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 군 중심, [오페라]가 무크로 군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히바리군 중심입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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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movement
봉고레 왕이 젝스 리터를 한 자리에 모으고 심도 있는 대담을 열었다. 주제는 주변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한 것이었으니, 캬발로네 왕국의 제 1왕자를 차기 왕으로 세우는 일이었다.
현 캬발로네 왕이 병석에 누워있는 바람에 모든 권세가 그의 애첩, 퐁파두르 부인에게 몰렸다. 그녀는 친 제 1왕자, 제 2왕자 세력을 모조리 제거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 두 왕자를 괴롭혔다. 다 자신의 친아들 제 3왕자를 차기 왕으로 앉히기 위해서였다. 피의 3년. 제 1왕자와 제 2왕자를 지지하는 세력이 모두 제거되자 곧이어 제 2왕자가 독살됐다. 퐁파두르 부인의 짓임이 틀림없지만 누구도 왕자의 죽음에 대해 논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맞서던 제 1왕자는 결국 숨겨둔 자기 세력을 이끌고 봉고레 왕국에 망명을 청했다. 캬발로네 왕국의 일을 분하게 생각했던 봉고레 왕은 망명을 거절하고 캬바로네 제 1왕자에게 쿠데타를 권유했다. 어차피 민심은, 사치와 물욕에 찌든 퐁파두르 부인이 아닌 사려 깊고 성실한 제 1왕자에게 쏠려있었다. 봉고레 왕의 끈질긴 설득 덕분에 제 1왕자는 쿠데타를 결심한다.
“폐하는 항상 저지르고 보시는 겁니까?”
리터 폰 네벨(Ritter von Nebel : 안개의 기사)은 한 마디 상의 없이 멋대로 군대 지원을 약속한 왕을 탓했다. 하지만 왕은 생글생글 웃으며 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그래봤자 다들 자신을 따를 것이란 사실을 아주아주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할 일도 많은데 빨리 진행해 볼까요? 디노 캬발로네 왕자는 오늘 정오에 성을 나갈 겁니다. 그가 캬발로네 왕국으로 한 발짝 들이는 순간에 지원 군대를 출병시킬 생각입니다. 지휘자는 아무래도 군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통솔할 수 있는 리터 폰 쉬트름(Ritter von Sturum : 폭풍의 가사)과 일을 가장 빨리 결착 지을 수 있는 리터 폰 네벨로 정했습니다.”
왕은 이미 혼자 모든 것을 정하고 확정까지 한 상태였다. 이는 디노와 대담을 나눌 때 결정된 것 중에서도 자신이 임의로 훗날 정할 사항에 해당했다. 즉, 지원 군대의 수는 디노도 아고 있지만 언제 파병되는지, 누가 지휘관인지는 캬발로네 왕국의 영지 내에서 지원 군대를 맞은 다음에야 알 수 있다. 대담이 끝난 다음에 봉고레 왕은 가장 현명한 처사를 위해 밤새 군대의 이동 속도와 디노 일행의 이동 속도, 그리고 캬발로네 왕국 내부의 정치 변화 속도 등을 복합적으로 계산했다.
“이미 그렇게 정하셨으면서, 저희를 불러 모은 의미가 없잖습니까.”
젝스 리터 중에서 제일 나이가 어린 리터 폰 블리츠(Ritter von Blitz : 번개의 기사)가 투덜거렸다. 그의 왼쪽에 서있는 히바리는 자신이 출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당연히 자신이 지원병을 지휘할 줄 알았다. 그래서 이의를 제기하려는데 리터 폰 블리츠가 왼팔로 막았다.
“하지만 폐하의 말씀 중에 납득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어째서 리터 폰 볼케가 이번 일에서 빠지는 겁니까? 캬발로네 왕국이 지리를 제일 잘 아니까 당연히 그가 가야죠. 아무리 군을 잘 이끌고, 일을 빨리 끝낼 수 있는 능력자라 한들 길눈이 어두우면 말짱 꽝입니다.”
어린 만큼 표현이 솔직하고 적나라했다. 그가 히바리를 가로막고 그이 말을 대신 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히바리가 스스로 자신이 나가겠다고 하는 것보다 리터 폰 블리츠가 그를 지지하는 것이 남이 보기에 모양새가 좋기 때문이었다. 봉고레 왕은 처음부터 줄곧 생글생글 웃고 있었는데 이것을 노렸던 모양이다. 처음부터 히바리를 시키면 될 걸, 일부러 빙 돌려서 귀찮게 질질 끄는 이유를 모르겠다. 단지 장난을 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중요한 국제적 사무를 두고 어찌 장난을 치느냐 비판해도 어쩔 수 없다. 봉고레 왕은 그만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있는 것이다. 재위 기간 11년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짐도 인간이에요. 실수를 할 수 있는 법이랍니다. 그러면 어떡할까요? 전 무조건 젝스 ㄹ터 중 두 명을 보내고 싶은데 말이에요. 한 명은 필연적으로 리터 폰 볼케면, 다른 한 명은 우연적으로 리터 폰…… 조네로 할까요?”
리터 폰 조네, 사사가와 료헤이는 상관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왕이 그를 히바리의 파트너로 선별한 이유는 역시 별 거 없다. 그냥 젝스 리터를 둘러보다가 그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전원이 하나같이 다 개성 있고 특출나게 강하기 때문에 누굴 내보내든 상관없었다. 왕이 그들에게 명령을 내릴 때 보면 항상 그 날 기분에 따라 정하는 거지 누구에게 적합한 가를 판가름 하는 것이 아니다. 아, 리터 폰 네벨 만큼은 예외가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구차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들이 잘 알 거라 생각한다.
“폐하. 리터 폰 볼케는 캬발로네 왕국에 들어서면 다신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 자입니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는 원래 캬발로네 출신이에요.”
왕은 동그란 눈을 연신 깜박 거리며 리터 폰 네벨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건, 그런 식으로 말했다간 다음 봉급을 깎아버리겠다는 무언의 의지가 포함된 것이었다. 리터 폰 네벨은 히바리를 원체 달갑지 않게 여기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왕이 직접 감싸니 그가 고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할 말 없으면 리터 폰 볼케와 리터 폰 조네만 남고 모두 자리로 돌아가세요.”
왕이 옥좌 오른쪽에 있는 수정구에 손을 대자 네 리터의 발밑에 마법진이 그려졌다. 그리고 네 리터는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텔레포트 됐다. 일일이 걸어 다니는 시간을 절약하고 다리품 파는 수고를 덜기 위해 왕이 궁정 마법사와 같이 만든 장치였다. 솔직히 말하면, 왕이 된지 얼마 안 됐을 때 업무를 밀쳐내고 심심풀이로 만든 것이다. 성 내부 곳곳에 왕의 별난 작품이 숨어 있으나 긴 설명은 생략하겠다.
“캬발로네 왕국의 현재 내부 사정은 각각 다른 루트를 통해 알고 있죠?”
아마도 ‘캬발로네 왕국의 내부 사정에 대해, 리터 폰 볼케는 디노 캬발로네 왕자에게 들었고 리터 폰 조네는 외교 회의 자리에 참석했기 때문에 알고 있죠?’라는 긴 문장을 저렇게 짧게 말한 것이리라. 당사자들은 왕의 말을 재주껏 잘 알아들었다. 어려운 비유를 든 것도 아니고 외국어로 말한 것도 아닌데 주군의 말을 못 알아듣겠는가. 여하튼 캬발로네 왕국에 대한 군대 지원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히바리는 잔뜩 긴장했다. 타국의 군대를 이끌고 모국으로 (쳐)들어가는 건데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디노를 위해서, 모국의 장래를 위해서라는 명목을 스스로 세우고 자기합리화 하는 중이다.
“몰래 심어 놓은 첩보원의 말에 의하면 퐁파두르 부인이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군사의 수가 거의 2천 명이래요. 실질 권력자 치고는 적은 수입니다. 아마도 군대에는 리터 폰 볼케의 영향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는 뜻이겠죠.”
“그 여자가 군대를 해산시켰을 리 없지만, 그래도 제가 이곳에 오기 전보다는 규모를 줄였을 겁니다.”
히바리는 2년 전 기억을 더듬으며 왕궁 내와 왕실의 권력이 미치는 외부 군사 수를 빠르게 계산했다. 퐁파두르 부인이 통솔할 수 있는 수를 빼고 디노의 뒤를 따를 최소 군사 수를 어림잡아 봤다. 약 2천 5백 명. 최소수인데도 여우같은 여자가 부릴 2천 명보다 더 많았다.
“디노 왕자님도 알고 있습니다. 군사를 일으키면 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무력을 통해 권력을 쥔 자들은 모두 역사의 이슬로 빠르게 사라졌어요. 그래서 제가 군대를 지원하려는 겁니다. 외국에서도 디노 왕자를 지지한다. 이만한 명목이 어디 있겠어요.”
봉고레 왕은 전쟁을 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위협용이었다. 젝스 리터 중 두 명씩이나 지휘관으로 보내는 것도 디노 왕자를 지지하는 봉고레 왕의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기 위해서였다. 히바리는 왕의 속뜻을 알고 나서 감탄과 동심에 안심했다. 모국에 타국 군대를 끌고 가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어졌다.
“혹시라도 퐁파두르 부인이 군대로 맞받아치면 극한으로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 리터 폰 조네가 사람 이름을 정확하게 외울 때도 있군요!”
“폐하. 우리 군대가 타지에서 싸워야 한단 말입니다. 극한으로 문제가 될 겁니다.”
“아니. 처음부터 캬발로네 왕국의 비정상적인 사태 때문에 원군을 청한 식으로 둘러대면 우리 영토 위에서 싸운다 해도 어느 누구도 비난하지 못해.”
“이봐, 히바리…….”
처음부터 전쟁을 목적으로 타국에 군대를 보내면 주변 국가는 숨죽이고 사태를 지켜본다. 타국의 왕실 문제나 왕위 계승 문제 때문에 군대를 보내면 전쟁을 일으킬 시에 엄청난 국제적 비난거리가 된다. 타국의 비상시국을 구제하기 위해 원군 요청을 받아들인 후 군대를 출병시키면 약탈이나 강화만 맺지 않으면 다 정당화된다. 국제세계란 이렇게 어떤 명목을 미리 붙이느냐에 따라 똑같은 행위가 각각 다른 평가를 받는다. 정치나 전쟁에 관심 없는 독자들에게는 머리만 아프고 재미없는 사설인지도 모르겠다.
“리터 폰 볼케. 당신은 너무 딱딱해요. 말랑말랑한 디노 왕자님과는 찰떡궁합인지도 모르지요. 그런 의미에서 당신에게는 특별 명령이자 마지막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현재 디노 왕자님 일행이 정오에 출발할 거라고 캬발로네 왕국에 기별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왕자님 혼자 한 시간 일찍 몰래 지름길로 입국할 겁니다. 그가 무사히 그의 계획을 완수할 수 있게 곁에서 지켜주세요.”
히바리는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봉고레 왕은 그가 이해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텔레포트 장치를 발동시켜서 그를 디노에게 보냈다. 출발 준비를 마치고 마음을 가다듬던 디노는 히바리가 갑자기 나타나자 깜짝 놀랐다. 히바리는 봉고레 왕 대신에 눈앞에 보이는 디노를 찬찬히 살폈다. 암살자처럼, 비밀 첩보원처럼, 자객처럼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가벼운 차림이었다. 튼튼하게 특수 제작된 평상복과 멋대로 휘날리지 않는 망토, 그리고 무기는 얇고 가볍지만 웬만한 것보다 강도가 높은 검 한 자루. 이게 전부였다. 디노를 모르는 이가 그를 보면 평범한 모험가로 여길 완벽한 복색이다.
“뭘 할 생각이십니까?”
“미안, 쿄야. 말했다간 화낼 것 같아서 몰래 준비하고 있었는데 들켜버렸네.”
디노는 멋쩍게 뒷머리를 긁었다.
“퐁파두르 부인이 아무리 나라를 쥐었다 폈다 해도 국경 지대는 손댈 수 없어. 그래서 봉고레 왕국에 오기 전에 이미 그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 놨어. 내가 없는 동안 튼튼한 울타리가 돼 달라고 말이야. 그리고 여기 군대가 도착하기 전에…….”
“왕자님께 먼저 국내 군대가 있으면 백성들이 왕자님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대신들도 그 여자를 마음 놓고 거역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셨습니까?”
“역시 쿄야! 내 생각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니까.”
히바리가 화낼까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는데 화내기는 커녕 담담하게 받아주니까 기뻤다. 히바리는 가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디노의 어깨에 두 손을 얹었다.
“군신 관계 이전에 친구야. 주군으로서 명령을 내리기 싫으면 최소한 친구로서 도와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잖아. 솔직히 까고 말해서 네가 언제 내 눈치를 봤는데?”
히바리가 기사단장이 된 후로 디노에게 말을 논 적이 없었다. 신분을 무시하고 편하게 같이 뒹굴던 때처럼 디노를 대했다. 지금 외로움을 타는 디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도 아닌 ‘옆에 있어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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