10년 전에 역시나 힘의 파편을 가지고 태어난 사촌 오라버니가 광폭화를 잠재우지 못하고 그대로 처분됐다. 그냥 성수도 아니고 다른 용족도 아니고 무려 청룡이기에 청룡일족을 따르는 일곱 가신 집안은 물론이거니와 같은 청룡일족 내에서도 오라버니를 막을 수 있는 이가 없었다. 같은 청룡일족이라고 해도 다들 평범한 사람인데 어떻게 폭주하는 용의 힘을 막겠어. 정말 다행히도 사성수 중 현무가 성례에 참관을 왔었기에 오라버니를 직접 처분했다.
나는... 고작 13살이었잖아. 청룡의 여의주를 이 심장에 품고 있어도 13살짜리가 뭘 할 수 있겠어. ...아니, 핑계다. 할 수 있었다. 고작 13살이었지만 여의주를 가졌기에 힘의 파편을 가진 자들 100명보다 내 힘이 훨씬 더 강하다. 그래, 힘만 두고 보면 난 오라버니를 처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 내 손으로 오라버니를 죽일 수 없었다. 모두가 우리 청룡님, 귀하신 청룡님이라고 떠받들어 줄 때, 내 이름을 불러주며 평범하게 동생취급을 해 준 오라버니를, 내가 쫄래쫄래 쫓아다니면서 의지하던 오라버니의 심장에 내 힘을 꽂아 넣을 수 없었다.
"너는 그냥 성수가 아니다. 청룡일족을 포함하여, 일곱 가신 일족까지 총 8개의 일족을 군림하는 우두머리다. 청룡."
그 날 현무의 말이 내 가슴에 박혀 들어왔다. 누가 모르냐고. 항상 여의주가 반응하기 때문에 안다. 내가 나서야 한다고, 내가 저들을 지켜야지 보호를 받으면 안 된다고. 내가 바로 청룡인데, 누가 저 약한 이들을 지킬까.
그래서 힘들었다. 본능은 오라버니를 죽여야 한다며 날뛰었지만 이성은 그럴 수 없다고 버티던 그 시간이 오라버니와 같이 보내던 13년과도 같았다. 내가 태어나던 날 산실 앞에서 세상살이 잘 모르는 11살짜리 오라버니가 목 놓아 울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13년 동안 계속 내 곁에 있어주었던 오라버니다. 오라버니는 마음이 강하니까 당연히 성례를 무사히 치를 거라고 믿었다. 폭주라니,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더 분한 건, 내가 현실을 바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오라버니의 폭주가 눈 앞에 보이자마자, 아니 흐트러진 힘을 느끼자마자 '저건 제거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 그때, 내가 본능에 따라 힘을 사용했다면 큰아버지가 왼팔을 잃지 않았겠지. 내가 청룡의 의무를 다했다면 호랑이 미 일족에서 막 태어난 아기가 죽지 않았겠지. 내가 빠르게 결정했다면 어머니가 날 감싸다가 그 큰 상처를 입지 않으셨겠지.
그런데도 현무가 오라버니를 죽이는 그 순간까지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광폭화의 힘과 독 때문에 다치고 죽어가는데 누구 하나 지키지 못했다.
난, 현무에게 빚이 있다.
난, 덮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그래도 난 청룡으로 살아야 한다. 이 여의주를 가지고 말이다.
청룡~수호자 track 2 성수의 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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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Track.2 성수의 각인
아무리 갈 곳에 마땅치 않다지만 휴학계를 내고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학교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다니, 한심하다 못해 불쌍하다. 정말 갈 곳이 없는걸. 아지트가 가신들에게 전부 다 들켜서 편하게 지낼 곳을 다시 찾아야 한단 말이지. 발품 좀 팔면서 새로운 아지트를 찾아야 하는데 아직 의욕이 안 생기네.
일곱 가신 일족 중에서 나처럼 여의주를 가진 이가 딱 세 명 있는데, 마침 나랑 나이가 비슷한, 딱 2살 차이 나는 성수가 있다. 표범 기 일족의 우두머리. 일족에 대한 자부심이 참 대단한 친구인 만큼 우두머리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나를 좋게 보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청룡이라서 같이 놀아준다고 해야 하나, 어쩔 수 없이 어울려준다고 해야 하나. 물론 오늘처럼 시기 적절하지 못하면 칼같이 거절도 할 줄 아는, 줏대 있는 친구다. 그... 여의주를 가진 다른 두 명은 50대, 60대 어르신들이라서 편하게 지내기에는 무리가 있지. 시간을 때울 구석이 없으니 나랑 좀 놀아 달라고 어떻게 연락을 해.
학교는 아직 겨울방학이 끝나지 않아 캠퍼스에 사람이 뜸하다. 그렇기에 평소에는 할 수 없는 것을 해보는 것도, 괜찮겠는데? CCTV만 없으면 날아다닐 텐데, 일단 무리. 스파르타 용사들만 오르내릴 수 있다는 미대 앞 언덕에 눈을 치우지 않았다면 포대자루 하나 가져다가 썰매를 탈 텐데, 너무 부지런히들 깨끗하게 치우셨어. 그렇다고 길 가장자리에 있는 눈더미를 다시 흩뿌리는 개념 없는 짓은 차마 못하겠고.
어? ... 내가 잘못... 아니야, 잘못 읽었을 리가 없어. 이건 여의주를 가진 성수야. 아니,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자기 힘을 다 흘리고 다녀. 성수가 대자연의 축복을 받고 친화력이 높다지만 과한 힘은 그 축복을 배신하고 대자연을 괴롭히는 독이 된다. 이건 여의주건 힘의 파편이건 타고난 자라면 당연히 본능으로 알잖아.
내 승모근이 욱신거린다. 적대감이나 위기감을 느꼈을 때 나도 모르게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근육을 주무르며 긴장을 푼다. 사성수를 포함하여 총 32개 성수일족, 그 어느 힘도 아니야. 아주 낯설다. 그렇기는 해도 이건, 지금 느껴지는 건 내가 겁먹을 만큼 강하지 않아. 생소한 힘이지만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겠는데? 사성수의 비호를 받지 않는 성수가 당연히 있다고 하지만 지식으로만 알지 만나본 적도 없을 뿐 더러, 그런 성수는 일족을 구성하지 않고 대자연이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트린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성수가 이 근처에 있다는 거지?
오른쪽. 거리는 10m도 안 되는 지근거리. 혹시 모르니 나도 힘을... 하... 성례 전이라서 힘조절이 어려운데, 주변 피해 없이 저걸 제압할 수 있을까? 점점 가까워진다. 뇌운? 염력? 독무? 어떤 능력이든 효율적이고 세밀한 전투는 아직 힘들어. 성례 전에 함부로 힘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대자연이 걸어 놓은 제한이 사성수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참 만물에게 평등한 대자연님이다. 투박하고 아슬아슬해도 저건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으니까 긴장하지 말자. 할 수 있어. 아직까지 뇌운 조절에 성공한 적이 없지만, 기습제압에 뇌운만큼 적절한 능력도 없단 말이야. 아냐, 여기는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청룡촌이 아니잖아. 잘못해서 주변 건물이나 조형물을 부수면... 냅다 도망가야지.
5m... 3m... 1미... 터?
내 눈 앞으로 지나가는 그 힘은, 그 성수는, 그 사람은, 청룡의 힘을 조금씩 흘리고 있는 나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 말 그대로 그냥 지나갔다. 자기는 그렇게 힘을 풀풀 풍기면서 내 힘은 신경도 안 쓴다고? 성수가 힘을 보인다는 건 싸우겠다는 거잖아. 적어도 경계한다는 거잖아. 그런데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을 하고 그냥 지나친다고?
이봐, 너!
내가 팔을 낚아채듯이 당기자 그 사람은 휘청거리며 나를 돌아봤다.
눈이 마주친... 아...! 심장이 격하게 뛴다. 시선을 뗄 수가 없다. 뭐지? 놓치면 안 될 것 같고, 내가 꼭 옆에 있어야 할 것 같고, 이 사람은 다치면 안 돼, 다치거든 내가 다쳐야지. 아니, 아니, 지금 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거야.
나를 부르는 맑은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순간적으로 여의주의 힘이 심장에서 빠르게 빠져나와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최대한 살벌하게) 내가... 저거한테 홀렸다고? 내가? 이 청룡이? 하!
다시 눈이 마주쳤다. 시선을, 뗄 수가, 없다.
(괜찮으세요?) 아, 네, 괜찮습니다. 죄송해요. 그, 아는 사람이 무시하고 지나가는 줄 알고... 팔, 많이 아프셨을 텐데, 죄송합니다.
완전히 당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각인을 당하다니. 성수가 다른 성수를 자신의 아래에 둘 때, 성수가 다른 성수에게 충성을 바칠 때,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로써 혼에 새겨지는 것. 여의주 덕분에 완전히 당하지는 않았지만, 이 성수, 계속해서 각인을 걸고 있다. 사성수 수준의 고위 성수가 아니면 무자비하게 당할 정도로 각인 능력이 강하다. 마치 천계의 황룡이나 기린, 봉황처럼.
무심하게 내 상태를 훑어보다가 다시 제 길을 가는 모습과 계속 각인 능력을 사용하는 이 힘이 맞지 않다. 마치 수도꼭지를 제대로 잠그지 않아서 물이 새는 것처럼 능력이 계속 새나오고 있다. 내가 거부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은 태도까지 온통 모순이다. 저 사람. 무각성자다.
성수일족 안에서 태어나면 어릴 때부터 일족에 대한 것들을 배우기 때문에 각성자와 무각성자의 지식에는 별 차이가 없다. 다만 나중에 각성하면 힘을 조절하는 법도 배워야 하는데, 일족 내 어른들 중에 각성자 한 명 없을까. 그리고 웬만하면 본능적으로 안다. 힘의 파편이나 여의주를 가지고 있는데 아직 각성하지 않았다면, 각성한 누군가가 옆에서 계속 돌봐준다. 그래, 사촌 오라버니가 나에게 그랬듯이.
저 성수는 무각성자다. 그것도 각인능력이 아주 강한. 이 근처에 숨어 있는 다른 성수처럼 저 성수를 노리는 이들이 꽤 많을 거다. 무각성 상태에서 저렇게 힘을 흘리고 다니니 이용해먹기 딱 좋겠지. 강제로 세뇌와 각성을 유도하면 더더욱 훌륭한 무기가 되겠지.
안 되지 안 돼. 나약한 성수가 노려진다는 걸 알면서 내버려 두면 사성수의 일각으로써 그 책무를 다 못 하는 거잖아. 청룡으로서 저 성수가 각성할 때까지 보호하는 게 옳은 거잖아. 그러니까 군침 적당히 흘...려!
정체모를 그 성수를 감시하던 백조는 돌려차기 한 방과 약간의 염력으로 제압했다. 그리고 그 성수를 찾아 달렸다. 얼마 멀리 가지 않았다.
살기!
거의 반사적으로 그 성수를 내 쪽으로 끌어당기고 여의주의 힘을 빌어 보호막을 펼쳤다.
왜 그러냐며 짜증스럽게 말하는 사람에게, 살벌하게 소용돌이치는 힘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이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미치겠네. 조금만 방심하면 나조차도 각인을 당할 것 같고, 집중력이 약간만 흐트러져도 내 부실한 보호막은 깨질 것 같다.
커윽! 허윽!
성례를. 치르지. 못한. 성수는...! 대자연이. 능력을. 제한한다고. 다, 알잖아! 미친 놈아!
흐억, 윽! 컥!
내가 누군지. 알면서... 공격하고 있잖아!
각인 능력이 강한 성수는 내게 붙잡힌 채 또 하나의 보호막 안에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그 눈에는 불안감과 의구심이 가득하다.
너, 후우, 누구냐? 아니, 너는, 너가, 크헉, 누군지, 알아야 해.
보호막에 금이 가고 메워지는 것이 수차례 반복되니까, 이 성수를 지키고 있는 작은 보호막까지 망가질 것 같다. 세밀하게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게 이렇게 억울한 일이었어?
조금만 기다릴래요? 곧... 누가, 쿨럭!
...이제 무리야. 힘의 흐름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상대가 백룡인 것 치고 잘 버텼지.
(감정이 가장 격한 부분) 제길. 그래? 정말? 저것만 용이야? 나도 용이야. 사성수의 청룡이라고. 어른이 되기 싫어서 도망다닌 꼬맹이지만, 꼬맹이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했을 때, 그게 정말 분하다는 걸 안다고.
(영력 부족으로 반쯤 포기 상태) 보호막에 복구 불가능한 금이 하나 둘 늘어간다. 힘의 흐름이 불안한 만큼 내 등에 똑같이 상처가 생긴다. 깨진다... 곧 깨진다. 아프다... 눈물이 날 만큼 아프다.
그래도 각성하지 못해서 자신이 노려지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이 불쌍한 성수는 지켜야지. 어떡하냐. 절반이라고 해도 각인은 각인. 이 성수가, 나한테는 나름 중요한 사람이 되어버렸는걸.
보호막이 요란한 파찰음을 내며 깨진다. 그리고 시야가 까맣게 물들어 간다.
청룡~수호자 track 3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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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Track.3 결심
강력한 각인능력을 가졌으면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성수 '공작'은 현무 쪽에서 보호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게 현무와 그 가신들이 오지 않았으면 백룡일당에게 당했을 거다.
(반쯤 해탈한 상태) 그래,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현무가 일족의 가신을 불러주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쓰러진 채 방치됐을 테고. 현무가 공작을 데리고 가는 것조차 보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 약한 나를, 그~ 현무가 친절을 베풀 리가 없지. 가신을 불러준 것만 해도 현무치곤 과한 배려지. 어쩌면 현무의 가신 중 한 명이 날 불쌍히 여겼는지도 모르고.
(청룡님!) 아차. 여기 청룡촌이지. 내가 깨어났다는 사실은 기척만으로 공기중에 울리고도 남을 수밖에.
오랜만에 허접한 모습이지?
지금 내 표정이 가신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내 목소리가 어떻게 들릴까? 불쌍하고 한심하게 보이는 것만 아니라면 좋을 텐데.
여의주를 품고 있는 가신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교룡 각 일족의 우두머리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깨어나셔서 다행입니다.) 깨어나서 다행이라는 말을 어금니 꽉 깨물고 말씀하시면 무섭습니다만? 역시 화가 많이 났네. 철없는 우두머리가 하필이면 백룡에게 당해서 이 모양 이 꼴인고, 현무에게 빚이 더 늘었는데 어떻게 화가 안나. 그나마 내가 청룡이라서 한 대 얻어 맞지 않은 걸 감사하게 여겨야지.
(꼬라지 하나 훌륭합니다.) 꼬라지 하나 훌륭하다? 말 한 번 예쁘게 한다. 근처에 꼬맹이들 없는 게 다행이지, 네놈 말뽄새 닮을까 걱정이다.
우두머리건 웃어른이건 마음에 안 들면 싸늘하게 쳐다보며 살벌하게 매도하는 것이야 말로 청룡일족에 속한 자가 갖춰야 할 교양과 행실이지. 절대 서로에게 좋은 말을 못해요.
교룡 각 일족의 우두머리는 내가 쓰러진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짧고 명료하게 정리해 주었다. 현무가 특유의 방어술로 나와 공작을 보호하면서, '사성수의 정점'이라고 칭송받는 만큼 압도적인 힘으로 백룡일당을 제압했다고. 뭐, 그러니까 지금 내가 살아 있는 게지. 다만 거슬리는 건, 백룡을 따르는 무리는 한 놈도 살리지 않고 다 죽였지만 백룡은 상처 하나 없이 몸을 숨겼다는 것이다.
백룡이 숨을 만한 데가 그 근처에 있어?
내 질문에 여우 심 일족의 우두머리가 싸움이 발생한 곳을 중심으로 반경 5km 지역의 모습을 녹색 영력으로 보여줬다. 청룡 8일족 중 가장 주술에 능하다는 말이 헛 것이 아니라는 걸 항상 실력으로 증명해서 은근히 무섭단 말이지.
고귀한 용이 숨기에는 마땅치 않지만 이무기나 와룡이 숨을 만한 곳이라면 세 군데가 의심된다는 것이 교룡 각 일족 우두머리의 의견이고, 그에 맞춰 심 일족 우두머리가 붉은색 영력으로 위치를 표시했다. 캠퍼스를 기준으로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 2km 정도 떨어진 곳. 그리고 5km까지 떨어진 곳. 2km 정도 떨어진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여긴 아니야. 무려 현무의 힘을 피해서 도망갔다고. 거리뿐 아니라 지형과 도시구조도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여긴 도달하기 전에 붙잡혔을 거야.
(휴학하셨어도 학교 주변은 잘 아시는 군요.) 휴학했어도 학교 주변을 잘 알고 있다는 말은 나를 얼마나 불성실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후우. 일일이 따져봤자 나만 손해지.
마른 침을 한 번 삼켰다. 백룡을 상대하는 도중에, 그리고 쓰러지던 그 순간에, 마지막으로 정신차리고 눈을 뜬 찰나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내린 결정을 가신들에게 말해야 한다. 각오를 다졌다고 생각했는데 쉽게 입이 안 열리네.
나.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성례... 치를 거야. 준비해줘. 가능하면, 빨리.
(분하셨습니까?) 내 각오를 듣자마자 한다는 질문이 분했냐니.
그럼, 내가 당하고만 있을까. 자존심이 있지, 내가 황룡한테는 굽신거려도 다른 용한테는 절대 머리 안 숙여.
(다른 이도 아니고 청룡님의 성례입니다. 최소 3일은 걸립니다.) 최소 3일 걸린다라... 내 성례라서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3일. 각오에 각오를 거듭할 시간으로는 충분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가신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간다. 내 결정 하나로 모두가 바빠져 버렸네. 나도, 나름 준비를 해야지.
허억!
침상 밖으로 몸을 내미는 순간 뼈마디에서 비명이 쏟아지는 것 같다. 진짜 제대로 당했네. 성례를 치르지 않은 성수를 무차별하게 공격하는 몰상식한 새끼한테는 제대로 갚아줘야지. 그리고... 각성조차 못한 성수를 노리는 미친놈한테는 대자연의 섭리라는 걸 친절하게 아주 잘 알려줘야지. 암. 색은 달라도 같은 용족 아닌가. 이 정도 친.절.은 베풀어 줘야 내 체면과 자존심이 살지 않겠어. 그러니 이제 진짜 어른이 되야지. 어른이 되어야만 해.
몸 구석구석이 아직 일어날 때가 아니라고 나를 말리지만 지금 쉬고 있을 틈은 없다. 3일. 성례를 치르는 그 날까지 해야 할 일이 있다.
-- 현무촌 --
현무에게 처음으로 빚을 진 날. 내 발로 현무촌에 올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앞 날은 알 수 없는 법이구나. 결국 왔네. 와버렸어.
(공작을 보러 왔나?) 내가 집무실로 들어서자마자 현무는 인사고 뭐고 다 무시하고 본론부터 꺼낸다.
아니? 양심이 있지 아직 그 얼굴 못 보지.
(아무리 어린 용이라도 사성수 중 청룡씩이나 되면서 너무 쉽게 여길 오면 안 되지.) 오늘도 현무의 올바른 잔소리는 내 양심을 쥐고 흔든다. 아무리 어려도 사성수 중 청룡씩이나 되면서 쉽게 현무촌을 드나들지 말라는 말이 지극히 옳은데, 맞긴 한데, 그래도 어떡하냐. 내가 현무에게 꼭... 현무이기에, 현무만 가능하기에, 현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가 나니까. 그러니까 오는 수밖에... 없잖아.
현무.
고개와 허리를 가능한 깊게 숙였다.
정확하게 3일 뒤. 성례를 치른다. 그대가 참관인으로 와줬으면 해.
(성례?) 그래, 성례. 내가 미쳐버리냐 청룡일족의 우두머리로써 자리를 보존하느냐 결정될 거야.
(아니지. 청룡일족이 아예 역사에서 지워지느냐 마느냐겠지.) 역시 현무. 냉정하다. 그리고 정확하다. 내가 미쳐버리면 나를 막을 이는 청룡일족 중 아무도 없다. 그러기에 내가 미친다는 건 결국 현무의 말처럼 내가 모두를 죽여서 청룡일족이 역사에서 지워지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미쳐서는 안 된다. 미치더라도 빠르게 제정신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그대가 광폭화 한 흑룡을 진정시켰다고 들었어. 현무. 성례식에 자리해 주기만 해도 든든할 거야. 그리고... 내가, 내가 아끼는 이들을 해치면, 현무, 그대가 나 청룡을 죽여줘.
(어처구니없는 부탁이군.) 알아, 어처구니없는 거. 그래도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게 좋잖아.
(변한건가?) 아니. 이번만 양보하는 거야.
(제멋대로군.) 내가 아끼는 이들을 지킬 힘만 생기면 다신 그대에게 기대지 않아. 지금은 어르신께서 어린애 하나 구제한다고 치자고.
(역시 변했어. 가지.) 예상은 했지만 정말 선뜻 받아들이네. 이번 것까지 포함해서 빚 3개. 착실하게 갚을 거야.
(빚? 어른의 오지랖이라고 해.) 와. 현무의 입에서 오지랖이라는 단어가 나올 줄 몰랐는데. 여하튼 나는 빚이라고 생각하니까. ...성례, 잘 부탁해. 진심으로.
나를 보는 현무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항상 가면을 쓴 것 같은 얼굴이긴 하지만, 오늘은 더욱 읽기 어렵다. 내 말이 너무 어린 애 같아서 실망했나? 아니면 내가... 죽을 각오까지 했다는 걸 진심으로 믿어주는 건가?
(버텨라. 넌 청룡이다. 잊지 마라. 넌 사성수 중 하나다.)
버티자. 난 청룡이다. 잊지 말자. 난 사성수 중 하나다. 현무의 말이 귀가 아니라 심장으로 느껴진다. 여의주가 점차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청룡. 네가 지켜야 할 사람들을 믿어라. 그들은 약하지 않다.)
내가 지켜야할 사람들을 믿자. 그들은... 약하지 않아. 인정할 수밖에 없네. 현무는 정말 어른이야. 당연한 말이 실제로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짚어주고, 당연하지 않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각오를 자연스럽게 심어 줄 수 있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성례 때... 보여주지. 당당하게 승천하는 용을.
청룡~수호자 track 4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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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Track.4 수호자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건지 여의주가 강하게 반응하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심장박동과 여의주의 파동이 계속 어긋나고 있다. 내가 긴장이라는 것도 해보네. 다신 없을 경험이라고 치자.
(청룡님)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원리원칙을 지킴에 있어 칼 같은 성격을 빼면 남는 게 없을 것 같은 표범 기 일족의 우두머리가 웬일인지 예의를 드문드문 잊어버리는 듯한 행동도 보인다. 본인은 일찌감치 성례를 치렀으면서 남의 성례에 왜 이렇게 긴장하는지. 뭐, 이유야 뻔하지.
괜찮아. 금방 끝나.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한들, 용족에게 성례가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잘 알고 있는 이에게 그 어떤 위로도 되지 않는다. 당연히 걱정되겠지. 단 한 번의 성례에 청룡의 피를 잇는 자들과 그 가신들 모두의 운명이 걸렸는걸.
현무가 와 있잖아. 같은 사성수 앞에서 내가 꼴사납게 굴겠어? 자존심 상해서 못해.
이렇게 말해도 내 가신들이라면 눈치 챘을 것이다. 내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현무를 불렀다는 것을 말이다. 현무가 괜히 최강의 방어를 자랑하는 성수겠냐고.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어떤 재앙이라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성수라고 천계에서까지 굳게 믿고 있는 것이 현무다. 그런 이를 내가 직접 초대했다. 나보다 머리 좋은 가신들이 내 생각을 못 읽었을 리가 없지.
(청룡님. 무사히 끝내시고 나면 술 한 잔 같이 하시겠습니까?)
무사히 성례를 끝내면 술 한 잔 하자는 말이 이렇게 어렵게 꺼낼 말인가? 할말 못 할말 다 하는 그 성격은 집에 놓고 왔나? 눈동자가 묘하게 흔들리는 것까지 보인다. 하-. 어색해서 내가 못 견디겠다.
그런 약속 안 해도 무사히 마칠 거야. 믿어. 그냥 아무 생각 하지 말고 믿어.
표범 기 일족의 우두머리를 지나치며 방 밖으로 나갔다. 집을 나서서 성례식을 치르는 예단에 도착하기까지 걸어서 단 5분. 짧은 듯 짧지 않은 시간과 먼 듯 멀지 않은 거리를 걸어가며 일족의 많은 이들을 지나쳤다. 걱정 안 하는 사람이 없네. 마주치는 눈동자마다 걱정 한가득이야. 일족의 시선을 받을 때마다 내가 의무를, 내가 '나'라는 사실을 얼마나 망각하고 있었는지 절실하게 느껴진다.
지금 내 표정은 어떨까? 지금 내 눈빛은 어떨까?
오늘도 하늘은 파랗고 높고, 공기는 청량하고, 내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후련하다. 미뤄둔 방학숙제를 드디어 끝내는 기분이랄까? 그래, 결심했잖아. 아픈 게 싫다고 도망다니던 것도 관두자.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모두를 외면하던 것도 모두 그만 두자. 자기 최면을 수십 수백 번 반복한 덕분인지, 모든 준비를 마친 거대하고 화려한 예단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 모습을 눈 앞에 두어도 긴장이 되지 않는다. 드디어 시작되고 드디어 끝난다는 무미건조한 감상만 있을 뿐이다.
그래, 오늘도 하늘은 파랗고 높고, 공기는 청량하고, 내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가볍다.
교룡 각 일족의 우두머리가 내 키만큼 커다란 북을 세차게 두드렸다. 느릿하고 묵직한 소리는 청룡촌 전체에 울려퍼졌다.
(대자연과 대화하듯이)대자연에 고하느니, 나, 사성수의 일각이자 동방 여덟 가문의 수장, 청룡은 대자연의 부름에 받들어 그 힘을 이 몸에 받고 그 의무를 그대에게 바치니, 내가 어금니와 발톱을 세워 이 한 몸으로 감쌀 수 있는 만물을 지킬 수 있도록 지켜보시게. 나 청룡은 대자연이 정해준 이치와 규칙을 따라 살아나갈 것을 여의주를 걸고 약속하겠네.
성례의 언약을 마치기 무섭게 공기가 뒤틀린다. 살벌하다. 이건, 기선제압을 가장한 공포다. 마치 대자연이 경고하는 것 같다. 입 밖으로 내뱉은 것을 지키지 못하면 내가 너를 모든 이치에서 배제하고 소멸하겠다는 엄중한 협박...
쿨럭!
이야, 입을 가릴 틈도 없이 피를 토하다니. 심장이... 여의주가 격렬하게 고동친다. (최대한 괴로워한다) 허억...!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여의주에서, 흘러나온 힘이, 전신에, 퍼지지 못하고, 머리로만, 치솟아 오른다. 슬슬, 격렬한 고동이, 머리에서, 머리에서 느껴져, 불쾌... 하다. 썩을.
다, 부서... 죽여... 누구, 마음대로! 전부, 찢어, 버리면, 아니, 어린 애는... 꼬마들은...
(청룡님!)나를 부르며 다가오는 가신들의 목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린다.
피해라...
생각보다, 후우,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는다. 아직, 내 손은, 내 눈앞, 에만 있다. 이 피는... 내 입에서, 내가, 쏟은... 오롯이 내 피...
오지, 마라... 그리고, 우지 마라(=울지 마라). 허억! 꼬맹이들... 데리고, 들어가라.
입 밖으로, 소리를 내려고 노력해도, 입 앞에서만, 작디 작게, 목소리가 맴돌 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누구도, 누구 하나, 못 잃는다. 내... 내 사람들... 우리, 귀한, 꼬맹이들...
머릿속은 여전히, 고열이, 나는, 것처럼... 피가, 거꾸로 솟아서, 모든 열이, 머리에... 어? 어? 하! 하하! 하... 이거, 혈압 올라서... 머리에 피 쏠리는, 거랑, 똑같잖아.
청룡이 명한다.
왜, 이 말, 만큼은... 분명하게, 내뱉을 수 있을까? 먹구름이... 아주 새카만 먹구름이 쌓이고, 아주 요란하게 천둥이 치고, 굵은 빗방울이, 온몸을 두드리는 것처럼, 세차게 쏟아져 내린다. 머리가, 뜨거우면, 식혀야지. 힘을... 힘을 견딜 수 없으면, 써야지. 용이 용답게, 비구름 좀, 몰고 다니겠다는데, 뭐, 어때.
쏟아진다. 한여름에 지나가는 소나기보다 더 거친 비가 청룡촌 전체에 쏟아져 내린다. 몸을 실컷 뒤로 젖혀서 온 몸으로 비를 맞아보니, 아프다. 당연하겠지만 이 비는 좀 아프다. 내가 불러 놓고서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민폐네.
후우...
이제 좀 숨 쉬기 편하네. 여의주가 미친 듯이 쏟아내는 힘이 드디어 전신에 고르게 펴진다.
큭, 크흑! 현무. 어때?
(잘 이겨냈군)그치? 잘 끝났지? 야... 아찔했다. 혈압 때문에 뒷목 잡고 쓰러질 뻔했어.
오른손을 높이 들어 허공에서 휘젓자마자 비가 그치고 비구름이 말끔하게 물러난다. 아무리 학교에 가기 싫어도 비구름을 불러본 적은 없는데, 난생 처음으로 재앙에 가까울 만큼의 비를 뿌려봤다. 어휴. 마을 꼴이 말이 아니네. 흙바닥이 볼품없이 망가지고, 나를 지켜보던 일족 구성원 중에는 쫄딱 젖다 못해 힘을 견디지 못하고 진흙바닥에 넘어진 이도 있다. 긴장이 풀린 꼬맹이들은 금세 까르륵 웃으면서 뛰어다닌다. 진흙이 사방팔방 튀는 건 당연한 거고.
이거 온 집마다 옷이 널리겠네. 진흙은 햇빛에 잘 말려서 털어내야 한다? 바로 물에 문지르면 그 옷 버려야 되니까.
네에~ 하고 발랄하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어린 아이들답다. 후유증이 남을 정도로 많이 무섭지는 않았나 보다.
(청룡님. 이제 좀 청룡일족의 우두머리 같아 보이십니다.)이제야 우두머리 같아 보인다니 말이 심하네.
자! (박수 소리 한번) 정리하고, 오랜만에 총회를 열자. 그리고... 잔치를 하자.
모두 함성을 지르며 좋아한다.
총회도 총회고 잔치도 잔치지만, 내가 할 일은 하나 더 있지. 내가 현무에게 빚지도록 몰아넣은 백룡에게 제대로 갚아줘야 하지 않겠어? 나를 제대로 물 먹인 놈을 잡으러 가야하지 않겠냐고. 자, 하늘은 파랗고 높고, 공기는 청량하고, 내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도다.
청룡~수호자 track 5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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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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