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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간의 귀신성불록 : D-22 절의 입구를 지키는 이유

D-22 절의 입구를 지키는 이유 내 몸은 등산에 절대 적합하지 않은 불량 육체요, 종교는 무교다. 그런데 어둠의 딸, 이유린의 손에 이끌려 산 중턱에 있는 절을 찾아 산을 오르고 있다. 일부러 제일 완만하고 쉬운 길을 골랐다는데 난 숨이 차고 다리가 무겁다. 일요일이라 실컷 늦잠을 자고 있는 중에 어..

한 달 간의 귀신성불록 : D-23 요람을 흔들어 주는 이유

D-23 요람을 흔들어 주는 이유 오늘은 특별히 아주 일찍 일어났다. 잠이 거의 없는 기가 성불 대상을 찾았다며 날 새벽 6시 조금 전에 깨운 것이다. 옷을 대충 차려 입고 겉에 두툼한 잠바를 걸치고 기를 따라 나섰다. 우리 집에서 한 블록 차이 나는 작은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갔다. “이번엔 어떤 귀신..

한 달 간의 귀신성불록 : D-24 물을 추적하는 이유

D-24 물을 추적하는 이유 기는 시험이 끝나자마자 집에 오라고 했지만 꼭 들려야 할 곳이 있어서 그 말은 지키지 못할 것 같다. 아들을 기다리며 집을 지키는 할머니께 오랜만에 인사를 가볼까 한다. 내가 무슨 재주가 있어서 할머니의 아들을 찾아주겠어. 그냥 말동무나 되 드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

한 달 간의 귀신성불록 : D-25 성불을 하는 이유

D-25 성불을 하는 이유 어제는 새벽을 새고 시험을 봤는데도 성적이 떨어지지 않았다. 평소에 공부해 둔 보람이 있다. 오늘 시험도 평소만큼 괜찮게 봤다. 실은 어제 집에서 한 번 씩만 훑어본 게 다라서 조금 걱정했는데 결과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오히려 전보다 더 잘 본 것..

한 달 간의 귀신성불록 : D-26 귀신이 귀신을 돕는 이유

D-26 귀신이 귀신을 돕는 이유 지금이 몇 시냐고 한다면 새벽 1시 30분이다. 새벽이라기보다는 밤이라 해야 더 정확할 듯 싶지만. 이 시간까지 내가 자지 않고 몰래 집을 빠져나온 데는 이유가 있다. 다행히 아빠는 한 번 잠에 빠지면 전쟁이 나기 전까지는 절대 깨어나지 않는 ‘신적인 깊은 잠’을 유지..

한 달 간의 귀신성불록 : D-27 자판기 옆에 서 있는 이유

D-27 자판기 옆에 서 있는 이유 어제 집에 돌아가서 기가 나에게 과제를 내줬다. 그 할머니가 성불할 생각이 들도록 할 방법을 찾을 것. 아니. 이제 막 시작한 왕초보에게 이런 머리 아픈 과제를 내주다니 정말 너무한다. 화가 나도 기 앞에서 곧장 불만을 토로할 수 없었다. 안방에 아빠가 있어서 함부로 ..

한 달 간의 귀신성불록 : D-28 이야기가 시작하는 이유

D-28 이야기가 시작하는 이유 「내 이름은 송 지희. 나이는 15세. 중학교 2학년이다. 성별은 생체학 상으로는 ‘여자’인데 성격이나 행동으로는 ‘남자’취급을 받는다. 그렇다고 신체 미발육도 아니다. 확실히 ‘여자’티 난다. 혈액형은 B형. 생일은 11월 20일. 전갈자리다. 좋아하는 색은 깊은 바닷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