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초기 스토리에 대한 재해석 페러렐 팬소설입니다. 링 쟁탈전 전까지, 즉 무크로 편까지 되겠습니다.
2. 아마노 아키라 작가님이 데뷔 당시 그린 가정교사히트맨리본 초기 단편의 소재를 일부 가져왔습니다. 그런고로 '츠나요시 군의 누나'가 등장합니다.
3. 제목 L'arancione 란, '오렌지 색'을 뜻하는 단어로, 별 의미 없습니다.
4.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인은 개그를 격렬하게 싸랑합니다.
5.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6.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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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낮잠 자기에 딱 좋을 만큼 화창한 날씨가 한창인 어느 오후. 선도부가 점거하고 있는 귀빈실에 손님이 찾아왔다. 나미모리 중학교의 선도 부장 히바리 쿄야는 혼자 귀빈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다가 창에 엷게 비친 손님을 무관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손님 쪽으로 고개를 돌린 것은 손님이 그에게 말을 건 후였다.
“오랜만이야, 쿄- 군.”
츠나요시의 누나는 귀빈실의 소파에 멋대로 앉았다. 원래 손님을 접대하는 곳이니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쿄야에겐 조금 거슬려 보였다. 이름을 멋대로 약칭으로 부르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졸업생이 무슨 볼일이지?”
“여전히 말투가 건방지네. 두 살 차이더라도 직계 선배인데 그러면 못 쓰지.”
쿄야는 ‘직계 선배’라는 말에 시선을 피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나미모리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모두가 두려워하는 선도 부장이거늘, 단 한 사람, 전 선도 부장 앞에서는 기를 못 폈다. 그녀는 전교생을 학생회장 대신에 통솔했던 실질적인 지도자였고, 교사들의 부정행위 때문에 무너져가는 학교를 말끔하게 정리한 개혁가였다. 그런데 졸업 직전, 자신의 자리를 두 학년 아래인 쿄야에게 넘겨줬다. 선도부 부원조차 아니었던 쿄야는 그렇게 선도부 부장이 됐다.
“인수인계가 정말 잘 됐어. 바로 몇 달 전만해도 내가 부장이었는데, 그 흔적이 어디에도 없어. 완전히 히바리 쿄야 천하야.”
츠나요시의 누나는 쿄야를 똑바로 쳐다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아이의 성장을 흥미롭게 관찰하는 후견인 같았다.
“지금은 내가 부장이니까 당연하잖아.”
“학교를 끔찍하게 아끼는 것까지 전교 톱일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
“네 놈이…….”
쿄야가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네 놈이 멋대로 나한테 전부 떠맡기고 졸업했잖아. ……. 이왕 떠맡은 거, 확실히 하겠다는데도 불만이야?”
나미모리 중학교의 현 선도부장이 언성을 높이는 일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소리를 지르지 않고 일정한 톤을 유지했다. 천성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전 선도 부장의 성격에 맞춰 자신을 억누르는 것이었다. 그녀 앞에서는 절대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괜히 너한테 맡겼다’라는 말을 듣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그녀에게 휘말려선 안 됐다.
“불만이라니. 당치도 않아. 만족 중에서도 대만족이야.”
츠나요시의 누나는 쿄야를 능숙하게 쥐었다 폈다. 한 때 쿄야를 평범한 신입생으로 대했던 전 선도 부장이니, 이 정도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중간 점검이야? 시찰?”
“응?”
“내가 잘 하는지 보러 온 거냐고 묻는 거야.”
“흐응-. 겸사 겸사.”
속을 알 수 없는 미소. 쿄야는 이게 무엇보다도 싫었다. 상대의 심중을 헤아려야 한다니, 그런 귀찮은 일을 할 바에야 상대가 스스로 감정을 드러낼 때까지 무력으로 압박하는 것이 쉬웠다. 하지만 정면에 있는 사람은 ‘그’ 전 선도 부장이다.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톤파를 들어야 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내 동생이 올해 여기에 입학했거든. 잘 지내나 걱정 되서 왔어. 그리고 귀신 선도 부장의 실력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고.”
쿄야는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누나’라는 존재는 이런 거구나 싶었다.
언제나 혼자였다. 과거에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무리지어 다니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게 됐고, 무리만 보면 박살내고 싶어졌다. 쿄야는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혼자였다. 그 당시 그의 톤파는, 그의 불안감을 줄여주는 부적에 불과했다. 언제나 무관심한 듯한 얇은 눈매와 톤파라고 부르는 소지품. 상급생의 눈에 쿄야가 거슬리는 것은 당연했다. 입학 후 한 달 사이에 20회 이상의 싸움이 일어났고, 쿄야는 자신에게 싸움을 건 상급생들을 모조리 때려 눕혔다. 무리지어 다니는 약한 놈들에게 지는 것은, 쿄야의 인생사에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츠나요시의 누나가 선도 부장 자리를 차지한 지 2년째 되는 해였다. 쿄야는 전교생의 화제의 대상이었다. 그녀도 쿄야에게 관심이 있었다. 올곧은 신념으로 자신을 지키는 소년. 한참 어린 구석이 있지만 훌륭한 원석이었다. 그녀는 쿄야가 모든 시선을 받을 때부터 그를 후임으로 찍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싫다고 내빼더니, 지금 보니까 완전히 적성에 맞는데?”
“네가 날 이렇게 만들어놓고 뭔 헛소리야.”
“그래, 그래. 잘 컸어. 아주 훌륭하게 잘 컸어.”
그녀는 쿄야를 향해 생글생글 웃으면서 동시에 주변을 경계했다. 쿄야를 감시하는 듯한 낌새 때문에 적잖이 불쾌했다. 이런 분위기를 풍길 수 있는 사람은, 그녀가 아는 선에서, 리본 밖에 없었다.
“쿄- 군한테도 마수를 뻗을 작정인가, 그 코스프레 마니아는.”
쿄야는 부원이 가져온 문서를 훑어보는 중이라서 선임의 말을 못 들었다. 주변 공기가 묘하게 흐트러졌다는 것을 감으로 대충 알았지만, 직계 선배도 있고 하니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전신의 근육이 계속 욱신거렸다.
“최근에 학교 분위기가 이상해졌어. 네 동생 때문일 거야.”
“쿄- 군이 가정형을 사용할 때도 있어? 흐응-. 확신해도 돼. 츳 군 때문이 맞아.”
“네 동생이잖아. 학교 분위기를 망치는 일은 그만 두라고 해. 이번에 너한테 맡기는 게 마지막 배려야.”
쿄야는 츠나요시가 여아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신입생 중에 ‘사와다’라는 성을 가진 학생은 츠나요시가 유일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알 수 있었다. 아직 직접 대면한 적은 없지만, 최근 여러 가지 소동이 전부 츠나요시와 얽힌 것이라는 사실쯤은 부원의 보고를 통해 알았다. 여아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조만간 자신이 직접 제재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츳 군이 자기 의지로 벌인 일이 아닌걸. 츳 군한테 바람직하지 못한 기생충이 붙어 있어서 그래.”
“최근에 네 동생을 중심으로 생긴 무리를 말하는 건가?”
“그 무리를 만든 누군가-가 기생충이야.”
구미가 확 당기는 말이었다. 쿄야에게는, 교내에서 무리를 짓는 것도 교칙 위반이지만, 무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교칙 위반이었다. 전 선도 부장이 말한 기생충을 학교를 위해 빨리 제거하고 싶었다.
“그렇게 안달하지 마. 곧 만나게 될 거야. 기생충이 먼저 움직일 테니까 넌 여기서 기다리기만 하면 돼.”
츠나요시의 누나는 쿄야가 양손에 톤파를 쥐어든 것을 봤다. ‘히바리 쿄야 다루기’란 ‘어린애 달래기’와 다를 바 없었다. 그 즈음, 리본이 보낸 심부름꾼의 기척이 사라졌다.
리본이 학교 곳곳에 심부름꾼을 숨겨두고 비밀공간을 여럿 만들었다는 것은 앞선 이야기들로 충분히 알지 않는가. 츠나요시의 누나는 자신도 그것들을 사용하지만, 리본이 멋대로 학교 안을 설치고 다니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츠나요시를 단련시키기 위해서라지만 도가 지나친 것도 분명 있었다. 쿄야가 조금씩 불온한 움직임을 감지하는 지금, 그녀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패로 리본을 누르고 싶었다. 하지만 분명히 리본이 가만히 당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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