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8 자신부터 지킬 줄 알아라!
전 날의 아간 보초 담당이 저와 패시였기 때문에 해가 뜬 후 경비를 교체하고 나서 대략 세 시간 정도 깊은 잠을 잤습니다. 제가 일어나보니 패시가 먼저 깨서 무기를 정검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세계수에서 가장 가까운 곳부터 원을 그리며 돌아다닐 거야. 주변 지리를 익혀 놔야 싸울 때 우리가 유리하잖아.”
패시는 소드마스터지만 검을 늘 두 자루씩 갖고 다녔습니다. 한 자루는 평범한 롱소드, 다른 한 자루는 국왕에게 하사받은 백소드 형 사브르입니다. 롱소드는 처음 검을 배울 때부터 지니고 다니다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해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합니다. 백소드는 국왕이 하사한 거라 가지고 다녔는데 검을 잘 모르는 제가 봤을 때 그저 의장용인 줄 알았던 것이 꽤 위력이 대단합니다. 그런데 패시의 말로는 롱소드보다 손이 덜 간다고 합니다.
“도중에 난폭한 원주민이라도 만나면 한바탕 해야겠네?”
“원주민?”
“생명위 숲에 사는 짐승이나 괴물 말이야. 오크나 하급 리자드맨 정도는 있을 거 아냐.”
“쿡.”
아니, 숲에 사는 것들을 원주민이라고 말하는 게 웃긴 일인가요? 뭐, 제가 생각해도 조금은 유치한 표현이기도 했습니다만 패시가 웃으니까 저절로 민망해 지더군요. 패시가 웃을 정도인데 치니비가 들었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뻔했습니다.
“준비 다 됐으면 가자.”
패시를 따라 오두막을 나서니 이미 무장을 마친 치니비와 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치니비는 그저 그랬는데 폴은 소풍가는 것 마냥 살짝 들떠 있는 게 얼굴에 보였습니다. 늘 위험을 지고 사는 딥데어족과 위험은 가급적 만들지 않으려는 뉴노멀족의 차이일까요? 약간 긴장한 저희와는 상반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점차 생명의 숲에 눈이 익숙해졌는지 처음 숲에 들어갔을 때는 보지 못한 것들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평범한 들짐승이야 뻔히 보이는 거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체이서스 그 어디서도 보기 힘든 루-래빗(털이 거칠고 기다는 걸 제외하고는 보통 토끼와 별반 다를 게 없으나 꼬리가 여우 꼬리처럼 길고 맵시 있게 탐스럽다.)과 붉은 시니(여우과 동물로, 평범한 여우의 모습에 꼬리가 두 개라는 것만 다른 것이 시니다. 보통 시니는 황갈색이나 회색인데 붉은 색을 디는 시니는 초청정 지역에서만 살아 그 모습을 보기 힘들다.)가 생명의 숲에 사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루-래빗은 니치비가 발견해서 알려줬고 붉은 시니는 야간 경비 중에 제가 발견했습니다. 책의 삽화를 통해서나 볼 수 있는 특소수종을 직접 눈으로 보니 그건 감격 그 자체였습니다.
풀숲에는 간혹 귀한 약재로 쓰이는 약초도 하나씩 있었는데 숲을 탐색해 보면 희귀식물의 군락지를 찾아낼 지도 모릅니다. 패시는 야간 보초를 서면서 비상시에 쓸 수 있을 법한 풀을 모았습니다. 생명의 숲에는 거의 다급하게 들어온 거라 무기 외에는 제대로 챙겨온 게 없었습니다. 식량은 이미 어느 정도 있었고, 또 며칠에 한 번씩 궁정에서 조달해 주기로 한 덕에 국정 없었지만 비상약은 너무나 부실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패시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숲이니 필요한 건 웬만하면 다 얻을 수 있고, 그것들을 준비하는 건 지금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일 때 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급적이면 혼자 떨어지지 마.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뭔가에 갑자기 걸리면 속수무책이니까.”
“날 염두하고 하는 말 같잖아.”
패시는 우리를 둘러보다가 마지막에 폴에게 시선이 고정됐습니다. 전날의 경고도 있었고, 폴은 자기에게 하는 말임을 알았습니다. 진심으로 패시의 말을 귀담아 듣고 명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따르는 척 정도는 했습니다.
“이제 가자.”
패시를 선두로 생명의 숲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패시의 오른쪽 뒤에는 치니비가, 왼쪽 뒤에는 폴이 나란히 따라갔고 전 제일 뒤에서 그들이 밟고 지난 자리를 그대로 따라갔습니다.
숲의 중심에 해당하는 깊숙한 곳으로 사람들이 찾아와 길을 만들었을 리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다닌 곳은 풀이 지면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짐승이 다니는 길이 안전하겠으나 우리가 움직이기로 정한 경로와는 다르기 때문에 더욱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작은 행군이었습니다.
나무며 풀이 무성하기 때문에 작은 짐승이든 큰 짐승이든 몸을 숨기기 편하고 벌레들이 맘 편하게 걸어 다니기에도 제격이었습니다. 키가 크고 잎이 무성한 나무 덕분에 햇빛을 직접 모조리 받지 않고 잎과 가지 사이로 흘러드는 은은한 햇빛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뜨거운 한여름에도 당당하게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투광도가 멋있었습니다. 숲 속을 돌아다니는 이의 체력을 뺐지 않으면서 주위의 것을 환하게 볼 수 있는 투광은 아무데서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비상시기만 아니었으면 나무와 나무, 가지와 가지, 잎과 잎 사이에서 퍼져 나오는 햇빛을 음미하며 걸었을 텐데 주변 환경이 받쳐주지 못해서 진심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있잖아, 어떤 대담한 탐험가가 쓴 책에 보면 생명의 숲에 버블 난쟁이가 무리지어 산다는데 진짜 있을까?”
“소울족의 시종꾼들?”
“응. 엑시델은 안 읽어 봤어? ‘포르민 마이더스’라는 탐험가가 쓴 책인데 제목이……. 아, ‘낙원과 지옥의 교차점’이란 책이야.”
포르민 마이더스라고 하면은 이미 1세기 전에 세상을 뜬 플리 출신의 탐험가입니다. 체이서스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아직 미지, 오지로 남아 있는 곳을 대담무쌍하게 탐험하는 ‘목숨이 10개인 사나이’라고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가 쓴 기행서나 표류기 등을 몇 권 읽어 봤지만 치니비가 말한 책은 제목조차 처음 들어봅니다.
“그거 생명의 숲을 연구하는 4국 연대 연구회에서 금서로 낙인찍은 책이잖아.”
패시도 그 책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포르민 마이더스의 책 중에서 금서로 지명된 책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 들어봐.”
“나 역시 사람은 아는데 책이름은 처음 듣는 걸. 그래, 낙원과 지옥의 교차점이 시작의 숲이라는 거야?”
“정확하게 말하면 마이더스가 탐험한 일부분이지. 시작의 숲의 북동쪽 어디 라더라고.”
“그곳에 가면 세이버에서만 볼 수 있는 버블 난쟁이를 볼 수 있다는 거지?”
폴의 눈이 순간적으로 반짝 빛났습니다. 버블 난쟁이야 세이버에 가면 숱하게 볼 수 있는데 그들이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산다니까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것 같았나 봅니다.
“그 책 한 번 읽어 봐야겠는 걸.”
쓸데없이 호기심은 갖지 않길 바랐는데 영락없이 관심을 가져버렸습니다. 저도 관심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진귀한 보석이 있다거나 하지 않으면 금서는 읽지 않으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패시마저 제 탐욕(探欲)을 자극했습니다.
“공상적인 내용이 많긴 한데,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희소가치가 A급 이상인 것들이 파다할 거야.”
루-래빗과 붉은 시니는 밀렵 금지 대상이라 손을 못 대고 있는데 그 어떤 금지 목록에도, 보호 목록에도 없는 희소물이 있다면 제 육체는 그것을 향해 반사적으로 움직일 겁니다. 일종의 직업병이겠지요.
“그런데 어째서 금서로 낙인찍힌 거지? 마이더스가 쓴 책의 신뢰도는 상당할 텐데?”
“진실이든 상상이든 공상적인 내용이 사람들을 자극하기 때문이라나? 판도라 상자를 함부로 열었다는 말도 있어.”
치니비의 말에 따르면, 생명의 숲 연대 연구회에서 생명의 숲을 판도라 상자라 지칭하고 탐험과 집필 활동으로 그 상자를 연 마이더스에 대해서 제재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마이더스야 사람들이 제 책을 읽는 거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죽은 지도 100년이 넘었기 때문에 연구회의 제재에 유감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긴 시간 내내 금서로 찍혀 있을 정도로 대단한 게 그 책에 담겨 있는 걸까요?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하다니, 연구회에서 생명의 숲에 대해서 뭔가 숨기고 있다는 얘기군.”
폴의 말이 일이 있었습니다. 일리안 쌍둥이의 말에서는 금서로 정할만한 꼬투리가 없었습니다. 책을 직접 읽은 일리안 쌍둥이가 책에서 이상한 걸 발견하지 못했다니, 우리 같이 생명의 숲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자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이 책에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공개되어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꼭 그런 거 같진 않은데……. 연구회는 늘 새로운 걸 발표하고 증명한다고.”
“아니, 폴의 생각이 맞을 거야. 생명의 숲 연대 연구회가 실은 비밀 결사대라는 뒷소문이 심심찮게 퍼지고 있거든.”
“비밀 결사대? 설마 요즘 시끄러운 하급 종족 말살대 말하는 거야?”
“그쪽은 확실히 아니라고 보는데.”
치니비가 사회 운영에 약간 핀치가 안 맞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엉뚱하게 나갈 줄은 몰랐습니다.
하급 종족 말살대는 최근에 생긴 비밀 결사대로 암살 길드에서 변형된 조직입니다. 윌랜드에는 순수 뉴노멀족만 존재해야 한다는 극단주의자들인데 왕궁에서 이들을 잡아내려고 요즘 골머리 썩히고 있습니다. 벌서 2년은 넘었습니다. 척 봐도 생명의 숲 연대 연구회와는 다르단 말입니다.
“마이더스의 책이 금서로 정해진 게 그 책이 처음 나올 때 부터였다면 연구회의 비밀 결사 경력이 화려하겠는 걸?”
“넌 항상 사실에 근접한 추측만 한다는 거 알지?”
뒤에서 따라가는 중이라 패시의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패시가 꽤나 놀라워하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아니, 조금만 머리를 굴려보면 나오는 거니까. 이왕에 얘기 나온 거 하나 더 추측해 볼까?”
“지금 우리가 포위당했다는 거?”
“아가씨 실력도 멋진데.”
넷은 걸음을 멈추고 바람 소리만 흐르는 그곳을 경계했습니다. 포르민 마이더스의 책과 생명의 숲 연대 연구회에 대해서 갖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뭔가에 포위당해버렸습니다.
“감시당하거나 미행당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금세 포위당했네.”
치니비는 긴장감이 흐를 법한 상황에서도 밝게 웃는 매너를 자랑했습니다. 일행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인지 적에게 ‘호의’를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늘 무표정인 패시와는 상반되면서 오히려 닭살 돋도록 소름끼쳤습니다. 위기를 즐기고 혈전을 갈구하는 분위기라고 하면 과장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제 육감은 적보다 치니비를 경계했습니다.
“끼익!”
나무 위에서 동물의 고막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만약 밤이면 번뜩이는 눈을 볼 수 있었을까요?
“이 소리를 어디서 들어봤더라?”
“웬만한 깊은 숲에서면 볼 수 있는 녀석들이지.”
폴과 패시는 이들의 등장을 절대 반기지 않았습니다. 목표물을 한 번 발견하면 끝가지 따라가고, 한 번 붙잡으면 죽을 때까지 놓지 않고, 개인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 녀석들이니 기피 대상 상위권이라 할 만합니다. 숲 깊숙한 곳을 지날 때면 이들을 의심하고 매 순간 경계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성가신 존재입니다. 가끔 길드 중에서 특이한 길드는 녀석들만 사냥하는 길드도 있습니다.
“온다.”
[휙, 휙]
[샤삭, 휙, 사삭]
보통 사람의 머리통만한 크기 밖에 되지 않는 식인 원숭이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나무 위에서부터 흙바닥 위까지,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30마리는 족히 됐습니다.
“깨악!”
[삭]
패시는 롱소드로 식인 원숭이를 두 도막냈습니다.
“이거 원. 자연 훼손은 실헝서 말이야.”
[삭]
“마법 대신 검을 쓰는 것도 오랜만이군.”
폴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녀석부터 차례대로 죽인 다음에 차츰 앞으로 나가면서 상대했습니다.
[숙, 숙, 숙, 숙]
[휙, 휙, 휘휘휘휙, 휙]
치니비는 검을 다룰 때만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뭔지 모를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식인 원숭이를 하나 둘 베어나갔습니다. 소드마스터들이 검기를 쓰지 않는 이상 원거리 목표물 제거는 제 역할이었습니다. 90%이상의 정확도를 자랑하는 실력을 자부하면서 나무 위에 있는 녀석이나 멀리서 달려오거나 망보는 녀석을 화살 한 발씩 차례차례 제거했습니다.
“꺄악!”
“끼익, 끼익!”
“끼익!”
빠른 속도로 동료들이 죽어가는 것이 보이자 식인 원숭이들은 공격을 멈추고 제자리에 서서 소리만 질러댔습니다.
“자기네가 불리하단 걸 알면서도 죽어도 후퇴는 안 하는 군.”
폴은 한 번의 손목 스냅으로 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습니다. 패시도 피를 털어내고 주위를 경계하는데 치니비는 오싹한 기분이 드는 만족스런 미소에 음침해 보이는 눈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식인 원숭이가 아닌 이상하게 변한 치니비의 눈치를 살피면서 크로스보우에 화살을 채웠습니다.
“보통 이 녀석들 한 무리에 7, 80마리 정도 아닌가?”
“우리가 죽인 것만 해도 8, 90마리는 족히 될 거야.”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들이 시야에서만 1, 20마리였습니다. 천적이 없는지 대단한 수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사냥감은 죽어도 놓치지 않는다는 모토로 사는 녀석들인지라 강자들에게서 죽기는 싫고,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중에 치니비가 앞으로 달려 나가면서 다시 살육을 시작했습니다.
“역시, 저 녀석 맛이 갔어.”
치니비를 혼자 둘 수 없어서 패시를 따라 치니비를 쫓아갔습니다. 식인 원숭이들이 뒤에서 따라왔는데 지나가는 길에 동족의 시체가 줄지어 있으니까 함부로 저희를 덮치지 못했습니다.
“패시, 저 녀석 왜 저러는 거야?”
“피만 보면 흥분해. 피를 볼 것 같은 상황이면 점점 심장박동이 증가하고, 피를 보면 인격이 바뀐 것처럼 사람이 변해서 본능에 따라 닥치는 대로 휘젓고 다녀. 손에서 검을 놓칠 때까지나 대상이 사라질 때까지 그 상태를 유지해.”
딱히 정신병은 아닌데… 이중인격도 아닌데… 변한 모습을 직접 보지 않으면 이 이상한 느낌을 모를 겁니다. 치니비를 어떻게 원래대로 되돌릴지 걱정이 되면서 치니비가 혼자 마구잡이로 설쳐대면서 다치진 않을까 염려가 됐습니다. 뭔가에 홀려서 미친 인간은 많이 봤는데 피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처음이라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제길, 비이!”
“아…… 아?”
“저거… 알아서 늪에 빠지셨군.”
정신없이 앞으로 달려 나가던 치니비는 늪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뛰어들었던 겁니다. 꽤 안으로 들어간 바람에 누군가 같이 늪에 들어가서 건져 와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패- 시-.”
제정신이 든 치니비는 울상을 지으며 패시를 쳐다봤습니다. 다 큰 어른이 뭐 하는 거냐 하시겠지만 치니비는 패시의 영원한 ‘비이’일 뿐이니 이건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나올 수 있겠어?”
“이미 깊게 박혔어.”
치니비는 천천히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허리 위까지 가라앉았을 때 패시가 구하려는데 폴이 가로 막았습니다.
“내가 마법으로 꺼내면 돼. 그 전에……. 어이, 치니비 일리안. 개인행동을 하지 말라는 패시의 말을 이렇게나 무시할 수 있는 거야?”
폴은 치니비를 내려다보면서 배시시 웃었습니다. 치니비는 불쌍한 강아지의 눈으로 폴을 간절하게 쳐다봤습니다.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걸.”
“자기 하나 간수 못하면서 뭘 지키겠다는 거야?”
순간적인 표정 변화에 폴이 화가 났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딥데어족은 신경이 예민해지거나 화났을 때 살기를 풍기는데 폴도 음산한 살기를 풍겼습니다. 그동안 치니비는 목까지 잠겼습니다. 패시는 제 동생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침착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잘못했어요. 앞으로 조심할게요.”
'은하수의 소설(Original) > 한달간의성전수호록(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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