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L'arancione -2

★은하수★ 2010. 5. 23. 15:25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초기 스토리에 대한 재해석 페러렐 팬소설입니다. 링 쟁탈전 전까지, 즉 무크로 편까지 되겠습니다.

2. 아마노 아키라 작가님이 데뷔 당시 그린 가정교사히트맨리본 초기 단편의 소재를 일부 가져왔습니다. 그런고로 '츠나요시 군의 누나'가 등장합니다.

3. 제목 L'arancione 란, '오렌지 색'을 뜻하는 단어로, 별 의미 없습니다.

4.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인은 개그를 격렬하게 싸랑합니다.

5.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6.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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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침 댓바람부터 시끌벅적한 사와다 가(家). 예고 없이 갑자기 나타난 가정교사 리본과 멋대로 휴학계 내고 나타난 누나 때문에 츠나요시도 덩달아 바빴다. 그래도 요란한 소동 덕분에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한 시간(지각 걱정 없이 여유롭게 등교할 수 있는 시간)에 집을 나설 수 있었다. 평소에도 지각은 거의 안 하는 편이지만 리본과 누나 덕분에-솔직히 ‘때문에’라고 하고 싶지만 몸에 무수한 총구멍이 나는 건 사절이었다― 주번보다 일찍 교실에 도착했다. 아침 연습이 있는 운동부와 비슷하게 등교하는 지도 모르겠다.

[드르윽]

“어, 츠나.”

뒷문이 열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주번이 아니라 야구부 소속의 야마모토 타케시였다. 원래 같으면 아침 연습을 마치고 1교시가 시작하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교실로 들어왔을 것이다. 그런데 아침 연습이 한창일 시간에 교복차림에다가 가방까지 멘 상태로 나타났다.

“안녕, 야마모토 군. 오늘은 아침 연습이 없나봐?”

“어? 아. 으, 응.”

츠나요시는 타케시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면서 타인의 거짓말은 잘도 눈치 챘다. 머릿속에서 짜릿한 전류로 뇌를 찌르는 감각과 가슴에서 심장이 크게 한 번 고동치는 감각이, 생체 거짓말 탐지기마냥 본능처럼 발동했다. 츠나요시는 이 감각이 싫었다. 거짓말만 판치는 세상. 쉴 새 없이 몸을 자극하는 불쾌한 감각.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그렇게 자신을 괴롭히는데 세상에서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나, 츠나.”

타케시가 츠나요시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 보았다. 그는 어느새 츠나요시의 자리에 가까이 와 있었다.“

“어디 아파? 안색이 안 좋아. ……. 이런 날은 땡땡이 치고 싶지? 실은 나도 땡땡이야. 나중에 선배한테 된통 혼나겠지만.”

넉살 좋게 웃었다. 다른 누군가가 보면 그저 명랑한 소년일 것이다. 하지만 츠나요시가 보기에 지금의 타케시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였다. 금방이라도 자신을 잃고 무너질 것 같은 얼굴이었다.

“뭐, 하루쯤 쉬는 거야 나쁘지 않지. 그런데 부활동은 쉬어도 학교는 쉴 수 없잖아.”

“역시 그렇지?”

“역시라니……. 설마 오늘 통째로 땡땡이 칠 생각이었어?”

“하하하하. 츠나는 뭐든 꿰뚫어 보는 구나.”

“아니, 누구라도 알아챌 걸.”

츠나요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곁눈질로 타케시를 살펴봤다. 이것이 방과 후까지 계속될 줄은 자신도 미처 몰랐다. 방치해두면 혼자 사라져버릴 것 같은 분위기라서 도무지 눈을 뗄 수 없었다. 사모하는 쿄코를 잠시도 바라 볼 틈 없이 타케시의 상태가 최하라서, 몰래 지켜보는 츠나요시가 간이 다 쪼그라들었다.

“야마모토 타케시. 성적은 기복이 심하나 운동신경은 발군. 언제나 웃는 얼굴이고 성격이 밝기 때문에 항상 주변에 학우들이 득실거림.”

“애들이 무슨 바퀴벌레도 아니고. 득실거린다는 건 또 뭐야?”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했더니 리본과 누나가 창틀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들은 집에 나타난 후로 일주일 내리,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각각 다른 시간에 엉뚱한 곳에서 쑥쑥 잘도 나타났다. 츠나요시는 더 이상 그들의 등장에 일일이 놀라지 않았다. 그들이 다가오는 도중이나 도착한 시점은 아직 눈치 채지 못하지만, 그들이 말 걸기 직전에 그들의 기척을 미리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함이 다듬어졌다. 겨우 일주일 치고는 괜찮은 성장이었다.

“야마모토 군을 뒷조사 한 거야?”

“이왕이면 프로필 수집이라고 해줘.”

여아가 먼저 츠나요시의 다음 말을 막았다. 츠나요시라면 분명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말라’고 할 테니 말이다. 다쳐도 자신만 다치고 손해도 자신만 진다. 이것이 사와다 츠나요시였다. 이런 성격이 한심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저 미련하리만치 착한 것뿐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보는 이가 화가 날 정도라면 누군가 제어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은혜로운 빛도 지나치면 실명을 부르는 해(害)가 되듯이.

“이 아이가 신경 쓰이지? 그런데 이 아이에 대해 잘 모르니까 섣불리 말을 걸지 못하겠고, 어떻게 해주고 싶은데 발만 동동 구르려니까 미치겠지?”

“그렇게 직접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지 마, 누나.”

“부정 안 하는 구나.”

“제대로 직격인걸. 독심술에 당한 것처럼 불쾌해.”

츠나요시는 누나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마이너스 감정을 ‘언어’로 솔직하게 드러낼 정도면 이미 한계선을 훌쩍 넘겼다는 뜻이었다. 감정을 숨기고 타인에게 맞추다가 딱 한 순간 자기 고집대로 터트리는 것이야말로 타인을 꼼짝 못하게 하는 최고의 기술이다.

리본과 츠나요시의 누나는 오늘은 소년을 자극하지 말아야겠다고 눈짓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서로 줄창 티격태격 하면서도 공동의 목표가 있을 때는 생각보다 의견이 잘 통했다. 어디까지나 ‘공과 사’라는 것이다.

“야마모토 군에게서 신경 꺼. 누나랑 리본이 할 일은 어디까지나 ‘나’만 필요하잖아. 거기에 ‘나’ 외의 인물을 멋대로 껴 넣지 마. 그리고 학교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것도 그만 둬. 폐니까.”

속을 꿰뚫어보는 차가운 시선이었다. 마피아계에 이름이 깨나 알려져 있는 두 히트맨이 고작 중1 소년에게 살기를 제대로 먹었다. 봉고레 9대 보스의 봉인을 깨고서, 필살염을 자유자재로 방출할 수 있는 소년은 자신이 가진 거대한 힘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다. 그 힘에 먹혀 폭주할 수도 있다.―두 명의 히트맨은 츠나요시의 상태가 예상 이상으로 중태라고 판단했다.

츠나요시는 학생들에게 물어물어 타케시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계단으로 오르고 올라 옥상에 도착했다. 철문을 열기 전에 손이 문고리 앞에서 멈췄다. 가만히 있는 채 손바닥에서 맥박이 느껴졌다. 지금 이 문을 열면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볼 지도 모른다. 아니, 반드시 본다. 그렇다고 문을 열지 않고 도로 내려가면 후회할 것이다. 아니, 분명히 후회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절대 유쾌하지 않다. 그러나 한 쪽을 선택해야만 한다. 가장 덜 상처받는 쪽을 자신이 직접 골라야 한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맥박이 점차 선명해졌다. 손이 뜨거워지고 살가죽에서 피가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아직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소년은 두 눈을 꼭 감고 옥상 출입문을 힘껏 열었다. 바깥의 공기가 순식간에 소년을 덮쳤다.

“야마모토 군!”

타케시는 옥상에 혼자 있었다. 의욕을 모두 잃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위험천만한 곳에 안정적으로 곧게 서 있었다. 웬만한 균형 감각이 아니면 폭이 좁은 난간 위에 그처럼 편하게 서 있지 못할 것이다. 5층 건물의 옥상에서라면 난간 안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아찔하다. 하지만 타케시는 난간 위에 올라가서 운동장을 불규칙적으로 어지럽게 뛰어다니는 학생들을 내려 봤다.

츠나요시가 천천히 타케시에게 다가갔다. 허리를 곧게 펴고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걸음걸이로, 타케시의 눈만 응시하며 방긋한 미소를 유지한 채 접근했다. 타케시는 츠나요시의 목소리를 들었을까. 그가 다가오고 있다는 건 눈치 챘다.

“1학년 주제에 정레귤러가 됐는데, 팀의 에이스로써 잔뜩 기대 받고 있었는데, 별 거 아닌 학교랑 한 연습시합에서 한심하게 깨졌어. 부원 모두가 날 경멸할 거야.”

타케시의 눈은 한 번도 운동장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운동장이라도 제대로 보고 있지 않았다. 눈동자에서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명랑소년 야마모토 타케시는 어디 갔는가. 그는 어디 가고 같잖은 인형이 여기 있는가.

“겨우 한 번으로 자신에게 실망하면, 난 수백 번도 더 죽었을 거야.”

“츠나, 네가?”

“중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 완벽한 바보에, 이 세상 최고의 찌질이에, 한심덩어리, 민폐쟁이, 쓸모없는 쭉정이였거든.”

마치 남 일 말하듯이 하나하나 강조하면서 또박또박 열거했다. 츠나요시는 난간 안쪽이긴 하지만 타케시의 오른쪽에 나란히 섰다. 그러나 시선은 정면에서 조금 높은 곳을 향했다.

“난 입학하고 줄곧 네가 부러웠어. 주변에 친구들이 가득하고, 모두가 널 좋아하고, 운동신경이 끝내주는, 내 이상형이었거든. 난 한 번 더 내 이상형에 가까운 야마모토 군이 보고 싶어.”

‘구원’이란 대단한 일이 아니다. 한 마디의 말이, 한 번의 미소가, 얼마든지 구원이 될 수 있다. 사소한 계기가 사람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 정도야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장난스러운 진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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