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우리들의 계절 -겨울

★은하수★ 2009. 8. 27. 14:41

<공지>

1. 이것은 옴니버스식 단편입니다!

2. 이번 편은 [고쿠하루] 커플이 존재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연예물에는 소질이 없습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우리들의 계절'이라는 큰 타이틀 아래에 '봄', '여름', '가을' ,'겨울'순으로 진행됩니다. 옴니버스식 단편 릴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계절마다 등장인물도 다르고, 커플링 유무도 다르고, 애정이냐 개그냐 우정이냐도 다르고, 캐릭터의 나이도 다 다릅니다. 사계절이라고 해서 같은 해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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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inverno(冬 : 겨울)

 

가족들과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생각이라면 커플들의 달콤한 크리스마스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만약 솔로면서 커플의 화사한 크리스마스를 원한다면 앞으로 나올 커플 때문에 복창이 터질 지도 모른다. 장담한다. 염장을 찔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바보 같은 커플의 바보 같은 행동 때문에 답답할 것이다. 혹시라도 ‘아니다, 누구 염장 찌르는가.’라고 주장한다면 화자인 나는 당신에게 할 말이 없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눈이 오게 해 주세요.”

대학에 들어가더니 제법 처녀 색이 짙어진 미우라 하루. 1학년 2학기의 학기 중에 크리스마스라는 즐거운 휴일이 껴있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며칠 전부터 신사에 매일같이 나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원했다. 가족들과 함께 하얀 눈을 보며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이 그녀의 로망이었기 때문이다.

“매년 질리지도 않냐?”

고쿠데라는 턱을 그녀의 오른쪽 어깨 위에 얹었다. 무례한 행동의 대가는 여지없이 파우치 펀치였다.

[퍽]

하루는 손만 매운 게 아니라 팔 스윙 솜씨도 좋아서, 솜털 재질의 푹신한 파우치로 맞아도 충분히 아팠다. 면상이 붉게 달아오르고 통증이 꽤 오래 갔다. 그녀는 당황하거나 놀라면 손에 든 물건으로 때리는 습관이 있어서 저번 생일에 일부러 푹신한 파우치를 사줬다. 전혀 소용 없었다. 아픈 건 가죽 재질이나 천 재질이나 솜털 재질이나 피장파장이었다.

“보통은 크리스마스 전에 애인이 생기게 해달라고 빌지 않아?”

고쿠데라는 하루의 뒤를 일정한 거리를 두며 쫓아가다가 걸음을 빨리하여 옆으로 나란히 걸어갔다. 하루는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었다.

“크리스마스는 가족 간의 화목을 다지기 위해 있는 날이라구요.”

“나한테는 꽤 잔인한 말이군.”

“고쿠데라 씨도 가족이 있잖아요.”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바쁘지, 누나는 누나대로 바쁘거든. 특히 이맘 땐 더.”

이제 성인이 된 그는 더 이상 콩가루 집안의 콩가루에 연연하지 않았다. 가끔씩 이탈리아에 가서 아버지를 만난다던가, 비앙키의 맨 얼굴을 봐도 기절하지 않는다든가-복통은 약간 남아 있다-, 많이 기특해졌다. 크리스마스에 비앙키가 리본과 데이트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쳐도, 아버지가 어머니-생모는 아니지만 서류상으로도, 현재 안정된 정서상으로도 어머니다.―를 두고 새 여자와 데이트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어머니를 위로코자 이탈리아에 가려 해도 어머니가 말렸다. 바람피우는 아버지를 아들에게 보이기 싫을뿐더러 아버지를 철저히 단죄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때 히트맨이었던 어머니의 실력이 다시금 빛을 발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고쿠데라 씨는 애인이 생기게 해달라고 빌었나요?”

“비슷-한 거.”

우연의 장난이란 건 참 짓궂다. 고쿠데라에게는 달갑지 않고, 하루에게는 오해의 소지가 짙-은 일이 일어나버렸다.

“살려주세요.”

흑장발의 여인이 샴푸광고를 연상케 할 만큼 머리칼을 찰랑이며 고쿠데라의 품에 와락 안겼다. 고쿠데라는 ‘이건 뭐 하는 놈이야’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보이는 그대로 믿어버리는 순진한 하루는 ‘오-’ 감탄사를 외치며 박수를 쳤다.

“나미모리 신사의 영험함이 보통이 아니라는 건 일찍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효과 직빵일 줄은 몰랐어요.”

“얌마. 그게 지금 할 소리냐?”

“물론 아니죠. 저 쪽에서 황소 떼처럼 야쿠자들이 몰려오는데요?”

“쳇.”

졸지에 성가신 일에 휘말려 버렸다. 고쿠데라는 별안간 달려든 여자를 하루 쪽으로 홱 밀어버리고 담배를 물었다. 하루는 여자가 비틀거리며 쓰러지기 전에 부축했다. 그런데 폭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고쿠데라에게로 다시 시선을 옮겼는데, 그가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 한 개비를 문 채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그래요?”

“라이터가 없어…….”

아차 싶었다. 신사에 들어오기 직전에 하루가 그의 라이터를 압수했었다. 신성한 장소에서 흡연은 안 된다는 주장 하에 반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하루는 빨리 파우치를 뒤적였다. 뚜껑이 달린 고급 메탈 라이터. 그녀는 파우치 속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직사각형 물건을 발견하자마자 그에게 던졌다. 그는 왼손으로 라이터를 잡은 다음에 뚜껑을 열고 담배에 불을 붙이기까지 연속 동작으로 1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오른손에는 일찌감치 다이너마이트가 대기 중이었기 때문에 시원한 폭발 소리로 마무리되기까지 총 2.5초 조금 못되게 걸렸다.

“신성한 신사에서 흡연은 안 된다더니 다이너마이트 투척은 되는 거냐?”

“어머, 지금 그런 거 따질 때에요?”

“아아?”

하루는 고쿠데라를 아주 능숙하게 상대했다.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이고 진화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생물이라고, 몇 년을 앙숙처럼 지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최고 낙천주의자, 야마모토에게서 배운 ‘고쿠데라 하야토 대항 스킬’이었다. 원래 고쿠데라와 성격이 비슷한 그녀로서는 야마모토의 스킬을 배우기 어려웠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훌륭하게 마스터했기 때문에 능수능란하게 구사했다.

“저쪽 분들이 아직 고쿠데라 씨를 상대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1분 안에 끝내주지.”

그는 아니가 먹은 만큼 다룰 수 있는 무기 종류가 늘었다. 그 중 하나가 ‘자신의 몸’이었다. 과거 그는, 휴대품 하나 없이 순수하게 몸으로만 싸우면 수호자 중에서 꼴찌였다.(여성인 크롬과 나이차가 10살이나 나는 람보는 당연히 제외) 지금도 꼴찌를 면하지 못하지만 예전처럼 대책 없이 얻어맞기만 하지는 않았다. 야마모토의 기술, 히바리의 스피드, 사사가와의 파워를 골고루 당해봤기 때문에 이제는 다이너마이트에만 의지하지 않고 조용히 주먹과 발로 상대를 처리했다.

그가 현란하게 아쿠자 소속 불량배들을 처리하는 동안, 그에게 다짜고짜 안긴 여자가 드디어 상황을 파악했다. 기절한 건 아니었지만 넋이 반 쯤 나간 상태였던 터라 자신이 어디로 왔는지, 누구에게 도움을 청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하루는 그녀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온 것을 보고 안심했다.

“걱정 마세요. 저 청년이 아가씨를 위해 봉사하고 있답니다.”

5, 60대 나이 지긋이 먹은 아줌마가 할 법한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무서운 하루였다. 뭍 남성들의 가슴을 흔들 만큼 아름다운 생머리뿐만 아니라 흰 피부까지 소유한 여자는 고쿠데라 한 명에게 줄줄이 나가떨어지는 건달 무리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인간이 구사할 수 있는 실력이 아니었는지라 넋 놓고 구경했다.

“이 고쿠데라 하야토가 저런 떨거지들까지 상대해야 해?”

“수고하셨습니다.”

“괜히 힘 빼는 짓은 사절이라고.”

“식전운동이라고 생각하세요.”

하루는 방긋 웃으면서 그를 반겼다. 그는 귀찮은 일에 어처구니없이 휘말려서 짜증이 제대로 났지만, 그녀가 웃는 낯으로 달래주니까 별 수 없이 속으로 삭혔다. 이미 야쿠자에게 화풀이를 다 했기 때문에 삭힐 화가 얼마나 남았겠는냐만은 모르는 여자의 얼굴을 보니까 다시 속이 울컥했다. 아니, 자세히 보니까 아는 여자였다. 여자도 이제야 그를 알아봤다. 여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지만 하루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야, 가자.”

“네? 이분 집 근처까지 데려다 주세요. 또 이상한 사람들이…….”

“저 여자, 일전에 10대를 습격한 야쿠자 보스의 딸이야.”

하루가 놀래면서 여자를 돌아보는데 그가 하루와 여자 사이에 서서 하루의 시선을 막았다. 그리고는 하루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서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하루가 고쿠데라의 어깨 너머로 여자를 보려는데 그가 그녀의 시선이 앞으로 향하도록 억지로 머리를 돌렸다. 마침 다른 무리가 신사로 들어오고 있었다. 하나같이 거구였다.

“저 여자를 데리러 온 거야.”

그들을 다 지나친 후에 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 신께서 고쿠데라 씨의 소원을 들어주신 줄 알았는데, 유감이네요.”

“내 소원이 뭔 줄 알고?”

“애인 생기는 거요.”

“비스무레한 거라니까.”

“으음……. 그런 것도 있나요?”

그녀가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묻자 그가 고개를 홱 돌렸다. 성장이 거의 다 멈춘 두 사람은 중학생이던 때보다 키 차이가 많이 났다. 그는 그녀가 바로 옆에서 올려다 본 적이 없던 터라 지금 이 상황이 어색해 죽을 것 같았다. 더 곤란한 건 얼굴 피부 속의 모세 혈관에 피가 싹 쏠리면서 온도까지 급상승했다는 거다. 한 번 오른 열기는 쉽게 내려가지 않았다. 그는 임기응변으로 그녀의 머리를 밑으로 짓눌렀다.

“뭐, 뭐하는 거에요?”

그녀는 고개가 아래로 푹 꺾인 채 항의했다.

“꼬치꼬치 묻지 마.”

그는 그녀를 놓아 준 다음에 앞으로 먼저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이젠 그녀를 건드렸던 손까지 화끈거린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들키고 싶지 않았다. 본인의 연애사에는 한참이나 둔한 그녀에게 절-대로 쉽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아, ‘본인의 연애사에는 한참이나 둔하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물으신다면 정성껏 대답해 드리오리다. 여중, 여고를 차례로 나온 그녀는 학창 시절 내내 봉고레 10대가 다니던 중·고등학교를 지치지도 않고 왕래했다. 봉고레 10대와 그의 수호자들 및 그녀의 친한 친구 쿄코와 하나가 다닌 학교는 두말할 것 없이 공학이었다. 그녀가 얼굴을 자주 비치는 만큼 그녀를 눈여겨 둔 남정네 수가 늘어났다. 그들이 의도적으로, 어쩔 때는 아주 대놓고 접근한 적이 수없이 많았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들이 왜 자신에게 말을 거는지 전혀 몰랐다. 결정적으로, 누군가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고백할 때는 고쿠데라, 그가 확실하게 싹을 잘랐기 때문에 그녀는 더 둔해질 수밖에 없었다.

“올해도 츠나 씨 네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실 건가요?”

“어, 언제 왔어?”

그가 얼굴과 손의 열을 식히는 사이에 그녀가 그의 바로 옆으로 불쑥 나타났다. ㅝ낙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인이라지만 이번에는 정말 간 떨어질 뻔했다.

“츠나 씨 네에 갈 거면 저도 껴주세요.”

“뭐야. 크리스마스는 가족 간의 화목을 다지기 위해 있는 날이라며.”

“안타깝게도 아빠가 세미나 때문에 미국에 가셨거든요. 엄마도 훌쩍 따라가신 거 있죠? 전 방학이 아니라서 못 갔구요.”

그녀는 무정한 부모를 향해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그녀를 보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표정의 불협화음 중에 그녀가 양 손으로 그의 볼을 찰싹 쳤다. 그리고 손을 떼지 않았다.

“고쿠데라 씨가 안 된다고 하면 츠나 씨한테 허락 받을 거에요.”

그 순간 허공을 떠돌고 있던 그의 넋이 돌아왔다.

“아. 크리스마스에 10대께 간 적 없는데?”

“네? 그럼 그동안 혼자 있었어요?”

그는 그녀의 두 손에 얼굴을 감싸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하루가 멍한 얼굴이 됐다. 여태껏 몇 년 동안 고쿠데라라면 당연히 봉고레 10대와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줄 알았다. 그 즈음이면 그녀는 고쿠데라도 봉고레 10대도 그 주변인물 전부 만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모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올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에 혼자여야 하는데 그는 매년 혼자였다. 매년 크리스마스에……. 그녀는 갑자기 그에게 미안해졌다. 그의 볼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던 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리고 고개도 천천히 아래로 떨궜다.

“어이 이…….”

“고쿠데…….”

[콩!]

고쿠데라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하루는 그에게 다시 말을 걸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 바람에 두 사람 사이에서 덜 익은 수박 소리가 났다. 각자 부딪힌 곳을 붙잡고 여린 신음소리를 냈다.

“너…… 갑자기 왜 그래?”

불만이 조금 섞인 목소리였다. 의도하지 않았다. 저도 모르게 평소에 쓰는 말투가 튀어나왔다. 그녀와 만날 때마다 조심하자고 다짐해도 꼭 불량한 말투가 툭툭 튀어나왔다. 겉으론 말투에 맞춰서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 있지만 속으로 후회막심이었다. 스스로에게 ‘바보’를 수차례 외쳤다.

하루는 조금 더 생각했다. 고쿠데라가 속으로 자신을 타박할 때 그녀는 그를 몰래 흘끔 쳐다봤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그는 언제나처럼 인상을 쓰고 있었다. 봉고레 10대 외의 인물에게는 항상 그런 표정을 보였다. 그런데 그녀는 그를 처음 만날 때부터 안 좋게 찍혔었으니, 그녀를 보는 그의 시선이 좋아질 리 만무했다. 그래도 최근 들어 그녀 앞에서 웃는 그를 전보다 자주 봤기 때문에, 실례될지 몰라도,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적어도 처음 만났을 때처럼 화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고쿠데라 씨!”

갑자기 고개를 들고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눈싸움이라도 하는 것 마냥 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는 차마 그녀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민망해서, 얼굴 피부의 온도가 또다시 올라갈까봐 걱정돼서,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표정으로 근육이 굳어버렸다.

“왜, 왜?”

“크리스마스에 저랑 같이 있어주세요.”

그가 이성의 끈을 끝까지 붙들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를 끌어안았을 것이다. 그의 심장은 터질 정도로 강하게 펌프질 했고, 그의 머리 위에서는 교회의 종소리에 맞춰 천사들이 할렐루야를 합창했다.

“올해는 예외니까요. 으응……. 혼자 있는 건 역시 외롭잖아요.”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터졌다. 그가, 고쿠데라 하야토가 엄청나게 큰 소리로 웃는 것이었다.

“파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녀는 크리스마스는 가족끼리 지내야한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다. 올해는 애석하게도 혼자 있어야만 한다. 그는 늘 혼자였다. 그녀는 혼자인 게 싫었다. 그래서 올해만 그와 같이 있겠다고 결정했다.

………….

고쿠데라는 하루의 사고 순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둔한 그녀는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분명했다. 그저 크리스마스에 외로이 있는 게 싫어서 그에게 같이 있자고 권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니까, 그녀이기에 당연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녀는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그런 점이 좋았다. 언제나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톡톡 튀어나왔다. 처음에는 성가시다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은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였다.

“제 말이 이상했나요?”

하루는 그가 너무 호쾌하게 웃으니까 오히려 걱정됐다. 그가 이토록 시원하게 웃는 건 그녀로서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아마 그도 난생 처음으로 그리 크게 웃었을 것이다.

“아니, 아니야. 안 이상해.”

“그럼 왜 웃었어요?”

“나미모리 신사가 영험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어.”

“네?"

 그녀가 그에게 했던 말을 그가 재탕했다. 그녀로서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허리를 조금 숙이고 그녀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녀는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고 동시에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역시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그녀를 보며 미소 지었다.

 

“아까 빈 소원 말이야,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