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die Symphonie[교향곡] - 4th movement[4악장, 에필로그]

★은하수★ 2009. 6. 23. 11:38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 군 중심, [오페라]가 무크로 군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히바리군 중심입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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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th movement(4악장 -에필로그)

 

히바리의 호의 덕분에 단잠을 잘 수 있었던 디노는 주변이 수선한 통에 부스스 일어났다. 한순간 배가 심하게 흔들려서 저도 모르게 몸을 다시 건초 더미에 파묻었다. 격한 흔들림 후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는 더욱 커졌고 간혹 무언가가 부딪히고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언뜻 ‘싸움’이라는 단어와 ‘탈출’이라는 단어, 그 외에 위급 시기에 나올 법한 만들이 디노의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런데 전체 문장이 들리지 않아 갑판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타국의 습격을 받는 것이라면 대포 소리나 함성 소리가 끊이지 않을 텐데 그런 소리는 없었다. 암초에 걸렸다면 누군가 싸우는 듯한 소리는 이렇게까지 들리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선실로 물이 새들어오는 것도 아니었다.

“무슨 일이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배가 다시 한 번 크게 흔들렸다. 그 바람에 디노는 히바리의 망토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 순간 디노는 자신의 손바닥에 닿은 망토가 뜨겁다는 것을 느꼈다. 황급히 손을 떼더니 다시 조심스럽게 만져봤다. 세마로 만든 흑회색 망토는 그냥 망토일 뿐 뜨겁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놀랐잖아.”

디노는 순간적으로 느낀 열기가 배가 흔들리는 바람에 당황해서 잘못 느낀 것이라고 생각했다. 애석하게도 그 열기는 진짜였다. 디노가 망토와 접촉해 있는 동안 타인이 디노에게 손대지 못하도록 특수한 마법이 걸려있는 망토라서 누군가 만지려 하면 열기가 일어난다. 디노를 지키기 위한 것이니 디노는 그것을 느낄 수 없는데, 아까는 디노가 일어서다가 갑자기 넘어지는 바람에 망토도 헷갈린 것이다.

“어? 조용해졌다.”

그는 고개를 들고 선실 천장을 쳐다봤다.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도 적어졌고, 갑판에서 싸우는 소리도 없어졌다. 배위 움직임도 안정을 되찾았다. 좀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감각만으로 주변을 살피는데 히바리가 돌아왔다.

“일어나셨습니까?”

“응. 무슨 일이야?”

“적국의 스파이가 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처리했습니다.”

“스파이? 야…… 큰일이었잖아! 유능한 쿄야가 타고 있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캬발로네에도 스파이가 들어갈 뻔 했어.”

갑판 위의 상황을 보지 못한 디노는 히바리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충직한 신하며 절대적으로 믿는 자의 말인데 당연히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히바리에게서 조그마한 상처도, 흐트러진 옷자락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상대가 마법사라는 어마어마한 일을 상상하기는 더욱 불가능했다. 그저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전투 능력이 부족한 스파이였을 거라고 예측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시장하지 않으십니까? 식당에 가서 요기를 좀 하시죠.”

히바리는 몸을 옆으로 틀어서 디노가 앞으로 나올 수 있게 길을 열었다. 그런데 디노는 오른손을 가슴 높이까지 들었다가 천천히 내렸다. 그리고 히바리를 빤히 쳐다보며 순진한 두 눈을 연신 깜빡였다.

“식욕이 없으십니까? 그래도…….”

“넌 누구야?”

맑은 눈동자와 탁한 눈동자가 서로를 바라봤다. 무표정한 히바리와 의아해하는 디노는 침묵으로 서로를 탐색했다. 보기보다 머리를 쓸 줄 아는 디노가 먼저 피식 웃으면서 긴장감 넘치던 침묵이 깨졌다.

“퐁파두르 부인이 어지간히 날 죽이고 싶었나 보네. 마법사까지 고용하고. 정말 능력 좋은 여자라니까.”

가짜 히바리는, 디노가 의심 없이 자신이 ‘히바리 쿄야’가 아님을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검은 연기가 가짜 히바리를 감싸고 그 속에서 진짜 히바리와 싸웠던 여자 아이의 모습이 드러났다. 디노는 작고 어린 아이가 마법사이고, 자신을 죽이기 위해 매수된 암살자라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질리오네로 왕국의 제 1왕녀, 유니 질리오네로입니다. 이런 식으로 캬발로네 왕국의 제 1왕자님을 만나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유니 질리오네로……. 아, 그 최연소 마법사……?! 아니, 잠깐, 음…….”

디노는 팔짱을 끼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퐁파두르 부인이 보낸 암살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뜬금없이 질리오네로 왕국의 제 1왕녀니 그럴 만 했다. 그 때 진짜 히바리의 목소리가 선실 문 쪽에서 들렸다.

“저도 완전 깜빡 속았습니다. 다 봉고레 왕께서 꾸민 일이에요.”

히바리는 자신의 주군에게 다가가서 허리를 숙이고 왼손을 내밀었다. 디노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오른손으로 히바리의 왼손을 잡았다. 이 모습을 본 유니는 디노가 어떻게 자신이 가짜임을 눈치 챘는지 알았다. 평상시의 사소한 습관이 사람을 분간하는 기준이 된 것이었다. 디노가 왼손을 잡고 있기 때문에, 히바리는 다른 손으로 건초더미에서 망토를 걷어낸 후에 자잘게 붙어있는 것들을 털어냈다.

“어떻게 된 거야?”

“실은 왕자님께서 봉고레 왕국에 도착한 바로 다음 날, 퐁파두르 부인이 침실에서 급사했대요.”

“어?”

디노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러다가 곧이어 ‘어어어어?!’하고 알 수 없는 감탄사를 내질렀다. 그럴만하지 않은가. 디노는 봉고레 왕국에서 며칠이나 있었는데 퐁파두르 부인의 급사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 즉, 봉고레 왕이 일부러 그 사실을 숨겼다는 말이다. 어째서? 히바리와 유니가 설명해 줄 것이다.

“봉고레 왕이 여러 모로 유능하긴 하지만 업무를 팽개치고 노는 것도 굉장히 잘 하거든요. 왕자님께서 기껏 망명을 청하러 오셨는데 곧바로 그 여자의 소식이 도착하니까 장난 거리를 일부러 만드신 거에요.”

“캬발로네 왕자님께서 몰래 모국에 돌아가실 때 저보고 암살자인척 접근해서 여정을 지루하지 않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디노와 히바리가 그 며칠 동안 모국 캬발로네 왕국을 걱정한 것과 하루 진종일 말을 타고 내달렸던 것이 순수하게 삽질이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히바리와 유니가 진심으로 상대를 공격한 것도 봉고레 왕이 만든 촌극의 일부였던 것이다. 정작 당사자인 디노는 편하게 잤으니, 애꿎은 선객들만 공포에 휩싸인 셈이다. 어떻게 보면 사정을 몰랐던 히바리도, 괴물같이 센 인간을 상대해야 했던 유니도 피해자다.

“이야, 봉고레 왕국의 폐하는 험한 장난을 좋아하시는 구나.”

“악의는 없지만 정도가 심한 게 흠이죠. 타국의 왕녀까지 끌어들일 정도니까 무슨 할 말이 더 있겠습니까.”

히바리는 가늘게 한숨을 쉬었다. 봉고레 왕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재밌어하고 있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리고 군대 지원을 약속한 계약서를 시원스레 쭉쭉 찢을 것이다. 히바리가 출발한 후에 봉고레 왕의 계획을 들었을 젝스 리터 전원의 반응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생각할수록 뭔지 모르게 디노가 아니라 자신을 노리고 일을 꾸민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더 찜찜했다. 이제 더 이상 봉고레 왕국의 젝스 리터가 아닌 캬발로네 왕국 군대의 총지휘관이라는 신고식일까? 아무튼 끝까지 봉고레 왕에게 휘둘리기만 한 히바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