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나름 글렌 바스커빌과 레이시 커플링입니다. 레이시가 실존했던 여성이라 가정하고 쓴 소설입니다.
3. 제목의 das berühmte Musikstück는 '다스 버뤼임테 무지크슈튀크'라고 읽습니다. '명곡(名曲)'이라는 뜻입니다.
4.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
-제 5곡
글렌과 레이시의 교류는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그녀가 그를, 다른 날은 그가 그녀를 찾아갔습니다. 대부분 레이시가 글렌을 찾아 가서 그가 작곡하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그의 연주를 들었습니다. 글렌이 레이시를 찾아가는 날은 그녀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때였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직물 염색 가게는 한 달에 한 두 번꼴로 정신없이 바빠서, 그 때가 오기만 하면 팔 힘이 약한 레이시의 도움마저 필요했습니다. 한창 바쁜 중에 글렌이 얼굴을 내밀면 레이시가 잠시나마 쉬는 겁니다.
“올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정말 대단히 바쁘군요.”
“도매상이 찾아올 무렵엔 항상 이래요.”
“도매상……. 항상 주문식 소매를 하는 제겐 먼 나라 이야깁니다.”
“후훗. 작곡가가 도매라뇨.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두 사람은 심부름꾼이 끓인 커피를 마시며 짧은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레이시가 다시 일을 하러 돌아가면 글렌은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몇 분간 지켜보다가 조용히 자리를 떴습니다.
뚜렷한 데이트 없이, 서로서로 일터를 왕래하며 친분을 다진 것이 어언 1년을 채울 때였습니다.
왕실에 먹구름이 끼고 나라 전체가 상복을 입던 일주일. 글렌은 국왕의 명령에 따라 고인이 된 여왕을 위해 레퀴엠을 작곡했습니다. 그가 가장 기피하는 장르였습니다. 하지만 왕의 명령을 거역할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겨우겨우 곡을 완성했습니다.
“몰랐어요. 글렌 시가 레퀴엠을 제일 싫어하셨다니……. 제가 부탁했던 곡도 어떻게 보면 레퀴엠이었는데…….”
레이시는 글렌의 집 응접실에서 그가 타준 커피를 마시다가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글렌은 조용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레이시 양이 친구 분을 위해 부탁했던 그 곡은 여타 레퀴엠하고 차원이 다릅니다. 레이시 양이 직접 만든 멜로디가 그 안에 있습니다. 그 곡 자체가 마음이 담긴 ‘선물’이지 ‘레퀴엠’이라는 장르의 곡이 아닙니다.”
레이시의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글렌은, 그녀의 얼굴이 얼마나 붉게 물들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나란히 앉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서로의 마음을 잘 읽게 된 만큼, 숨소리만으로 상대의 지금 모습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글렌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그녀와 같이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침묵이 길어졌습니다. 이제는 상대의 숨소리만이 아니라 심장 소리까지 들렸습니다. 빠르면서 일정한 박자로 콩닥 콩닥 콩닥 콩닥…….
글렌은 레이시의 머리를 윗부분만 천천히 쓰다듬다가, 긴 머리칼을 손가락 사이사이로 쓸어내렸습니다. 살갗에 직접 닿은 머리카락의 부드러운 촉감이 그의 가슴을 더 고동치게 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횟수를 늘려갈 때마다 머릿속이 아찔해졌습니다.
레이시는 글렌의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앉은 채 딱딱하게 굳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글렌의 손놀림이 느낌이 좋으면 좋았지 피하고 싶을 정도로 싫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한 번 그의 손이 그녀의 귀를 스치고 지나가면 그녀의 심장이 세게 쿵쾅거렸습니다. 얼굴도 한 번 더 화끈거렸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묘한 분위기가 흘렀습니다. 레이시는 꼭 ㅜ진 두 손을 빠르게 뛰는 가슴 위에 얹고 슬며시 글렌을 쳐다보았습니다. 그 순간 그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쳐 하마터면 심장이 멎을 뻔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글렌이 줄곧 레이시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겁니다.
“뭘 그렇게 놀랍니까?”
“당연히 놀라죠.”
“어째서입니까?”
“으응-. 그거야……. 갑자기 눈이 마주쳤으니까요.”
레이시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습니다. 이에 비해 글렌은 계속 그녀의 머리카락을 길게 쓸어내렸습니다. 촉감이 좋아서 그만 둘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수줍어하는 그녀에게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떨어져 있는 동안 공허감을 덜 느끼도록 볼 수 있을 때 모든 모습을 눈으로 실컷 기억했습니다. 스스로 이것이 그녀를 향한 자신의 ‘집착’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도저히 그만 둘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이 그녀를 ‘독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를 하급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날이 독점욕이 커지기만 했습니다. 멈추기에 너무 늦었습니다.
“레이시 양.”
“네?”
글렌은 레이시를 부르고 더욱 애틋한 눈으로 가만히 그녀의 눈을 응시했습니다.
“레이시 양.”
“말씀하세요.”
“너무 좋은 이름이라서 계속 부르고 싶습니다.”
레이시는 어떻게 해야 모른 나머지, 상처를 뒤로 젖히며 글렌에게서 조금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글렌이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던 손을 쭉 뻗어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습니다.
“이런 식으로 피하시면 저 상처받습니다.”
방금 전보다 더더욱 가까운 거리.
글렌은 자신의 입을 레이시의 귀에 가까이 대고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그 순간 그녀의 향기가 그의 후각을 자극했습니다. 그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순간,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은 팔에 힘을 줄 뻔했습니다. 이 이상 그녀를 놀라게 하면 그녀가 자신에게서 멀어질까봐, 한 순간에 이성을 최대로 발휘하여 자신을 제어했습니다.
“하지만…… 글렌 씨…의 장난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주십쇼. 그거면 충분합니다.”
만약 해가 다 진 밤이었으면 글렌이 이때처럼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요. 그런데 점점 해가 져가는 붉은 저녁도 나름대로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저녁 햇살이 비쳐 은은한 붉은 빛을 발하는 레이시를, 그 날 만큼은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서 줄곧 아름다운 그녀와 함께 있고 싶었다.
글렌은 정말 말도 못하게 레이시에게 빠져버렸습니다. 평생 타인에게 쏟을 수 있는 애정과 진심을 모조리 그녀에게 쏟아 부었습니다. 만약 그녀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인간으로서 영혼과 감정이 부서져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을 만큼, ‘레이시’라는 존재에 그의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집착과 독점, 그 이상의 소유욕이 그를 침식했습니다. 평생 여자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을 것 같은 청년이 단 한 여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는 모습은, 타인이 보기에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레이시 양.”
“네.”
“내 이름, 한 번 불러주십쇼.”
“네?”
“제 이름 말입니다. 레이시 양.”
그의 손이 레이시의 어깨에서 등을 쓰다듬으며 내려가다가 허리에서 멈췄습니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머리와 심장을 강하게 자극했습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두 손을 꼭 쥐었습니다. 이미 귀와 목까지 빨개졌습니다.
“그, 글렌 씨?”
“한 번 더.”
“글렌 씨…….”
레이시는 글렌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허벅지 위에 가만히 올려놓은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시선만 내리 깔았을 뿐, 고개는 살짝 든 채였습니다. 그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다음, 다음, 다음을 생각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했을 겁니다. 이미 이성과 감정의 균형이 휘청거리는 터라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을 게 분명합니다.
“레이시 양.”
“…….”
“레이시 양.”
“네, 글렌 씨.”
“오늘도 집에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여기서 같이 있어주시겠습니까?”
글렌은 자신의 팔에 힘을 살짝 주어 그녀의 허리를 단단하게 받치고, 그녀와 볼을 최대한 가까이 마주 댄 채 그녀의 귀에 낯간지러운 말을 속삭였습니다. 그리고 계속 아무 것도 하지 않던 나머지 한쪽 손으로 그녀의 손을 살포시 잡았습니다. 레이시는 뒤로 물러나지 않고 가만히, 글렌인 놓아줄 때까지 가만히 있었습니다. 점점 따뜻하게 다가오는 그의 체온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판도라하츠·크림슨셀 > PH·CS 팬소설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렌x레이시]das berühmte Musikstück -제7곡 (0) | 2010.09.24 |
---|---|
[글렌x레이시]das berühmte Musikstück -제6곡 (0) | 2010.09.14 |
[글렌x레이시]das berühmte Musikstück -제4곡 (0) | 2010.08.18 |
[글렌x레이시]das berühmte Musikstück -제3곡 (0) | 2010.08.10 |
[글렌x레이시]das berühmte Musikstück -제2곡 (0) | 2010.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