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2. 나름 글렌 바스커빌과 레이시 커플링입니다. 레이시가 실존했던 여성이라 가정하고 쓴 소설입니다.3. 제목의 das berühmte Musikstück는 '다스 버뤼임테 무지크슈튀크'라고 읽습니다. '명곡(名曲)'이라는 뜻입니다.4.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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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 - 판도라하츠 OST 중 'Melody (piano ver.)'>>
-제7곡
바르마 가에서 후원하는 음악회가 저금 먼 서쪽 도시에서 한창일 무렵, 글렌은 자신의 집에서 레이시와 같이 단란하게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둘이 나란히 서서 저녁밥을 만들고, 서로 마주보며 앉아서 하루 종일 본 것과 들은 것을 이야기하고, 뒷정리도 둘이 함께 했습니다. 연인에서 부부의 모습으로 차근차근 변하고 있었습니다.
“글렌 씨가 요리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신선해요.”
“쟈크가 요리하는 모습도 꽤 흥미로우시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걸요. 주변에 있는 남자라면 아버지뿐이고, 절대 부엌을 드나들지 않으시니까요.”
두 사람은 글렌의 작업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저녁 식사 중에 못 다한 담소를 나눴습니다. 이들은 누구 할 거 없이, 온 몸으로 ‘그대와 함께 있어 행복하다’는 오로라를 진하게 풍겼습니다. 글렌과 레이시가 마주보며 앉아 있는 그곳은, 한 순간에, 남이 침입할 수 없는 성역으로 변했습니다.
“언제 한 번 쟈크에게 요리를 부탁해야겠습니다. 녀석, 파스타만큼은 전문가 못지않게 만들어냅니다.”
“설마 쟈크 씨 표 특제 레시피도 있나요?”
“네, 뭐. 다들 자기만의 레시피가 한두 가지 쯤 있잖습니까.”
“그러면 글렌 씨도 글렌 씨 표 특제 레시피가 있나요?”
“있긴 있습니다.”
글렌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습니다. 이때까지 레이시와 가정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어서(1년 넘도록 뭘 이야기했는지 의문투성이지만) 쟈크와는 자연스럽게 주고받았던 화제를 레이시와 속닥거리려니 괜시리 긴장 했습니다. 게다가 레이시가 이렇게까지 눈을 반짜기염 이야기에 집중할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전 저만의 수프랑 샌드위치가 있어요. 매일 먹는 간단한 음식일수록 가끔씩 새로움을 줄 독창성이 필요하더라고요.”
“확실히. 주식이 단조로우면 생활패턴도 단조로워지는 느낌입니다.”
글렌은 미리 뜨겁게 데워둔 우유를 레이시의 잔에 부어주었습니다. 레이시의 습관이 이제 글렌에게도 자연스럽게 밴 겁니다. 그녀는 처음에 에스프레소로 반 잔 마시다가 우유를 부어 양을 채운 후 라떼를 만들어 끝까지 마십니다. 독특하게 한 잔 반을 마시는 셈입니다. 저와 글렌은 아메리카노나 카페오레를 마시기 때문에 그녀를 따라 하기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이미 에스프레소보다 묽은 커피에 우유를 타면 커피 맛이 급강하할 수밖에 없잖습니까.
“글렌 씨의 요리는…… 그라탕이죠?”
“네. 몇 번 만들었었죠.”
“먹자마자 알 수 있었어요. 그거 정말 맛있어요.”
레이시는 즐거운 것을 찾아낸 어린 아이처럼 방글방글 웃었습니다. 그녀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너무 귀여운 나머지, 글렌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습니다. 두 사람은 이런 스킨십이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아차 하고 피하거나 손을 떼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쟈크 씨랑 다같이 서로 잘 하는 요리를 만들어요. 분명 멋진 진수성찬이 될 거예요.”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되는 중에 창 밖은 어두컴컴해졌습니다. 글렌은 램프를 하나 더 켜고 벽걸이 초도 전부 밝혔습니다.
“해가 빨리 짧아지는군요.”
글렌은 창문을 통해 거리를 내다봤습니다. 사람들이 일제히 걸음이 빨라지고, 램프를 켠 마차도 종종 보였습니다. 거리에 늘어선 건물들에서도 주홍빛 불빛이 투명한 창에 비쳐보였습니다.
“이왕 어두워진 거, 주무셨다가 내일 아침에 가시겠습니까?”
“네?”
레이시의 눈이 커다래지고 두 뺨이 붉어졌습니다. 글렌은 그녀의 표정을 보자마자 입을 가리고 크득크득 웃었습니다.
“농담입니다. 오늘 꼭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레이시 양의 부모님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습니다.”
레이시의 부모님은 극 보수주의에 완고한 분들입니다. 글렌인 매번 레이시를 집에 데려다주며 지극정성을 다하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이 늦은 시간까지 같이 있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여전히 외박은 절대 안 되지만, 이만 해도 커다란 성과입니다.
글렌은 안심하는 레이시를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숫자상으로는 동갑이면서 앳된 모습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더 사랑스러워 보였습니다. 특히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점이 글렌의 가슴을 간지럽게 자극했습니다. 글렌은, 기쁠 때는 기쁜 만큼 슬플 때는 슬픈 만큼, 세상에 때 묻지 않고 진솔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레이시를 사랑했고 더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녀를 향한 그의 마음은, 그녀가 변하지 않는 이상 엇나가거나 비뚤어지지 않을 겁니다.
레이시는 글렌과 눈이 마주쳤을 때, 그의 시선과 분위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긴 해도 눈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눈을 마주보며 상대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상대의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 보일 때, ‘이 사람이 나만을 보는 구나’라는 안도감이 생기고, 자신도 그만을 보게 된다고 합니다. 낯간지러운 표현이지만, 이런 것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행복한 커플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달…….”
“달이 무척 깨끗하게 보입니다.”
글렌은 레이시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탁자에서 창문까지 몇 걸음 안 되는 거리지만 착실하게 그녀를 에스코트했습니다.
“우와-.”
짙은 군청색 하늘에 하얀 달이 고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초승달에서 반달로 넘어가는 중의 작은 달이지만, 막 씻어낸 고급 접시처럼 하얗고 투명했습니다. 보름달만큼 환하지는 않아도 앙증맞은 모습이 보는 이를 즐겁게 했습니다.
“레이시 양.”
레이시가 달에 정신을 판 사이, 글렌은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지금 제 눈에 보이는 모든 것과 어울리는 곡입니다.”
글렌은 차분하게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레이시가 만든 한 도막짜리 짧은 멜로디가 세레나데가 되어 작업실 안을 명랑하고 부드러운 곡조로 가득 채웠습니다. 새하얀 달과 천진난만한 레이시 그리고 사랑스러운 음악. 글렌은 한껏 분위기에 취해 한 곡을 끝까지 연주했습니다. 벌레 한 마리조차 그의 완주를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그는 미소를 띤 얼굴로 레이시를 돌아봤습니다. 그녀는 홍조를 띤 채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황급히 소매로 눈물을 닦았습니다. 글렌은 조심스레 그녀아게 다가가 손으로 남은 물기를 닦아줬습니다.
“이 곡의 이름은 ‘Lacie'입니다. 당신을 위한 곡입니다.”
“레이시……. 제 이름…….”
글렌은 레이시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서 그녀의 몸과 자신의 몸이 하나가 되도록 꼭 끌어안았습니다.
“네. 레이시. 당신만을 위한…… 당신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당신을 향한 저의 마음이자 당신을 꼭 닮은 음악으로서의 당신입니다. 맹세합니다. 평생토록 이 곡처럼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맹세합니다. 언제나 당신의 옆에서 당신을 아끼겠습니다. 맹세합니다. 글렌 바스커빌은 이 순간부터 레이시, 당신의 것입니다. 레이시 양. 레이시 바스커빌이 되어 나의 것이 되어주지 않겠습니까?”
글렌이 연주했던 곡 ‘Lacie'의 여운이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을 감쌌습니다. 그 둘은 서로 떨어질 줄 모르고, 긴 시간 그대로 서로의 체온 속에서 상대의 맥박을 조용히 느꼈습니다. 글렌의 양 팔에는 점차 힘이 들어가고, 레이시의 몸은 더 깊게 그에게 안겼습니다.
달(Luna)에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힘(Lunatic)이 있다고 했던가요. 창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 때문인지 두 사람이 포옹 중이라서인지, 두 사람의 체온이 조금씩 올라가고 머릿속이 점차 하얘졌습니다. -온갖 욕구가 휘몰아치는 밤. 전처럼 수줍음이 많은 입맞춤이 아니라 상대를 갈망하는 탐욕적인 입맞춤이 달의 마력 아래에서 길에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