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Cantata[칸타타] - 프롤로그

★은하수★ 2009. 7. 29. 15:58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 군 중심, [오페라]가 무크로 군 중심, [교향곡]이 히바리 군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고쿠데라 군 중심입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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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tata[칸타타]

 

-프롤로그

 

세상에서 가장 상투적인 표현이란, 아마도 이른 아침 풍경을 묘사하는 온갖 표현들일 것이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쬔다는 둥 새가 지저귄다는 둥 맑은 공기가 후각을 자극한다는 둥 너무나 뻔한 표현들이 쓸데없이 곳곳에서 남발하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말로 그에 걸맞은 곳이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데 다른 데 가서 이 아리따운 수식어를 사용하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고딕양식의 높은 첨탑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적갈색 벽돌과 어우러져서는, 자칫 높기만 한 웅장한 건물로 보일 수 있는 교회에 맵시 있고 화사한 분위기를 가미했다. 정문 바로 앞에 서면 고개를 아무리 뒤로 젖혀도 첨탑의 꼭대기가 보이지 않고, 조금 먼발치서 올려다봐도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실 뿐 교회의 가장 높은 곳을 감히 쳐다볼 수 없다. 근처 산에 올라가서 내려다 봐야 높고 넓은 교회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교회의 아름다움을 다 느낄 수 없다. 경건한 분위기가 흘러넘치면서 활기 넘치는 그곳, 그 안으로 들어가 보지 않으면 진짜 ‘미’에 대해 알지 못할 것이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교황 예하.”

검은 사제복을 입은 갈색 머리의 남자는 개인실 동쪽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조심스럽게 양옆으로 걷었다. 흰 실크는 가는 끈으로 가지런히 묶였다. 밖이 훤히 보이는 창문을 통해 막 떠오른 태양의 은은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빛이 비추는 것은 은회색 머리의 남자였다. 막 일어난 터라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어젯밤 옷을 갈아입지 않고 잤는지 암감색 진에 흰 민소매 티를 입고 있었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나서 보이는 그의 눈은 매력적인 에메랄드 색이었다. 은회색 머리칼에 에메랄드 눈동자. 그리 흔한 조합이 아니었다.

“바질. 한 번 만 더 그렇게 불렀다간 순교자 명단에 올릴 줄 알아.”

행동거지나 말투로는 전혀 ‘교황’답지 않은 그였다. ‘바질’이란 이름의 갈색 머리 남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깨끗하게 빨아 잘 말린 검은 사제복을 두 손으로 공손히 내밀었다. 교황이 입는 옷이 아니었다. 하지만 ‘교황 예하’라고 불린 자는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일어서서 옷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입고 있는 옷 바로 위에 그 옷을 덧입었다. 검은 사제복은 목부터 발목까지 전신을 철저하게 가리기 때문에 안에 무엇을 입든 표시가 나지 않았다.

“이곳 대주교께서 예하의 정체를 눈치 채신 것 같던데요?”

“……대주교가 한낱 사제의 얼굴을 일일이 보고 다니기라도 해? 일반 사교 중에서도 ‘고쿠데라 사제’를 아는 녀석은 두 명이 고작이라고.”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일부러 사제의 신분으로 들어왔는데 금방 들통 났네요.”

“그러니까 교회가 아니라 수도원으로 갔어야 했어. 아니지, 그냥 여관에 갔어도 상관없잖아.”

정체를 숨기고 있는 교황은 장식대에 올려둔 서브머신 건과 핸드 건을 사제복 안 곳곳에 숨겼다. 예비 탄창도 잊지 않고 챙겼다. 교황이 바티칸 밖에서 일반 사제처럼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성직자가 살인 가능한 무기를 들고 다니는 건 심각하게 수상한 일이었다.

“예하께서 교회가 아닌 곳에서 머무르는 사실이 바티칸에 알려지면 전 그날 부로 비앙키 주교님 순에 죽습니다.”

“크읏. 그 누님은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쓸데없는 간섭이나 하고…….”

바티칸의 최고 권력자이자 모든 교회의 최고 수장인 교황. 신의 대리인으로도 칭해지기 때문에 교황이 되는 순간 ‘성’을 잃어버린다. 그저 이름만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이름뿐이기 때문에 교황으로서의 거대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 이렇게만 말하면 ‘고쿠데라 사제’는 그저 일반적으로 알려진 교황과 다를 바 없다. 신분을 숨기는 이유도 가짜 성을 사용하는 이유도 설명할 수 없다.

그대들은 이쪽 세계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 밤이면 구울이 돌아다니고 아침이면 산 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지상지옥’이 바로 이곳이다. 시체로 만들어진 구울을 완전히 퇴치할 수 있는 건 성령력뿐이다. 교회인이라고 해서 모두 성령력이 있는 것이 아니며, 성령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교회인인 것도 아니다. 때문에 교회 내부에 퇴마 조직이 따로 존재하고 일반인 중에 구울 헌터가 존재한다. 현재 교황이 바로 성령력을 타고났으며 신분을 감추고 밤마다 구울 헌터로 활동하는 것이다.

교회와는 전혀 관계가 없던 소년이 교황의 상징을 오른팔에 갖고 있기 때문에 7살이 되자마자 교황의 관을 썼고 바티칸 내 교황청에서만 살아야하는 식으로 자유를 빼앗겼다. 하지만 10년 후 지금, 자신의 성령력을 썩혀두기 아깝다는 이유로 왕관을 벗고 탈출했다. 10년 동안 꾸준히 전투 기술을 익히고 수련하지 않았다면 교황청에서 탈출한 그날 밤에 곧장 구울의 희생물이 됐을 것이다. 그에게 구울 대항 전투법을 가르친 이가 바로 교황 직속 엑소시스트 부대 바질 대장이다. 지금은 바질 사제로 있는 예의 바르고 선하게 생긴 남자다. 어디까지나 둘 다 정체를 감추고 있을 뿐이다.

“주여 우릴 구하실 지어니, 주여 우릴 아끼실 지어니, 그대의 이름을 칭송하나이다.”

예배당 아침 미사의 찬송가 소리가 들려왔다. 교황과 바질 대장, 아니 고쿠데라 사제와 바질 사제는 가슴에 십자가를 그리고 두 손을 모았다. ‘오늘도 무사히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옵나이다. 아멘.’ 짧은 기도문을 속으로 읊은 후에 방을 나섰다. 아침 미사에 유일하게 참석하지 않은 두 사제는 주변에 보는 눈이 없기 때문에 편하게 1층으로 내려갔다.

교회 건물 자체에 대문이 없는 덕분에 밖의 광장과 안의 홀이 구분되지 않는 1층의 넓은 공간에 따뜻한 빛이 가득했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햇볕을 쬐는데 광장 가운데에 서있는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어깨 아래로 내려오는 어두운 보라색 머리칼이 신비스럽게 보였다. 어깨 부분이 끈으로 된 얇은 연옥색 드레스에는 군데군데 검붉은 핏자국이 있었다. 그리고 드레스 아래에 보이는 하얀 두 다리에도 피가 묻어있었다. 소녀는 두 팔을 아래로 자연스레 늘어트리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있었다.

“크…… 롬……?”

고쿠데라는 순간 현기증이 났다. 그녀가, 그가 아는 그녀가, 그가 절대 잊지 못하는 그녀가 있었다. 공허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홀로 서있었다.

“예하. 아니 고쿠데라 사제님. 무슨 일이십니까?”

바질일 말을 걸자 정신이 들었다. 교회의 바깥 광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넓은 땅 위에서 두 다리로 지탱하며 심장이 뛰는 존재는 고쿠데라와 바질이 전부였다. 크롬도, 그녀를 닮은 소녀도 없었다.

“크롬이 있었어.”

“네?”

[뿌득]

“죽은 녀석이 여기 있을 리 없지.”

고쿠데라는 이를 꽉 물고 주먹을 굳게 쥐고, 서쪽 구 예배당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바질은 알아봤다. 10년을 교황으로 산 소년에게 정숙하고 품위 있는 걸음걸이가 몸에 배어 있을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이런 방정맞은 자태라니, 초조한 게 분명하다. 옷자락 소리를 내며 거칠고 투박하게 그리고 보폭은 넓게. 이건 혼자 잔뜩 고민하고 있을 때 으레 걷는 폼이었다.

구 예배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면에 보이는 큰 마리아상이 기도하듯이 두 손을 모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한동안 청소하지 않아 먼지가 뽀얗게 쌓인 의자와 창틀과 단상이 쓸쓸해 보였다. 흰 대리석 마리아상도 드문드문 회색빛을 띄었다. 뿌연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면 얼마나 들어올까.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새벽처럼 어두운 듯하면서 밝고, 밝은 듯하면서 어두웠다. 그래도 홀로 기도를 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