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 히바하루 NL커플링이 기본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미래 패러렐 세계가 배경입니다. 시대적 배경과 인간 관계, 그리고 아이템(?) 설명이 나오는, 프롤로그&1편을 읽으셔야 뒷 이야기가 이해 됩니다.
4. 1편부터 조금 잔인한 구절이 나옵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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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밀피오레 패밀리에서 아침 일찍 봉고레 본부에 심부름꾼을 보냈다. 간밤에 밀라노에 큰 비가 내려서 거래 장소로 접근하는 통로가 전부 폐쇄되었으니 거래 일시와 장소를 변경한다는 이야기였다. 2차 거래는 모레 로마 콜로세움에서였다. 밀라노에 밀피오레의 주요 시설이 있어서 그것을 우선 살펴야겠다는 이유와 하루의 대우는 약속대로 계속 할 것이니 걱정 말라는 말이 덧붙었다.
“인질을 두고서 거래를 이틀이나 미룰 수 있는 겁니까?”
“이 바닥에선 비일비재한 일이잖아.”
보스가 폭풍의 수호자의 불만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어떤 변수가 작용해도 냉정했다.
“이유 없이 약속을 어기면 죽여 마땅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이유를 만들어내면 뒤로 물러나 줘야 하잖아.”
마피아 집안에서 태어나 마피아 속에서 자란 폭풍의 수호자가 이를 모를 리 없었다. 머리로 알아도 막상 입장이 되니 피가 역류할 것 같았다. 그는 ‘보스의 오른팔로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라고 자기 암시를 걸었다.
“왜 하필 콜로세움일까? 거긴 이탈리아의 명소이니만큼 관광객이 많잖아.”
비의 수호자가 본부 주변 순찰을 마치고 돌아왔다. 복도에서 마주친 번개의 수호자 덕분에 사정을 알고 있었다.
“이상한 건 그 뿐만이 아니야. 밀피오레의 본부나 지부 중에서 콜로세움과 가까운 곳은 없어. 밀라노와 피렌체로 분산 됐으면서도 세부 위치마저 로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야.”
“2차 거래는 그저 명목상으로 정한 거니까.”
쿄야가 보스의 의문점에 해답을 줬다. 그는 당장이라도 밀피오레 패밀리 본부에 쳐들어갈 기세로 양손에 톤파를 꽉 쥐고 있었다. 표정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것을 보면, 열심히 참는 중인 모양이다.
“하루 말로는, 큰 비가 내린 건 사실이지만 밀피오레 시설 중에서 이상 있는 건 없대.”
“시간을 끄는 만큼 재밌는 일을 준비하겠다는 걸까요?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어마어마한 일이었으면 좋겠네요.”
보스는 여유롭게 활짝 웃었다. 초직감으로 밀피오레의 꿍꿍이를 눈치 챘으면서도 초조해하지 않았다. 이것은 ‘성장’보다는 ‘깨우침’에 가까웠다. 기습이 난무하는 마피아계에서 몇 년을 살다보니 무시와 여유의 경지에 서 버렸다.
쿄야는 그런 보스를 마음에 든다는 듯이 쳐다봤다.
“많이 변했어.”
“칭찬으로 들을게요.”
톤파를 쥔 손에서 서서히 힘이 빠졌다. 쿄야는 인정하려 들지 않았지만, 그는 착실하게 보스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보스가 쿄야 본인이 추구하는 강함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감화됐다. 어쩌면 쿄야는, 정신이 강한 사람 앞에서 저절로 고개를 숙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시 뇌살탄 거래 자체가 본부를 기습하기 위한 미끼일까요?”
폭풍의 수호자가 간단한 가설을 세웠다. 그는 턱을 괴며 생각하다가 보스를 본 순간 흠칫 놀랐다. 보스가 너무나 초롱초롱한 눈과 화사한 함박 미소로 그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쿄야도 피식 웃었다.
“오, 역시 고쿠데라 군.”
“머리 쓰는 것 말고 잘 하는 게 없는 놈이잖아.”
“뭐야?”
“하하. 참아, 고쿠데라.”
비의 수호자가 폭풍의 수호자와 쿄야의 사이에 서 있는 게 다행이었다. 그래도 중학생 때처럼 무기를 먼저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츠나. 봉고레 링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데 본부까지 침입할 필요 있어? 우리만 불러내도 되잖아.”
비의 수호자와 같은 의문을 갖는 것이 정상이었다. 마피아계에서 ‘본부를 친다’는 건 단순 ‘항쟁’을 넘어 ‘괴멸’을 뜻하기 때문이다.
밀피오레를 깊게 조사한 것은 쿄야지만 보스가 대신 설명했다.
“봉고레 링이 보통 중요한 물건이 아니고, 봉고레의 결속력이나 규모가 마피아계 최고를 자랑하잖아. 봉고레 링을 완전히 차지하고 뒷일을 미리 배척하기 위해서 단번에 봉고레 전체를 없앨 생각일 거야. 아마 본부와 지부 모두 동시에 공격하겠지. 그리고 우리와 관련 있는 민간인도 전부.”
“민간인?”
“일본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까지 죄다 파악하고 있더라고. 하루가 납치된 건 단순히 찍어 맞추기가 아니야.”
처음으로 이 사실을 안 비의 수호자와 폭풍의 수호자는 얼굴에 그늘이 졌다. 특히 비의 수호자의 상태가 심히 민감해졌다. 그의 아버지가 일본에 있기 때문이다. 여차 해도 도우러 갈 수 없었다.
“쿄야 씨. 쿄야 씨.”
“하루. 무슨 일이야?”
시선이 쿄야에게 쏠렸다.
“언뜻 봤는데 간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무리지어서 나타났어요. 대부분 처음 보는 얼굴인데 딱 한 명 알아보겠더라고요.”
“키요우인가.”
“맞아요.”
하루를 납치한 자의 이름이 언급됐다. 그가 밀피오레 패밀리의 보스 직속 최고 간부인 6조화 중 한 명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있잖아, 하루.”
“네?”
“너무 돌아다니지 마. 녀석들이 고문 등은 안 한다지만 자유롭게 풀어준 건 아니잖아.”
“괜찮아요. 감시원까지 빼버릴 만큼 바쁘거든요. 전체 소집? 뭐, 그런 거 같아요.”
“그래도 방 안에 얌전히 있어.”
“네.”
발랄한 목소리를 끝으로 통신이 끊어졌다. 쿄야는 순간 자신이 어디에 누구와 있는지 깨닫고 그들 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보스와 수호자 두 명은 ‘자상한 남편, 쿄야’를 처음 보기 때문에 각자 신기해하는 눈으로 그에게 집중했다. 전부터 쿄야와 하루가 단 둘이 있는 것조차 못 봤기 때문에(그래도 연애 중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사랑하는 이에게만 보이는 부드러운 표정과 사랑하는 그녀에게만 들려주는 참한 목소리가 신선하기 그지없었다.
“하루가 히바리 씨에게 푹 빠져 사는 이유를 알겠어요.”
“시끄러. 물어 죽인다.”
쿄야는 능글맞게 생글생글 웃는 얼굴 앞에서 두 뺨이 살짝 발그레해졌다. 보스는 자신도 아내가 있기 때문에 아내 앞에서만 다른 모습-풀어진 모습이라든가 다정함이 넘치는 모습이라든가-을 보이는 남편의 본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비의 수호자나 폭풍의 수호자가 보스의 대사를 대신 했다면 톤파가 먼저 날아들었을 것이다.
“밀피오레에서 총소집을 하나봐. 하루의 눈에 보일 정도로 어수선하면 역시 그거 밖에 없어.”
“그-렇-군-요-.”
보스는 느릿느릿 한 음절씩 늘여 말했다. 등을 젖히고 창 밖 멀리 내다보다가 자리에서 폴짝 일어섰다.
“우리도 준비하죠.”
단순 짐작이 현실이 됐다. 밀피오레 패밀리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움직이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하려나? 이 정도는 예상 외로 행동해주는 편이 더 고마운 일일지도 모른다. 너무 뻔한 흐름으로 가니까 오히려 긴장됐다.
“히바리 씨. 디노 씨에게 일본에 가서 사람들의 신변을 보호해 달라고 부탁해 주세요. 야마모토는 롱샴에게 오늘 밤부터 연 이틀 콜로세움에서 파티를 하지 않겠냐고 권해봐. 고쿠데라 군은 본부 내 조직원들을 정리하고, 몰래 엿듣고 있는 형님은 바리아에 방어전 준비를 요청해 주시고, 그 옆에 있는 무크로는 3차 거래일까지 대기야.”
보스는 집무실 문 밖에 있는 태양의 수호자와 안개의 수호자에게도 역할을 배분했다. 두 수호자는 역시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누구 하나 보스에게 구체적인 계획을 묻지 않았다.
“우리와 토마조 패밀리의 친분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야.”
“하하. 그 잘난 밀피오레도 우리가 아직 토마조 패밀리와 적대 관계라 알고 있을 정도로 교류가 없었으니까.”
“그야……. 이탈리아에 오고 나선 편지나 선물 밖에 안 했네.”
“츠나. 그것들 전부 내가 배달했다고. 제 3자에게 들키면 안 된다면서 비밀 임무 형태로 시켰잖아.”
“그 노고 덕분에 지금 일을 짤 수 있잖아.”
보스는 비의 수호자에게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훗날, 토마조 패밀리와의 변화된 관계를 이용할 생각에 진행한 일이지만, 본질은 배달 업무다. 수호자에게 평범하고 귀찮은 우편배달을 시켜온 셈이다.
“녀석들에게 시간을 주면 그 만큼 더 준비하지 않겠습니까?”
“총력전에서 준비해봤자 얼마나 더 준비하겠어. 지금 우리가 더 급해. 단 시간에 모두 마쳐야 해.”
“그렇군요. 그러면 부하들에게…….”
“본부도 방어준비야.”
봉고레 10대 보스는 생뚱맞은 명령을 내리고 창문 가까이로 걸어갔다. 두 손을 창틀에 올려놓고 정면을 올곧게 쳐다보더니 가볍게 뛰어서 창틀에 걸터앉았다. 그 속을 거닐면 하늘을 찌를 만큼 높은 침엽수림이 집무실에서 내려다보면 장난감 나무 같았다.
“본부, 지부, 바리아까지 전부 방어에 치중하면 돼. 밀피오레의 수호자는 접근조차 못 할 테니 방어로 충분해.”
“밀피오레에서 우리 쪽 각 지점까지 통하는 길 중에서 6조화가 올 만한 길을 조사하지.”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요. 그런데 그건 체데프에 맡길 생각이에요. ‘길’에 관해서 그들만큼 형통한 사람도 없거든요.”
보스와 쿄야의 눈치 대화를 통해 나머지 수호자들이 ‘방어전’에 숨겨진 자신들의 싸움을 뒤늦게 알아냈다. 봉고레 패밀리와 밀피오레 패밀리 사이에 총력전이 예고된 지금, 한 쪽이 완전 몰락할 때까지 끝나지 않으리란 것쯤은 분명하다. 패밀리의 최대 위기 속에서 수호자가 가장 앞장 서야 하지 않겠는가. 수호자란 보스를 지키는 존재를 넘어서 패밀리를 지키는 존재니 말이다.
“츠나. 녀석들이 총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거, 언제 알았어?”
“백란이 6조화를 공개했을 때부터.”
담백한 대답이었다. 비의 수호자는 보스의 초직감을 다시금 감탄했다. 버벅 거리면서 ‘~일 거야.’ ‘~인 건 같아.’라고 말하던 때는 한참 전에 지났다. 언제나 자심의 감에 확신을 가졌고 그만큼 초직감은 더 날카로워지고 정확하게 발달했다. 그런데 그 만큼 보스 혼자 움직이는 경우가 잦아졌다. 보스는 원래 의존하지 않는 만큼 자신이 짊어지려는 성격이다. 예전에는 수호자들이 그 속을 간파하기 쉬웠던 데다가 리본이 유도했다. 그런데 지금은 보스를 파악하는 것이 적을 파악하는 것보다 어려워졌다. 그동안 같이 지낸 시간이 허무해질 만큼, 그리고 자신들 사이에 벽이 생겼다고 느낄 만큼.
“하루를 살려둔 건 우리가 안심하고 거래에만 집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군요.”
“응. 하루는 그저 시선 끌기용 미끼야. 그에 비해 지나친 일을 당했지만 실로 밀피오레 다운 짓이야. 나와 백란이 반대 입장이었으면…… 나 역시 인질을 가장 잔인하게 괴롭혔을 거야. ‘적당히’ 통하지 않는 세계에서의 생존 방법이니까. 하지만 겨우 미끼 하나로 모든 물고기를 낚으려는 건 과욕이지.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그 이상으로 잃는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가르쳐 줄 거야. 마레 링도 어울리지 않는 태생 모를 놈에게 분수를 바로 새겨 넣고 마레 링의 권위를 되찾아 주는 것이 트리니셋테의 일축, 봉고레 링을 가진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해.”
“그 말씀 그대로입니다. 보스.”
조금 두서없지만 설득력 있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해내야 하지만 조급해 하기는커녕 침착하게 현실에 충실한 모습이 그 설득력에 힘을 실었다.
본격적으로 행동을 시작한 보스와 여섯 수호자 중에서 지금의 보스를 가장 잘 파악하는 구름의 수호자. 쿄야가 돌발행동을 하지 않는 두 번째 원인은 역시 지금의 보스에 대한 신뢰였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 못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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