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단편] Ein Präludium(서곡)

★은하수★ 2009. 4. 4. 10:24

<공지>

1. 이건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 없다고 칩시다.(독자의 관점에 따라 있을 수도 있어 보이지만 전 없다는 가정 하에 쓴 겁니다<뭐얏!)

3. 제가 원래 연재하던 중편 [환상곡]을 쓴 공책이 집에 있는 관계로 학교 컴실에서 급하게 이 단편을 아주 짧게 씁니다. 그런 고로 상당히... 이상할 지도 모르니 졸작은 싫다 하시면 상큼하게 '뒤로'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4. 이건 아르꼬바레노가 만들어 진 이유를 제가 상상해 본 저만의 '가설'입니다. 어쩌면 제 중편 [환상곡]과 연결될 가능성은 0%입니다.

 

 

--------------------------------------------------------------------

Ein Präludium(서곡)

 

  검은 정장을 날이 서도록 반듯하게 다림질 하고 심지어 넥타이까지 정성스럽게 다리미로 문지른다. 그가 입을 것들 중에 중절모만 다리지 않을 거다. 아무래도 그건 다리기 어려운 모양새니까.

  그 옆의 창가에는 그가 너무 아끼는 애인의 사진이 오동나무 액자 안에서 웃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애인이자 얼마 전에 자취를 감춘 여인. 최고의 히트맨 중 한 명이라는 그 조차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어디에서도 죽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걸까? 그는 다른 애인들이 뭐라 하던 그녀를 찾아다니고 있다.

  다림질을 막 끝낸 따끈한 정장을 와이셔츠 위로 멋지게 걸쳐 입는 순간 다량의 살기가 그의 오감을 자극한다. 대략 8명 정도 되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태연하게 모든 것을 정갈하게 갖추고 덤덤하게 그가 애용하는 권총을 챙겨든다. 14발짜리 권총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을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 그렇다. 앞서 언급했지만 그는 최고의 히트맨 중 한 명이다. 고작 마피아 패밀리 말단 조직원 8명 정도야 그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

[탕! 탕! 탕!]

  밖에서 초속사형으로 개량된 라플 소리가 났다. 반동을 최대한 줄였지만 소리는 기존 라플과 맞먹어서 개량이래 봤자 별 거 없었다. 넥타이까지 다려 매는 그는 그 라플의 주인이 누군지 금방 알아챘다. 그리고 짧게 한숨을 쉬며 권총을 도로 허리춤에 넣었다.

“무슨 잔챙이들이 쉬도 때도 없이 몰려 오냐, 임마.”

  이마에 두꺼운 두건을 둘러매고 긴 라플을 오른쪽 어깨에 진 남자가 멋대로 안으로 들어왔다. 랄 미르치에게서 군대식 히트맨 교육을 받은 코로네로였다. 그도 랄에게서 교육을 받은 바가 있기 때문에 코로네로와는 면식 있는 사이보다는 좀 더 친하고, 친구 사이보다는 좀 덜 친한 어중간한 친분을 공유하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을 했군.”

“남이 도와주면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해라, 임마.”

  코로네로는 그를 지나쳐 창가 옆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분명 그가 ‘품위 없군.’이라고 했겠지만 코로네로니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나, 얘 봤어.”

[철컥]

  한 순간이었다. 그는 권총을 꺼내고 탄을 장착해서 코로네로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대기까지 3초도 걸리지 않았다. 3초? 우습다. 그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은 필요 없었다.

  일단 코로네로도 이름 깨나 날리는 히트맨이고 그가 정말로 자신을 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갑작스런 상황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란 사실까지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네 눈엔 안 보이고 내 눈엔 보이니까 분하냐? 임마.”

“…… 어디서 본 거냐?”

“글쎄. 히말라야 근처? 아니면 우랄 산맥 부근?”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야.”

  히말라야와 우랄 산맥이 서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데 그 두 군데를 헷갈릴까. 그는 총구로 코로네로의 이마를 세게 짓눌렀다. 그런데 코로네로는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농담도 장난도 아니었다.

“두 군데서 다 봤다면… 나만 본 게 아니라면 어쩔 거야?”

“말도 안 돼. 그 녀석…… 산이라면 질색을 한다고.”

  코로네로의 이마를 노리는 총구는 좀처럼 떨어질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순흑색의 로브와 순백색의 가면. 그리고 피보다 붉은 나비 문양. 고대 이집트에서 추방된 시간의 일족 부족장의 차림새랑 똑같더군.”

“랄… 미르치…….”

  군복을 입은 여자가 권총을 들고 있는 그의 오른손을 아래로 내렸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함을 보이지 않고 냉정함을 지키는 그였지만 사라진 애인의 이야기가 최근 회자되고 있는 누군가와 겹치자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시간의 일족. 고대 이집트의 8대 주술사 부족 중 제일 힘이 강한 부족으로 이집트 왕 못지않은 권력과 재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부족장을 특이하게 불렀다. 남성일 경우는 ‘시간의 기사’ 그리고 남성일 경우는 ‘시간의 마녀’라 부르고, 다음 대에게 부족장 자리를 물려 준 후 죽지 않고 뒤에서 일족을 감시하는 선대 부족장을 ‘시간의 노예’라 불렀다. 이렇게 독자적인 체계를 가지고서 점점 세력이 커지자 이집트 왕이 나머지 7대 주술사 부족을 한데 모아서 시간의 일족을 추방하고 비밀리에 학살까지 저질렀다고 한다. ‘몰살’이 아니라 ‘학살’을 했다. ‘몰살’을 했다면 고대 이집트는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았으리라. 그러던 중 7대 주술사 부족이 그들이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찍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무엇보다도 괴로운 영생의 저주(시간의 일족이 아닌 다른 이가 죽이지 않는 이상 죽지 않는 저주)를 걸었다.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있는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피가 섞이고 선대보다 힘이 약해진 7대 주술사 부족의 후예들을 차근차근 죽이고 있다 한다.

  먼 옛날의 분노를 지금에 와서 아무 사정도 모르는 이들에게 쏟아 붓는 행동은 용서받을 수 없었다. 게다가 7대 주술사 부족의 후예들은 주술력이 약해졌지만 대개 일반인보다 체력이나 기타 능력이 강하기 때문에 마피아계의 히트맨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각 패밀리는 시간의 일족을 죽이는데 협력하고 유능한 히트맨들에게 의뢰했다.

“이 녀석이 사라진 것도 그 즈음이었지.”

  그는 봉고레 보스로부터 시간의 일족 중 마지막으로 살아남아 있는 ‘시간의 마녀’를 죽여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 의뢰를 받은 자는 모두 7명. 공교롭게도 각 7대 주술사 부족의 후예였다.

“솔직히 평범하진 않은 일반인이었잖아. 네 애인들 중에서 유일하게 히트맨이 아니었고 그러면서 네 히트맨 생활에 대해 불만 하나 갖지 않았지.”

“어제는 바이퍼랑 스칼이 나일강 상류의 거대한 신전에서 이 녀석을 봤대. 임마. 시간의 일족 부족장만이 다룰 수 있다는 석판을 손쉽게 꺼냈다더군.”

“…….”

  그랬다. 그는 맨 처음 그녀를 만났던 때를 기억하고 그것이 우연이 아니었단 걸 깨달았다. 너무나 특별한 만남과 특별한 인연. 하지만 그건 그를 죽이기 위한 기회를 노린 그녀의 철저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

.

.

.

.

.

  그녀로부터 초대장이 날아왔다. 올림푸스 산으로 오라는 초대장. 봉고레 패밀리가 시간의 마녀를 죽여 달라고 의뢰한 7인의 히트맨에게 그녀의 초대장이 보내졌다.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는 이 짧은 서곡을 읽은 당신이 화자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