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브레샤론]das Meisterschwert -제 10검(완)

★은하수★ 2010. 7. 6. 10:21

<공지>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브레이크x샤론 커플링입니다. 줄여서 '브레샤론'이라고 합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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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검

레인즈워스 저택까지 남은 거리 200m. 낮이었으면 저택이 보이고도 충분히 남을 거리였다. 그러나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밤의 요람 안에서는 평소에 익힌 육감만으로 저태고가의 거리를 가늠하는 수밖에 없었다.

“폭풍전야마냥 조용하군.”

쟈크시즈는 자신들을 뒤쫓아 오는 존재를 염두하며 샤론을 에스코트했다. 그에 비해 샤론은 경계심이라곤 조금도 없었다. 험한 일을 몇 번 당하고 나면 평화로운 때에도 잔뜩 긴장하게 될 텐데, 어째서인지 천성적으로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결핍된 것처럼 안심만만이었다. 아무리 옆에 있는 사람을 전심전력으로 믿는다 해도 너무 천하태평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람 소리도 없는 고요한 어둠이 초절정에 다다랐다. 하늘의 구름은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가뜩이나 크기가 작은 달을 있는 힘껏 꼭꼭 숨겼다. 그래서 레인즈워스 가에 다다를 때까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쟈크시즈와 샤론의 발소리뿐이고, 볼 수 있는 것은 서로 곁에 있는 사람밖에 없었다. 그러나 쟈크시즈는 자신들 발소리에 섞여 있는 또 다른 발소리를 구별해 냈다. 걷는 속도와 발을 지면에 닫는 타이밍을 맞추며 질리지 않고 쫓아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인내심일 부러질 만큼 긴장상태가 극상이었지만,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라고 쟈크시즈는 그의 심리까지 꿰뚫었다.

“아가씨. 저택에 들어가면 반드시 가주님이나 셰릴님과 같이 계셔야 합니다.”

현관에 다다를 때까지 남은 거리 30m. 저택 주변에 포진해 있는 수상한 자들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예상외이긴 하나 문제될 건 없었다. 기껏해야 동네 불량배 수준의 저급한 녀석들일 게 분명했다.

“브레이크 씨도 같이 들어가는 거죠?”

샤론은 위기의식에는 둔해도 말의 의미를 눈치 채는 것은 빨랐다. 떨지 않았다. 떨면 안 된다고, 떨지 말라고 몇 십 번 곱씹었다. 그녀의 손이 쟈크시즈의 소매를 꽉 붙잡았다. 그래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남은 거리 10m.

쟈크시즈는 걸음을 멈췄고 샤론은 계속 걸어 들어갔다. 그녀의 손이 그의 소매를 미끄러지듯이 스르륵 놓았다. 그리고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이 유유히, 흔들림 없는 걸음걸이로 남은 10m를 끝마쳤다. 그녀가 현관문 손잡이에 손을 댔을 때 쟈크시즈가 있는 곳에서 수상하리만치 크게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 소리만으로는 그녀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현관문이 다시 닫히고 걸쇠 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그 후 묘한 경계심이 흐르는 침묵이 수 초간 지속됐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단 한 명의 발소리가 침묵을 헤치고 드러났다. 어둠에 익숙한 자는 소리로 사물을 구분할 수 있다고, 이 소리는 일반 남성에 비해 가벼우나 여성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몸이 날렵한 자가 구사할 수 있는 소리였다. 쟈크시즈는 더 나아가, 얼굴을 보지 않아도 누군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더러운 냄새를 폴폴 풍기는 께름칙한 낌새며, 대장장이 죽은 날 들었던 것과 똑같은 발소리며, 이것들이 전부 단 한 사람을 지목하고 있으니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헤에-.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근방에서 알아주는 불량배들인데 너무 쉽게 끝났군.”

“애송아. 네가 직접 덤벼도 마찬가지다.”

살기가 어둠을 타고 순식간에 청년을 덮쳤다. 하지만 청년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뭐든 감수할 각오를 했기 때문에, 쟈크시즈의 살기 정도야 차가운 밤공기의 일부로 여겼다.

“밤눈이 좋은 것도 아니면서, 설사 좋다 해도, 달이 없는 이 어둠 속에서 내가 뭐로 신사 나으리를 죽일 지 알아 맞힐 수나 있겠습니까?”

청년은 의기양양하게 쟈크시즈를 비꼬았다. 악마조차 흉내 내지 못할 조악한 미소를 겸해서 말이다.

온 천지가 어둠투성이라 다행이었다.

[스릉-]

지팡이에서 나온 검이 청년의 목에 살짝 닿았다. 예리하고 차가운 금속체. 손바닥 길이만큼 짧든 팔 길이보다 길든 위협적인 흉기. 만약 조금이라도 밝아 청년의 표정을 볼 수 있었더라면, 쟈크시즈는 이 위험한 금속체를 목 가까이에 들이댈 것이 아니라 목 정중앙에 쑤셔 박았을 것이다. 코앞에 있는 것만 겨우 보일 정도로 어두워서 다행이었다.

“어르신을 죽인 죄, 아가씨를 노리는 죄. 그 어떤 것도 용서 받지 못할 것이다.”

“신사 나으리, 직업이 기사인가 봅니다? 말투가 깨나 고지식합니다. 뭐, 지금 그에 중요한 게 아니니까. 아, 중요하겠군요. 기사는 긍지와 사명에 따라 움직이니까 지금 당장 절 죽이지 못할 거 아닙니까. 이야-. 제가 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

“곧 죽을 놈이 말이 많군.”

총구가 청년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그 총은 청년이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것이다.

“내 위치를 알아내려고 저 허접한 것들을 고용하고 시끄럽게 떠벌 거린 거군. 머리는 잘 썼는데, 이왕 머리 쓸 거 좀 더 신중하게 잘 쓰지 그랬어.”

“컥.”

총이 더 깊숙하게 들어갔다. 끝이 목젖에 닿을 것만 같았다.

“6구경 권총은 장총보다 더 희소하지. 만들기 까다롭거든. 그래서 주문자, 유통경로를 철저하게 기록하고 관리해. 정보통 바르마에서 네놈이 6구경 권총을 주문 구매했다는 걸 알아내는 것쯤이야 손바닥 뒤집는 것만큼 쉬운 일이야.”

청년의 입에 쑤셔 박힌 총은 이미 안전장치를 풀고 총탄 한 알이 총구를 향해 대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쟈크시즈가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청년의 머리는 피를 추하게 흩뿌리며 터질 것이다. 상대를 쉽고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만큼 자신도 그만큼 당할 수 있는 무기가 바로 ‘총’이다. 청년은 이 사실을 생사의 기로에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어르신을 생각하면 네 녀석을 토막 내 죽이고 싶고, 아가씨를 생각하면 이런저런 고문을 다 해보고 싶어. 그래도 부족할 만큼 네 녀석의 죄는 무거워. 이 쟈크시즈 브레이크에게 있어서…….”

쟈크시즈는 총의 손잡이가 입술에 닿을 만큼 더 밀어 넣었다. 총구가 목젖을 지나 목 내부 벽에 닿았다. 이 같은 상황이 되면, 누구든 괴로움 때문에 저항력을 잃고 무력한 그대로 당할 것이다.

“내가 지키는 것에 구정물이 튀면 성격이 아주아주 더러워지는 나쁜 습성이 있거든.”

[팡]

공기를 힘껏 불어넣은 비닐주머니를 단번에 터트린 듯한 소리가 났다. 주변이 아무리 고요해도 이 정도의 소리는 저택 안까지 닿지 못했다. 닿는다 해도 너무 미약해서 누구도 이것이 총성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뒤통수가 시원-하게 트였군.”

쟈크시즈가 총에서 손을 놓자 청년의 몸뚱이가 뒤로 자빠졌다.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와 땅이 질척거리는 소리가 동시에 났다. 그리고 몸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피 때문에 근처에 비린내가 진동했다. 그 어떤 피든 그저 붉은 액체에 시간이 지나면 검붉게 굳는다지만, 경멸하는 자의 피는 그 어떤 피보다 냄새가 역했다.

“정말 구역질나는 녀석이야. 죽을 때도 추하고 더럽고 짜증나는 녀석도 드물어.”

죽은 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 좀 더 괴롭힌 후에 처리하려고 했는데 욱 하는 마음에 너무 빨리 저질러 버렸다. 흥이 돋다가 말았다. 사자(死者)의 육신을 농락하며 모자란 여흥을 채우고 싶지만, 레인즈워스 가 앞에서 그런 짓을 하는 건 지독한 실례 같아서 생각만 하고 그만뒀다.

처음부터 해치워버렸으면 샤론이 겁에 질려 살거나 셰리나 셰릴이 걱정 속에 나날을 보낼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 대신 쟈크시즈가 레인즈워스 가에 머물 날이 줄었을 것이다. 샤론과 같이 불꽃놀이도 하고, 장 보러도 나가고, 같이 웃으면서 얘기하는 등 여러 가지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말이다.

다음 날부터 판도라 길드의 영역에서 쟈크시즈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밤에 그가 서있던 자리에 아주 작은 혈흔이 발견됐지만 레인즈워스 가 근처에서 사람이 발견되는 일은 없었다. 확실하게 샤론의 안전이 보장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쟈크시즈 브레이크라는 한 명의 손님이 레인즈워스 가에 머물렀다가 숙식비를 전부 지불하고 사라졌을 따름이었다.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