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브레샤론]das Meisterschwert -제 7검

★은하수★ 2010. 5. 27. 17:26

<공지>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브레이크x샤론 커플링입니다. 줄여서 '브레샤론'이라고 합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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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검

셰리와 셰릴이 본가에 돌아왔다. 불꽃놀이를 하러 나간 사이에 샤론의 방이 어질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 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쟈크시즈와 같이 외출을 하지 않았으면 분명 그 끔찍한 밤과 똑같은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녀석이 이불을 가져간 건 웃기지 아니한가.”

어느 새 바르마의 가주가 응접실에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아무 기척 없이 나타났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기 때문에, 그가 어디서 언제 끼어들 건 일일이 놀랄 거리가 못 됐다. 루퍼스를 신경 쓰는 일은 새삼스러운 헛일일 뿐이었다.

“듣고 보니 그러네. 왜 이불을 가져갔을까?”

셰릴이 루퍼스의 홍차를 챙겨줬다. 그녀는 쟈크시즈가 키득거릴 때까지 궁금해 마지않는 표정이었다. 사소한 것을 바로바로 찾아내는 일은 루퍼스의 몫이요, 그것을 약간의 무력을 통해 알아내는 일이 그녀의 셰릴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번 의문은 무력을 쓸 필요 없이 바로 해소될 기미가 보였다.

쟈크시즈는 각설탕 두 개를 홍차에 빠트리고 티스푼으로 요란하게 저었다. 그리고 계속 키득키득 웃었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티스푼과 찻잔이 부딪히는 소리는 듣는 사람이 불안함을 느낄 정도로 귀에 거슬렸다. ‘식기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티타임 예절을 완전히 무시한 행동이 괴기스러워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요, 불쾌함이 차근차근 늘어나는 것은 필연이었다.

쟈크시즈가 홍차를 마시기 위해 티스푼을 내려놓자 조용해졌다. 그의 웃음소리도 따라 그쳤다. 홍차 한 모금이 그의 입 안에서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찻잔이 받침 위로 돌아갈 때까지 응접실 내부는 고요했다. 혹 다시 시끄러워질까 했는데 다행히 쟈크시즈는 티스푼에서 흥미를 버렸다. 그리고 수상한 웃음소리 대신 장난기 가득한 얄궂은 표정이 얼굴에 가득 찼다.

“제가 준비한 선물을 샤론 아가씨 대신 가져간 겁니다.”

“선물?”

쟈크시즈를 제외한 전원이 동시에 반사적으로 반문했다. 쟈크시즈는 이 반응이 흥미로운지 더 얄궂게 웃었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슈크림 빵 하나를 살짝 집어 들고 그대로 자신의 입 속으로 넣었다. 우적우적 씹을 때마다 빵 껍질 안에 가득히 차 있던 흰 크림이 달콤하게 입 안 전체에 퍼져나갔다.

“아가씨 크기만 한 원숭이 인형이요. 무게도 아가씨와 같게 하려고 솜과 돌을 섞어 넣은 훌륭한 미끼랍니다.”

그는 슈크림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사라지기도 전에 메이플 시럽이 뿌려진 카스타드를 덥썩 집어 먹었다. 겨우 두께 2cm 짜리 한 조각은 한 입 거리 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 달짝지근한 감촉이 허전한 듯 애매한 입 안을 만족시켰다.

“그러니까 녀석은 그 원숭이 인형을 샤론으로 착각하고 이불이랑 같이 가져갔다? 고전적이군. 지극히 고전적인 방법이야.”

“그래도 잘 먹히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고전적인 방법이라도 바로 앞조차 보이지 않는 밤에는 효과적인 비책입니다.”

쟈크시즈와 루퍼스는 서로를 향해 싱긋 웃으면서 상대를 견제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서로 한 마디도 지지 않기 위한 신경전을 펼쳤다. 셰릴의 쇠부채가 날아들지 않을 만큼 자중했지만 신경전 자체가 비생산적인 일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또…… 오겠네요.”

샤론의 목소리가 두 남자의 바보 대결을 뚝 끊었다.

“자존심 때문에 오기부리면서 오겠죠.”

쟈크시즈는 위로의 말이나 안심시킬 수 있는 말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 샤론이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접 찔러 주는 수밖에 없었다. 약한지 강한지 종잡을 수 없는 아가씨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감은 잡았다. 속으로 잔뜩 긴장하면서 겉으로는 실컷 태연한 척. ‘레인즈워스의 이름을 잇는 자’를 떠나서 ‘강해 보이려는 허영’이 그녀의 본성이었다.

“그렇군요. 앞으로는 낮에 자고 밤에 깨있어야 하려나요?”

“에- 그건 좀 아니죠.”

예상대로 태연한 척 미소 짓는 샤론. 그것을 꿰뚫어 보면서도 그녀의 장단에 맞추는 쟈크시즈.

오전의 티타임은 길드 판도라의 수뇌부 소집 신호 때문에 어중간하게 끝났다. 레인즈워스의 본가에는 쟈크시즈와 샤론만 남아 있었다. 청년을 잡을 때까지 대장간 감독을 바르마, 베자리우스, 나이트레이에서 번갈아가며 하기로 장례식 직후에 결정 돼서, 딱히 할 일도 없이 집 안에 콕 박혀 있어야 했다.

“심심하지 않으세요?”

“그러네요.”

“아-. 아가씨는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 되겠군요.”

“놀리지 마요.”

젊은 두 남녀가 1층에 있는 넓은 테라스에서 아옹다옹 거렸다. 그들은 테이블 위에 아무 것도 올려두지 않은 채 서로 마주보며 앉아 있었다. 옻칠한 목제 테이블과 같은 재질의 의자 4개. 대장장이 이 집에 살았었다는 증거였다.

“브레이크 씨. 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검, 한 번이라도 휘둘러 봤나요?”

“아뇨. 검집에서 뽑아보지도 않았습니다.”

대장장은 약속대로 쟈크시즈에게 줄 검을 완성했다. 그러나 완성한 날 밤에 살해당했기 때문에 쟈크시즈에게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직접 보지 못했다. 쟈크시즈는 이것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검에 손대는 것을 꺼렸다. 그래도 왼쪽 허리춤에 단단히 차고 다녔다.

“아버지의 마지막 검이에요. 한 번 보여주세요. 죽은 제작자의 가치는 대부분 유작의 가치로 정해지거든요.”

웃는 얼굴에 씁쓸한 표정이 섞여서 보는 사람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자아냈다. 장례식이 끝나도 사람을 잃은 슬픔은 몇 년 동안 혹은 평생토록 끝나지 않는 법이다.

쟈크시즈는 왼손으로 검집을 슬며시 움켜쥐었다. 대장장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와 자애로운 아버지의 훈훈함이 깊게 서려있었다. 남모르게 제 손에 수많은 피를 묻힌 주제에 이런 검을 가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하물며 뽑아 드는 것은 더 못할 일이었다. 검을 뽑자마자 여태껏 지은 죄가 주마등처럼 끝없이 이어질까봐 두려웠다.

―망설임. 그것은 과거 자신에 대한 환멸에서 나오는 슬픈 감정.

샤론은 쟈크시즈의 두 눈동자를 통해 그가 적잖이 동요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약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기 전에 두 손으로 그의 왼손을 따뜻하게 감싸 잡았다.

“브레이크 씨는 이 검을 가진 자격이 있어요. 이 검을 사용할 자격도 있어요. 레인즈워스에서 인정한 사람인 걸요. 아버지의 생애 마지막 의지를 브레이크 씨의 의지와 함께 지켜주세요. ……. 어리광 수준의 욕심이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그래 주셨으면 해요.”

뒤통수를 한 방 제대로 맞은 느낌이었다. 속마음을 들켰다는 것보다 샤론에게 위로를 받았다는 것이 더 충격이었다. 그저 철없이 당당한 아가씨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성숙했다. 아직 어른이라고 못하지만 어엿하게 한 사람의 몫을 했다. 허를 찌르는 다정함. 과연 레인즈워스는 질리지 않는 곳이었다.

“대장장께 받은 은혜와 레인즈워스에서 받은 모든 친절을 아무 일 없던 것 마냥 뒤돌아 설 무뢰한은 아닙니다.”

쟈크시즈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샤론의 두 손은 저절로 그에게서 떨어졌다.

“검을 받고… 정말 처음입니다.”

[스릉]

대장장의 마지막 걸작이 단단한 검집에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폭이 7cm 가량 되는 얇은 양날 검이었다. 순흑 가죽으로 둘러싸인 그립과 검붉은 검신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보였다. 이것은 양쪽의 은백색 날을 돋보였다. 검신과 날 사이를 장식한 정교한 부조 세공도 일품이었다. 기사의 문장이라 불리는 백합 문장이 각각 다른 형태로 빈틈없이 줄지어 이어졌다.

“가볍… 군요. 게다가 그냥 쥐기만 했는데도 단단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이런 검을 단시간 안에 만들어 내다니, 역시 장인(匠人)이십니다.”

“외관까지 세밀하게 신경 쓰신 걸 보니 만드는 내내 무지 집중하셨나 봐요.”

샤론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갑자기 내리는 눈물에 깜짝 놀라 서둘러 소매로 닦았다. 이것이 명작을 대했을 때의 감동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존재 자체만으로 무한한 존경과 감동을 이끌어내는 존재야말로 진정한 명작. 샤론은 자신이 대장장의 딸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