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das Phantasie[환상곡] - das zweite Spiel[제 2 연주]

★은하수★ 2009. 3. 30. 17:11

<공지>

1. 이것은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없습니다!

3. 가히리 소설은 처음 쓰는 거니까 너그럽게 봐주시고, 졸작은 싫다 하시면 '뒤로'버튼을 살포시 눌러주십쇼!

4. 제가 무지 바쁜 와중에 쓴 것이라... 말도 안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1편보다 양이 좀 적습니다

5. 바리아의 인간관계를 새로 설정했습니다! -미리 말했습니다!!

6. '그 녀석'의 존재에 대한 힌트를 드리자면 먼저번에 스파나, 쇼이치라 말해주셨던 분들... 아닙니다. 가히리를 정독하신 분들이라면 의문을 가질 수 있을 법한 숨겨진 캐릭터입니다. 참고로 아마노 여사께서 대놓고 보이지 않은 캐릭터나 충분히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캐릭터이니 심히 고찰해주시기 바랍니다.

 

 

 

das zweite Spiel[제 2 연주]

 

7현자 중에서 제일 총명하고 사려 깊은 베르데. 그의 전사 소식은 빛의 궁뿐만 아니라 밤의 궁도 슬픔에 휩싸이게 했다. 베르데의 자식을 가장 높게 평가했던 마몬은 둘도 없는 전우의 죽음을 누구보다도 가슴 아파 했다. 가뜩이나 조그만 몸을 바닥에 붙도록 엎드려서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 7현자씩이나 돼서 친구가 죽었다고 그렇게 채신없이 우냐 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밤의 성 성주 잔자스보다도 잔혹한 사람이다. 잔자스도 애도의 마음으로 제 스승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누가 마몬을 비하할 것인가.

“우오오이! 마몬이 돌아왔다면서!”

밤의 성 영지 북쪽을 정리하고 돌아온 스페르비 스쿠알로는 거칠게 찢긴 푸른 망토를 휘날리며 알현실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성주에게 예를 갖추고 보고를 올리는 격식 따위야 뒷마당 호수에 풀어 논 상어한테 던져준 지 오래였다. 성주 잔자스를 허물없이 대할 수 있는 건 그의 스승 마몬을 제외하고 스쿠알로가 유일할 것이다.

스쿠알로는 닥치는 대로 밀고 들어오다가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꼬물꼬물한 물체를 보고 흠칫 놀랐다. 남색 벨벳 조끼가 아니었으면 둥근 검정 덩어리가 마몬인지 못 알아 봤을 것이다. 마몬의 무사 귀환 소식을 듣자마자 잽싸게 돌아왔는데 모든 흥분을 다 깨버릴 만큼 스산한 분위기 때문에 사고 회로가 잠깐 끊겼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했지만 성주 잔자스의 눈초리도 별로고 벨페고르가 옆에서 팔을 붙잡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스쿠알로는 나름 작게 말한다고 한 거지만 워낙 목소리가 큰 편이라 알현실 내에 있는 모두가 그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를 잡고 있던 벨은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는 스쿠알로의 멱살을 잡고 자기 쪽으로 가까이 끌어당긴 다음에 작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주인님이 진정한 다음에 물어봐도 되잖아.”

“그야…….”

“내가 마몬을 달래고 올 때까지 성주님이랑 있어. 절대 따라오지 마.”

“우오오이-. 네 멋대로…… 읏.”

“알았지?”

벨이 목에 감겨 있는 망토 천을 확 조이는 바람에 스쿠알로는 별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보다 서열도 낮고 나이도 어린 기사에게 꼼짝없이 당하다니 수석 기사 체면에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몬 일이라면 벨이 제일 민감하게 구니까 자기 성격에 안 맞게 참고 넘어갔다.

벨은 마몬에게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볼 전체가 눈물범벅이 된 걸 보니 눈이 얼마나 퉁퉁 부었을지 감이 왔다. 마몬이 이렇게 넋 놓고 우는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마몬의 수제자 프랑이 무의 성과의 전투에서 자폭하다시피 죽었을 때, 딸 마냥 키운 아이가 충성을 맹세한 성주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실은 어떻게 보면 자랑스러운 일이고, 또 다르게 보면 바보 같은 일이었다. 잔자스의 기사이기 전에 마몬의 수하인이었던 벨은 그 슬픔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걸-아직 마음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머리로 알고 있었다.

“성주님. 마몬께선 진정할 시간이 필요하니 잠시 물러나겠습니다.”

성주 잔자스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엄연히 말하면, 벨은 잔자스를 따르는 기사가 아니라서 벨이 원하지 않는 것을 명령할 수도, 심지어는 부탁이나 권유도 할 수 없었다. 마몬의 사람이기 때문에 마몬이 성주로 모시는 자를 형식적으로 성주라 부를 뿐, 성주에게 충성의 맹약을 한 것도 기사의 칭호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흉내 냈을 뿐. 잔자스는 벨이 유용한 인재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감내하고 있을 뿐……. 이것이 이들 관계의 전부다.

“성주, 마몬이 왜 저러는 거야?”

“무의 성 성주가 현자 베르데를 죽였대.”

과묵한 성주 대신에 기사 중에서 가장 촐랑대고 한시도 혀를 가만히 두지 않는 룩스리아가 대답했다. 그는 망토 대신에 실크 허리띠를 차고 있었다. 게다가 혼자 민소매 제복을 입었다.

“우오오이-. 그 녀석 미친 거 아니야?”

“그거야 모르지-. 7현자를 죽이고-, 창공의 성을 접수하고-, 빛의 성까지 손대려고 하니까-. 미쳤다면 미친 걸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50단 콤보의 위력이 알현실을 흔들었다. 귀를 막는 타이밍을 놓친 룩스리아는 머리가 띵- 한 상태에서 마몬이 들어온 후에 급전개 된 사건들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스쿠알로는 마몬이 검정 덩어리가 됐던 이유를 알게 되자 기분이 묘하게 복잡했다.

“녀석은 아직도 여기보단 7현자가 우선인 건가?”

육탄전에 뛰어난 밤의 성에서 유일하게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몬은 붕- 뜬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성주의 스승이라 밤의 성에 충실하게 있었지만 공감대는 별로 없었다. 그랬다가 최근 들어서 무의 성이 멋대로 날뛰기 시작하자 점점 하나로 뭉치는 듯싶더니, 결국은 성주가 없으면 미련 없이 성을 떠날 위인이었던 것이다. 스쿠알로는 마몬도 벨도 눈엣가시 같지만 성주가 보호하고 있어서 조금의 해코지도 할 수 없었다.

“내 스승이란 자는……. 저주를 풀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그 동지들이 하나 둘 죽어 가는데 어떻게 슬퍼하지 않을 수 있지? 넌 다른 기사들이 죽어나가도 슬퍼하지 않을 거냐?”

“그……! 뭐, 성주 말을 들어보니까 조금은…… 이해해.”

성주 잔자스는 스쿠알로의 짧은 식견을 위엄 있게 지적했다. 현자 리본의 말을 빌리자면, 밤의 성 성주와 현자 마몬은 불협화음이고 필요 없는 관계지만 의외로 잔자스가 성주답게 성주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마도 밖에선 보이지 않는 유대감 때문이리라.

“근데 스쿠~. 북쪽은 어땠어?”

스쿠알로는 팟 하고 정신이 들었다. 룩스리아가 아니었으면 완전히 잊고 지나갈 뻔했다.

“그래, 거기! 성주! 무의 성에서 세작(=첩자)을 풀어놨었어. 당연히 내가 싹 쓸긴 했는데, 그 녀석들 ‘트리니셋테’라는 이상한 걸 묻고 다녔다더군. 혹시 알아?”

“트리니셋테?”

잔자스가 반문한다는 건 그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보통 때 같으면 흘겨 들었겠지만 무의 성에서 손 대고 있는 것이라니까 구미가 당겼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백란이 하고 있는 일에 훼방을 놓고 싶었다. 먹잇감을 찾은 맹수의 눈과 놀이감을 찾은 광대의 미소. 잔자스의 표정을 읽은 스쿠알로와 룩스리아는 그가 어떤 명령을 내릴지 충분히 감 잡았다.

“찾아 내. 그 트리니셋테라는 거…… 찾아 내, 당장.”

“Yes, my lord!”

장엄한 목소리가 두 기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간만에 생긴 흥밋거리에 성주 잔자스와 기사들의 심장이 공명(共鳴)했다.

이제 마몬에게로 가보자. 지금이 아니면 그에 대해 자세히 말할 기회가 없을 테니 말이다. 여기서 잡소리 한 가지 더하자면 마몬의 성별은 그의 수제자 프랑 밖에 모른다. ‘그 혹은 그녀’라고 하자니 너무 길어서 ‘그’라고만 하겠으니 본인이 이렇게 군소리 하고 있는 걸 이해해주기 바란다. 참고로 난 지금 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이들 눈에는 띄지 않고, 이들과 같이 있는 것이 아니면서 이들을 훤히 아는 자. 여기까지만 밝혀두겠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점점 생명력을 잃고 있는 귀여운 아이는 창밖의 무엇을 보는 것인가. 회색빛의 절벽을 바라보는가, 검붉게 흔들리는 먼 하늘을 바라보는가, 그것도 아니면 어떤 것에도 초점을 맞추지 않고 텅 빈 눈을 하고 있는 건가. 저주를 풀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져 있는가, 친구를 잃었다는 상실감에 젖어 있는가, 그것도 아니면 자신의 운명이 꼬인 것에 증오감을 품고 있는가.

“마몬, 따뜻한 차라도 드십쇼.”

거구의 레비 아 탄이 몸집에 안 어울리게 사근사근했다. 그는 존경하는 마몬이 복잡한 심정으로, 의미 불명의 눈으로 창틀에 앉아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다른 수식어는 필요 없었다.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레비, 그만 나가봐.”

“벨페고르가 그렇게 말한다면……. 푹 쉬십쇼.”

레비가 나가고 아무런 칠도 하지 않은 참나무 문이 조용히 닫혔다. 그와 동시에 마몬의 뺨 위로 또다시 눈물이 흘렀다. 눈앞에서 동지가 죽음을 당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 다른 동지가 그것도 가장 친애하는 전우가 모르는 곳에서 그렇게 죽다니, 현실을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다.

“주인님. 제가 죽어도 지금처럼 울어주실 겁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마몬은 소매로 눈물을 대충 훔치고 고개를 홱 돌렸다. 마몬의 두 눈에 들어온 벨은, 긴 앞머리로 가려진 얼굴이지만, 진지했다. 주인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입을 야무지게 꾹 다물고 주인을 똑똑히 쳐다봤다.

“주인님을 위해 버리기로 한 목숨. 주인님이 절 위해 울어주신다면 당장이라도 무의 성으로 가겠습니다.”

“누가… 누가…… 웃기지 마! 내가 운 건 누굴 위해서가 아니야. 그저, 내가… 내가 비참해서……. 왜, 내… 내 사람들만 죽는지, 그게 짜증나서……. 그래, 그런 거라고!”

“저도 주인님의 사람. 그러면 제가 죽어도 그렇게 울어주시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벨……? 앉아! 가지 마! 절대 안 돼!”

마몬은 창틀에서 뛰어내리자마자 문 앞으로 달려가서 벨의 앞을 막았다. 절대 못 보낸다는 듯이 양팔을 최대로 벌리고 턱을 치켜 올렸다. 꾹 다문 입은 입술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머리 위의 수정 구슬도 주인의 기분에 동요하여 불규칙한 빛을 발했다.

“제가 주인님에게 해를 끼치는 녀석을 죽일 겁니다.”

“안 돼! 가지 마! 넌… 백란을, ‘그 녀석’을 이기지 못 해.”

마몬은 정체불명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솔직히 마몬 본인은 그 공포가 어디서 왜 생긴 건지 알고 있었지만 발설할 수 없었다. 세상에 드러내기엔 시기상조라는 것이 7현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런데 마몬의 이런 불분명한 태도가 벨을 더 조급하게 했다.

“저 까지 녀석의 손에 죽어야 주인님이 더 이상 울 일이 없지 않겠습니까.”

마몬을 떠보기 위해 한 마도 장난삼아 한 말도 아니었다. 단어 하나하나가 진심이 담긴 충언이었다. 그렇지만 벨의 주인 된 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누가 너보고 죽으라고 했어? 죽으면 내 짐이 줄어들 테니까 그게 날 돕는 거라고 생각한 거야? 틀려, 아니라고. 내가 바라는 건… 내가 지켜줄 테니 그저 살아 있으면 하는 거야. 멋대로 죽어버리면 내가 무능력한 인간이 돼 버리잖아.”

“사는 것을 원하십니까?”

“세상에서 죽길 바라는 것처럼 바보 같은 것도 없어.”

“주인을 위해 죽으면 안 되는 겁니까?”

“그게 아니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래. 넌 내가 우는 게 싫은 거잖아. 그렇다면 죽지 마. 끝까지 살아남아. 주인을 위해서 죽는 건 주인이 허락했을 때뿐이야. 지금 넌 끝까지 살아남아. 그게 내 명령이야.”

마몬은, 주인을 절대적으로 우선하고 어린 아이같이 고집부리는 벨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대화가 아니라 명령을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주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설사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여 움직인다 해도 그건 대개 극단적인 처리라서 뒤처리가 더 골치였다. 이번만 해도 그렇다. 자기마저 죽으면 주인은 더 이상 울 일이 없어진다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가. 마몬은 마지막 남은 자신의 사람-잔자스도 있지만 그는 어떤 일에서나 머릿수에 넣지 않는 습성이 있다.―을 이렇게 어이없게 잃을 순 없었다.

“그러면 저는 프랑을 부러워하면 안 되는 겁니까?”

“프랑이 부럽다니……. 설마 날 위해 죽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야. 프랑은 너하고 달라. 성주에게 충성맹세를 한 성주의 기사고, 기사로서 죽었어. 네가 생각하는 것과 의미가 많이 달라.”

벨은 마몬을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다가 또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는 충실한 인형이나 다름없었다. 마몬은 자아가 있으면서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이 거대한 인형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 정도 공중부양이야 그에겐 일도 아니라는 것쯤은 이 둘을 지켜보는 당신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마몬이, 아니 7현자 모두가 두려워하는 대상은 백란 그리고 그의 배후에 있는, ‘그 녀석’혹은 ‘그 자’라고 불리는 자다. 특히 ‘그 자’의 존재는 7현자가 극비로 두고 있는 사항이고 그들 외에 알고 있는 자는 빛의 성 성주 한 명 뿐일 것이다. 당신은 누군지 알겠는가. 글쎄, 백란이 빛의 성을 향해 본격적으로 검을 들이대기 시작하면 ‘그 자’가 공식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