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브레샤론]das Meisterschwert -제 2검

★은하수★ 2010. 4. 29. 10:47

<공지>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브레이크x샤론 커플링입니다. 줄여서 '브레샤론'이라고 합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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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검

쟈크시즈는 레인즈워스에서 사흘 째 신세지는 중이었다. 손님이 얼마나 머물건, 범죄가 아니면 어디서 뭘 하건, 신경 쓰지 않는 곳이라서 마음 놓고 지낼 수 있었다.

그가 관찰한 레인즈워스는 예상 이상으로 재밌는 곳이었다. 전 가주 셰릴의 박력과 현 가주 셰리의 온화함은 첫눈에 알아챌 수 있었는데, 셰리만 내뿜을 수 있는 공포의 오로라는 진심으로 예상 외였다. 셰릴과 샤론이 평소에 쇠부채 전사로 활약하면서 무서운 분위기를 가끔 보이지만, 셰리의 숨겨진 오로라는 둘을 합친 것의 몇 배였다. 절대 상대하고 싶지 않은 공포의 화신이었다. 그 때만 아니라면 최상의 성모인데 말이다. 그런데 혀를 내두를 정도의 양면성이 레인즈워스를 이끈 동력이라고 생각하니까 앞으로 샤론의 발전이 기대됐다.

오늘따라 바르마 가문의 가주가 레인즈워스를 찾아왔다. 루퍼스 바르마가 셰릴에게서 검사 손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흥미가 생긴 것이었다. 그는 셰릴과 함께 홍차를 마시면서 옆 테이블에서 쉬고 있는 쟈크시즈를 흘끗흘끗 쳐다봤다. 검은 망토와 손잡이가 특이한 지팡이. 검사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손잡이가 검과 흡사한 지팡이. 기억이 날듯 말듯했다.

“저 검사 이름이 쟈크시즈 브레이크랬던가?”

“그런데?”

“아냐. 굶어 쓰러지는 검사는 드물잖아.”

“루. 그러면 못 써.”

쟈크시즈는 루퍼스가 일부러 자기보고 들으라고 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딱 봐도 자신과 코드가 안 맞는 사람이 분명했다. 서로 부딪히게 될 거라면 처음부터 상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성 싶었다.

“동정심을 실컷 얻어내고 검까지 얻어낼 심산이야. 어디의 뭐하는 녀석인지도 모르는…….”

“루.”

셰릴이 조용히 루퍼스의 말을 잘랐다. 어느 샌가 그녀의 손에 쇠부채가 쥐어져 있었다. 레인즈워스의 전 가주는 우아한 미소가 오싹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루퍼스는 어릴 적부터 셰릴에게 실컷 맞았기 때문에 그녀가 얼마나 무섭고 강한지 뼈저리게 알았다. 그리고 쌓인 트라우마가 지독하게 커서, 성인이 되어서도 막거나 피하지 못하고 셰릴이 때리는 대로 맞았다. 막거나 피하면 두 배 이상으로 무서워지고 강도까지 급상승하는 것을 직접 증명한 적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잔꾀를 부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가 쇠부채를 꺼내 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속수무책으로 맞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쇠부채를 휘두르기 전이 마지막 기회였다.

“레인즈워스의 손님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야. 아무나 다 도와주려는 레인즈워스가 걱정 돼서 그래.”

“쓸데없는 걱정이야. 브레이크 군은 이미 훌륭한 검을 가지고 있고, 루보다 눈치가 빠르고 예의도 발라.”

셰릴은 쟈크시즈를 보면서 후후후 웃었다. 쟈크시즈는 케익 장식용 딸기를 먹다가 목구멍에 걸릴 뻔했다. 그는 셰릴의 시선을 피하다가 흘끗 쳐다봤다. 그녀는 여전히 쟈크시즈를 보며 웃고 있었다. 루퍼스의 시선도 그녀와 같았다. 쟈크시즈는 하는 수 없이 지팡이를 짚으며 일어섰다.

“들켰으면 별 수 없죠. 언제 아셨습니까?”

“레인즈워스의 전 가주를 가볍게 보면 곤란하죠. 검과 검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일은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것보다 쉽답니다.”

“무슨 말이야?”

루퍼스는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다. 쟈크시즈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지팡이를 한 자루의 검처럼 들고서 검을 뽑듯이 손잡이를 쥐고 죽 잡아당겼다.

평소에 손질을 잘 한 날렵하고 예리한 칼날이 손잡이를 따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팡이의 단면은 둔한 타원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것은 금방이라도 사람의 목을 벨만큼 민첩하게 잘 빠진 모양이었다. 보통 솜씨로는 만들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립은 흰 테이프를 칭칭 감아서 연습용 검처럼 보이지만, 날은 아무리 봐도 사람을 베기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날에서 서슬 퍼런 살기가 느껴졌다.

“이런 걸 그냥 검 집에 넣어 다니면 어지간히 시비를 많이 걸리거든요.”

쟈크시즈는 쓸 일 없는 검을 오랫동안 방치하지 않았다. 매일, 적어도 사흘에 한 번은 손질하기 위해서 날을 밖으로 내보이지만, 목숨이 왔다 갔다 할 만큼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검을 지팡이의 형태로 봉인했다. 의미 없이 생명을 해치지 않기 위한 그 만의 제어방법이었다.

“지팡이, 검, 외눈…… 지팡이, 검…… 지팡이, 검. 아, 생각났다!”

[딱!]

“오두방정 떨지 말고 나잇값 좀 해.”

루퍼스가 티테이블을 두 손으로 딱 치며 일어서자마자 셰릴의 쇠부채가 그의 머리에 날아들었다. 쟈크시즈는 루퍼스와 악감정이 쌓인 것도 아니면서, 셰릴이 시원하게 풀 스윙을 하는 순간 통쾌함을 느꼈다. 과연 판도라의 질서를 수호하는 쇠부채. 하마터면 박수를 칠 뻔했다.

바르마의 가주는 쇠부채 한 대에 굴하지 않고 천천히 기면서 의자 위에 올라앉았다. 머리칼과 옷매무새를 단정히 한 후에 한 대 더 때리고 싶을 만큼 간사한 눈으로 쟈크시즈를 쳐다봤다.

“‘브레이크’라는 성은 흔해도 ‘쟈크시즈’라는 이름은 흔하지 않은데 어째서 듣자마자 기억이 안 났는지 모르겠어. 남부 지역과 동부 지역을 통틀어서 유명한 검사라지? 지팡이 속에 검을 숨기고 다니면서 그 실력은 가히 귀신과 필적하다고 알려져 있어. 맞나?”

“글쎄요. 제가 제 실력을 평가할 수 없잖습니까. 그나저나 저에 대한 소문이 그렇게 과장돼 있었군요.”

쟈크시즈는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로 생글생글 웃으면서 루퍼스의 정보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이름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싫었다. 특히 검사로서 알려지는 것이 가장 마음에 안 들었다. 그의 삶의 목표는 검과 관련이 없는데다가 검사로서 살면 피곤한 일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시비에도 휘말리지 않고 세상의 이치를 찾아다니는 나그네처럼 유유자적한 여행을 평생토록 하고 싶었다.

“주특기는 검 가로채기. 상대의 검을 빼앗아서 전투불능으로 만들고 유유히 자리를 뜬다. 이것도 건성으로 대답하지 않겠지?”

“역시 길드 판도라의 정보통답게 많은 것을 알고 계시군요. 좀처럼 쉬운 기술이 아니라서 그 기술을 특기로 가진 검사는 드물죠. 이 검과 함께 저를 상징하는 표식 같은 거라서, 조용히 살기 위해 버릴까 말까 고민 중인 기술이기도 하죠. 그런데 또 이 기술을 안 쓰면 제 검으로 피를 봐야 하니, 그걸 생각하면 포기할 수도 없고, 그냥 난감합니다.”

쟈크시즈는 루퍼스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주저리주저리 풀었다. 셰릴도 루퍼스가 실없는 소리를 꺼내지 않았으면 해서 쇠부채를 여전히 꼭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지식 탐욕 스위치가 켜진 루퍼스는 자신의 욕심을 제어하지 못했다. 결국 쟈크시즈에게 끝없이 질문을 퍼부었다.

지팡이에 들어가는 그 검은 누가 만든 것이냐? 쟈크시즈가 속한 브레이크 가문은 검사 가문인가? 독하게 생긴 그 검으로 사람을 얼마나 해쳐봤냐? 집은 어쩌고 이렇게 돌아다니는가? 외눈이라서 불편한 건 없는가? 왼쪽 눈은 어쩌다가 잃었는가? 검사로서 잃었는가, 전혀 관계없는 일 때문인가? 검 가로채기 기술은 독학인가? 솜씨가 유명해서 기사 요청을 받지 않았냐?

[딱!]

셰릴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질문의 향연을 끊었다. 쟈크시즈는 그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며칠 묵고 있긴 해도 지나가는 손님에게 묻기엔 순수하게 사적인 질문뿐이었다. 그러니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얘는 나이를 먹을 때마다 그 만큼씩 예의를 버리나봐. 어쩜 이렇게 망나니가 됐을까?”

“이 정도 질문은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딱!]

“그건 범인을 심문할 때나 하는 질문이잖아.”

“이게 어딜 봐서 범인 심문이야? 지극히 평범하다고.”

[딱!]

“손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몰아붙이는 질문은 해선 안 돼.”

쇠부채 3타가 루퍼스의 상체에 시원하게 명중했다. 표적을 놓치는 법이 없는 셰릴의 쇠부채는 쟈크시즈가 더 이상 난처한 표정을 짓지 않게 해주는 대신, 루퍼스를 ‘오늘 하루 끝’ 상태로 만들었다. 셰릴은 루퍼스가 더 이상 꼼짝도 못하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쇠부채를 스커트 속으로 숨기고 명랑하게 후후후 웃었다. 오랜 친구라지만 아직 가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을 가차 없이 때리고 여유까지 부리다니, 역시 여걸은 달랐다.

“브레이크 군. 이왕 우리 레인즈워스에 머무는 김에 대장간 구경리라도 하는 게 어때요? 이제 산책해도 될 만큼 몸이 좋아진 것 같은데.”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에요. 샤론이 좋아할 거예요.”

쟈크시즈는 레인즈워스의 사람이 무언가를 청할 때는 거절해선 안 된다는 것을 터득했다. 몸 상태는 이미 완전히 회복됐다. 쇠부채 몇 대 맞는다고 죽겠냐 싶지만 셰릴의 솜씨를 보고 나니까 절대 피해야겠다고 생각을 고쳤다. 웬만한 맷집이 아니면 못 견딜 위력 앞에서, 보기만 해도 척추가 시큰 거렸다.

“그러면 사양 않고 가보겠습니다.”

“후후후. 다녀와요.”

레인즈워스의 대장간을 찾는 일은 쉬웠다. 셰릴에게 대장간의 위치를 물어보지 않았지만 샤론에게 이것저것 들은 것도 있고 길 위의 아무에게나 물어보면 되는 일이었따. 길드 판도라가 중심인 이곳에서 레인즈워스의 대장간의 위치를 모르는 사람은 쟈크시즈처럼 초행이 아니고서야 없을 리 만무했다.

집과 대장간은 걸어서 20분 거리. 심심풀이로 산책하기에 딱 좋았다. 자신이 쓰러져 있던 곳은 샤론이 애용하는 지름길이라서 대장간에 도착할 때까지 그곳을 보지 못했다. 호기심이 생긴 쟈크시즈는 집으로 돌아갈 땐 기억을 더듬어서 샤론과 함께 지나갔던 지름길을 찾아볼까 했다. 수도 레베이유에 있는 것 자체가 구역질 날 만큼 거북하지만, 판도라가 있는 이곳은 수도의 일부라는 인상이 적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외곽 도시의 일부 마을 같았다. 다시 말해 의외로 다닐 만 했다.

“어머, 브레이크 씨. 용케도 오셨네요.”

샤론이 대장간 앞에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쟈크시즈의 눈에 들어온 것은 샤론의 오른손에 쥐어져 있는 쇠부채와 그녀의 발밑에 쓰러져 있는 성인 남성의 산송장 다섯 구였다.

“오늘도 열심이군요, 샤론 아가씨.”

“이 정도는 평범해요. 심한 날에는 초토화도 해봤어요.”

역시나 숙녀가 쓸 법한 단어가 아니었다. 그런데 샤론은 거리낌 없이, 심지어 환하게 웃으면서 당당하게 험한 단어를 사용했다.

“샤론. 저 분은 누구야?”

“잠시 저희 집에 머물고 계신 분이에요.”

문제의 청년이 나타났다. 그는 샤론에게 친한 척 가까이 붙었다. 방방곡곡을 유랑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쟈크시즈는 청년의 눈을 읽었다. 그런데 청년을 보는 샤론의 눈과 맞지 않았다. 쟈크시즈는 이 상황을 재밌어 해야 할 지 걱정해야 할 지 짓궂은 고민을 했다. 그가 청년의 본성을 꿰뚫어 본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타인의 일이니까 간섭하지 말아야 하나, 은인의 일이니까 끼어들어도 되나, 가장 윤리적인 선택지를 고르고 싶을 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엉큼한 특대가 순진무구한 소녀를 꼬시는 것을 목격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일개 일꾼이 아가씨에게 가볍게 구는군.”

쟈크시즈는 지팡이 끝으로 청년의 어깨를 밀쳤다. 몸을 감싸는 형태의 검고 긴 망토에 지팡이. 그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영락없이 고급 신사로 보였다. 어조도 귀족처럼 무게 있어서 쟈크시즈의 정체를 더욱 떠돌이 검사에서 멀어져 보이게 했다.

“당신이 뭔데 상관이야? 난 항상 샤론을 샤론이라고 불렀다.”

“셰리님과 셰릴님 앞에서도 그런가?”

청년은 자신을 업신여기듯이 내려다보면서 자신의 속을 꿰뚫어보는 붉은 눈동자가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그가 레인즈워스와 관계 깊은 신사처럼 보여서 허튼 짓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약삭빠른 판단력에 따라 작업 터로 돌아갔다.

“브레이크 씨. 저 사람은 착하고 사교성 좋은 사람이에요.”

샤론이 자기 허리에 손을 얹고 타이르듯이 말했따. 이에 쟈크시즈는 방긋 웃었다.

“대장장 어르신은 그렇게 생각 안 하실 겁니다.”

“칭찬하시는 걸요.”

“일 잘 하는 것과 인격이 좋은 것은 다른 겁니다.”

쟈크시즈는 대장간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바퀴벌레 쳐다보듯이 낮게 흘겨보는 붉은 시선이 딱 한 번 스쳐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일대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 중 솜씨 좋은 검사나 기사는 쟈크시즈가 보통 내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의 지팡이를 알아보는 사람도 한 명 있었다. 하지만 주변을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모르는 척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