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브레샤론]das Meisterschwert -제 3검

★은하수★ 2010. 4. 30. 09:45

<공지>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브레이크x샤론 커플링입니다. 줄여서 '브레샤론'이라고 합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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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검

청년은 손님의 정체를 대장장에게도 물어보고, 샤론에게도 한 번 더 물어봤지만 ‘잠시 머물고 있는 손님’이라는 대답밖에 듣지 못했다. 레인즈워스의 본가 근처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물어봤지만 ‘어느 날 보니 있더라’라는 것밖에 얻어내지 못했다. 샤론이 골목 구석에 쓰러져 있는 쟈크시즈를 지름길을 통해 남모르게 데려갔으니 아무도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게 당연했다. 레인즈워스의 사람들만 입 다물면 쟈크시즈의 정체는 완벽하게 숨겨지는 것이다. 루퍼스 바르마는 뒤에 셰릴이 있고 원체 쉽게 정보를 팔지 않으니 걱정할 염려 없었다.

“정말 섬세한 검이야. 손질도 꼼꼼히 하는군. 더 볼 필요 없이 훌륭해. 검사로서 이런 검을 가져서 좋겠군 그래. 이 검도 좋은 주인을 만나서 행복할 거야.”

대장장은 셰릴의 말을 듣고 쟈크시즈의 검을 살펴봤다. 셰리와 샤론도 지팡이에 감춰진 검을 처음 보기 때문에 대장장 못지않게 열심히 관찰했다.

검사가 검을 보이는 것은 자신의 알몸을 보이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쟈크시즈는 극상의 칭찬을 받으니까 민망하기도 하고 몸 둘 바를 몰랐다. 이런 식으로 포커페이스가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경험했다.

“자네, 언제 떠날 생각인가? 며칠 더 있으면 안 되겠나?”

“폐가 안 된다면 상관없습니다.”

쟈크시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검을 받았다. 레인즈워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날렵한 검은 지팡이 속으로 쏙 숨어버렸다.

“새 검을 하나 만들었는데 자네에게 어울리게 고치고 싶어.”

이만한 충격 발언도 드물 것이다.

“그 말씀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자네에게는 꼭 내가 만든 검을 주고 싶어. 실력을 직접 보지 않아도 대장장의 감으로 알 수 있어. 자네는 내가 만든 검을 올바른 방향으로 올곧게 사용할 사람이야.”

이번에는 검사로서 최고의 칭찬을 받았다. 여태껏 ‘귀신’으로 불리기만 했지, 지금과 같은 칭찬은 난생 처음이고 평생 받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한 터라,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가슴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화끈 거리면서 두 손이 저려오는 이 기분이 ‘기쁨’ 내지 ‘행복’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난 찬성이야. 검과 검사가 잘 어울리는 몇 안 되는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저도 동감이에요. 정말 멋진 생각을 하셨어요, 여보.”

셰릴과 셰리도 진심으로 기뻐했다. 샤론은 이것이 대단한 일이구나 하는 것만 인지할 뿐이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쟈크시즈가 아버지가 만든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이런 기분은 실로 오랜만이야. 자네를 보고 있으면 자네의 검이 선명하게 떠올라. 얼른 만들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려.”

대장장은 굳은살이 가득한 자신의 두 손을 응시하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얼굴은 빨리 나가서 놀고 싶은 어린애처럼 히죽헤죽 어쩔 줄 몰라 했다. 영감이 샘솟았다. 완성될 검을 상상하며 가슴이 빠르게 고동치고 뇌가 두근거릴 만큼 극도로 긴장됐다. 최고의 흥분이었다.

“잠이 오지 않겠어. 지금 당장 만들러 가지.”

“어르신, 천천히 하셔도…….”

“내가 못 견디겠어.”

쟈크시즈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나 레인즈워스의 여성들은 누구도 대장장을 말리지 않았다.

“어르신!”

쟈크시즈가 대장장을 따라 집을 나섰을 때는 이미 어둠에 가려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장간을 향해 전력으로 뛰어간 것이다. 쟈크시즈는 현관에서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불현듯 정신을 차렸다.

“자기 일에 저렇게나 열정적일 수 있구나.”

그는 피식 웃었다. 단 한 번도 무언가에 깊게 빠져본 적이 없었다. 열렬하게 환호해 본 적도 없었다. 모두가 감탄해 마지않는 검술도 반강제로 배웠다. 눈썰미가 좋고 운동신경이 발군이라서 뭐든 제대로 빨리 배웠다. 그리고 그만큼 빨리 싫증났다. 그래서 ‘장인(匠人, Meister)’을 믿지 않았다.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샤론의 부친을 보니, 이런 편협적인 사고가 조금 유연해진 기분이었다. ‘장인 정신’이란 것을 약간은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레인즈워스의 세 명의 여성은 여전히 저녁 식사 후 티타임을 계속하고 있었다. 대장장이 멋대로 밤 외출을 했는데도 걱정하기는커녕 무신경했다. 쟈크시즈는 이들이 볼 때마다 놀라운 모습을 보여줘서 지루하지 않았다. 감탄의 연속이었다.

“아버지께서 저렇게 좋아하시는 모습 처음 봤어요.”

샤론이 쟈크시즈에게 생크림 위에 체리 한 알이 얹어진 조각 케익을 건넸다. 스위츠를 주식처럼 먹는 쟈크시즈 브레이크. 지금 티타임 중에 이 조각 케익이 벌써 여덟 번째였다.

“너무 열심히 일하시면 몸이 상할 텐데요.”

“어지간히 튼튼한 분이라서 괜찮아요. 그리고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하시거든요. 대장간에서 며칠을 묵더라도 휴식 없이 밤샘작업을 한다든가 끼니를 거른다든가 하는 어리석은 일은 안 하세요.”

“상당한 신뢰군요.”

쟈크시즈는 두 입 만에 케익을 먹어치웠다. 그리고 마무리로, 엄지부터 중지까지 손가락 끝에 묻은 생크림을 혀끝으로 살짝살짝 핥았다.

그는 ‘단란한 가족’을 원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철이 들고 현실을 뼈저리게 안 후부터 어린 아이의 이루지 못할 꿈을 단호하게 접었다. 그가 지나온 어디서도 단란한 가족과 만날 수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동화 속 허구라고 매듭지었다. 그런데 현실에 있었다. 레인즈워스. 이곳은 그가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과 편견을 전부 부셔줬다. 그가 일찍이 버린 희망을 실현하는 곳이었다. 자신 같은 자도 동화될 수 있는 부드러운 곳. 태어난 후로 처음 느끼는 안락함에 가슴이 미어졌다. 계속 여기에 있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게 됐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방인이고, 수도 레베이유에 있을 수 없는 몸이다. 체념이 아닌 수긍할 시간이 필요했다.

“샤론 아가씨. 내일 대장간에 나갈 때 저도 같이 가죠.”

“상관없어요. 그런데 브레이크 씨는 심심할 지도 몰라요.”

“신세를 지는 데에 대한 보답이랄까, 아가씨와 같이 무뢰한들을 혼내주려고요.”

잔도 깨끗하게 비웠다.

“손님께서 그러실 필요 없어요.”

“괜찮지 않니?”

“할머니.”

“샤론. 내일 브레이크 군하고 같이 가렴.”

“어머니까지.”

셰릴과 셰리는 무한히 평화스러웠다. 그리고 손님에게 궂은일을 시킨다고 생각하지 않고, 손님이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하도록 내버려 뒀다. 어지간해서는 흉내 낼 수 없는 사고방식이었다.

“그러면 잘 부탁드릴게요, 샤론 아가씨.”

“아이, 참. ……. 알겠어요.”

샤론은 결국 쟈크시즈의 미소 앞에서 무너졌다. 최근에 로맨스 소설에 맛들인 아가씨는 소설 속 주인공의 미소가 불현듯 떠오르는 바람에 쉽게 굽히고 말았다. 쟈크시즈는 언제나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로 일관하지만, 그 와중에 표정이 환-해질 때도 있다. 바로 지금, 티 없이 맑고 환한 미소를 지은 것이다.

아무 탈 없이 밤이 지나고 막 동이 튼 희미한 새벽에 레인즈워스 가에서 젊은 남녀가 집을 나섰다. -새삼스러운 표현이지만 말이다.

대장간으로 가는 것이지만, 쟈크시즈는 여전히 활동성이 좋은 정장에 긴 망토를 두르고 칼이 숨어 있는 지팡이를 들었다. 사람들이 이미 그를 신분 높은 신사로 오해하고 있어서 간편한 복장으로 갈 수 없었다. 솔직히 쟈크시즈는 이미 자신의 차림에 익숙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어려운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이 재미있어서, 다른 옷으로 입을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

“샤론, 좋은 아침.”

더욱이 예의 그 기분 나쁜 청년 때문에 거짓 위세를 부릴 필요가 있었다. 쟈크시즈는 도무지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볼수록 의심만 생기는데, 이것을 그 청년의 독특한 재주라고 좋은 말로 칭찬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래도 결론은 하나. 께름칙한 녀석이 샤론 근처에서 알짱거리는 것이 소름끼칠 정도로 싫었다. 대장간의 대장장이든, 대장장의 제자든 알 거 없고, 그냥 쫓아내고 싶을 만큼 적의가 넘쳐났다.

“레인즈워스의 손님 씨. 오늘도 오셨군요. 그것도 이렇게 이른 시각부터.”

청년도 쟈크시즈를 경계했다. 자신이 노리고 있는 여성과 옆에 나란히 서 있으니 퍽이나 마음에 들까. 포커페이스에 강하다고 자신하지만 쟈크시즈 앞에서는 너무 쉽게 무너졌다. 적을 노려보는 날카로운 눈동자가 드러났다.

“한 번 쯤 레인즈워스 대장간의 하루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보고 싶었거든요.”

너무 뻔한 거짓말.

“그러시군요. 노동과 상관없이 보이는 신사께서 이런 데에 호기심을 두시다니 별일입니다.”

속아 넘어가주기.

“제가 생긴 것만큼 괴짜 소리를 좀 듣습니다.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불한당들이 해코지 할지도 모릅니다. 필요하면 부르십쇼.”

“믿음직스럽군요. 명심하겠습니다.”

이것으로 신경전이 잠시 끊어졌다. 샤론은 팽팽한 신경전이 평범한 대화로 들렸다. 그러니 이들의 신경전이 자신 때문에 일어났다고 절대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청년들이 샤론의 눈치를 보면서 상대를 돌려 찌르기 한 보람이 있었다.

예의 속 시커먼 청년은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장정이 셋 씩이나 와서 일을 시작했다. 대장장도 자리에서 부지런히 검을 만들었다.

“지겨워.”

청년은 눈살을 찌푸리고 연장을 챙겼다. 대장장이 일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벌어먹을 수 있는데 여기에서 2년이나 허비한 자신이 한심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참아야 한다고 자신을 달래 왔지만 이제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대장간 밖에 사람들이 차근차근 모이기 시작했다. 제자가 되길 원하는 자, 일자리를 얻기 위한 자, 새 검을 얻기 위한 자, 수리나 보강을 받기 위한 자. 쟈크시즈와 샤론은 파라솔이 달린 테이블에서 홍차와 케이크를 천천히 즐기며 사람들을 둘러봤다. 선하게 생긴 사람부터 험상궂게 생긴 사람, 그리고 아무에게나 굽실거리는 가냘픈 사람부터 어깨를 넓게 편 근육질 덩치까지, 인간의 수많은 유형을 한 번에 구경할 수 있었다. 그 중에 쟈크시즈를 알아보는 자는 손에 꼽을 만큼 있었다. 그리고 한 번씩 쟈크시즈와 눈이 마주쳤다.

“샤론 아가씨는 매일 이런 풍경을 보셨군요.”

“사람 사는 모습이 은근히 재미있어요. 같은 자리에서 보지만 매일 다르거든요. 다양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 여러 가지를 배울 수도 있어요.”

“사람 사는 모습……. 근처에 다른 대장간도 있으니까 확실히 별별 사람들이 지나다니겠군요.”

샤론은 쟈크시즈의 씁쓸한 표정을 보지 못했다. 어제와 같으면서도 미세하게 다른 오늘에 정신이 쏙 빠져있었다. 하지만 금방 다른 생각에 빠졌다.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들을 두고 망상질주를 시작한 것이다. 표정은 바뀌지 않았지만 얼굴색이 점점 붉어졌다. 급기야 한숨도 길게 내쉬었다.

“아가씨는 로맨스 소설 같은 사랑을 원하시나 보죠?”

쟈크시즈의 농담 한 마디에 정신이 확 들었다.

“네, 네? 무슨 말씀…….”

“보통 여성들의 욕구가 로맨스 소설로 승화된다잖아요. 아가씨의 소망도 로맨틱할까 해서요.”

“그야 뭐, 흐흠, 나쁘지 않죠.”

“그렇군요.”

헛기침을 하며 진정시킨 얼굴색이 쟈크시즈의 짓궂은 미소 한 방에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현기증이 날 만큼 머리에 피가 쏠렸다. 바로 방금 전까지 로맨스 소설을 상상하고 있던 중이라 반응이 너무 티나게 일어났다. 샤론은 당황스러워서 두 손으로 볼을 감싸 가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아직 서로 잘 모르는 손님에게 한심한 모습을 들켜서 창피하기도 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쟈크시즈는 그런 샤론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성격이 꾸밈없이 솔직하고 언행이 조금 거칠지만 세심하게 챙겨주는 점이 그녀의 매력이다 -라고 머릿속에서 멋대로 샤론을 평가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땐, 자기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두 눈을 폭 가렸다. 다행히 샤론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쟈크시즈가 스스로를 비웃는 미소를 보지 못했다. 그는 한 여성과 1대 1로 오래 있어본 적이 드물다 못해 거의 없어서, 자신이 여성을 대하는 태도를 모르고 있었다. 여성과 단 둘이 있으면 행동패턴관찰이나 성격평가를 가장 먼저 한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처음 알았다. 뭍 남성은 외모 먼저 본다는데, 역시 자신은 별종이구나 싶었다.

쟈크시즈와 샤론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시답잖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샤론을 노리는 청년이었다. 일하는 틈틈이 둘을 지켜보면서 끼어들 틈을 찾았지만 둘 만의 세계가 너무 강했다. 그리고 쟈크시즈가 묘한 분위기와 차가운 눈으로 샤론에게 접근하려는 벌레들에게서 그녀를 선제 방어했다. 청년은 점점 더 쟈크시즈의 정체를 캐고 싶어졌다. 샤론을 하루 빨리 품에 안고 싶어졌다.

“샤론은 내 옆에만 있어야 해. 샤론을 갖기 위해 2년을 버텼단 말이야. 그래, 2년이면 충분해. 레인즈워스의 재산을 탐내는 것도 아닌데 2년씩이나 있었던 게 바보짓이지. 이제 샤론을 데려가는 거야.”

청년은 탐욕스러운 눈으로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깊은 밤이 되어 모두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탐욕스러운 눈으로 레인즈워스 본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