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글렌x레이시]das berühmte Musikstück -제1곡

★은하수★ 2010. 7. 29. 13:29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나름 글렌 바스커빌과 레이시 커플링입니다. 레이시가 실존했던 여성이라 가정하고 쓴 소설입니다.
3. 제목의 das berühmte Musikstück는 '다스 버뤼임테 무지크슈튀크'라고 읽습니다. '명곡(名曲)'이라는 뜻입니다.
4.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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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곡

지중해의 찬란한 햇빛마저 샘낼 정도로 좋은 날씨였습니다. 바르마 가에서 주최하는 음악회에 초대받아 제 마음의 날씨도 화창했습니다. 음악 애호 가문으로 유명한 곳에서 전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모았다고 하니, 가슴 벅차도록 기쁠 수밖에 없었습니다. 풍부한 양질의 음악을 듣고 나면 멋들어진 평론을 쓸 수 있을 테니, 음악회 2주 전부터 들뜬 것도 당연합니다.

바르마 가에서 실 권력을 쥐고 있는 영양, 미란다 바르마에게서 직접 음악회 초청권을 두 장 받았습니다. 한 장은 제 것이고 나머지 한 장은 저의 절친한 오랜 친우이자 작곡가로서 명성을 날리는 중인 글렌의 것이었습니다. 무대도 잘 보이고 소리도 가장 선명하게 들리는 VIP급 로열석이었습니다. 음악회가 열리는 바르마 저택 내 세인트 홀은,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그레이트 홀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곳입니다. 그곳의 최고급 자리를 얻어냈으니 기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기쁜 소식을 당장에 글렌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중상류층이면 충분히 소유할 수 있는, 정원이 딸린 2층짜리 저택이 그 날 따라 눈에 더 잘 들어왔습니다. 진갈색 벽돌이 풍기는 중후함은 글렌의 성품을 비추고, 정원의 고상함은 글렌의 음악을 뜻합니다. 그러나 이것들을 무시하고 현관을 박차고 들어갈 정도로 심히 흥분한 상태였습니다.

[벌컥!]

“친애하는 글렌! 내가 무얼 가져왔는지 보게나.”

아뿔싸. 1층 응접실에 손님이 있었습니다. 우울한 표정을 한 젊은 여성이었습니다.

“2층에 올라가 있어.”

글렌이 뜨거운 코코아가 들어있는 머그컵을 양 손에 하나씩 들고 제 등 뒤에서 나타났습니다. 이제 막 온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부엌에서 갓 끓여온 겁니다. 아마도 숙녀 분을 진정시키기 위한 글렌 특제 코코아였을 겁니다. 카카오 향 속에 모카 향이 은근슬쩍 섞여 있었는데 못 알아챌 리 없지요. 블렌딩 비율을 잘 맞춰야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손대지 않는 특제 코코아입니다.

“이거 마시면서 천천히 얘기하죠.”

[달그락]

“바쁘신 분께 폐를 끼치네요.”

“무슨 말씀을. 일감이 없어서 백수가 됐습니다.”

글렌은 위층으로 올라가라고 했지만 수수한 차림의 상당한 미인이 신경 쓰여서 그곳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글렌이 젊은 나이 치고 작곡 실력이 워낙 출중하여, 기대 가치가 계속 상승하는 당대 최고의 인재로 꼽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때 역시 유명세가 대단했던 터라, 그에게 곡을 주문하는 사람들은 전부 그의 가치만큼 돈을 낼 수 있는 부유한 귀족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날 나타난 아가씨는 하급 귀족은커녕 여염집 처자였습니다. ‘글렌 바스커빌’이 얼마나 유명한 인물인지 알고 있을 터인데, 주변 이목을 무시하고 당당하게 찾아오다니, 그녀에게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응접실 출입구와 가까운 바깥 벽에 등을 붙이고 서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습니다.

“당신 같은 인재가 놀고 있는 건 재원 낭비에요.”

“악상이 떠오르지 않으면 어쩔 수 없습니다.”

가벼운 대화 덕분에 아가씨의 표정이 꽤 밝아졌습니다. 눈매와 입가가 완전히 웃지 않았지만, 얼굴 전체를 드리웠던 그늘은 깨끗하게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슬픔에 잠겼던 얼굴이 제가 있는 곳까지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조화로운 천상미녀였습니다. 그늘 진 얼굴에서조차 ‘미’의 포스를 풍겼는데 그늘이 사라진 얼굴은 오죽하겠습니까. 입이 떡 벌어질 정도입니다. 나라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미력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확인한 날이라며, 따로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글렌에게도 아직 알려주지 않은 감상인데,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한 번 더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덕분에 ‘미’에 대한 면역력을 한 층 더 키울 수 있었습니다. ‘절대 미’가 아닌 이상 ‘미’ 때문에 자신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요 근래 악상이 떠오르지 않는 분께 곡을 부탁하는 건 실례겠네요.”

“그렇다고 절 찾아온 손님을 쫓아내지 않습니다.”

“쫓아내더라도 악상이 떠오르고 곡이 완성될 때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릴 생각이었어요.”

우울한 표정에 비해 무척 당찬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슬픈 일을 당해서 침체돼 있을 분, 실은 무척 야무진 성격일 게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글렌의 주변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타입이었습니다.

“곡이 반드시 필요하시군요.”

글렌의 나지막한 한 마디 다음에 아가씨의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았습니다. 두 눈동자에 슬픔이 가득해서 당장이라도 흘러넘칠 것 같았습니다. 어째서 처음부터 눈치 채지 못했을까. 그녀의 눈은 장례식에서나 볼 수 있는 눈이었습니다. 그녀가 안은 슬픔은 상실과 이별로 인해 끊임없이 샘솟는 마이너스 감정이었습니다.

“어떤 곡을 원하시는 가에 따라 시간이 달리 걸립니다.”

“알고… 있어요. 이걸…… 곡 안에 같이 써주시기만 하면 되요.”

아가씨가 글렌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그 종이에는 한 도막(8마디)짜리 짧은 멜로디가 반듯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죽은 친구를 제대로 애도하고 싶어요. 그러니 제가 만든 이걸 써주세요.”

글렌은 살짝 놀란 기색을 보이며 아가씨가 내미는 종이에 쉽게 손대지 못했습니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된 친구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에 감동을 받았는지, 머그컵을 쥔 손이 가늘게 떨렸습니다. 그녀의 정성이 너무 가상해서 거절하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역시 글렌은 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머그컵을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그녀가 만든 한 도막의 멜로디를 찬찬히 훑었습니다. 허밍으로 읊어보기도 했습니다.

“이걸 레이시 양이 작곡했다고요?”

“네.”

“구슬픈 멜로디……. 좋습니다. 이걸 십분 활용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손님 쪽에서 화들짝 놀랐습니다.

“그냥 곡의 일부로 넣어주시기만 해도 충분해요.”

“아뇨. 이렇게 훌륭한 멜로디는 주제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분명 레이시 양과 그 친구 분의 마음에 쏙 드는 곡이 나올 겁니다.”

글렌은 진심이었습니다. 한동안 꽉 막혀 있던 영감에 강한 자극을 받아 조금 흥분했습니다. 그 증거로, 아주 여려서 긴가민가했지만 그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걸려 있었습니다.

“만들어 주시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가씨의 얼굴이 겨우 환해졌습니다. 어떠한 얼굴 중에서도 웃는 얼굴이 가장 예뻐 보인다지만, 후광이 비쳐 반짝 거릴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는 그 때 난생 처음 봤습니다. 여성에게 관심이 없는 천하의 글렌마저 얼굴을 붉혔습니다. 정말 최고의 미소였습니다.

“저기…… 돈은…….”

“아, 아……. 그건 곡이 완성되고 친구 분께 선물한 후에 얘기하죠.”

“네.”

자신이 지은 멜로디를 들고 와 작곡을 의뢰하고 훌륭한 미소를 남긴 아가씨는, 글렌의 배웅을 받으며 돌아갔습니다. 글렌은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됐는데도 그녀가 간 방황을 멀거니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입과 코는 그녀가 만든 멜로디를 흥얼거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