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글렌x레이시]das berühmte Musikstück -제3곡

★은하수★ 2010. 8. 10. 18:12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나름 글렌 바스커빌과 레이시 커플링입니다. 레이시가 실존했던 여성이라 가정하고 쓴 소설입니다.
3. 제목의 das berühmte Musikstück는 '다스 버뤼임테 무지크슈튀크'라고 읽습니다. '명곡(名曲)'이라는 뜻입니다.
4.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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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곡

지금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는 글렌에게 들은 것을 제가 미화하여 쓴 러브 스토리입니다. 아아. 긴 서장이 끝나고 이제부터 ‘준비, 땅!’이라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서장도 본편도 없이, 이것조차 미래에 대한 서장일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중에 유난히 맑은 하늘과 신선한 공기를 만끽할 수 있는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나무와 풀도 점점 생기를 얻어 푸른빛이 짙어지고, 뒷골목 깊숙한 곳에 사는 들고양이가 볕으로 나와 낮잠을 즐길 정도로 평화롭기까지 했습니다. 밖으로 나가 일광욕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당시 글렌은, 메르헨 백작이 부탁한 곡을 완성하고 스스로 정한 안식일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가 쉬는 방법은 산책도 운동도 취미 즐기기도 아닙니다. 자신이 끓인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구경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새로운 악상을 구상합니다. 말이 안식일이지 좀처럼 쉬려하지 않았습니다. 일밖에 모르는 고집쟁이. 그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품도 교향시도 협주곡도 다 좋은데, 나 자신을 자극할 수 있는 곡은 아직도 만들 수 없는 건가.”

인생철학에 대해 논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세워두고 싶은 고뇌에 빠져 있었습니다. 마치 소년이 어른이 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서처럼, 글렌은 완벽해지고 싶어 했습니다.

그의 눈에 비치는 창밖의 풍경은 진짜 모습과 너무나 달랐습니다. 색색깔의 다양한 옷을 입은 사람들은 흑백으로 바란 수많은 자신으로 보였고, 길이며 가로수며 집이며 전부 검정색 타일에 뒤덮였으며 하늘과 땅과 공기는 끝없이 새하얬습니다. 악몽 동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흑백으로만 가득 찬 세계가 바로 글렌의 공상 공간인 겁니다.

“이렇게 고민하다가 홀라당 날을 새겠어.”

글렌은 자신의 세계에서 나오자마자 집을 나섰습니다. 잠깐의 외출 중에 모자와 겉옷 같은 격식은 번거롭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는 그 길로 곧장 리이드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수도 사블리에에는 떠돌이 악사나 가난한 연주가가 곧잘 모여드는 광장이 하나 있습니다. 수도에 있는 광장 중 가장 큰 곳으로 꼽히는 그곳의 이름은 ‘리이드(Lied)’ 어린 아이라고 해도 한 번쯤 들어봤을 곳입니다. 매일 악기 소리가 끊이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소리 때문에 바글바글 모여듭니다. 글렌은 새로운 악상을 얻기 위해, 저는 평론의 소재가 될 기대가치 높은 원석을 찾기 위해, 이따금 그곳을 찾아갑니다.

“언제 와도 음악으로 넘쳐나는 곳이야.”

사방에서 바이올린, 아코디언, 트럼펫, 첼로, 호른 등 수많은 악기 소리가 다양한 곡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솔로부터 5명으로 이루어진 팀까지, 지칠 줄 모르는 젊은이부터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까지, 악사도 각양각색이라서 귀뿐만 아니라 눈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지나가는 구경꾼들에게 있어 최고의 콘서트 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금관악기 버전의 에드워드 엘가의 ‘사랑의 인사’군. 트럼펫 주선율에 트롬본 서포트, 호른 세미 서포트라……. 재미있는 앙상블이야.”

세 개의 금관악기로 이룬 팀 앞에 서서 한 곡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곡이 끝나고 주변 사람들이 박수를 칠 때 다른 곳으로 조용히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는 광장을 한 바퀴 돌면서 느긋하게 연주를 듣고 느긋하게 사람들을 구경했습니다. 그러던 중 광장 서쪽에서 솜씨가 상당한 솔로 바이올리니스트를 발견했습니다. 10대 중반의 소년이었습니다.

“비에니아프스키의 ‘화려한 폴로네이즈’를 이렇게 완벽하게 연주하다니.”

“아까 ‘치간느’도 완벽했어요.”

소년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듣고 있던 사람들이 입이 마르도록 소년을 칭찬했습니다. 글렌은 그 평에 이끌려 소년의 연주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때 소년이 연주한 곡은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의 제 1악장이었습니다. 빠르고 힘 있게 연주해야 하는 곡이기 때문에, 근육이 덜 발달하고 뼈 밖에 없을 만큼 앙상한 팔로는 허술한 느낌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

현악 4중주곡을 혼자 연주한다는 시점에서 이미 충분히 허술하건만, 소년은 절도 있는 연주로 훌륭하게 곡을 연주했습니다. 글렌은 소년의 저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콘서트마스터(수석연주자)로 손색이 없네.”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 소리 속에서 어떤 여성의 부드러운 음성이 들렸습니다. 글렌은 곧바로 누군가를 떠올리며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레이시.

1년 전, 곡을 하나 만들어 달라며 찾아왔던 아가씨가 소년 바이올리니스트를 보며 놀라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수수한 옷차림이 화려해 보일 만큼 화사한 미색은 여전했습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과 흰 피부, 그리고 윤기 나는 긴 흑발. 그 동안 잊고 있던 그녀가 두 발짝 거리에 있었습니다.

“오랜만입니다, 레이시 양.”

글렌은 그녀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인사했습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그녀의 정면이 아닌 오른쪽에서 그녀와 나란히 섰습니다. 그녀는 그를 향해 돌아보더니 화들짝 놀랐습니다. 그녀 역시 이런 재회를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바스커빌 씨! 어머, 어쩜 이런 우연이. 그 동안 안녕하셨어요?”

레이시가 진심을 담아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 순간, 글렌은 자신의 얼굴이 슬그머니 화끈거리기 시작한 것을 느꼈습니다.

“저번에 인사를 제대로 못 드려서 기분이 죽 찜찜했는데, 잘 됐어요. 곡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는 허리를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부드러운 미소가 이어졌습니다.

―사랑스럽다.

글렌은 자신이 한 명의 여성을 향해 이런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자신이 오늘 광장에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는 근거 없는 착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1년 동안, 왜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 자기 자신을 책망했습니다.

“친구분께서 그 곡이 마음에 드셨길 바랍니다.”

“분명히 마음에 들었을 거예요. 동경하던 분이 만들어주신 곡인걸요.”

“이거 영광입니다.”

소년 바이올리니스트가 또 다른 곡을 연주했습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주선율이었습니다. 글렌과 레이시는 나란히 서서 소년의 연주를 감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그 혹은 그녀를 조금씩 몰래 의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