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우리들의 계절 -봄

★은하수★ 2009. 8. 21. 13:17

<공지>

1. 이것은 옴니버스식 단편입니다!

2. 이번 편은 [츠나쿄코] 커플이 존재합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우리들의 계절'이라는 큰 타이틀 아래에 '봄', '여름', '가을' ,'겨울'순으로 진행됩니다. 옴니버스식 단편 릴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계절마다 등장인물도 다르고, 커플링 유무도 다르고, 애정이냐 개그냐 우정이냐도 다르고, 캐릭터의 나이도 다 다릅니다. 사계절이라고 해서 같은 해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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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primovera(春 : 봄)

 

지구 온난화란 무섭다. 3월 중순인데도 날이 많이 따뜻하다. 꽃샘추위는 아예 없어졌나 보다. 게다가 벚나무에 꽃봉오리가 한가득 솟아올랐다. 아직 부풀지 않았지만 이정도 속도면 작년보다 2주는 빨리 꽃놀이를 갈 수 있을 것이다. 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 새로 사귄 친구들과 꽃놀이를 가기 마련인데 이제는 기존에 알던 친구들과 새 학기 시작을 축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뻑!]

“네가 지금 느긋하게 하늘이나 볼 때냐?”

리본이 사와다의 머리를 두 발로 지그시 밟으며 지나갔다. 그의 앞에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 질주했다. 리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즈음에 고글을 쓴 랄 미르치가 사와다의 왼 다리를 있는 힘껏 찼다.

“아프잖아.”

“리본은?”

“저기.”

사와다는 허리를 숙이고 랄에게 맞은 곳을 문질렀다. 저주 때문에 몸집은 아기 만해졌지만 그 몸에서 나오는 힘은 어른이 낼 수 있는 힘과 비등했다. 자기 키보다 더 긴 소총에, 갖가지 장총이며, 샷건 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할 정도니, 작다고 해서 무시하면 큰 일 난다. 젊은 나이에 저승행 특급열차 승차권을 구경하고 싶으면 덤벼라.

[우둑]

“잡기만 해봐.”

랄은 리본이 지나간 길을 따라 곧장 달려 나갔다. 현역 히트맨이라 그런지 상당히 빨랐다. 사와다가 필살 모드나 하이퍼 모드가 아니면 절대 낼 수 없는 속도였다. 간단하게 말하면, 평소의 사와다는 느릴 대로 느려서 잡히기만 할 뿐 잡는 입장은 못 될 것이다. ……. 하지만 이것도 다 중학생 시절의 얘기다.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할 그는 많은 일을 경험한 덕분에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숙했다. 방금 전 리본의 기습과 랄의 태클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피했다간 두 배로 돌아올 테니 그냥 얌전히 당한 거에 불과하다.

“안녕, 츠나 군.”

만 15세 소년의 마음을 흔드는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사와다는 그녀의 예상치 못한 등장에 적잖이 놀랐다. 두 눈은 휘둥그레지고 볼은 붉게 달아오른 데다가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서 두세 발짝 더 거리를 뒀다. 작은 손가방을 든 그녀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사와다의 반응은 언제 봐도 래퍼토리가 똑같지만 질리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아…… 사사가와구나.”

평소 같으면 ‘안녕, 쿄코 양.’하고 인사했을 것이다. 사사가와 쿄코는 그의 어색한 반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중학교에 입학해서 같은 반이 되자마자, 처음 말을 트기 시작할 때부터 서로 ‘츠나 군’, ‘쿄코 양’이라 불렀다. 이번에도 그녀는 그를 ‘츠나군’이라 불렀다. 하지만 되돌아온 것은 ‘사사가와’였다. 그 한 마디 만으로 그가 그녀에게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뭐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었어?”

“으, 응. 하루랑 같이 여기저기 돌아다녔어.”

쿄코는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눈이 다른 곳을 향했다. 한 번도 눈동자를 마주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처음으로 그의 눈을 피했다. 만약, 그녀가 그의 얼굴을 제대로 봤다면 그의 씁쓸한 미소를 봤을 지도 모른다.

“난 항상 그렇듯이 리본한테 시달렸지. 사람 괴롭히기는 녀석이 세계 최고잖아.”

“하지만 그건 츠나 군을 위한 일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하-. 그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잘 참은 거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이상한 공기는 평소와 같은 대화덕분에 좀 푹신푹신해졌다. 또 그의 논을 똑바로 보게 된 그녀는 지금에서야 그의 얼굴에 있는 상처를 발견했다. 예리한 것에 베인 것 같은 자국과 그 주변에 거뭇한 흔적. 색이 옅은 멍 가운데를 칼로 베인 건지, 베인 상처 위에 뭔가와 부딪혔는지, 애매한 상처였다.

“수업 받다가 다친 거야?”

그녀의 크고 귀여운 눈망울에는 걱정이 한 가득이다. 그는 오른쪽 뺨을 자극하는 작은 상처를 슬며시 만졌다. 어제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쓰렸다.

“총알이 스쳐 지나갔어. 하마터면 죽을 뻔……, 아니 이건, 어제 습격을 받았거든.”

“습격?”

“내가 혼자 있기를 기다렸나봐. 미행은 꽤 전부터 당했는데 그간 계속 야마모토나 고쿠데라랑 같이 있었거든.”

그는 헤실헤실 웃었다. 그녀는 그가 쉽게 당할 인물이 아니라는 것쯤이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에 총알이 스쳐지나가다니, 머리에 총을 맞을 뻔하다니, 순간적으로 오싹해졌다. 그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면 지금 그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저절로 고개가 아래로 떨어지고 몸이 와들와들 떨렸다.

“사사가와?”

그는 허리를 숙이고 밑에서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눈을 세게 꼭 감고 입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그 순간 무릎에서 허리로 통증이 뼈를 따라 순식간에 올라왔다.

“아야-.”

“어디 아파?”

참지 못하고 새나온 소리에 그녀가 즉각 반응을 보였다. 고개를 급히 들고 그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걱정이 흘러넘칠 만큼 가득했다. 그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무슨 말을 할 거였는지 잠깐 잊어버렸다. 그녀가 그 정도로 걱정할 만한 일이 아닌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하니까 왠지 당황스러웠다. 아마 습격 얘기 직후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는 이 어설픈 타이밍에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그녀가 안심할 수 있도록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냥 성장통이야. 2주째 이것 때문에 고생이거든.”

“성장통? 아…… 난 또 어디 다친 줄 알고.”

“그랬다간 리본한테 맞아 죽을걸?”

“설마-.”

그들의 분위기는 일정하게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그가 마피아 조직의 차기 보스라는 사실을 그녀에게 알린 후부터 그들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불안정해졌다. 그에게 깊이 관여하지 않던 그녀가 사소한 일에도 그를 걱정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그가 그녀의 걱정을 덜어줬다. 그녀가 분위기를 무겁게 이끌면 그는 다시 그것을 가볍게 바꾸는 역할을 자청했다. 그는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원체 마음이 여리니까, 착하디착한 그녀에게 작은 어둠을 심은 장본인이 자기 자신이니까, 그녀의 어둠이 커지면 그것을 덜어주는 것을 자신의 몫으로 여겼다.

“여어. 츠나, 사사가와.”

이 목소리는 분명히 야마모토였다. 사와다 혼자 멀거니 서있던 공터에 하나 둘 사람이 늘었다. 야마모토가 가까이 다가와 멈춰 서자마자 어딘가에서 굵은 총성이 시원하게 터졌다. 야마모토와 쿄코의 고개가 저절로 총성이 난 곳으로 돌아갔다.

“아마 랄의 샷건 소리일 거야.”

“랄이 왔어?”

외부고문 소속 준 아르꼬바레노의 이름이 나오자 야마모토의 표정이 어색해졌다. 정확하게는, 한참 어색하게 웃는 낯이었다. 사정을 아는 사와다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했다. 다만 위로답지 않은 위로였다.

“걱정 마. 지금 리본이 네 몫까지 열심히 맞는 중일 테니까.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사흘 전. 랄 미르치가 훈련병 180명을 이끌고 일본에 전지훈련을 왔다. 사와다 이에미츠를 통해 그 소식을 들은 리본은 야마모토와 고쿠데라를 데리고 훈련장을 ‘기습 방문’했다. 리본이 말하기를, 그것은 기습 ‘방문’이었다. 하지만 랄의 입장에서는 심야 ‘습격’이었다. 최강 7인이라는 아르꼬바레노 중 한 명이면서 세계에서 인정받는 최강의 히트맨, 리본. 그는 장난기마저 최강이었다. 야마모토와 고쿠데라에게 ‘내가 형광 페인트 탄을 쏘는 곳이 타깃이다. 뒤처지지 말고 하나도 빠짐없이 제거해라.’라는 지령을 내렸다. 안 봐도 뻔하다. 그저 심야 훈련인줄만 안 두 수호자는 리본의 의도대로 훈련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랄이 나타난 후에야 상황을 파악했고 그녀 손에 죽지 않게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리본은 랄이 나타나기 전에 일찌감치 도망친 상태였다. 그 후로 사흘 동안 리본과 랄의 무한 술래잡기가 계속됐다.

“랄 씨한테 무슨 잘못 했어?”

쿄코가 고개를 갸웃 했다. 사와다하고 관련이 없으면 으레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뭐, 리본이 목숨을 건 도전을 했달까, 철없는 장난을 쳤달까. 아마 랄이 제대로 훈계해 줄 거야.”

“시끄러, 대책 없는 놈.” [ダメ(다메):상황에 따라 해석이 다양하다.]

“거기 서!”

“넌 서라고 하면 서냐?”

사와다의 무릎까지도 키가 닿지 않는 꼬마 히트맨 두 명이 순식간에 그의 옆을 지나갔다. 아주 잠깐이지만 리본의 표정이 보였다. 잡히면 죽는다! 아주 절실하게 묻어난 얼굴로 랄에게 쫓기는데, 약간 불쌍했다. 하지만 자업자득인 이상, 누구도 아닌 랄을 건든 이상 도와줄 수 없었다. 리본이니까 혼자 알아서 할 거라는 심리도 같이 작용했다.

“휴-. 난 그냥 지나가는구나.”

“지금은 리본밖에 안 보일 거야.”

“하하. 그 다음이 문제지.”

야마모토는 ‘이제 될 대로 되라지.’라는 식으로 웃어넘겼다.

바람이 약하고 가볍게 불었다. 벤치도 드문드문 있는 공터에도 몇 포기의 풀과 몇 그루의 나무는 있다. 그 사이에서 막 피어난 봄꽃의 향내가 바람을 타고 넓게 퍼졌다. 4월의 벚꽃과 5월·6월의 아카시아와 7월·8월의 풀 향과 9월의 코스모스와는 다른, 3월 초봄에만 맡을 수 있는 은은한 꽃향기였다. 이제 벚나무의 꽃봉오리가 무르익고 하얀 꽃이 만개하면, 짙은 벚꽃 향기가 이 향내를 대신할 것이다. 이 향을 느낄 수 있는 기간이 짧은데다가 향 자체가 너무 약해서 웬만하면 인식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지나친다.

“아, 맞다. 사사가와.”

갑작스런 호출. 그리고 호칭에서 전해지는 위화감. 쿄코는 근육이 몸 전체적으로 경직됐다. 사와다가 사용한 어색한 호칭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는 야마모토도 마찬가지였다.

“졸업식 어땠어? 히바리 선배가 없으니까 엄청 요란했을 것 같은데.”

사와다는 3월 초에 있었던 나미모리 중학교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본인의 졸업식이지만 참석할 수 없었다. 봉고레 9대 보스가 쓰러졌다는 통보를 받자마자 이탈리아에 갔기 때문이다. 근 반달 동안 그의 옆을 지켰다. 나이가 많은 탓인지 결국 일어나지 못하고 그래도 숨을 거뒀다. 봉고레 9대 보스의 장례식이 끝나고 곧바로 10대 보스 계승식을 치렀다. 마피아에게 슬픔의 기간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사와다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정식으로 봉고레 패밀리의 보스가 된 그는 일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자 잠깐 귀국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바리아의 보스, 잔자스에게서 온 것이었다. 딱 한 줄짜리 편지였다. 그 한 줄을 대충 휘갈겨 썼지만 잔자스의 친필이 분명했다. 사와다는 그가 직접 썼다는 사실에 큰 의의를 뒀다.

<봉고레 패밀리는 보스가 일본에 있다 해서 무너질 허접한 조직이 아니다.>

덕분에 고등학교 입학 취소를 할 필요도 없게 됐고, 엄마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래도 방학은 꼬박꼬박 이탈리아에서 보내야 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봉고레 10대 보스니 말이다.

“야마모토 군이나 고쿠데라 군이 얘기해 주지 않았어?”

쿄코는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으음…….”

보스의 충직한 오른팔이 있는데 졸업식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못 들었을 리 없다. 사와다는 야마모토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부드럽게 웃는 눈. 야마모토는 그 뜻을 읽고 천천히 한 발짝,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어느 정도 거리가 생기자 뒤로 돌아서는 어딘가로 유유히 걸어갔다.

이제 사와다 츠나요시, 사사가와 쿄코, 단 둘만이 남았다. 근처에서 총소리도 나지 않고 재잘거리며 뛰어다니는 꼬마들도 없다. 여린 봄꽃향이 사근사근 코를 자극한다. 너른 공터에 단 두 사람만이 마주보며 서있다. 이제 막 성장기인 소년과 그의 눈까지 키가 닿는 아담한 소녀가 아무 말 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소년의 한 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녀와 소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소년이, 꽃향기 옅게 퍼진 넓은 공터에서 마주보고 있다.

“역시 오랜만에 봐서 어색한가? 사사가와가 날 피하는 거 같아서 섭섭한 걸?”

“내가 츠나 군을? 아니야. ……. 오히려 반대잖아. 츠나 군, 어째서… 왜 갑자기 그렇게 부르는 거야?”

소녀는 조용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마음을 답답하게 짓누르는 것을 직접적으로 물었다. 소년은 조금 놀랐지만 금방 소녀를 이해했다.

“우리들 이제 고등학생이잖아. 어른이 되는 중에 호칭을 바꾸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 성으로 부르는 건 그만큼 상대를 존중한다는 뜻이니까. 거리를 둔다면…… 아마…… 성도 부르지 않고 피했을 거야.”

두 남녀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분위기는 아주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됐다. 어떻게 보면 사소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해가 풀린 지금, 오해의 무게는 중요하지 않다. 그녀의 마음에 생긴 작지만 깊은 상처는 그의 따뜻한 한 마디가 녹아들어가 흉터 없이 깨끗하게 나았다.

“그냥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아.”

마음이 가벼워진 그녀는 활짝 웃었다. 그도 같이 미소 지었다.

그의 머릿속으로 3년 전 봄에 있었던 일이 스쳐지나갔다. 중학교에 갓 입학하고 첫 눈에 그녀에게 반했던 그는, 성격상 말도 못 붙이며 몰래 훔쳐보기만 했다. 우연히, 과제용 프린트를 나눠주면서 그녀에게 사상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사사가와? 쿄코 양? 반 아이들은 대부분, 모두의 아이돌인 그녀를 ‘쿄코 양’이라 불렀다. 그가 호칭 때문에 고민할 때 그녀가 그를 구제했다. ‘그냥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아.’ 3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에게 있어 그녀는 ‘빛’이었다.

“그러면… 쿄코 양. 잠깐 실례할게.”

그는 재킷 안 주머니에서 하트 모양의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꺼냈다. 이탈리아의 한 가게에서 산, 그녀를 위해 산 목걸이였다. 그는 늘 몸에 지니고 있다가 우연찮게 만난 오늘, 망설이지 않고 그녀에게 선물했다. 손에서 손으로가 아니라, 그가 직접 그녀에게 걸어줬다. 분홍색의 조그만 큐빅이 가운데에 박힌 은제 펜던트는 그녀와 잘 어울렸다. 그녀의 눈은 더 동그래지고 양쪽 뺨은 옅게 붉어졌다.

“역시 쿄코 양을 위해 만들어진 거였어. 보자마자 감이 왔다니까.”

그가 본인의 선택에 만족스러워 할 때, 그녀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냥 선물이라면 고맙단 인사를 하겠지만, 그가 그녀에게 직접 걸어줬다. 그것도 앞에서 마주보면서. 그와 정면으로 그토록 가까이 붙어본 적이 없었다. 심장이 요란하게 쿵쾅거렸다.

“마음에 들어?”

“으, 응.”

“다행이다. 생일선물 겸, 졸업선물이야. 이탈리아에 간 바람에 다 지나가 버렸잖아.”

그는 미소 뒤에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목걸이를 주고 끝낼 것인가, 그녀에게 진실을 고할 것인가. 일부러 큰맘 먹고 부끄러운 자세로 목걸이를 걸어줬는데 이대로 넘어가자니 그게 더 어색했다. 그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입을 열었다.

“쿄코 양.”

“있지…….”

두 사람이 동시에 말문을 트는 바람에 주변에 어색한 공기가 두리둥실 가득 피어올랐다. 원래의 그라면 그녀에게 먼저 말하도록 양보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양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어떤 말을 할지 감도 안 오는 상태지만 그녀에게 양보하면 안 된다는 확신은 있었다. 이번만큼은 자신이 먼저 말해야만 한다고 마음 굳게 먹었다.

“좋아해.”

아름답게 꾸미는 형용사도 없다.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미사여구는 더더욱 없다. 3년 동안 간직해온 마음을 가장 솔직하고 진지하게 드러낼 수 있는 말은, 아무런 수식 없이 단 한 마디로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그것’밖에 없었다. ‘좋아해.’ 이 한 마디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게 할 수 있었다. 짧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한 마디. 그는 이 한 마디를 그녀에게 바치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츠나 군……. 너무해.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그녀는 수줍게 웃었다. 그는 가슴이 터질 듯이 기뻤다. 입이 귀에 걸릴 뻔했지만 꾹 참았고 탄성을 지를 뻔했지만 있는 힘껏 참았다. 그는 여유로운 척하며 방긋 웃었다.

“남자가 먼저 고백하는 쪽이 더 멋있잖아.”

벚꽃이 피지 않은 이른 봄에 귀엽고 순수한 커플이 서로를 바라보며 서있다. 하늘하늘한 봄바람에 그들의 온기가 실려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아마 그들이 서있던 자리에 가장 먼저 벚꽃이 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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