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Cantata[칸타타] -1

★은하수★ 2009. 7. 30. 16:34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 군 중심, [오페라]가 무크로 군 중심, [교향곡]이 히바리 군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고쿠데라 군 중심입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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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상의가 일부 찢겨진 것을 꽉 붙잡고 밤거리를 달려간다. 달이 구름에 가려져 더더욱 어둡다. 간신히 바로 앞만 보이는데, 발에 무엇이 걸릴지 어디에 어떻게 부딪힐지 모르는데도 무작정 달린다. 하의도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있다. 달리기 전부터 흐트러진 듯한 모양새다. 선술집의 심부름꾼 여아였다. 지독한 손님에게 걸려 하마터면 일을 당할 뻔 했다. 손님은 쫓아오지 않고 선술집에서 멀리 떨어진지 오래인데 계속 달린다. 어째서? 그녀는 보고 말았다. 자신을 뒤쫓아 오던 방탕한 손님이 구울의 손아귀에 걸려 그대로 살해당하는 장면을. 그리고 그 구울과 눈이 마주쳤다. 썩은 듯이 퀭한 누런 눈동자를 보고 말았다.

[툭]

“밤에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합니다.”

누군가와 부딪혔다. 심장이 뛰고 있는 산사람이었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려는데 그가 그녀를 꼭 끌어안는 바람에 얼굴을 보지 못했다.

[다다다다다다다]

그는 은도금 된 석궁을 오른손에 들고 정면을 향해 수 개의 화살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여자는 귀 바로 옆에서 들리는 소리 때문에 남자에게 바싹 달라붙었다. 남자가 여자의 어깨가 아니라 머리를 감쌌더라면 귀를 막아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의 주의는 온통 마주보고 있는 구울에게 쏠려 있었고 여자는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어쩌면 남자에게 있어 여자는,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구울을 제거하는데 있어 방해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른팔을 좌우로 크게 휘저으면서 근처에서 속속들이 나타나는 구울을 전부 맞춰 쓰러트렸다. 푸른빛으로 싸인 화살은 이마 한가운데나 심장에 딱 한 발씩 명중하는 것만으로도 지독한 생명력을 가진 구울을 퇴치하기 충분했다. 급소가 아닌 곳에 맞혀도 효과는 있었다.

“이제 됐습니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세요. 해가 없는 밤은 구울의 천국이랍니다.”

“가, 감사합니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진 걸까? 아니, 구름에 가려졌던 달이 훤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여자는 자신을 감싸 도와준 이가 상당한 미남이라는 것을 알고 얼굴이 슬그머니 붉어졌다.

“가면 갈수록 구울 수가 늘어나는군.”

고쿠데라가 나타나자 여자는 황급히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그랬다. 여자를 도와준 남자는 바질이었다. 그의 원래 무기는 카타르 계열의 단검이나 여자를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왼쪽 허리춤에 차고 있는 단검을 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교황 직속 엑소시스트 부대 대장’이라는 긴 타이틀이 아깝지 않았다. 이번에 처음 사용하는 석궁도 굉장히 능숙하게 다뤘다.

“꼭 누군가 일부러 만들어내는 것처럼 말이죠.”

“구울은 원래 인위적으로 만든 괴물이야. 그러니 대도시에 구울이 많다고 해서 이상할 거 없어.”

뭔가 찔리는 게 있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침착하다가 갑자기 예민해졌다.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는 투였다. 바질은 고쿠데라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미 짐작한 상태에서 일부러 급소를 찌른 듯했다. 어제부터 줄곧 고쿠데라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나 해서 떠본 것이다. 역시 바질의 예상대로 ‘크롬’을 신경 쓰고 있었다. 이미 죽어 없는 그녀를 잊지 못했다. 잊을 수 없는 게 당연했다.

크롬 도쿠로. 그녀는 인간 소녀였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았다. 장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시체들 사이에서 자라다가 구울을 만드는 기술을 터득했다. 게다가 시체가 자연발생적으로 움직이는 좀비와 시체가 인위적으로 힘을 얻어 움직이는 구울을 모두 지배할 수 있는 힘을 타고났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만든 구울은 군대로 쓰기에도 좋을 만큼 질적으로 뛰어났다. 더욱이 보통 흑마술사는 절대 할 수 없는 것도 그녀는 가능했다. 성령력에 당해 시체로 되돌아가 재생 불가능한 것들을 다시 구울로 만드는 것. 그녀는 구울의 창조주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모든 인간들의 적으로 찍혔다. 아직 10대 초반의 어린 소녀가 악마 취급을 받고 마녀 취급을 받고, 곁에는 시체만 즐비하게 됐다. 이런 그녀에게 신의 사랑을 베풀고 산사람으로서 유일하게 곁에 있어준 이가 교황이었다. 딱 일주일뿐이었지만 외부인과 접촉이 금지됐던 교황에게나, 세상에서 겉돌며 산 크롬에게나 성령의 빛처럼 은혜롭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바티칸 교황청으로 잡혀온 그녀에게 감옥이 아닌 평범한 방에서 지낼 것을 명령한 교황은 자신보다 세 살 어린 소녀에게 직접 친히 이것저것을 가르쳤다. 교인이 아닌 소녀에게 교회의 역사를 가르치기 보다는 그녀의 모국의 역사를 가르치고, 구울을 만드는 기술을 뛰어난 것을 감안하여 생물과 화학을 가르쳤다. 공부만 한 건 아니었다. 승마도 하고 뱃놀이도 즐겼다. 조리실에서 파이를 굽다가 태우기도 하고, 잔디밭을 실컷 뒹굴어서 흰 옷을 잔뜩 더럽히기도 했다. 계속 같이 있을 줄 알았다. 항상 즐겁게 웃으면서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행복한 시간의 마지막은 배신과 피였다. 크롬이 수백 명의 구울을 교황청 안으로 불러들이고 무한 살육을 명령했다. 피웅덩이를 밟으며 춤을 췄다. ‘죽이려무나. 다 죽이려무나. 이 땅에 우리의 동지를 늘리자꾸나.’ 그녀는 주문처럼 이 말을 반복했고 즐겁다는 듯이 쾌활하게 웃었다. 그녀는 구울을 만드는 게 아니었다. 그녀가 만들어 내는 건 공포 자체였다. 그녀가 다스리는 구울이 끝없이 살육을 자행하는 것도 전부 공포였다. 교황은 살 떨리게 무서웠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를 용서할 수 없을 만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거의 엑소시스트 부대도 차츰 밀릴 때, 그는 교황청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에 올라갔다. 분노에 이를 갈면서, 배신에 눈물을 흘리면서 긴 예복을 질질 끌며 계단으로 오르고 올랐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교호아청과 주변 땅들은 온통 피와 걸어 다니는 시체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교황의 지팡이에 그가 가진 모든 성령력을 모았다. 지팡이를 내리치고 그의 성령력이 넓게 퍼져나가면서 수백의 구울 전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3초 사이에는 사람들을 살려야한다, 그녀를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이 전부였다. 힘을 한꺼번에 많이 쓴 탓에 휘청거렸다. 벽돌 난간에 겨우 몸을 의지하고 있는데 저 아래에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너무 멀어서 차마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 순간…… 그녀는 엑소시스트 부대의 창 6개에 몸을 이리저리 관통 당했다. 그녀를 찌른 창이 빠지고, 그녀가 피를 뿜으며 땅 위로 스러지기 까지 5초. 그 사이에 그녀와 지냈던 일주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죽는 건 그녀인데 그가 주마등을 봤다. 그녀에게 배신당한 충격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공포, 그리고 과하게 힘을 쓴 탓에 그녀가 숨이 끊어지자마자 그도 쓰러졌다.

“교황 예하. 크롬 도쿠로는 죽었습니다. 지금 구울을 만들고 있는 작자들은 그저 보잘 것 없는 흑주술사입니다.”

고쿠데라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아직 불안정한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여전히 뭘 원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으니 답답하고, 답답하니 짜증이 나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세상에 살아 있는 것들 중에서 보잘 것 없는 건 존재하지 않아. 흑주술사들이 비록 구울을 만들며 죄를 저지르지만 모두 신의 가호를 받아 생명을 얻고, 신의 축복을 받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거야. 함부로 보잘 것 없다고 말하지 마.”

“명심하겠습니다, 교황 예하.”

바질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에 안심했다. 아직 마음 속 혼란을 떨쳐내지 못했지만 스스로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건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교회에 돌아오고, 침대 위로 쓰러지듯이 엎어진 고쿠데라는 오른손을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꼬물꼬물 움직였다. 그렇게 그의 손에서 나온 것은 라파엘 천사 모형의 펜던트였다. 대천사 7인 중에 한 명이면서, 타락천사의 누명을 쓰고 있는 천사 중 하나가 바로 라파엘이었다. 크롬이 죽은 후 미카엘에서 라파엘로 바꿨다. 교황의 신분인지라 진짜 타락천사를 몸에 지닐 수 없는 고로 라파엘을 선택했다. 그는 크롬에게 크나큰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그녀의 존재를 차마 지울 수 없었다. 문득 그녀의 그림자를 보고 갑자기 그녀를 떠올렸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처럼, 중요한 것을 잊은 것처럼 가슴이 꽉 조였다.

“크롬. 넌 가브리엘을 닮았어.”

지금 당장이라도 옆에서 크롬이 ‘그래요?’ 라고 말할 것만 같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기억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자신보다 더 의젓한 연하의 여자 아이가 죽어서도 자신을 외로움 속에서 구제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배신감도 배신감이지만 이미 죽은 아이를 계속 미워할 수 없었다. 아마 미워한 적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왜 라파엘을 골랐을까?”

고쿠데라의 기억 속에 있는 크롬은 웃지 않는다. 그리고 대답했다. ‘실은 라파엘을 닮았다고 생각했나 보죠.’ 그는 왠지 속이 울컥했다.

“아니야.”

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정말 넌 가브리엘을 닮았어. 순수하고 고결한 가브리엘을 닮았어.”

라파엘 펜던트를 꽉 쥐고 그대로 잠들었다. 그의 기억 속에서 크롬이 쓸쓸한 눈으로 인사했다. ‘편한 밤 보내세요, 교황 예하.’ 밤사이에, 고쿠데라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꿈을 꾸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