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고찰 12
-DOUBT 편
토끼의 탈을 뒤집어 쓴 늑대를 찾아라.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죽었다.
‘DOUBT’는 거짓말쟁이를 찾아내는 게임이다. 가상 게임이다. 그러나 이 게임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토끼의 탈을 쓴 늑대가 수 명의 거짓말쟁이 토끼를 한 자리에 불러 모아서 치밀한 거짓말로 토끼를 하나씩 차례대로 죽인다. 그리고 늑대는 자신이 수족처럼 부린 토끼 한 마리만 남기고 전원 살해에 성공한다.
독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심장 벌렁거리는 반전을 도미노처럼 무너트리다보면, 맨 처음부터 어긋난 부분을 발견하고 좌절하게 된다. 모든 토끼를 사냥하기 위해 가장 토끼처럼 행동한 늑대. 살아 있는 인간을 그저 게임 속 플레이어로 인식하며 서스름 없이 완벽한 트랩과 트릭을 구성하는 기술은 실로 뛰어나다. DOUBT의 늑대가 되려면 그 정도는 당연해야 할까? 말도 못하게 당연해야 할 것이다. 토끼의 천적이라면 두 말 할 것도 없이 토끼보다 위에 있어야 할 것이다. 비정함도 거짓말도 전부.
질문을 두 개 해보자. 이 질문들은 서로에게 반대되는 것일 수도 있고 같은 것일 수도 있다.
1. 토끼가 거짓말을 했다고 눅대의 거짓말 행각이 정당화 되며 거짓말쟁이 토끼를 처벌할 권리가 있나?
2. 사소한 거짓말로 타인을 고통스럽게 한 토끼는 거짓말로 당해야 하는가?
의도적으로 같은 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질문일 수도, 오히려 유도를 피하려는 질문일 수도 있다. 질문 속 단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대답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이건, DOUBT를 읽을 수록 자기 자신이 수십 가지의 대답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DOUBT의 눅대가 한 짓이 결코 나쁜 짓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선의의 거짓말조차 거짓말이기에 혐오하는 자신이 여기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2010년 7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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