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브레샤론]das Meisterschwert -제 9검

★은하수★ 2010. 6. 11. 18:12

<공지>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브레이크x샤론 커플링입니다. 줄여서 '브레샤론'이라고 합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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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검

대장장이 죽고 어언 보름이 지났다. 레인즈워스의 대장간은 대장장이 없어도 유능한 직공들이 부지런히 대장간을 달궜다. 그래도 그들이 예전과 같은 속도와 활력을 되찾는데 일주일이 조금 넘게 걸렸다. 셰리의 적극적인 격려와 뒷바라지 덕분이었다.

샤론은 최근 나흘 동안 주욱 쟈크시즈와 같이 다녔다. 장보러 나갈 때도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갈 때도, 혼자인 적이 없었다. 쟈크시즈가 고집스럽게 붙어 있는 덕분이었다. 그녀는 말로는 귀찮다 하고 행동으로는 이리저리 떠밀지만, 내심 쟈크시즈와 같이 있는 편이 더 좋았다. 같이 있으면 편해지고, 저도 모르게 의지하는 인물이라 절대 싫어할 수 없었다.

“베자리우스 가의 오즈 군이 브레이크 씨에게 검술을 배우고 싶대요.”

“창 장인 가문 도련님이 검술을요?”

쟈크시즈는 말도 안 된다면서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그 벌로 샤론에게 케이크 접시를 뺏겨버렸다.

“브레이크 씨의 실력에 반했대요. 그리고 자기 몸 하나 정도는 제대로 지키고 싶다던데, 이런 기특한 생각을 무시하진 않겠죠? 그런 고로 오늘 오후에는 베자리우스 가에 갈 거예요.”

“제 의견은 묵살인가요?”

“밥값 정도는 지불해야 하지 않겠어요? 브레이크 씨.”

숙박비는 무료로 치고 밥값은 받아야겠다는 협박성 멘트로 쟈크시즈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거절할 수 없는 협박, 아니 제안이었다. 레인즈워스 가에 있는 동안에는 잔말 말고 레인즈워스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압박도 섞여 있었다.

“하는 수 없죠. 대신 교련 방식은 전적으로 제가 정하겠습니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하면 되요.”

쟈크시즈는 샤론의 대담한 발언이 마음에 꼭 들었다. 다수의 평범한 아가씨들처럼 조신하지도 않고 나근나근하지도 않다. 너무 솔직하고 심하게 활달하다. 가면 갈수록 ‘샤론 레인즈워스’라는 다 자란 듯 다 자라지 않은 소녀에게 흥미가 깊어졌다. 이러다가 레인즈워스를 나가는 날에 꽤나 섭섭할 것 같았다. 이 이상 흥미를 가지면 ‘위험’하지만, 그 위험을 요리조리 피하는 것도 재미 거리가 될 수 있을 듯했다.

판도라 길드의 유명 세력가는 4개의 가문이지만 이들이 동등하다고는 볼 수 없다. 은연중에 생긴 서열로 인해 베자리우스가 최고 가문으로 올랐다. 참고로 레인즈워스는 바르마와의 아슬아슬한 차이로 마지막 순번이다. 하지만 이 서열은, 4개 가문 밖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네 가문을 통틀어 ‘판도라의 최고 세력’일 뿐이다.

베자리우스 가로 가는 길에, 쟈크시즈는 샤론 모르게 주변을 날카롭게 경계했다. 집을 나선 때부터 누군가 자신들을 미행하는 기척이 있었고, 그 자가 누군지 금방 알아챘기 때문이다. 그 자의 미행 솜씨는 대략 쓸 만하지만 쟈크시즈처럼 소위 ‘야생’에서 살아 온 이에게는 허술해 보일 뿐이었다. 쟈크시즈는 그 자가 언제 공격해 오든 당할 생각이 없지만, 언제든지 샤론을 최우선시 해야 하므로 그 자의 공격이 있기 전부터 철저히 방어태세를 갖췄다. 누구도 샤론을 넘보지 못하게 하는 단단한 방어벽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즈 베자리우스가 그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곧바로 수업을 시작했다.

“도련님께서 갖고 있는 검, 상당히 좋은데요? 레인즈워스의 검은 아니군요.”

“판도라 길드에서 검을 만드는 자는 레인즈워스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하긴. 판도라의 제품이라면 뭐든 상등품이죠.”

잠깐 쉬는 동안 쟈크시즈가 오즈의 검을 살폈다. 평소에 정성스레 손질한 흔적이 보였다. 검을 휘두르는 자세는 아직 많이 어정쩡하지만, 검을 준비하는 자세는 이미 수준급이었다. 언젠가 진심으로 강하고 화려하게 사용할 때를 대비하여,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칭찬해주고 싶을 만큼 대견한 자세였다.

“자, 다시 시작하죠.”

10여 분 간의 휴식 시간을 마치고 다시 검과 검을 맞부딪혔다.

그들이 진검을 소지하고 있다 해서 연습에서 진검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실전형 연습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검에 몸이 익숙해지도록 기초를 다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러니 목검을 휘두르는 것이 당연하다.

샤론은 연습장 한 켠에서 쟈크시즈와 오즈를 지켜봤다. 지금 맡은 일에 혹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정신없이 몰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처음에는 연습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점점 시야가 좁아졌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쟈크시즈만 보고, 그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이왕 베자리우스 가에 오셨으니 저녁 식사를 들고 가세요. 수업에 대한 답례라고 생각해 주세요.”

오즈가 집으로 돌아가려는 쟈크시즈와 샤론을 붙들었다. 두 손을 꼭 마주 모으고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보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먹고…… 갈까요?”

“그래야만 할 것 같은데요? 아가씨.”

쟈크시즈와 샤론이 포기하고 남아 있기로 정하자마자 오즈의 표정이 환해졌다. 1초 만에 우울한 표정이 싹 사라지고 세상을 다 얻은 마냥 행복해 했다. 오즈가 일부러 동정심을 유발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급격한 표정 변화를 통해 확인사살 당하니까 괜스레 속이 울컥 거렸다.

“정말 맹랑한 꼬마군요.”

“그런 말 하면 못 써요, 브레이크 씨.”

“하지만 사실이잖아요.”

쟈크시즈의 웃는 얼굴 뒤로 검은 오로라가 보였다. 오즈는 일부러 더 크고 과장되게 ‘하하하하’ 웃으며 쟈크시즈와 샤론을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이럴 때 레인즈워스에서 온 2인에게 해줄 말은 ‘포기하면 편하다’가 아닐까. 판도라 길드에서 JQ(잔머리 지수)가 가장 높다고 소문난 오즈 베자리우스다. 그를 상대하면서 그에게 휘둘리지 않을 거란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싫어도 휘둘릴 수밖에 없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베자리우스 가를 나선 순간, 머리가 지끈 거릴 만큼 강한 살기가 느껴졌다. 쟈크시즈와 샤론을 미행하던 자가 저녁 늦은 시간까지 베자리우스 가 근처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엄청난 집념인가. 그러나 쟈크시즈는 싱긋 웃었다. 이렇게 나와야 재미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밤이 가까워오는 늦은 저녁. 베자리우스 가에서 레인즈워스 가로 가는 길은 판도라 길드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으로 가는 길이나 마찬가지다. 마차로 가도 몇 분 걸릴 거리를 걸어서 가는 두 남녀. 판도라 길드 안에서는 외부 방문 손님이 아닌 이상 마차 등 탈 것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칙 때문에 밤길을 걸어야 했다. 한 번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눈 깜짝할 새에 어둠이 짙어지는 법. 베자리우스 가에서 나온지 몇 분이나 됐다고 벌써 주변이 어둠에 가려졌다. 드문드문 보이는 대장간 덕분에 아주 캄캄하지는 않지만, 간혹 바로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워서 걸음걸이가 한결 조심스러워졌다.

이렇게나 어두우니 밤손님이 제멋대로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특히 목표물을 정하고 눈앞에 둔 밤손님이라면 더더욱 대담해질 것이다. 태양 빛이 있나 없나 만으로 이렇게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