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브레샤론]das Meisterschwert -제 1검

★은하수★ 2010. 4. 22. 14:33

<공지>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브레이크x샤론 커플링입니다. 줄여서 '브레샤론'이라고 합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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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검

레인즈워스의 데릴사위이자 가주 셰리의 남편이자 샤론의 부친 되는 레인즈워스 대장간의 대장장은 매일 열심히 검을 만들면서 휘하 대장장이들을 통솔하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몸은 하나면서 할 일은 많으니 언제나 바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틈틈이 샤론을 살폈다. 그녀는 대장간 바로 앞에서 사람들을 정리하기 때문에 얼굴 보기 어렵지 않았다. 매번 들어가서 일하라는 잔소리를 듣지만, 아무리 다 큰 처자라도 자신에겐 귀여운 외동딸이다 보니 마음을 많이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눈코 뜰 새 없이 바빠도 레인즈워스 대장간의 휴식시간은 일정했다. 셰리가 길드 판도라의 사무며 레인즈워스의 거래 업무 등 때문에 대장간 일 만만치 않게 바쁘지만, 늘 일정한 시간에 대장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오면 휴식 시간이 시작되고, 그녀가 돌아가면 다시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샤론은 아침과 저녁 식사를 다함께 보내면서도, 밖에서도 한 번은 다 같이 있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좋았다. 부모님이 모두 따뜻하고 빛나는 사람들이라서 그 사이에 있으면 자신도 그들의 온화함에 감화되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후에 쇠부채를 휘두를 힘을 충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떻건 간에 그녀는 부모님처럼 되는 것이 꿈이었다.

“어르신. 부디 절 사위로 삼아주십쇼.”

하루 작업이 끝나고 대장장 홀로 대장간을 마무리 정리하고 있을 때, 한 청년이 갑자기 그의 앞에서 무릎 꿇고 납작 엎드렸다. 2년 전에 대장장의 제자로 들어 온 청년이었다.

“이보게, 자네.”

“샤론 아가씨를 행복하게 할 자신 있습니다. 이곳의 위상도 이어받을 각오 됐습니다.”

청년은 이마를 바닥에 박은 채 크고 굵은 목소리로 대장간이 울릴 만큼 외쳤다. 그러나 그는 비장함과 먼 표정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대장장은 청년의 표정이 보이지 않아도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를 비롯하여 셰리와 셰릴까지, 바르마의 정보력을 통해 청년의 정체를 꿰고 있었다. 길드 안으로 새 사람을 들일 때는 언제나 바르마의 정보통으로 신상을 확보하기 때문에 놀랄 것도 없다. 다만, 성품이 나빠도 실력이 우수해서 특별히 사고를 치지 않는 한 곁에 두기로 결정했을 뿐이다. 2년이 지난 지금, 천천히 속내를 보이는 청년이 가증스러워 보이는 게 당연하다.

“그대는 어리석군.”

대장장은 청년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부드럽게 웃었다.

“샤론의 배필을 정하는 건 내가 아니야. 레인즈워스의 가주는 셰리고, 하물며 전 가주 셰릴님이 살아계셔. 샤론이 유일 상속자인 만큼 레인즈워스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을 내가 어찌 간섭할 수 있겠나. 난 검을 만드는 대장장이에 불과해.”

자신은 셰리나 셰리에게 샤론의 남편 후보를 추천하는 것조차 할 수 없다는 속뜻이 들어있었다. 대장장은, 청년이 셰리나 셰릴 앞에서 자신에게 한 것과 똑같은 언행을 절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처음부터 청년의 말을 잘라버렸다.

청년은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대도시 출신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의지로 억지로 들어간 조그만 대장간에서 일을 배우면서 사기와 도박으로 재산을 모아왔다. 뒷거래에서 절대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상대는 둘째 치고 청년 본인은 한 번도 경관에게 잡힌 적이 없었다. 허나, 물증이 없을 뿐, 아는 사람은 다 알기 때문에 ‘뒷골목 도둑고양이’로 통하며 유명하기까지 하다. 바르마 측에서는 조사 결과 이상으로 위험인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극구 말렸다. 그러나 청년은 실력이 출중하고 첫인상에서 셰리의 동정심을 살 만큼 연기력이 뛰어나서 무리 없이 레인즈워스 대장간에 들어갔다.

대장장이에게 있어 레인즈워스는 은혜로운 곳이며 수백 년의 전통으로 인해 왕가보다 훨씬 더 고귀한 곳이었다.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장소였다. 소꿉친구 셰리가 그곳에서 빛나고 있었다. 전 가주 셰릴이 자신을 데릴사위로 지목했을 때까지 셰리를 연모하기는 했어도 레인즈워스에 사심이 없었다. 동경하던 곳에서 일하며 좋아하는 이를 매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는 동안에 레인즈워스의 무게를 몸으로 배웠다. 그 무게를 알게 될수록 자신을 굽히게 됐고, 셰릴에게 지목됐을 때 기뻐할 수 없었다. 샤론이 태어나고 대장장으로서 사람들을 가르치면서도 자신의 부족함을 때때로 느꼈다. 레인즈워스는 그만큼 숭고한 곳. 가문의 영광에는 전혀 관심 없고 여자만 눈독 들이면서 뒷골목에서 더러운 짓을 하는 녀석에게 딸을 맡길 수 없었다. 레인즈워스를 위해서도 샤론을 위해서도, 이제 그만 청년을 내보내야 했다.

대장간에서 심상치 않은 공기가 흐르고 있을 때, 샤론은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전날 읽다 만 책의 뒷내용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지름길을 따라 바삐 걷는데 베자리우스 제 2대장간과 나이트레이 대장간 사이의 골목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보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것이었다. 재료나 쓰레기를 쌓아두는 곳도 아닌데 정체모를 것이 바닥에 너부러져 있었다. 샤론은 그냥 지나치려다가 너무 신경 쓰여서 그것에 다가갔다. 위험한 물건일 수도 있는데 이 용감한 아가씨는 그런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

멀리서 봤을 때는 검은 망토 때문에 몰랐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까 성인 남자였다. 왼손에 지팡이를 쥐고 쓰러져있었다. 얼굴색이나 손목 생태 등을 보자마자 이 자가 왜 이렇게 됐는지 알 수 있었다. 아사(굶어 죽음) 직전이었다.

“이봐요. 이봐요.”

샤론은 그를 흔들었다. 그는 눈을 살짝 뜨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냥 내버려두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셰리의 딸 샤론이다. 아니, 그 사실을 떠나서 인간적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못 본 척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녀는 근처 가장 가까운 가게에 가서 씹어 먹기 편한 물렁한 복숭아와 생수를 사왔다. 오랫동안 바짝 굶은 후에 갑자기 자극적인 것이나 딱딱한 음식을 먹으면 오랜 기간 기능을 정지하던 장이 놀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부 셰리에게 배운 것들. 이렇게 정말 지식을 활용할 날이 올 줄 몰랐다.

“일어나서 이거 좀 먹어봐요. 저기, 이봐요. 이러다가 진짜로 죽어요.”

그녀는 안간힘을 쓰며 그를 일으켰다. 벽에 등을 기댈 수 있게 자세도 고쳐주고 옷매무새를 약간 손봤다. 그 사이에 그가 서서히 눈을 떴다.

“어디…….”

“레베이유 북동쪽의 길드 판도라입니다.”

샤론은 활짝 웃었다. 그리고 복숭아와 생수를 내밀었다. 그런데 그는 받지 않고 고개를 푹 숙였다.

“레베… 이유……. 수도……. 왜 하필 수도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샤론에게 한 글자도 빠지지 않고 전부 들렸다. 샤론은 그와 마주보고 있다가 오리걸음으로 살금살금 그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곤 그의 말과 행동을 신경 쓰지 않고 한 번 더 먹을 것을 건넸다.

“거리에서 시체를 보는 건 사절이에요. 이거 먹고 힘내서 다른 데로 간 다음에, 굶어 죽든 지쳐 죽든 마음대로 하세요.”

아사 직전의 사람을 살릴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를 등 따가운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는 기운 없는 와중에 그녀의 독설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 어처구니없었다. 하지만 반박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얌전히 복숭아를 가져갔다. 과육이 부드러워서 턱관절이 천천히 움직여도 잘 씹히고 식도로 잘 넘어갔다. 오랜만에 느끼는 음식의 질감이 반가운 건 당연했다.

“수분 섭취가 제일 중요해요.”

샤론은 그가 천천히 복숭아 한 개를 다 먹자마자 생수를 내밀었다. 그리고 다시 후다닥 가게에 다녀왔다. 이번에도 물렁한 복숭아를 사왔다. 다만 한 개가 아니라 두 개. 지금의 그에게는, 음식을 먹는 상태를 보며 몸 상태를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샤론이 사온 것들을 천천히 끝까지 다 먹었다. 위장에 음식물이 차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만으로도 움직일 기력이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단순한 물이 이토록 달게 느껴지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차가운 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과 동시에 체내의 피가 활발하게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좀 움직일 만 해요?”

“네. 덕분에 살았습니다.”

“아직 아니죠. 따라와요.”

샤론은 그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 부축했다. 그는 얼떨떨해 하며 얌전히 그녀를 따라갔다. 골목을 따라 직선으로 쭉 걸어가다 보니 집 한 채가 보였다.

“아가씨네 집인가요?”

“판도라에서 손꼽히는 가문 중 하나인 레인즈워스의 소박한 집이랍니다.”

“아, 레인즈워스. 유명하죠. 이거 영광인데요?”

아직 돌아온 사람이 없었다. 샤론은 그를 식당에 앉혀두고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냉장고와 찬장에서 여러 가지를 꺼내더니 이것저것 요란한 소리를 냈다. 샤론이 데려온 남자는 뭔가 불안해하면서도 줄곧 속을 알기 힘든 미소를 지었다.

“다시 따뜻하게 데운 바게트랑 소화가 잘 되는 재료만 넣은 수프에요. 아직 고기류는 장에 무리만 줄 테니 이런 걸로 천천히 풀어주는 게 좋아요.”

그녀가 내온 것은 어디서든 쉽게 얻어먹을 수 있는 간소한 식사였다. 바게트는 속이 부드러워서 몇 번 씹을 필요 없이 뱃속으로 넘길 수 있었다. 워낙 연해서 아마 장을 여럿 거치다보면 쉽게 녹아내릴 것이다. 수프는 당근이나 감자가 잘게 썰려 있고 푹 익은 상태라서 씹지 않고 국물과 같이 삼킬 수 있었다. 치아 상태가 불량한 노인이나 체내기관이 제 기능을 못하는 환자에게 딱 맞을 법했다.

“내일 아침이나 점심까지는 이런 걸 먹어야 해요.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막 먹으면 장 기능 악화로 죽을 수 있어요. 굶어죽는 것 못지 않게 꼴 사납죠.”

“식사 중인 사람 앞에서 험한 소리를 막 하시네요.”

“이런 말 듣고 체할 사람으로는 안 보이거든요.”

화사한 미소 뒤에 어두운 오로라가 보이는 신기루가 펼쳐졌다. 남자는 첫 인상에서, 샤론이 일반 여염집 아가씨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별종이라고 확신했다. 레인즈워스가 여걸 가문이라고 알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니까 상상 이상으로 독특했다. 독설 릴레이를 하면 단연 최고일 것이라고까지 과장해서 생각했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으니 입이 좀 험하면 어떠랴 싶었다.

“내일까지는 이 집에서 푹 쉬세요. 여기는 나그네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라면 언제든 문이 열려있으니까요.”

“호의는 이걸로 충분합니다.”

“어머, 사람 말은 끝가지 들어요. 당신을 오늘 내보내면 제가 어머니 손에 죽을 거예요.”

“그건 그거 나름대로 곤란하군요.”

그는 바게트를 한 입 크기로 뚝 자르더니 키득키득 웃었다. 아가씨가 아니라 청년과 얘기하는 기분이었다.

“저는 샤론 레인즈워스에요. 손님은 그냥 손님 씨라고 해야 하려나요?”

“지나가는 검사입니다. 그래도 상대의 이름을 들은 이상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으면 실례죠. 쟈크시즈 브레이크입니다.”

샤론은 그가 검사라는 것을 듣고 살짝 놀랐다. 그의 소지품 중에 검이 없었기 때문이다. 설마 지팡이로 싸우나 했다. 확실히 지팡이 치고는 손잡이가 특이했다. 검 손잡이에 가깝게 생겼지만, 지팡이 전체의 생김새는 검으로 쓰기엔 무겁고 둔했다. 검 없는 검사. 몸이 불편한 것도 아닌데 이상한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청년. 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부담스러운 시선을 거뒀다.

“손님용 방과 욕실을 안내해 드릴게요. 주변 신경 쓰지 마시고 푹 쉬세요.”

쟈크시즈 브레이크라는 이름의 검사는 그녀의 말이 신경 쓰였다. 주변을 신경 쓰지 말라니, 사용인도 없어 보이는 이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다. 샤론 못지않은 성격의 소유자들이 모여서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질지 구미가 확 당겼다. 자신이 이토록 다른 것에 관심 가지는 것도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레인즈워스는 소문 이상으로 재밌는 곳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