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초기 스토리에 대한 재해석 페러렐 팬소설입니다. 링 쟁탈전 전까지, 즉 무크로 편까지 되겠습니다.
2. 아마노 아키라 작가님이 데뷔 당시 그린 가정교사히트맨리본 초기 단편의 소재를 일부 가져왔습니다. 그런고로 '츠나요시 군의 누나'가 등장합니다.
3. 제목 L'arancione 란, '오렌지 색'을 뜻하는 단어로, 별 의미 없습니다.
4.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인은 개그를 격렬하게 싸랑합니다.
5.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6.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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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나요시와 료헤이가 복싱으로 시합을 한다는 소문이 일찌감치 돌았기 때문에, 복싱부 부실은 이미 학생들로 득실거렸다. 츠나요시가 검도 시합 때 군더더기 없이 상대를 제압했기 때문에 복싱은 과연 어떨지 모두에게 주목받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츠나요시 본인에게는 그 시선들이 전부 부담, 부담, 부담, 부담덩어리였다.
“츠나. 이길 수 있겠어?”
타케시는 링 위에 선 츠나요시를 향해 씨익 웃었다. 그의 말은 ‘이겨라’라는 뜻이 숨어 있었다. 츠나요시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어정쩡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교복 채 글러브를 끼고 있었다.
“사와다. 복싱을 하려면 제대로 된 유니폼을 입어라.”
“전 이게 편해요.”
“오오-.”
“신경전이다, 신경전.”
“복싱부 주장을 상대로 겁을 상실했어.”
“어느 쪽이 이기든 재밌으면 그만이야.”
관객들이 사각 링을 빙 둘러싸고 점점 목소리를 높였다. 링 위에 있는 선수들의 집중력을 흩트릴 정도로 제멋대로 정신없이 떠들어댔다. 츠나요시의 눈에 비친 그들은, 학교에서 유희거리를 거의 접하지 못하여 사건사고에 굶주린 바보들 같았다.
“리본. 네 머릿속은 뚜껑을 열어젖혀도 못 알아볼 정도로 엉망이지?”
“네 놈한테 듣고 싶지 않다. 나야말로 네 놈을 모르겠단 말이다.”
“너한테도 모르는 게 있구나―.”
“헛소리 마. 이탈리아에서 온 이유. 들을 때까지 저 녀석을 괴롭혀주마.”
“걱정 마. 조만간 알게 되니까.”
츠나요시의 누나는 리본과 같이 부실 구석에서 학생들 너머로 링 위를 주시했다. 언제나 의욕만만 사사가와 료헤이와 자신감 및 의욕을 절반도 발휘하지 않고 있는 사와다 츠나요시. 객관적으로 보면 100% 츠나요시의 패배였다. 그러면, 츠나요시의 가능성을 아는 그의 누나는 어떻게 생각할까? 아무리 그녀라도 100% 츠나요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가능성은 알지만 그가 실제로 힘을 제대로 발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선수 준비.”
임시 심판-복싱부 부원-의 구령에 맞춰 츠나요시와 료헤이가 자세를 잡았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시작!”
[땡!]
[훅!]
시작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료헤이가 주먹을 내질렀다. 츠나요시에게 빈틈이 수두룩했기 때문에 그 빈틈을 사양하지 않고 정면으로 노렸다. 빠르고 정확한 잽이었다. 그러나 츠나요시는 아슬아슬하게 몸을 틀어서 명치 위를 노린 공격을 피했다. 복싱부를 제외한 구경꾼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복싱부 부원들은 료헤이의 진짜 주먹을 당해봤기 때문에 지금 첫 방이 선전포고와 같은 가벼운 인사라는 것을 알아봤다.
“처음 치곤 꽤 하잖아. 역시 넌 굉장한 녀석이야.”
“칭찬…… 감사합니다.”
츠나요시는 방금 한 방으로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리고 신경이 절로 날카로워지면서 초직감이 불타올랐다. 이 다음 공격은 이번처럼 가볍지 않을 것이다. 아니, 앞으로의 공격은 정말 위험하다― 초직감은 그에게 경보를 알렸다. 딱 한 번 잽을 봤을 뿐인데 이런 판단이 가능한 능력. 그렇다. 츠나요시가 갖고 있는 초직감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난이 아니다. 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힘. 동시에 절대 평온하지 않은 사실과 감정을 동반하는 힘. 츠나요시는 마른 침을 삼켰다.
“조금 위험하겠는데.”
타케시가 관중 속에서 진지하게 츠나요시를 살폈다. 아마도 본인은 자신이 한 말의 의미를 모를 뿐더러 자신이 진지한 상태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형님! 녀석한테 제 분수를 깨닫게 해주십쇼.”
맹목적인 충성심 때문에 시야가 말도 못하게 좁아진 중생이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의 환호 속에 섞인 그 한 마디가 츠나요시에게 얼마나 부담을 주는지 모를 것이다. 부하의 충성심이 강하기만 하면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고 보스가 무적이 될 거라는 잘못된 생각이, 하야토의 언행을 좌우하는 오류일지도 모르겠다.
잽, 잽, 스트레이트 펀치, 잽, 잽, 스트레이트 펀치.
료헤이는 단순한 규칙대로 츠나요시를 몰아세웠다. 그리고 츠나요시는 링의 빈 공간을 확보하며 차근차근 피했다. 허나 그것도 아슬아슬했다. 매번 피했다 해도 반드시 옷을 스쳐 지나갔다. 그 때 느껴지는 투기는 ‘무투사’의 투기였다. 바로, 쓸데없이 주먹을 휘두르는 불량배와 진심으로 목적을 위해 주먹을 쥐는 전사의 차이였다.
“제법인데.”
츠나요시의 누이는 료헤이의 움직임을 한 순간도 빠트리지 않고 눈에 담았다. 시합에 임하는 자세나 주먹을 내지를 때의 자세나, 나이에 비해 군더더기 없는 예술품이었다.
“단점이 있다면 에너지 소비가 지나쳐.”
“그 단점 하나를 고치면 사사가와 료헤이는 훌륭한 전력이 된다.”
“하야토보다 쓸 만하다는 점에선 동의해.”
여아는 료헤이의 상대가 자신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싸그리 무시하고 지극히 객관적으로 시합을 지켜봤다. 어느새 원래의 양복으로 갈아입은 리본은 피식 웃은 후 사라졌다. 그가 나타난 곳은 타케시의 왼쪽 어깨 위였다.
“츠나가 이길 것 같나?”
“꼬마구나. 글쎄-. 난 모르겠는데? 꼬마는 어떻게 끝날 것 같아?”
리본은 등에 소름이 돋았다. 타케시 본인은 아직 자극하지 못한 날카로움이 일류 히트맨을 강하게 자극했다. 상대를 꿰뚫어 보는 눈과 상황을 두루 살피는 통찰력. 히트맨의 천성을 타고난 게 틀림없었다. 그에게 부족한 것만 채워지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앞으로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끝나느냐― 인가? 훗. 끝까지 봐야 알겠지.”
“역시 그렇지?”
타케시는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전부 말로 내뱉지 않았다. 웃음 속에 말을 숨겼다. 리본이 말을 아끼는 만큼 아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상대에 맞추는 법이 무의식적으로 몸에 익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신의 주관을 중심으로 과하게 행동하는 하야토와 눈에 띄게 비교되는 것도 당연했다. 자기 자신에 대해 각성하기만 하면야 오싹오싹한 존재가 될 것이다. 키울 재미가 있는 인재였다.
훅, 잽, 스트레이트 펀치, 잽, 잽, 훅, 스트레이트 펀치.
료헤이의 공격이 점점 복잡해졌다. 츠나요시가 복싱을 처음 한다는 사실에 맞춰서, 츠나요시의 움직임이 점점 좋아질 때마다 공격 수위며 방법의 수준을 높였다. 덕분에 츠나요시는 링 위의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복싱에 익숙해졌다. 몸이 따라줄지 말지는 별도로 하고, 눈과 감이 꽤 편해졌다. 그리고 료헤이가 대책 없는 막무가내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저 폭발적인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복싱이란 이런 거군요. 역시 저랑 안 맞아요.”
츠나요시의 이마와 양손에 주황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웬만한 수준이 아니고서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엷었다. 그래도 훌륭한 필살염이었다.
“저랑 맞지 않는 동아리에 들어갈 수 없어요. 그러니 이기겠습니다.”
“아. 극한으로 덤벼라.”
료헤이는 두 주먹을 마주 치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츠나요시도 각오를 가다듬고 필살염을 피운 채 오른쪽 주먹을 허공에다가 두 번 내질러봤다. 글러브를 끼고 팔을 뻗는 감촉은 맨손일 때와 확실히 달랐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주먹과 팔을 사용해야 할지 어떻게든 알 것 같았다. 다만 어디를 향해야 할지가 문제였다.
“하아-. 정말이지, 이런 일에 말려드는 건 정말 싫어.”
한탄을 내뱉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잽, 스트레이트 펀치, 잽, 잽, 어퍼컷, 잽, 스트레이트 펀치, 잽, 훅, 잽, 잽.
[땡!]
주먹을 한 번씩 주고받는 중에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렸다. 주변을 가득 메우던 소리가 가라앉고, 결과를 두고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츠나요시의 누이는 조용히 부실에서 나갔다. 리본이 객기를 부리지 않는 이상 재시합하는 일이 없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학생들이 다수 모여 있고 교내에서 소란 피우는 것을 제일 실헝하는 누군가. 그를 만나러 천천히 걸어갔다.
“무승부군.”
“그러면 입부 문제는…….”
“한 판으로 결정한다고 약속했다. 극한으로 지킨다.”
“결국 아무 것도 변하는 것 없이 평소랑 똑같아 지는 거군요.”
츠나요시의 한숨 뒤에 학생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필살염이 사그라지고 어깨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무승부인 바람에 일이 더 귀찮아졌나 싶었다.
“시끄러워! 상관없는 녀석들이 멋대로 떠들지 마. 난 사와다와의 시합을 극한으로 만족한다.”
단 번에 소란을 가라앉혔다. 누구도 료헤이의 화를 일부러 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극한 사나이가 머리는 바보라도 정정당당한 승부에 대한 집착이나 복싱에 대한 애착은 지나칠 정도로 대단하기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다. 의도는 다르지만 그 선도 부장도 건들지 않는 인재다. 일부러 료헤이의 적이 되는 것은 바보 중에서도 상바보나 할 짓이다.
“사와다. 나중에 한 번 더 극한으로 겨뤄보자.”
“아아, 그건 좀…….”
“넌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
료헤이는 시원하게 웃어 젖혔다. 츠나요시가 갖고 있는 찝찝한 마음마저 날려버릴 정도로 호쾌한 웃음이었다. 츠나요시 자신도 납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정쩡한 결말이지만 료헤이가 만족한다면야 나름 괜찮은 결말이겠거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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