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브레샤론]das Meisterschwert -제 5검

★은하수★ 2010. 5. 7. 17:44

<공지>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브레이크x샤론 커플링입니다. 줄여서 '브레샤론'이라고 합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

-제 5검

대장장의 장례식 중에 셰리가 쟈크시즈를 따로 불러냈다. 셰리는 교회 뒤편,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쟈크시즈에게 중요한 일을 부탁했다.

“일부러 제게 부탁하시는 겁니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의지가 강한 눈동자로 그를 곧게 쳐다보는 것으로 족했다. 그녀는 남편을 잃은 슬픔으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픈 와중에, 레인즈워스의 가주로서 할 일을 다 하기 위해 굳세야만 했다.

쟈크시즈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레인즈워스 쪽의 청이 없었어도 청년을 찾아내 죗값을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장례식이 끝나는 즉시 수도 변두리와 밖을 탐색해서 실마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레인즈워스의 가주가 예상에서 살짝 빗나간 부탁을 했다. 대장장의 복수가 아닌, 샤론의 신변보호가 제시된 의뢰였다. 이에 따르면 쟈크시즈는 레인즈워스의 본가에, 최대로는 길드 판도라 내에 있어야만 했다. 샤론이 그 밖으로 나갈 일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레인즈워스는 사적인 복수보다 가문의 유일 상속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선택했다. 청년은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전제가 있는 만큼, 반드시 그럴지 언제 그럴지 확실할 수 없는 무기한 불안정 의뢰였다.

“그이도 죽은 자신보다 지금의 샤론을 지켜줄 것을 원할 거예요. 그이가 지켜오고 지키려 애쓴 우리의 아이를 지켜주세요.”

“그것이 제가 돌아가신 어르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입니까?”

“그리고 샤론을 위한 일이에요.”

셰리는 슬픈 얼굴 속에서 따뜻한 미소를 짓기 위해 애썼다. 애원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강한 척 하는 것도 슬슬 한계에 다다랐다.

이렇게 아슬아슬한 표정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당신이 쟈크시즈라면 자기 소신껏 자기 길을 정할 수 있겠는가? 길드 판도라도 위로하지 못하는 레인즈워스를 두고, 절박한 부탁을 뿌리칠 수 있겠는가?

쟈크시즈는 그 때만 생각하면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바꿔 생각해보니 셰리의 부탁을 듣는 편이 나을 것도 같았다. 자신이 청년을 찾으러 간 사이에 청년이 다른 루트를 통해 다시 판도라로 들어와서 샤론에게 손 댈 수도 있었다. 레인즈워스는 경호원을 둘 수도 있고 판도라 전체의 보호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외부인 쟈크시즈는 깊이 신뢰했다. 쟈크시즈는 이 점을 어렴풋이 알았기 때문에 셰리의 부탁을 거절하기 더 힘들었다.

“쿡쿡. 아가씨가 워낙 불같은 성격이라서 녀석을 찾으러 뛰쳐나갈지도 모릅니다.”

“뭐, 여러 가지 상황을 다 포함해서 샤론을 지켜줬으면 해요. 솔직히 샤론 그 아이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자심을 과신하고 쇠부채 하나 들고서 방방 날뛰겠죠. 그런데 여자아이잖아요.”

“아아―. 그래서 샤론 아가씨가 귀엽죠. 알겠습니다. 가주님의 외로, 확실하게 받았습니다. 샤론 아가씨를 지키는 일로 어르신이 편히 눈감으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제 분노까지 잠재우겠습니다.”

“고마워요, 브레이크 군.”

긴 감사치레 없이 담백하게 대화의 끝을 맺었다. 셰리다웠다. 쟈크시즈라면 반드시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는 확신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그녀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슬픈 얼굴을 어느새 극복하고 굳센 가주로 돌아갔다.

쟈크시즈는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장례식장 입구 앞에서 기다렸다. 그는 단순히 레인즈워스 가의 과객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사실도 그렇지만) 장례식장 안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이제부터 가주를 통해 샤론의 경호원으로 고용됐고, 그 사실을 끝까지 숨길 필요가 있었다. 청년이 쉽게 접근할 틈을 주기 위해서였다.

당신은 사람을 납치하기 가장 좋은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는가? 바로 납치 대상의 주변이 지나칠 정도로 어수선하고 복잡할 때다. 그 다음이 혼자 외진 곳에 있을 때다.

장례식장 안은 길드 판도라의 사람들이 모두 있기 때문에 북적 거리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장례식이라는 특성 때문에 질서정연하고 엄숙했다. 그리고 사정이 일파만파 퍼져나갔기 때문에 모두 샤론을 주목했다. 그리고 레인즈워스의 전 가주와 현 가주, 그리고 나머지 유명 가문 세 곳의 가주만이 샤론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청년이 변장을 하고 안에 들어갔어도 그녀에게 접근할 수 없게 철저히 그녀를 보호했다. ―흥미로운 것은, 실제로 청년이 노인으로 변장해서 잠입했고, 쟈크시즈가 그를 알아봤다는 것이다. 쟈크시즈만 눈치 챘다.

샤론은 장례기간 5일 동안 판도라의 철저한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모두 청년을 잡기 위해 순찰을 강화하고 일부러 외부 주문을 받으면서 수소문했다. 하지만 대담한 청년은 당당히 길드 내를 활보했다. 그러던 중에 과일 가게에 들른 샤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지만 어디선가 자신을 감시하는 듯한 시선을 느끼고 금방 물러섰다. 샤론과 같이 다니던 신사가 없어져서 안심했는데 그와 비슷한 시선이 그녀의 근처에서 과감하게 느껴지니, 쉽게 멋대로 행동하기 께름칙했을 것이다.

쟈크시즈는 레인즈워스 본가에서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만큼 남몰래 바깥 활동을 했다는 뜻이다. 샤론도 그가 자신의 경호원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이것은 셰리와 쟈크시즈만의 비밀이었다.

“어서 오세요, 샤론 아가씨.”

그는 혼자 빈 집을 지키는 척하며 샤론을 반겼다. 장례식을 마친 지 사흘 째, 대장장이 죽은 지 아흐레 째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청년의 동태가 부쩍 수상해진 날이기도 했다.

“셰릴님과 가주님은 베자리우스에서 열리는 바비큐 파티에 가셨습니다.”

“길버트 씨에게 들었어요. 왠지 다들 그 파티를 알고 있던데요?”

“길드 안에서 여는 파티지 않습니까. 그것도 주최자가 베자리우스고요.”

쟈크시즈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샤론에게 저녁 식사 상을 차려줬다. 샤론은 손님에게 허드렛일까지 시킬 수 없다며 그를 말렸지만 그의 힘에 밀려 억지로 자리에 앉아야했다. 외간 남자가 차려주는 저녁 밥상이라니, 생각 이상으로 부끄러웠다. 본인의 집인데도 민망했다.

“아가씨는 그 파티에 참석하지 않는단 것도 사람들이 알고 있던걸요?”

“어머, 그런 사소한 것도요?”

샤론은 어느 것도 의심하지 않았다. 소문을 의식한 사람이 있다면 셰리, 셰릴, 그리고 루퍼스 뿐이었다.

‘베자리우스에서 열리는 바비큐 파티에 셰릴과 셰리는 참석하지만 샤론은 참석하지 않는다.’

이 소문을 퍼트린 장본인은 쟈크시즈였다. 청년을 유인하기 위해 샤론이 오늘 밤엔 혼자라는 것을 일부러 드러냈다. 판도라의 사람들은 소문에 드러나지 않은 쟈크시즈가 그녀와 같이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시선에서는 그녀가 혼자가 아니었지만, 청년에게는 샤론이 틀림없이 혼자였다. 쟈크시즈가 계속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의 존재를 잊은 것이다. 쟈크시즈는 청년을 감시하면서 이 허점을 발견하고 바로 써먹었다. 그리고 의외로 이 상황을 즐겼다.

“샤론 아가씨. 오늘 밤에 저랑 데이트하지 않으실래요?”

“꿀꺽! 켁, 켁켁.”

샤론은 홍차 한 모금을 잘못 넘겨버렸다. 누구도 쇠부채 전사 샤론에게 직구로 달려들지 않아서 이런 정면 신청은 처음이었다.

“이게 그렇게 놀랄 일이었군요.”

쟈크시즈는 샤론의 등을 두들겨줬다. 일부러 그녀의 옆에 바짝 다가가 섰다. 반응이 환상적이었다. 샤론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새빨개지고 무릎 위에 두 손을 모아 올린 채 몸이 딱딱하게 굳은 것이다. 쟈크시즈는 그녀가 귀여워서 하마터면 안을 뻔했다. 하지만 그랬다간 샤론이 재기불능으로 쓰러질 지도 모르니, 무릎 꿇고 앉아서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불꽃놀이 하러 가요.”

샤론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해맑은 표정을 외면하지 못했다. 쟈크시즈를 흘끔흘끔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베자리우스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 사이에 쟈크시즈와 샤론은 레인즈워스 본가 뒷산에서 불꽃놀이를 했다. 바르마에서 대포를 전문으로 만들면서 심심풀이로 유희용 폭약, 즉 폭죽도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폭죽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펑, 피융― 펑, 퍼벙, 피융― 펑, 피융― 피융―, 퍼버버벙]

“어머, 예뻐라.”

적, 황, 녹, 청 불꽃이 하늘을 향해 한가득 쏘아 올려졌다. 다양한 눈꽃 모양이 화려하게 활짝 펼쳐졌다가 순간적으로 사라지면서 또 다른 화려한 꽃이 일순간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복잡한 아라베스크 무늬도 있었다. 같은 모양을 인식할 수 없을 만큼 무척 다양했다.

“벚꽃 폭죽! 이건 큰 축제가 아니면 못 구하는 건데. 브레이크 씨 재주 좋네요.”

샤론은 주먹만 한 둥근 폭죽을 들고 활짝 웃으면서 좋아했다. 쟈크시즈는 그 표정을 보며 루퍼스와 한탕 실랑이를 한 보람을 느꼈다. 그가 챙겨온 폭죽은 전부 루퍼스에게서 얻은 것인데, 처음에는 손에 들고서 작은 불꽃이 사그라지기만을 기다리는 시시한 것만 줬다. 이거 달라, 안 된다, 저거 달라, 안 된다. 얼마나 투닥거렸는지 모른다. 샤론을 위한 일이라니까 결국 루퍼스가 항복했지만 쟈크시즈는 폭죽을 챙겨 나갈 때까지 등 따갑고 귀 따가운 한탄을 끝없이 들어야 했다.

“짜증나는 너구리 영감.”

“네?”

“불꽃이 예쁘다구요.”

“아. 그쵸? 정 예뻐요.”

쟈크시즈는 가늘게 미소 지었다.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샤론이 어두운 하늘을 찬란하게 빛내는 불꽃보다 더 화사해 보였다. 그녀에게 접근하려는 남자들은 샤론의 이런 모습을 알고 반한 것일까. 순전히 레인즈워스의 이름 때문에 잘 보이려는 작자도 있었지만, 그저 그녀가 좋아서 작업을 시도하는 자들 중에도 샤론의 순진무구한 모습을 본 사람이 적을 것이다. 쟈크시즈는 자신이 행운아인가 싶었다.

“브레이크 씨. 이것도 해주세요.”

샤론이 환하게 웃으며 벚꽃 폭죽을 내밀었다. 마지막 폭죽이었다.

[퍼버버버버버버벙!]

둥근 폭죽에 불을 붙이고 새 모이 주듯이 던지자, 흰 껍데기가 벗겨지고 그 안에서 연분홍 불꽃이 사방팔방 솟아나왔다. 엄지 손톱만한 작은 불꽃들이 대기를 타고 불규칙적으로 비행했다. 흡사, 깊은 밤중에 계절 지난 꽃놀이였다. 달빛이 없어도 불꽃이 품고 있는 빛 때문에 충분히 화사하고 우아해 보였다. 수백 수천에 달하는 연분홍 불꽃 무리는 몇 분 동안 끊임없이 그렇게 장관을 연출했다.

“바르마의 걸작이라더니, 진짜 굉장하네요.”

“네. 축제 마지막엔 항상 이걸 써요. 모두 이걸 보기 위해 끝까지 남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벚꽃 잎처럼 생긴 ‘불꽃’이라서 다행이었다. 진짜 벚꽃이었으면 꽃향기에 매료되어 지금보다 더 깊은 마음을 품었을 지도 모른다. 쟈크시즈는 진심으로, 지금이 여름인 것을 진심으로 다행으로 여겼다. 연분홍 불꽃 무리 속에서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밝게 웃는 샤론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이다. 그리고 화약 냄새를 잊을 정도로 그녀에게 오감을 빼앗긴 자신이 우스웠다. 갈수록 마음이 깊어지고 그 때마다 자신이 가진 아린 감정을 자각했다. 왠지 혼자만 괴로운 것 같아서 심술도 났지만, 상대가 샤론이기에 가슴이 얼마나 쓰리든 참을 수 있었다.

“브레이크 씨.”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고마워요.”

“별 말씀을.”

치사하다 ―그녀의 미소를 보자마자 머릿속을 꽉 채운 한 마디다. 남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갑자기 그런 미소를 짓는 건 반칙 아니냐며 응석을 부리고 싶었다. 그래도, 자신의 품 안에 쏙 들어오는 가냘픈 아가씨에게 응석 부리는 자신을 상상하니 배알이 꼬일 만큼 웃겨서 곧바로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런데 그는 알고 있을까? 그가 웃을 때마다 샤론도 그와 똑같이 번뇌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