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나름 글렌 바스커빌과 레이시 커플링입니다. 레이시가 실존했던 여성이라 가정하고 쓴 소설입니다.
3. 제목의 das berühmte Musikstück는 '다스 버뤼임테 무지크슈튀크'라고 읽습니다. '명곡(名曲)'이라는 뜻입니다.
4.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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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곡
“너네 아직 키스도 안 했지?”
[풉!]
글렌은 서둘러 손수건을 찾았습니다. 허둥대는 모습이 ‘했다’와 ‘안 했다’ 중 ‘했다’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글렌의 성격 상 못 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거 멋지게 빗나갔습니다.
“있잖아, 최근 일이라서 아직 쑥스…….”
“사랑 고백 전에 키스부터 했군.”
“읏…….”
잘난 글렌 도령을 놀려 먹을 건수가 생겨서 무한히 기뻤습니다. 그래도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 순진해 보여 이 녀석도 평범한 청년이구나 하고 안심했습니다. 운명처럼 나타난 레이시에게 수 백 번 감사 인사를 해도 모자를 겁니다.
“어떠셨나?”
“그걸 어떻게 말해.”
“궁금하잖아.”
“좀 봐줘.”
글렌은 차가운 창틀에 머리를 기대어 열을 식혔습니다. 그런데 그 때의 일이 다시 생각났는지 한 번 더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청춘이구만.”
“네가 할아버지냐?”
“순수하게 친구의 열애를 응원하는 걸세.”
“그동안 나한테 당한 거 한꺼번에 갚을 셈이지?”
“눈치 한 번 겁나게 빠르군.”
“단순한 쟈크 베자리우스가 할 만한 일은 그거 밖에 없으니까.”
오랜 친구라서 서로에 대해서라면 바로바로 파악했습니다. 상대가 다 아니까 재미없다? 아닙니다. 완전히 다 아는 것도 아닐 뿐더러, 상대가 자신을 꿰뚫어 보고 있음을 알면서도 과감하게 저지르는 스릴이 감칠 맛 나는 겁니다.
글렌에게는 여전히 작곡 의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은 전부 부유한 지주나 귀족들이었고, 의미 있는 곡보다는 한 순간의 유희를 위한 곡이 의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작곡가로서 회의감이 들 법도 하지만, 글렌은 틈틈이 자기 자신을 위한 자신의 색을 듬뿍 넣은 곡을 만들며 스스로를 다스렸습니다. 레이시라는 든든한 버팀목도 있으니 부정적인 정신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아, 글렌. 바르마 가에서…….”
“기각.”
“일단 들어는…….”
“기각.
바르마 가에 엄청난 적대심을 갖고 있는 것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바르마 가의 당주 아서 바르마와 영애 미란다 바르마가 모처럼 찾아왔을 때는, 저에게 그들의 접대를 맡기고 휑하니 나가버렸습니다. 그 때 빈정 상한 미란다 아가씨를 달래느라 얼마나 애먹었는지, 글렌은 평생 걸려도 모를 겁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글렌이 평소에 철두철미 하지만, 바르마 가에 대한 일이면 저에게 모든 뒤치다꺼리(라고 표현하면 바르마 가에 엄청난 실례이나)를 맡기니 말입니다. 글렌이 유일하게 꺼리는 일정도, 제가 감수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의뢰, 소나타 아니었어?”
우연히 글렌이 작업하고 있는 곡에 눈이 갔습니다. 거의 다 완성하고 중간 중간 수정 중이었습니다. 척 봐도 소나타가 아니라 소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만든 곡 치곤 눈에 익은 선율이 군데군데 보였습니다. 짧은 악보를 몇 번이고 훑어보면서 흐릿하고 애매한 기억을 차근차근 짚었습니다. 원래 있던 곡의 변주곡 같은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제 기억 속에 이 선율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명랑한 듯 고요하고, 침착한 듯 생명력 넘치고, 달콤한 듯 쌉쌀하고, 구슬픈 듯 환한 분위기.
이렇게 인상적인 멜로디를 어떻게 잊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벌써 2년이나 전에 들었어도 앞으로 8년은 더 기억할 수 있을 만큼 가슴을 자극하는 멜로디인데 말입니다. 레이시가 만들고 글렌이 사랑한 그 선율이 새로운 곡으로써 다시 태어날 줄이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어찌 되었건 예전의 멜로디를 다시 접할 수 있어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레이시 양의 선율이 마음에 들었다는 건 알았지만, 새 곡에 또 쓸 정도일 줄 몰랐어.”
“그녀를 위한 곡이니까 일부러 그걸 쓴 거야.”
글렌은 한 여자에게 푹 빠져 바보 같이 행복한 눈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줄곧 레이시를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녀와 같이 있을 때나 그녀를 생각할 때나, 그에게서 도저히 옛날의 냉정한 카리스마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인간으로 가질 수 있는 감정을 깨달았으니 분명 좋은 변화입니다. 진심으로 다행스럽습니다.
그가 쓴 새 곡은 레이시가 만든 멜로디로 펼쳐진 세레나데. 과거에 만든 레퀴엠에 비해 훨씬 따뜻하고 부드럽습니다. 글렌이 그녀에 대해 품은 감정을 솔직하게 모두 드러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로지 한 여성에게만 어울리는, 대중성이 일절 없는 이기적인 곡이지만, 세레나데란 한 명을 향해야만 그 가치가 높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글렌이 쓴 수많은 곡 중 최고의 완벽함을 자랑하는 곡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녀에게 줄 건가?”
“그러려고 만들었어.”
“글렌 바스커빌답지 않은 행동이야. 하지만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멋진 녀석이 됐어.”
유능한 작곡가 나리는 칭찬에 무진장 약한 청년입니다. 그는 저의 찬사에 살포시 미소 지으며 조용히 칭찬을 받아들였습니다.
“몰래 만드느라 꽤 애먹었어.”
“하긴. 요새 레이시 양이 거의 하루 종일 여기에 있었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행복을 깨달은 청년은 창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다가 가벼운 몸놀림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딱 맞춰 레이시가 작업실로 들어왔습니다. 챙이 넓은 흰색 모자부터 연한 살구 색 드레스를 지나 굽이 낮은 흰 구두까지. 흑진주 같은 머리칼과 뽀얀 피부를 가진 그녀에게 딱 맞는 차림새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돋보이는 방법을 아주 잘 아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모카랑 시나몬을 넣어서 머핀을 구워왔어요.”
레이시의 미소만으로 방 전체가 환해졌습니다. 그리고 글렌의 분위기가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사랑 넘치는 커플이구먼.”
“시끄러워.”
[푹!]
“욱!”
글렌은 제 옆을 지나가면서 손끝으로 제 옆구리를 깊숙하고 정확하게 찔렀습니다. 내장이 출렁거리는 느낌은 둘째 치고 타격감이 엄청난 고통을 동반해서, 글렌과 레이시가 1층 응접실에 다다를 때까지 제자리에서 조금도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쿡쿡. 부끄러움 많은 소년을 놀릴 때는 각오하고 덤벼야 한다니까.”
천천히 일어선 후 즐거운 발걸음으로 행복 가득한 커플이 있는 곳을 향해 내려갔습니다. 글렌은 뒤바꾼 레이시와 레이시의 착한 심성에 물든 글렌. 이들의 다정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니 왠지 모르게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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