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글렌x레이시]das berühmte Musikstück -프롤로그

★은하수★ 2010. 7. 8. 15:22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나름 글렌 바스커빌과 레이시 커플링입니다. 레이시가 실존했던 여성이라 가정하고 쓴 소설입니다.
3. 제목의 das berühmte Musikstück는 '다스 버뤼임테 무지크슈튀크'라고 읽습니다. '명곡(名曲)'이라는 뜻입니다.
4.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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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 berühmte Musikstück(名曲)

- 부제 : Lacie(레이시)

 

-프롤로그

이 세상에는 이름이 붙지 않은 곡이 수두룩합니다. 그런 곡들은 작곡가가 작곡한 순서대로 번호를 받아 그 번호대로 불릴 뿐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 대중의 귀를 열고 마음을 자극하는 곡이 있다면 뒤늦게 이름이 붙습니다. 작곡가가 아닌 어느 평론가에 의해서 혹은 대중들의 입소문에 의해 붙은 곡명은, 작곡가가 죽은 후에 정해질 수도 있고 생전에 붙을 수도 있습니다. 가끔 작곡가의 의도와 전혀 다른 곡명이 곡을 따라다닐 때도 있습니다.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는 수많은 선율이 요동칩니다. 그 요동은 조용할 수도, 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선율이든 누군가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습니다. 선율과 사람의 마음이 맞는 순간, 그 사람은 그 선율에 매료돼 버립니다. 매료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선율과 함께 행복감에 젖을 수도 있고, 편안해 질 수도 있고, 더더욱 슬퍼질 수도 있고, 형용할 수 없는 흥분에 심취할 수도 있습니다. 선율이란 다른 말로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보이지 않는 마약’이라 불러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음악이란 참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음악에 아무런 소양이 없어도 자신과 맞는 곡을 들으면 그 곡에 쉬이 가까워질 수 있고 금방 알아듣습니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음악으로 사람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데 이 어찌 흥미롭지 않겠습니까.

본인에게는 절친한 지인이 한 명 있습니다. ‘글렌 바스커빌’이라는 젊은 작곡가입니다. 어떤 악기든 연주 솜씨는 불안불안 하지만 작곡 솜씨는 일품입니다. 이 지역만이 아닌, 이 나라에서 손꼽히는 유능한 작곡가라서 밥줄이 끊길 일은 없습니다. 어떤 곡이든 솔직하고 충실하게 만들기 때문에 곡의 질과 그의 명성이 나날이 올라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쟈크 씨, 뭘 그렇게 중얼거리세요?”

“아, 어제 쓴 글을 검토 중이에요.”

그 친구에게는 ‘레이시’라는 아리땁고 상냥한 부인이 있습니다. 글렌이 좀 더 부드럽고, 좀 더 아름답고, 좀 더 슬프고, 좀 더 격정적이고, 좀 더 따뜻하고, 좀 더 포근한, 완성도 높은 곡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그에게 있어 그녀의 존재 자체가 영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녀와 만나고 그녀와 부부의 연을 맺은 후, 글렌과 그의 곡에 대한 평가가 더더욱 올랐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글렌이 만든 곡 중에 최고의 곡은 그녀가 만든 멜로디를 사용하고 그녀의 이름을 붙인 ‘그 곡’입니다. 세상에 발표되지 않은 곡이지만, 평론가인 제 귀는 정확합니다. 애틋하면서도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레이시’― 분명 글렌의 곡들 중 단연 으뜸입니다. 소품으로 분류되는 짧은 곡이지만 오페라나 교향곡이나 소나타 등에 밀리지 않을 대작이라고 자신합니다.

“쟈크. 너 또 터무니없는 평론을 쓰는 거야?”

“무슨 그런 실례되는 말을. 이 몸이 쓴 평론은 정확하다고.”

“평론계의 필두, 쟈크 베자리우스.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 꼴이 되다?”

“응?”

“내일 아침 신문 제 1면에 꼭 나왔으면 하는 기사 제목.”

“자네는 내가 망하는 꼴을 보고 싶은가?”

글렌은 감수성이 풍부한 성격이지만 타인과 쉽게 마음을 주고받는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유일한 말벗이었다고 하면 될까요? 부끄러운 듯이 웃는 것도 솔직하게 화를 내는 것도 전부 제 앞에서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레이시를 만나고 그의 세상이 넓어졌습니다. 음악만으로 세상과 이야기하던 그가 그녀와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천천히 세상과 가까워졌습니다.

음악이 전해주는 기적은 감미로우리만치 흥미롭습니다. 사람을 바꿀 수 있는 기적. 그걸 일궈낸 ‘레이시’ 자신이 만든 곡에 구원 받은 글렌 바스커빌, 그 곡과 그를 이어준 레이시. 이들의 이야기는 무미건조하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부드럽다고 해두죠. 재미있나 없나, 아름다운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건 어디까지 이 글을 읽는 당신들입니다. 이 글이 단순히 인물 평전이 될지, 시시콜콜한 러브 스토리가 될지, 하나의 그림 동화가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당신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질 테니 말입니다.

“쟈크 씨, 차 한 잔 하세요.”

“이야. 레이시의 차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얼 그레이를 사용한 밀크 티에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걸 해주시다니, 영광에 영광에 영광입니다.”

천사의 현신과 같은 그녀가 글렌의 아내가 됐다니, 조금은 그에게 과분한 여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그렇다고 제가 그녀에게 사심이 있는 건 절대 아닙니다. 친구의 부인에게 눈을 둘 정도로 한심한 인간이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에도 사심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글렌이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큰 흥밋거리였으니까요.

“차는 여유롭게 마시는 거야. 종이 쪼가리 내려놓고 체스라도 두자고.”

제가 예전에 했던 말을 글렌에게서 그대로 듣게 될 줄이야 어디 상상할 수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글렌은 변했고,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이렇게 제게 똑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향해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상당한 실례지만, 정말 좋은 현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