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브레샤론]das Meisterschwert -제 4검

★은하수★ 2010. 5. 2. 15:30

<공지>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브레이크x샤론 커플링입니다. 줄여서 '브레샤론'이라고 합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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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검

깊은 밤, 유감스럽게도 쟈크시즈는 셰릴의 심부름으로 바르마 본가에 가 있었다. 그곳에서 루퍼스 바르마와 자신은 정말 코드가 안 맞다고 질리도록 여러 번 깨달았다. 그가 자신의 정체를 숨겨주는 것은 고맙지만, 그것을 빌미로 왜 하필이면 ‘바르마 가 사병 실력 테스트’라는 어이없는 일을 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시각, 레인즈워스 본가는 여성들만 있었다. 그리고 모두 잠들어 있어 고요했다.

샤론을 간절하게 원하는 청년은 발소리를 내지 않고 어둠 속을 걸었다. 밤눈이 발달해서 어디에도 부딪히지 않고 유유히 샤론의 방에 들어갔다. 그녀는 세상모르고 깊게 자고 있어서 청년이 이불째 자신을 안아 들은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에게 안긴 채 새근새근 잘 잤다. 청년은 인내심을 놓지 않고 샤론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지체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수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지름길을 향해 발을 옮기는데 왼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샤론을 내려놓게.”

대장간에 있어야 할 대장장이 집 앞에 있었다. 손에 여러 보따리가 들려 있는 것을 보아 최근 정신없이 하던 작업을 끝내고 귀가하는 듯했다.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샤론을 내려놓고 사라지게나. 그리고 다신 길드에 나타나지 말게.”

“길드에 나타나지 않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사라지겠습니다. 하지만 샤론은 내려놓을 수 없습니다.”

“자네…….”

“제가 사랑하는 샤론을 어떻게 차갑고 더러운 바닥에 내려놓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수도 밖에 마련한 따뜻한 보금자리에 데려가서 몸이 뜨거워질 때까지 안아줄 겁니다.”

“거기 서라.”

대장장이 샤론을 데리고 제 갈 길을 재촉하는 청년을 노려봤다. 하지만 청년은 그를 싹 무시하고 걸음 속도를 높이더니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샤론이 깰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대장장을 따돌리고 판도라에서 벗어나야 했다.

“이이이이- 몹쓸 녀서어어어어억!”

대장장이 오래된 단도를 꺼내들고 위협하면서 달려왔다. 그러나 청년은 겁먹지 않았다. 뒷골목에서 이런 저런 험한 꼴을 많이 접했던 터라 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자의 어눌한 들이대기는 쉽게 피했다. 오히려 피하면서 발을 걸어 넘어트렸다. 대장장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앞으로 수m 굴러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바람에 샤론이 잠에서 깼다.

“으-. 뭐지?”

“아무 일 아니야. 좀 더 자.”

청년은 샤론을 꼭 끌어안고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샤론은 반쯤 떴던 눈을 다시 감았다.

“샤론! 일어나거라!”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리면 반사적으로 몸이 깨어나는 법. 샤론은 얕은 수면에서 깊은 수면으로 돌아가기 전에 정신이 확 들었다. 피곤과 잠 때문에 무뎌졌던 감각이 되돌아오면서 자신이 침대가 아닌 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안겨 있다는 것까지 인지한 후에는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확인했다. 청년이 매서운 표정으로 정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청년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아버지가 비틀거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자네 얼른 샤론을 내려놔. 마지막 경고야.”

“어쩔 수 없군요. 샤론.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샤론은 맨발이었기 때문에 이불을 밟고 일어섰다. 이제 잠에서 깬 터라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아버지가 어째서 우수하다고 늘 칭찬했던 청년에게 화를 내는지, 청년이 어째서 자신을 안고 있었는지, 자신이 왜 밖에 나와 있는지, 의문점은 여러 개인데 그것들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이 도망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그 둔한 칼로 뭘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대장장이 그런 무딘 칼을 갖고 다니면 비웃음거리밖에 안 될 텐데요? 장검만 만들다보니 단도 다루는 법을 잊으셨나 보죠? 그런 불량품 들고 설쳐봤자 안 무섭습니다. 특히 싸움에 전혀 재능이 없는 사람은 더.”

[타다다다, 퍽!]

청년은 재빠르게 대장장에게 달려가서 주먹으로 그의 복부를 힘껏 강타했다. 대장장은 짧고 굵은 한 마디를 내뱉으며 무릎을 꿇었다. 내장이 터질 것 같은 통증 때문에 몸을 가눌 수 없었다. 그 사이에 청년이 단도를 걷어찼다.

“이, 이거…… 뭐, 뭐, 뭐야? ……뭐 하는 거야?”

샤론은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서 더 혼란스러워졌다. 달이 보이지 않는 밤은 어둠의 장막으로 그녀를 감싸며 그녀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어둠 소에서의 폭력과 신음소리는 그녀의 냉정한 판단을 방해했다.

“샤, 샤…….”

[퍽]

청년은 대장장의 머리를 걷어찼다. 샤론이 상황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자신의 목소리는 가급적 덜 내고, 한시라도 빨리 일을 매듭지어야 했다. 그런데 도박과 사기는 자신 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청년 본인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저 다급한 마음에 즉석으로 대장장의 입을 막았지만 대장장이 진심으로 덤벼들면 체격 차에서 자신이 밀릴 것이 분명했다.

“어르신- 어르신-.”

멀리서 쟈크시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퍼스 바르마에게 겨울 풀려나 돌아왔는데, 집 앞에 짐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대장장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그 본능에 충실하게 따랐다. 다행히 그 밤에 우연히 대장장이 뛰어가는 모습을 본 자가 있어서 곧바로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브레… 이크 씨……. 브레이크 씨!”

샤론은 반사적으로 쟈크시즈에게 답했다. 외마디 비명에 가까운 날카로운 외침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쟈크시즈에게 분명히 닿았다. 어둠 속 찬 공기가 전해준 목소리는 쟈크시즈에게 닿을 무렵 불길한 징조가 덧붙여져서 쟈크시즈를 더욱 서두르도록 보챘다. 그리고 청년에게는 더 긴장해서 판단력을 떨어트리는데 한 몫 했다.

“샤론 아가씨! 어디 계십니까!”

“브레이크 씨! 브레이크 씨! 브레이크 씨!”

빨리 와 달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찬 공기 속에서 잠옷 바람으로 덜덜덜 떨며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그 사람을 계속 불렀다.

“제길.”

“못 간다. 네 녀석, 반드시… 죗값을…….”

[뻑!]

“닥쳐!”

[퍽, 퍽, 뻐억, 퍽]

청년은 자신의 왼쪽 다리를 꽉 붙들고 있는 대장장을 반대쪽 발로 두들겨 팼다. 쟈크시즈는 점점 가까이 오고 있고, 대장장은 끈질기게 버텨서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긴장 때문에 이성을 많이 잃었다. 결국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소형 나이프로 대장장의 뒷목을 찔렀다. 급한 마음에 힘을 세게 줬더니 칼날 부분이 전부 꽂혀 들었다. 하지만 청년은 자신이 대장장을 죽였다고 인식하지 못하고서, 대자장의 팔을 억지로 풀어냈다. 청년이 빠져나가자마자 대장장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샤론 아가씨.”

“브레… 이크… 씨.”

쟈크시즈가 도착하고 달을 가렸던 구름이 모두 지나갔다. 달빛 덕분에 주변이 조금 식별할 수 있을 만큼 희미하게 밝아졌다. 이미 시각이 어둠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약간의 빛뿐이더라도 충분했다.

“무슨 일입니까? 어르신은 못 보셨습니까?”

“그게…… 아버지? 아버지!”

시야가 조금이라도 밝아진 덕분에 앞으로 쓰러진 대장장을 볼 수 있었다. 쟈크시즈의 시야에는 어기적어기적 도망가는 청년이 들어왔다. 특별히 경계하던 상대다보니 뒷모습만 보고도 누군지 쉽게 알아챘다.

“아가씨, 여기 계세요. 제가 가서 녀석을 잡아오겠습니다.”

샤론이 쟈크시즈의 소맷자락을 꽉 붙잡았다. 청년은 이미 안중에 없었다.

“아버지가, 아버지가 이상해요. 저거…… 저거, 아버지……. 브레이크 씨.”

그녀는 대장장의 뒷목에 꽂혀있는 소형 나이프를 발견했다. 달빛에 반사되어 반짝 거리고 있으니 그것이 먼저 보이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발견하자마자 세상에서 가장 불길한 일을 예상하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의식적으로 부정해도 무의식적으로 사실을 인정하는 아이러니한 일을 그녀가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그녀의 정신이 무너질 수도 있다. 쟈크시즈는 청년을 뒤쫓는 것을 포기하고 샤론을 꽉 끌어안았다. 일단 눈을 가리고 미리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제가 어르신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아가씨는 먼저…….”

“가르쳐줘요. 가서 확인하고 가르쳐줘요.”

“지금은 우선 집으로 돌아가십쇼.”

“난 아버지 딸이에요. 울 때 울고, 쓰러질 때 쓰러질 거니까 지금 확인해줘요.”

쟈크시즈는 자신의 가슴이 천천히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샤론은 이미 불행을 받아들이고 울고 있었다. 북받치는 감정 때문에 몸에서 힘이 빠졌다. 그리고 그것이 쟈크시즈에게도 전해졌다. 그는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는 샤론을 떼어 놓고 대장장에게 갈 수 없었다.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애처롭게 우는 그녀를 품에서 놓을 수 없었다. 미안해서, 위로할 방법을 모르겠어서, 더 세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는 후회했다. 샤론이 자신을 붙잡았을 때 그녀의 손을 떼고 청년을 뒤쫓아 갔어야 했다. 대장장을 죽인 그를 잡았어야만 했다. 청년이 보통 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감지했으면서, 샤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으면서, 샤론을 혼자 두고 레인즈워스 밖에 있었던 자신을 책망했다. 알면서 지키지 못한 어리석은 자신을 탓했다. 밝고 명랑한 모습이 어울리는 샤론을 자신이 울렸다고 생각하니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평생토록 후회할 중대한 실책을 저지른 스스로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