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브레샤론]das Meisterschwert -제 8검

★은하수★ 2010. 6. 3. 15:59

<공지>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브레이크x샤론 커플링입니다. 줄여서 '브레샤론'이라고 합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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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검

샤론이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가자 쟈크시즈가 그 뒤를 따랐다. 혼자 집에 있으면 심심하다는 명목으로 당당하게 그녀와 붙어 다녔다. 왼쪽 허리춤에는 대장장의 유작을 차고, 오른손으로 원래 가지고 있는 지팡이를 짚고, 평평하게 손질한 검은 망토를 두르니 명실 공히 귀족의 자태였다.

“오늘은 브레이크 씨도 같이 나오셨군요.”

쟈크시즈의 정체를 모르는 상인들은 그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그가 떠돌이 검사라는 사실을 알아도 레인즈워스의 손님이기 때문에 가볍게 대하지 못할 것이다.

“이딴 걸 팔아? 헹! 판도라도 별 볼일 없군.”

짙은 밤색 곱슬머리에 왼뺨에는 십자형 흉터가 있는 거구의 남자를 필두로, 네 명의 장정이 채소 가게 앞에서 행패를 부렸다. 네 명 모두 두껍고 투박한 검이나 무식하게 큰 도끼를 등에 지고 있었다. 그런데 주먹이 보통 사람의 머리만하니 무기를 휘두를 일은 그닥 없어 보였다. 커다란 몸뚱이만으로도 훌륭한 흉기였다.

“판도라 길드가 영주하는 이 땅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거죠?”

쟈크시즈는 아차 싶었다. 잠깐 한 눈 파는 사이에 샤론이 옆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너무 당당하게 불량배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뭐야? 이 계집은.”

“나, 샤론 레인즈워스가 당신들에게 경고합니다. 지금 당장 여기서…… 읏.”

“반반하게 생겨서는. 값 좀 나가겠는데?”

자기 키 만큼 긴 검을 등에 진 남자가 샤론의 목을 우악스럽게 쥐어 잡았다. 샤론이 두 손으로 그의 손목을 붙잡고 괴로워하는데, 그녀의 두 발이 지면에서 슬쩍 떨어졌다. 목을 잡힌 채 들어 올려진 것이다.

[푹]

쟈크시즈가 지팡이로 남자의 어깨 관절을 찔렀다. 아무리 튼튼한 사람이라도 급소를 당하면 버티기 힘든 법이다. 그도 그럴 것이, 관절을 깊게 눌렸을 뿐인데 꼬챙이가 관통한 느낌이었다. 남자는 샤론을 떨어트리고 뒤로 두 발짝 물러섰다.

“감히 아가씨께 그 더러운 손을 대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오셨군요.”

“이 자식이!”

[휙-, 퍽!]

쟈크시즈는 왼팔로 샤론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오른팔만으로 거구를 상대했다. 그가 지팡이를 고속으로 위로 훑어 올리는 것과 동시에 상대편이 고개를 치켜올리며 뒤로 자빠졌다. 쟈크시즈에게 덤볐던 어리석은 자는 턱뼈가 부서진 듯한 통증 때문에 일어나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속 시원한 한 방이었다.

“얄쌍하게 생긴 주제에 싸움은 꽤 하나보군.”

머리를 깨끗하게 민 남자가 양날 도끼를 붕붕 휘두르며 앞으로 나왔다. 쟈크시즈 정도는 쉽게 해치울 수 있다는 여유로운 미소가 얼굴에 한 가득이었다. 그리고 싸움에 익숙한 건달답게, 상대방에게 여유 따위 주지 않고 주저 없이 도끼를 내리쳤다.

“강자에게는 약자를 죽일 권리가 있다― 황야의 생존법칙이죠. 열심히 실천하는 모습을 보니 새삼 역겹군요.”

쟈크시즈는 샤론을 데리고 있는 채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덧붙여 상대의 명치를 찔렀다. 이번에도 지팡이 채로 깊게. 찌르는 찰나, 자크시즈의 눈이 먹이를 낚아채는 내의 눈과 흡사했다.

[캉!]

“좋은 눈이구먼.”

리더로 보이는, 십자형 흉터를 가진 곱슬머리 남자가 쟈크시즈를 향해 두껍고 투박한 검을 내리쳤다. 살기가 없는 공격이었다. 일부러 막기 쉽게 자극한 것이었다.

“그 여자가 그렇게 소중한가? 신사양반.”

단 한 순간도 샤론에게서 손을 떼지 않았으니 곱슬머리 사내에게 이런 말을 들을 법했다.

이 말에 반응을 보인 쪽은 샤론이었다. 얼굴을 살짝 붉히며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러나 쟈크시즈가 자기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그는 어느새 눈에서 힘을 풀고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러나 눈동자는 불량배들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판도라에서 레인즈워스라고 하면 4대 가문 중 하나고, 샤론 아가씨라고 하면 레인즈워스 가의 유일한 영애. 판도라 사람이든 판도라에 용무가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죠. 그런데 당신들은 이 기초도 모르고 여기에 발을 들였습니다. 응당 어울리는 교육을 해드리죠.”

“흥. 그딴 거 알 바 아니지. 내가 원하는 건 힘. 힘. 힘!”

남자는 피에 굶주린 뱀파이어처럼 탐욕스러운 눈으로 자기보다 키가 작은 쟈크시즈를 내려다봤다. 그러나 쟈크시즈는 그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가씨. 금방 끝날 테니까 걱정 마세요.”

쟈크시즈는 샤론의 어깨를 감싸 안던 왼팔을 허리 높이로 내리더니 그녀의 오른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리고 안심만땅 쟈크시즈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샤론은 순간, 쟈크시즈가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검사로 보였다. 어떠한 적이 나타나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너무 여유 만만하게 굴었다간 큰 코 다칠 거라고, 신사양반.”

[부웅]

남자가 위협용으로 검을 거칠게 휘둘렀다. 폼을 보아하니 검이 아니라 둔기를 다루는 것 같았다. 아마도 검이 둔하게 생긴 것이 주인의 성향 때문일 것이다. 검을 검처럼 다루지 못하니 검이 본연의 예리함을 잃은 것이다.

쟈크시즈는 검사로서, 샤론은 검을 다루는 레인즈워스 가의 사람으로서, 남자가 가진 검에게 측은한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그 남자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검을 모르는 자가 검을 들고 다니는 것만큼 배알이 뒤틀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적어도 쟈크시즈와 샤론은 그랬다. 길드 판도라를 모욕하고 검을 욕보인 자를 가볍게 지나칠 수 없었다.

“허리에 있는 그건 장식인가? 얼른 뽑으라고.”

상대에게 무기를 들라고 재촉하는 이 치고 제대로 된 이가 없음이렷다.

“당신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캉!]

[휘리리리리릭, 툭]

말 그대로 지팡이만으로도 충분했다. 단 1홉으로 투박한 검을 날려버렸다. 그러나 괜히 리더가 아니라고, 남자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워했다. 쟈크시즈 같은 실력가를 오랜만에 만나서 극도로 흥분했다.

“재밌어. 신사양반, 아주 재밌어. 더 즐겁게 해달라고.”

쟈크시즈는 상대의 역량을 가늠하지 못하는 무지함에 치가 떨렸다. 무지함이 지나치면 용서할 수 없다고 누가 그랬던가. 이런 자와 더 오래 마주 있고 싶지 않았다. 자신보다는 샤론이 이들과 가까이 있게 두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위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해서 불량배들을 단숨에 때려 눕혀야 했다. 그랬다간 자신의 정체를 두고 주변이 술렁거리겠지만 샤론의 안전과 시력 보호를 위해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아아. 전 재밌지 않습니다. 온통 빈틈, 빈틈, 빈틈, 빈틈이로군요.”

첫 번째 빈틈은 명치, 두 번째 빈틈은 목, 세 번째 빈틈은 인중, 마지막 빈틈은 심장 부근 왼 가슴이었다. 쟈크시즈는 빈틈 네 군데를 정확하고 느긋하게 쿡쿡쿡쿡 찔렀다. 눈에 보일 만큼 여유롭고 분명한 공격이었지만 곱슬머리 남자는 이것이 공격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방비 채 그대로 당했다.

[쿠웅―]

남자의 무거운 몸이 땅 위로 떨어졌다. 급소를 네 군데나 당했으니 기절하는 것이 당연했다.

불량배 네 명 중 남은 한 명이 쓰러진 동료들을 둘러보며 안절부절 못했다. 고작 얄쌍한 신사 한 명에게 이렇게까지 쉽게 당하다니 어이없으면서 분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신사가 엄청난 실력자라는 뜻이었다. 이 이상 그에게 덤비면 안 된다는 사실은 코흘리개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자. 당신의 역할은 이들을 데리고 판도라의 땅에서 나가는 겁니다.”

쟈크시즈는 마지막으로 남은 남자에게 최대의 자비를 베풀었다. 상대방은 그 자비를 그대로 받고 따랐다. 본인의 힘만 믿고 설치는 바보 치고는 현명한 판단이었다.

“브레이크 씨, 보통 분이 아니셨구나.”

“역시 레인즈워스의 손님은 범인(凡人:평범한 사람)이 아니었어.”

상인들이 쟈크시즈를 동경의 눈으로 바라봤다. 판도라에 무기를 구하러 수많은 용병과 기사들이 오갔지만, 쟈크시즈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솜씨를 가진 자는 오랜만이었다. 판도라에서도 맞부딪히기 어려운 실력자였다. 그래서 모두들 그를 만난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다.

쟈크시즈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샤론을 향해 깊게 허리를 숙였다. 드디어 샤론의 손을 놓았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제가 곁에 있었으면서도 험한 일을 당하시게 하다니, 면목 없습니다.”

“아니에요. 브레이크 씨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어요.”

샤론은 쟈크시즈와 마주 보는 것조차 부끄러웠다. 그런 그녀를, 그리고 그녀와 같이 있는 쟈크시즈를 못마땅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시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