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die Symphonie[교향곡] - 3rd movement[3악장]

★은하수★ 2009. 6. 23. 11:36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 군 중심, [오페라]가 무크로 군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히바리군 중심입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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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rd movement(3악장)

 

디노 캬발로네와 히바리 쿄야는 봉고레 왕이 준 말을 타고 초원과 사막의 중간쯤 되는 벌판을 질주했다. 외교 사절단이 정식으로 이용하는 길은 수포가 초원을 가로지르는 포장된 길이다. 공식적인 행차이기 때문에 안전한 길을, 공인된 길을 사용한다. 그런데 지금 이 두 사람은 빠른 시간 내에 캬발로네 왕국으로 들어가야 한다. 봉고레 왕국과 캬발로네 왕국을 오가는 지름길 중에 가장 짧은 것은 사방 천지 확 트인 벌판을 지나 조그만 항구에서 배를 타고 바단 연안을 끼고 이동하는 길이다. 넓은 벌판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확률상 매우 적고, 항구는 작은 규모라도 나름 요충지라서 별별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혹시 퐁파두르 부인이 봉고레 왕국에 첩자를 보내도 히바리와 디노의 이동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만약 마법에 능통한 자라면 추적마법으로 그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법사란 극히 희귀하고, 진귀한 존재다. 퐁파두르 부인이 디노 한 명 때문에 거금을 쓰면서 마법사를 매수했을 지는 미지수다.

만 하루 쉬지 않고 달려서 항구 바리아에 도착했다. 일단 역(나라에서 지급한 말을 갈아타든가 반납하는 곳)을 찾아갔는데 항구 바리아를 지키기 위해 파견된 관리들이 모두 첫인상이 암담했다. 은백장발의 남자와 금발 남자가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두르거나 나이프를 던지고, 전기 장치가 삽입된 우산을 수 개나 든 덩치 큰 남자와 좀 많이 큰 개구리 모자를 쓴 얄쌍한 남자가 쫓고 쫓기는 장면을 연출 중이었다. 디노는 긴박하고 살벌한 장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들을 아는 히바리는 그의 검을 뽑아들고서, 그 난투극 속에 뛰어들더니, 금발 남자의 나이프와 은백장발 남자의 검을 동시에 막았다. 그 덕분에 덩치 큰 남자와 얄쌍한 남자의 촌극 같은 추격전도 중단됐다.

“여유 만만이군.”

“히바리 쿄야, 이 자식 여기 왜 온 거야?”

은백장발의 남자-스페르비 스쿠알로-는 웬만해선 따라 하기 힘든 고성으로 소리 질렀다. 이에 디노는 깜짝 놀라서 임원 대기시르이 문 뒤로 슬그머니 숨었다. 그리고 머리만 살짝 옆으로 내밀어 상황을 살폈다. 각각 개성이 독특한 관료들은 제복만큼은 똑같았다. 봉고레 왕궁에서 본 적 없는 제복이지만 견장(어깨에 다는 장식)과 흉장(가슴에 다는 장식)을 보니 고위 관료임이 틀림없었다. 이 작은 항구에 수많은 모험가와 외국인, 갖가지 물건이 하루에 수백 건씩 오간다더니 사실인가 보다. 요충지를 지키기 위해 고위 관리를 수 명이나 배치할 정도면 그 요충지는 보통 중요한 곳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왕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 특히 왕궁, 다음으로 중요한 곳일 수도 있다.

“폐하의 서찰이다.”

히바리는 봉고레 왕이 직접 쓴 통행 허가즈오가 짧은 편지를 내밀었다. 스쿠알로는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려갔다. 금발 남자와 개구리 모자를 쓴 남자는 그의 양 옆에서 서찰을 훔쳐보다가 스쿠알로가 다 읽고 뒤로 휙 던지자 바닥에 닿기 전에 잡아서 마저 다 읽었다. 서찰을 읽은 세 관료의 시선은 디노에게로 집중됐다. 디노는 문 뒤에 숨은 채 생긋 웃으면서 고개를 까딱 했다. 디노의 인사를 받은 세 관료는 동시에 벌레 씹은 표정을 지었다.

“저게 캬발로네 제 1왕자인가요? Me가 가지고 있는 모든 상식을 깨는 사람입니다.”

“닥쳐라.”

“엣? 위험하잖습니까.”

히바리의 검이 개구리 모자를 쓴 남자의 목 바로 앞에서 살벌한 기운을 풍겼다. 그는 검을 앞으로 밀어내고 싶었지만 히바리의 눈이 너무 무서워서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캬발로네 왕궁에서는 제일 강한 남자로 통했고, 봉고레 왕국에서는 오자마자 최고 리터인 젝스 리터가 됐다. 고고함과 강인함을 고루 갖춘 리터 폰 볼케. 역대 리터 폰 볼케 중에서 가장 그 자리에 걸맞은 인재라는 평이 자자하다. 개구리 모자를 쓴 얄쌍한 남자가 히바리의 카리스마에 눌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시시싯, 모름지기 신하라면 말이지, 주군의 허물도 곱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금발 남자는 슬금슬금 개구리 모자를 쓴 남자 옆으로 가더니 그의 팔을 덥썩 잡은 다음에 냅다 밖으로 도망쳤다. 그 역시 리터 폰 볼케를 상대하는 것이 껄끄러웠던 것이다. 히바리는 눈과 귀에 거슬리는 것들이 사라지자 검을 다시 꽂아 넣었다.

“너도 참 국보급 바보다. 일부러 곤난한 삶을 선택하는 것도 힘들다고.”

“시끄러워. 제일 빠른 걸로 준비해.”

“우오오이! 사람이 충고하면 좀 들어!”

“난 같은 말 두 번 안해.”

“이 자식……!”

스쿠알로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왕궁에 머물 일이 생겨서 히바리와 반 년 정도 같이 지냈었는데 한 번도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자신이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해야만 하고, 만약 파트너나 팀이 자신의 뜻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려 하면 미련 없이 단독행동을 해버린다. 한 치의 발전도 없는 고집불통이었다. 스쿠알로는 미간을 찌푸린 채 화를 최대한 속으로 삭혔다. 그리고 폭이 좁은 10ㄷ잔 서랍장을 두세 군데 여닫아 보고 나서 승선권 두 장을 거칠게 내밀었다.

“20분 뒤에 출발할 거야. 빨리 가서 타. 폐하의 명령만 아니었으면 택도 없었어!”

“중요한 걸 잊은 것 같은데, 난 아직 젝스 리터야.”

“흥, 그것도 유효 기간이 다 됐으니까 내 알바 아니지. 얼른 꺼져! 네 놈 면상 보기 역겹다.”

히바리는 승선권을 받아 든 다음에 얄미워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만약 히바리 혼자 배를 타고 캬발로네 왕국으로 들어가는 거라면 승선권을 가질 필요가 없다. 봉고레 왕국 내에 있는 모든 시설을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이 떡하니 주어져 있는 젝스 리터인데 번거롭게 시리 입장권이니 이용권이니 하는 것을 따로 구할 필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디노와 같이 신분을 숨기고 배에 타야 하니 히바리라고 해도 진짜 승선권이 필요했다.

“내가 할 말이야. ……. 가시죠.”

그는 디노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디노가 먼저 나가고 그가 나갔는데, 문을 닫다가 잠깐 멈추고 스쿠알로를 슬쩍 흘겨봤다. 스쿠알로를 조롱하는 듯한 미소가 반쯤 닫힌 문의 그림자 때문에 보일 듯 말듯했다.

“식물인간이 된 잔자스를 5년이 넘도록 돌보는 너도 만만찮은 바보야. 적당히 포기하라고.”

“저, 저 새끼……!”

[퍽!]

스쿠알로는, 히바리가 문을 조용히 닫고 슬며시 사라질 때 책상을 주먹으로 세차게 내리쳤다. 나무로 만들어진 넓은 판은 분노가 실린 그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깊고 길게 금이 갔다. 스페르비 스쿠알로와 이하 동료 4명의 공통된 약점은 떠벌려선 안 되는 금기다. 히바리는 그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 사실인지 알면서도, 얼굴을 보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핑계로, 큰맘 먹고 가장 가증스러운 말투로 내뱉었다.

봉고레 왕 대신에 젯소 왕국에서 보낸 암살자의 공격을 받고 식물인간이 된 잔자스. 의식은 분명하기 때문에 환술사 바이퍼의 도움을 받아 타인과 대화는 할 수 있다. 그가 하는 말의 대부분은 봉고레 왕을 염려하는 것이고, 그가 듣는 소식의 대부분은 봉고레 왕의 근황이다. 히바리는 뼛속까지 왕에게 충성하는 그를 존경했다. 이처럼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끝가지 주군에게 온 마음을 다 바치는 것은 히바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충신의 자세이기도 했다.

히바리와 디노가 배에 올라타고 얼마 안 있어서 출항했다. 이제 배로 12시간을 가면 캬발로네 왕국에 도착한다. 히바리는 디노가 긴 시간 동안 편히 쉴 수 있도록 건초더미를 모으고 그 위에 자신의 망토를 덮어서 푹신한 소파를 만들었다. 디노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히바리의 힘에 밀려 억지로 그곳에 앉았다. 밤을 꼬박 새며 말을 타고 달려서 그런지 즉석 소파에 앉자마자 몸이 나른해졌다. 그리고 히바리와 몇 마디 말을 나룰 새 없이 잠들었다. 히바리는 디노의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들며 그가 곤히 잠든 것을 확인했다. 그러고 나서 키 조종수만 있는 갑판으로 나갔다.

“그만 모습을 드러내라.”

바닷바람에 앞머리가 흩날렸다. 그 때문에 시야가 어른거리는데, 어린 여자 아이 한 명이 어느 순간 보였다. 때 묻지 않은 흰 옷과 흰 망토, 아이에 비해 무식하게 큰 흰 모자. 첫 눈에 마법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눈에 띄는 복장이었다.

“대단하시네요. 천리안으로 보고 있었는데 그걸 눈치 채시고……. 히바리 쿄야의 명성은 헛것이 아니었군요.”

“왕자님을 감시하라 명령한 건 퐁파두르 부인인가?”

“잡담은 안 하겠다는 뜻입니까? 전 당신을 죽일 생각이 없습니다. 좀 더 오래 살고 싶으시면 왕자를 내어 주세요.”

10살 남짓 돼 보이는 여자 아이는 맹랑하기 그지없었다. 마주보고 있는 자가 히바리 쿄야든 누구든 상관없다는 투였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히바리와 똑바로 눈을 마주보며, 긴장일랑 조금도 없는 채 괘씸한 발언을 쉽게 뱉었다. 하지만 히바리는 어린 아이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물론, 이 마법사 여아는 도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보통 꼬마가 그런 식으로 말하면 듣는 어른은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발끈하기 마련인데 히바리는 꿈쩍도 안 했다. 여자 아이가 보통 내기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웬만해서는 되기 힘들다는 마법사니까 꼬마건 어른이건 진심으로 상대하는 것이리라. 여하튼 히바리의 왼손은 검이 조용히 대기하고 있는 검집을 슬며시 쥐고 있었다.

“봉고레 왕은 참 철저해요. 마법사 자객을 대비해서 마법 망토를 당신에게 주다니 말이에요.”

표정도 그대로고 말투도 그대로지만 여아는 확실히 감탄하고 있었다. 봉고레 왕이 개입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그녀에게는 큰 곤란 거리였다.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 당장 꺼져라.”

“흠. ‘한 번 더’인가요? 절 죽인다면 이미 아까 죽일 수 있었다는 말로 들리네요. 어리석군요. 저도 한 번 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전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디노 캬발로네 왕자를 넘기세요.”

“협상 결렬이다.”

“말이 안 통하는군요.”

여아는 순간 이동 마법을 써서 자신에게 달려들며 검을 휘두르는 히바리의 어깨 위로 이동했다. 그의 어깨를 살포시 밟은 다음에 높게 도약한 뒤 공중 1회전을 하며 사뿐히 내려왔다. 배 주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보다 더 자연스럽게 바닷바람을 타고, 더 부드럽게 움직였다. 반면에 히바리는 그녀가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았다. 곧바로 뒤로 돌아서 그녀가 갑판 위에 착지한 순간에 맞춰 다시 검을 길게 휘둘렀다. 허리와 팔이 유연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움직임이었다.

[깡!]

애석하게도 방어막에 가로 막혀서 일격이 무효화 돼버렸다.

“제가 마법사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쇼.”

[쩌적!]

“말도 안 돼.”

[챙!]

“내가 리터 폰 볼케라는 사실을 잊지 마.”

“거짓말…….”

마법사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무효화시킨 줄 알았다. 제대로 막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방어막이 평범한 검에 깨졌다. 그것도 마법을 쓸 줄 모르는 인간이 휘두른 것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당황하는 것도 잠시, 냉철한 판단력 덕분에 히바리의 다음 공격을 다시 피했다. 그런데 히바리는 그녀가 어디로 순간 이동할지를 어떻게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정확한 위치로 검을 재차 휘둘렀다.

[챙!]

방어막이 두 번 연속으로 깨졌다. 순간 이동도 통하지 않고 방어막도 소용없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볼.”

마법사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히바리가 다치지 않을 만큼 마력을 모아서 그를 멀찍이 떨어트렸다. 그는 복부에 사람 머리만한 구를 맞은 채 뒤로 5m 정도 밀려났다. 묵직한 느낌 외에는 별 거 없었다.

“당신은 인간인가요?”

“말했잖아. 리터 폰 볼케라고.”

“그럼 괴물이군요.”

히바리는 대답 대신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마법사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다시 고개를 똑바로 들고 그를 가만히 응시했다. 가늘게 뜬 눈 사이로 맹수와 같은 눈동자가 보였다. 그것은 살기였다. 본능에 충실한 살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