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우리들의 계절 -여름

★은하수★ 2009. 8. 24. 14:46

<공지>

1. 이것은 옴니버스식 단편입니다!

2. 이번 편은 커플링이 없습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우리들의 계절'이라는 큰 타이틀 아래에 '봄', '여름', '가을' ,'겨울'순으로 진행됩니다. 옴니버스식 단편 릴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계절마다 등장인물도 다르고, 커플링 유무도 다르고, 애정이냐 개그냐 우정이냐도 다르고, 캐릭터의 나이도 다 다릅니다. 사계절이라고 해서 같은 해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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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estate(夏 : 여름)

 

이탈리아의 어느 숲 속에 커다란 성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개성 넘치는 청년들이 하루도 쉴 새 없이 부지런히 싸우는 소리와 상대도 안 되면서 죽어라고 덤벼드는 외부인이 이리저리 치이는 소리가 넘쳐났다. 아주 가끔 피비린내가 진동할 때도 있었다. 숲 속 어딘가엔, 피가 잔뜩 스며들어 땅도 풀도 나무도 온통 검붉은 색으로 물든 곳이 있다고 한다. 설마 진짜로 그러겠냐 만은, 현실성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평범하지 않은 그 곳. 바로, 봉고레 패밀리의 독립 암살 부대 바리아, 악명 놓은 조직의 아지트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오오이! 대체 뭔 소리야!”

옅은 회색이 감도는 백장발이 불규칙적으로 흩날린다. 바리아의 제복도 흔들릴 수 있는 옷깃이나 옷자락이면 빠짐없이 펄럭였다. 스쿠알로의 거칠고 빠른 발걸음에도 요지부동일 수 있는 것이라면 그의 표정과 오른팔을 대신하는 검 밖에 없을 것이다.

[성큼성큼성큼성큼!]

경보 시합을 연상케 하는 발놀림이었다. 다리가 길어서 보폭도 넓은데 걷는 속도까지 빠르니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은근히 무서울 수도 있다. 거기에는 그의 표정도 한 몫 할 것이다. 가뜩이나 눈매가 매서운데, 골이 깊게 패일만큼 미간 주름을 힘껏 만든 덕분에 눈 주위가 더 날카로워졌다. 더불어 인상 자체가 평소의 배로 험상궂게 보이는 효과를 발했다.

[쾅!]

그가 힘차게 걷어찬 문은 그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여닫이 문이라면 필시 옆으로 부채꼴을 그리며 펼쳐져야 할 것을, 불쌍하게도 앞으로 부채꼴을 그리며 엎어졌다.

“수리비 내놔.”

스쿠알로가 쳐들어간 방은 의외로 마물의 방이었다. 커다란 모자로 눈을 가리고 있는 마몬은 그녀 전용 의자에서 편지를 읽고 있었다. 스쿠알로가 상당히 요란하게 들어왔는데도 고개 한 번 돌려보지 않았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그가 찾아온 이유가 아니라 그가 부순 문에 대한 수리비였다.

“보스가 어쩌고 어째?”

“목소리 좀 줄여. 노이로제에 걸리면 치료비까지 청구할 거야.”

“마-몬-!”

스쿠알로는 다섯 손가락이 멀쩡하게 달린 왼손으로 마몬의 머리를 덥썩 잡았다. 안타깝게도 그가 잡은 마몬은 가짜였다. 환각으로 만들어진 가짜는 연기로 변하여 그의 손가락 사이사이로 빠져나갔다. 스쿠알로는 고개를 홱 돌렸다. 진짜 마몬은 책상 위에 앉아서 직사각형의 종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보스는 지금 어디 있어?”

“다 알고 온 거 아니야?”

질문을 질문으로 회피하는 그녀는 얌체 같았다. 제대로 시치미 떼는 것이었다. 그런 말투는 스쿠알로의 신경줄을 사정없이 잡아당겼다. 이마며 목이며 핏줄이 강렬하게 튀어 나올 수 있는 곳이면 전부 선명하게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까지 바드득 갈았다. 당장이라도 검을 휘두를 기세였지만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하며 꾹 참았다.

“진-짜로 일본에 있는 거냐? 그것도 일주일 전부터?”

“알면서 물어보지 마.”

“그동안 보스는 네가 만든 환각이다?”

“뻔하잖아. 나 말고 누가 그런 완벽한 환각을 만들겠어?”

“어째서 얘길 안 한 거야?”

결국 터져버렸다. 고막을 흔드는 것도 모자라 뇌까지 흔들 만큼 대단한 고주파가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뇌가 흔들리는 통에 시야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고, 고막이 심하게 흔들리는 바람에 내이의 반고리관에 이상이 생겨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책상 아래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보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크케-엑.”

마몬은 둥글고 큰 모자를 고쳐 쓰면서 일어나는 도중에 스쿠알로에게 멱살을 잡혔다. 조그만 마몬에게 잡을 곳이 어디 있다고 아주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게다가 조그만 만큼 가볍기까지 해서 스쿠알로의 얼굴 높이로 쉽게 들어 올려졌다. 그녀는 너무 꽉 잡힌 바람에 발버둥 칠 수도 없었다.

“마몬. 과자 가지고 왔어. 에? ……. 스쿠알로!”

벨이 무심코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부서져 있는 건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바리아의 본부에서 기물 파손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 마냥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서진 문을 통과하자마자 무시할 수 없는 광경이 긴 앞머리 사이사이로 보였다. 자칭 천재를 강조하는 왕자는 생각할 것도 없이 재빨리 달려가서 꼬마 동료를 구출했다.

“켁, 켁.”

마몬은 겨우 숨통이 트였고 벨이 그녀의 등을 살살 두드렸다.

“그 녀석 내…….”

[와득]

“으악! 임마!”

벨은 마몬을 향해 다가오는 마수를 깨물었다. 스쿠알로가 주책없이 팔을 흔들어도 놔주지 않았다. 잇자국이 깊숙하게 날 때까지 깨문 후에야 놔줬다.

“벨. 저건 먹는 게 아니야. 배탈 난다고.”

“응. 맛없어.”

[쿵, 쿵.]

두 꼬마의 아스트랄한 대화는 스쿠알로의 초강력 꿀밤으로 마무리됐다. 벨은 다시 스쿠알로의 손을 깨물려고 덤볐지만 그보다 키가 한참이나 큰 스쿠알로가 손을 높게 들었다. 입을 벌린 채 폴짝폴짝 뛰었지만 소용없었다. 벨과 마몬, 둘 다 볼을 크게 부풀리며 뚱한 표정을 지었다.

“보스가 그 동안 부재중이었다는데 네 놈들은…….”

“보스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뭐.”

“벨-. 너도 알고 있었냐?”

“나하고 마몬 사이에는 비밀이 없거든.”

[쿵, 쿵.]

두 번째 꿀밤이 시속 60km로 날아들었다. 어김없이 두 꼬마의 머리 위에 별이 돌고 돌았다. 벨은 그 상태에서 스쿠알로한테 덤비려다가 방향감각이 현저하기 떨어진 탓에 엉뚱한 곳으로 휘청거렸다. 스쿠알로는 분노의 오라를 뿜던 중에 책상 위에 있는 직사각형의 종이에 시선이 갔다. 마몬이 보고 있던 것이었다. 일본행 국제 항공권. 모두 다섯 장으로, 스쿠알로, 벨페고르, 마몬, 룩스리아, 레비 아 탄. 이렇게 바리아의 간부의 이름이 친절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스쿠알로에게서 무한히 방출되던 분노의 오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의 머릿속은 그의 머리칼 색처럼 하얘졌다.

“이게 뭐냐?”

제정신으로 돌아온 벨과 마몬이 쪼르르 다가왔다.

“시시싯. 항공권이잖아.”

“누가 그걸 몰라서 묻냐?”

스쿠알로와 벨이 서로 으르렁 거리는 사이에 마몬이 벨의 팔에서 빠져나왔다. 그녀는 스쿠알로의 손에서 항공권 다섯 장을 낚아챈 후에 책상 위로 폴짝 뛰었다.

“이건 보스가 보낸 거야. 우리도 일본에 오라는군.”

“우오오이-! 군용기도 아니고 봉고레 전용기도 아니고 일반 여객기를 타고 일본으로 가라고!”

무식할 대로 큰 성량 때문에 벨과 마몬이 귀를 꽉 틀어막았다. 그의 목소리는 공기를 타고 흘러흘러 룩스리아와 레비에게 전해졌다. 두 간부는 순식간에 마몬의 방에 모였다. 룩스리아는 알랑 거리면서 스쿠알로에게 착 달라붙었다.

“스쿠 짱. 어디 간다고?”

그의 선글라스 안쪽에 있는 두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스쿠알로는 룩스리아가 손댄 곳부터 소름이 쫙 돋았다. 그가 으르렁 거리면서 룩스리아를 떼어낼 때 마몬이 간부들에게 각자의 이름이 적힌 항공권을 나눠줬다. 쓸데없는 실랑이 중인 스쿠알로와 룩스리아에게는 옷깃에 표를 꽂았다.

“보스가 최대한 일반인처럼 하고 오래. 무기는 일절 소지하지 말 것. 그러니까 스쿠는 의수 바꿔 끼고, 벨은 숨겨둔 나이프 다 빼고, 레비는 온갖 잡다라한 것들 빼고 수염까지 깎으라는데?”

마몬이 잔자스에게서 온 편지를 찬찬히 읽었다. 어째서 일반인처럼 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다들 잔자스의 세.부.명령에 수긍했다. 그런데 레비만 이해가 안 된 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수염을 깎아야 하는 거지?”

“넌 얼굴이 무기잖아.”

전원이 아주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레비는 단단히 충격을 받고 넋이 반쯤 나간 채 서있었다. 벨이 장난삼아 슬쩍 밀었는데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그리곤 ‘얼굴이 무기, 얼굴이 무기’라며 귀신 씐 사람마냥 중얼거렸다.

“그 빌어먹을 보스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시싯. 효자 노릇한다는데 냅둬.”

벨의 한 마디에 스쿠알로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아무리 봐도 바리아의 보스에게 ‘효자’라는 성실한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효자 노릇?”

“벨 짱. 뭐 아는 거 있어?”

“9대 보스랑 같이 휴가 중이라는데? 그치, 마몬.”

“맞아.”

스쿠알로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입을 떡 벌렸다가 왼손으로 이마를 짚고는 머리를 뒤로 살짝 젖혔다. 마무리로 윗니 아랫니를 살며시 포개어 ‘아드득’깨물었다. 그에 비해 룩스리아는 두 손을 양 볼에 살포시 대고 입을 세로로 길게 벌린 다음에 ‘어머어머 웬일이니’라며 낯간지러운 목소리로 감탄했다. 레비는 여전히 ‘얼굴이 무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

지중해성 기후인 이탈리아는 여름이 ‘그저 덥다’면 일본은 ‘찝찝하게 더웠’다. 공기가 피부에 닿는 감촉 자체가 확연히 달랐다. 바리아 간부들이 일본에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지만 그 때는 습한 여름이 아니었다. 그들이 과연 일본의 여름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었다.

이제 막 도쿄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게이트를 통과한 바리아의 다섯 간부는, 진지하게 일반인 같은 차림에 각자의 간소한 짐을 들고 있었다. 스쿠알로는 여름용 얇은 청바지에 민소매-라운드 넥 흰 티를 입었다. 단순한 조합이지만 시원해 보이니까 높은 점수를 주자? 긴 머리까지 시원하게 묶어 올렸으면 패션 점수가 더 올라갔을 텐데 안타깝다. 벨은 V넥 반팔 티와 베이지색 면 반바지를 입고 붉은 색 형광 뱅글 하나를 오른 팔에 찼다. 티셔츠의 가로 줄무늬는 의외로 그와 색이 잘 맞았다. 마몬은 커다란 흰색 빵모자에 하늘색 체크무늬의 케이프. 안은 평소와 다름없는 검은 망토였다. 하지만 망토도 케이프도 전부 얇은 재질이라 전혀 덥지 않았다. 오히려 바람이 잘 통해서 시원한 편이었다. 룩스리아는 옆선이 잘 빠진 진청색 진에다가, 상의는 야자수가 그려진 노란색 반팔 남방을 입었다. 남방 안에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채 단추를 다 풀어놔서 그의 잘 다져진 근육이 드러났다. 선글라스도 녹색 뿔테로 바꿨다. 레비는 여름용 검정 정장 바지와 흰색 반팔 와이셔츠를 입었다. 그에게 정장이 웬 말이냐 하겠지만, 얼굴의 피어싱을 전부 빼고 수염을 깔끔하게 깎으니까 헤어스타일이 어떻든 상관없이 얌전해 보였다.

“야. 어서 와.”

그들을 마중 온 사람을 보자마자 스쿠알로가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항상 미간에 힘주는 거친 인상인데 그를 보니까 미간 주름이 더 굴곡이 심해졌다.

“아, 민폐 조랑말이다.”

“시시싯. 그거 괜찮은데?”

“어이, 두 사람. 말이 심하잖아.”

마몬과 벨은 말은 멋대로 하지만 바리아의 간부 중에서 제일 그를 반겼다. 디노 캬발로네. 정작 있어야 할 본부에는 없고 일본에 머무르는 날이 대다수인 캬발로네의 대책 없는 보스. 무기를 들지 않는 평상시엔 동생들에게 곧잘 맛있는 걸 사주는데, 마몬과 벨도 그 혜택을 톡톡히 받았다.

“오랜만이야, 스쿠알로.”

“네 녀석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

스쿠알로는 다짜고짜 적의를 드러냈다. 디노는 그가 학창시절에도 늘 그랬기 때문에 웃으며 넘길 뿐이었다. 아마도 소위 동창 중에서 스쿠알로와 변함없는 관계를 유지하는 건 디노 뿐일 것이다. 여기서 그들의 변함없는 관계가 무얼 뜻하는지 애매하지만 최소한 적대관계는 아니다.

“하지만 잔자스를 찾으려면 별 수 없을 걸?”

디노의 말이 맞았다. 그들은 디노가 준비한 승합차에 탈 수밖에 없었다. 스쿠알로는 디노의 안내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최대한 일반인처럼 하고 온 이상 따로 챙겨온 도구도 없고 보스를 찾을 길이 없으니 참아야만 했다. 바리아 간부로서 살면서 이렇게 사복을 입고 맘 편히 있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서 어떤 해수욕장의 한 팬션에 도착했다. 내외부 전부 깨끗하게 정돈 되어 있고 경치도 좋았다. 며칠 머물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넓은 앞마당의 한쪽에는 각각 다른 종의 오토바이가 다섯 대 세워져있었다. 디노가 현관문을 열쇠로 열어주자 다들 천천히 둘러보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방문과 창문이 다소곳이 닫혀있었다. 제일 눈치가 빠른 스쿠알로는 한숨을 짧게 쉰 다음에 디노를 흘겨봤다.

“우오오이, 잔자스는 어디 있지?”

“역시 눈치 챘네.”

디노는 싱글벙글 웃었다.

“잔자스가 너희한테 주는 선물이야. 일주일 포상휴가. 잔자스는 지금 이탈리아에 도착했을 거야.”

스쿠알로는 입은 반쯤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 빌어먹을 바보 보스. 어울리지 않은 짓이나 하고.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항상 긴장과 증오 속에서만 살던 그에게도 여유가 생겼다는 신호니까 말이다. 보스가 시키는 대로 훅 쉬고 돌아가는 것도 제법 괜찮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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