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L'arancione -1

★은하수★ 2010. 5. 9. 12:14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초기 스토리에 대한 재해석 페러렐 팬소설입니다. 링 쟁탈전 전까지, 즉 무크로 편까지 되겠습니다.

2. 아마노 아키라 작가님이 데뷔 당시 그린 가정교사히트맨리본 초기 단편의 소재를 일부 가져왔습니다. 그런고로 '츠나요시 군의 누나'가 등장합니다.

3. 제목 L'arancione 란, '오렌지 색'을 뜻하는 단어로, 별 의미 없습니다.

4.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인은 개그를 격렬하게 싸랑합니다.

5.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6.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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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한창 녹음이 짙어질 무렵, 사와다 가에 작은 손님이 찾아왔다. 츠나요시는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제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방문 앞에서 아방한 표정으로 그 손님을 내려다봤다. 5살로 보이는 꼬마가 검은 중절모에 검은 양복을 입고 커피로 보이는 뜨뜻한 액체를 홀짝거리고 있는데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아무리 ‘그러려니’, ‘그런가 보지’ 정신으로 무장했어도 비상식적인 광경이 갑자기 들이닥치면 사고 회로가 잠깐이나마 끊어지는 법이다.

“네가 사와다 츠나요시냐?”

“응…….”

초면 반말까지 겹쳐지니 더 황당했다. 아니, 아직 제대로 배우지 못한 꼬마니까 반말을 쓰는 편이 당연한가 싶었다. 여튼 상식을 벗어나는 장면 때문에 검은색 일색인 꼬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했다.

“조사대로 허접투성이군. 표정부터 글러먹었어.”

오랜만에 들은 악담 덕분에 정신이 확 들었다. 하지만 꼬마를 상대로 울컥하면 꼬마의 말을 인정하는 꼴이 되니 점잖게 굴어야 했다. 최소한 점잖은 척했다. 안 그래도 바보 분위기를 완전히 떨쳐내기 위해 요새 ‘온화함 키우기’를 하고 있었는데, 딱 좋은 상대가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그렇구나. 하긴 방금 전엔 내가 생각해도 표정이 바보 같았어. 어린 아이의 눈은 보이는 그대로 비친다더니, 역시네.”

꼬마가 커피 잔을 위로 들어 올리는 도중에 동작을 딱 멈췄다. 얼마 안 있어 재밌다는 듯이 씩 웃었다. 중절모 그늘에 얼굴이 가려졌기 때문에 츠나요시는 그 미소를 볼 수 없었다.

“필살염 봉인이 풀렸다더니 덕분에 찌질 근성이 조금 없어진 모양이군.”

“필살…… 봉인? 어려운 단어를 잘도 쓰는 구나.”

“네 누나가 얘기 안 했냐?”

“어? 우리 누나를 알아?”

츠나요시는 누나가 언급되자마자 얼굴이 확 펴졌다. 그리고 동시에 꼬마에게 관심을 가졌다. 이제 그 꼬마가 뭘 입고 있고 뭘 마시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책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꼬마와 마주보며 앉았다. 그 때문일까. 꼬마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피아계에서는 보기 힘든 환한 표정이 사와다 츠나요시라고 하는 소년에게 순수하게 덮여 있어서? 보통 때 같으면 바보 같은 얼굴 치우라고 일침을 놨겠지만 왠지 모르게 지금은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 애가 정말 초대의 직계 후손이란 말이야?”

꼬마는 가뜩이나 챙이 넓은 큰 모자를 앞으로 푹 눌렀다. 봉고레 패밀리 9대 보스의 의뢰에 따라 일부러 일본에 왔고, 봉고레 초대 보스와 쏙 빼닮았다는 소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무단 침입을 했는데, 이 상황은 완전히 그의 기대 이하였다. 전설로 남은 남자, 지오토에게 이런 후손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거대한 패밀리를 이끌기는커녕 마피아계에 발을 들이자마자 제거되고도 남을 만큼 허술한 소년을 용서할 수 없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에 쓸데없이 해맑은 표정. 필요 없는 요소만 담뿍 가지고 있는 소년을 두고, 장래가 있는 후계자라고 인정할 수 없었다.

“한 눈에 알 거라고? 이게 어딜 봐서 보스감이야? 브라콤 녀석…….”

꼬마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마주보고 있는 츠나요시를 내버려두고 혼잣말 삼매경에 빠졌다. 머릿 속에서 비열한 미소로 무장한 소녀가 불쾌한 오로라와 함께 거대하게 떠올랐다. 지금 당장 찾아가서 실컷 벌집으로 만들고 싶었다. 가뜩이나 사이가 나빠서 불쾌한 기분을 꾹꾹 눌러가며 그녀에게서 직접 집 주소나 츠나요시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얻어냈다. 그런데 정보 중에 제대로 맞는 건 집 주소뿐이었다. 차라리 9대 보스가 넘겨준 과거 정보를 믿는 편이 나았다.

“누나랑 사이가 나쁘나 보네? 굉장한 표정이야. 누나랑 사이가 나쁜 사람, 처음 봤어.”

유능한 히트맨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츠나요시를 찾아온 꼬마온 유능한 히트맨이다. 삼단논법에 의해 결론을 내리면, 꼬마는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들켰다. 사소한 부분이긴 해도 자신이 인정하지 않는 소년에게 쉽게 들켜버렸다. 혹 이런 부분에 발달한 것일까? 타고난 것일까? 설마 초대 보스가 갖고 있었다는 초직감을 이 시원치 않은 소년이 갖고 있는 것인가? ―꼬마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아아― 이래서 리본한테 우리 귀여운 츳 군을 못 맡기겠다고 한 건데.”

“누…….”

[탕!]

“보자마자 총질이냐?”

여아의 왼쪽 뺨을 스치며 총알이 날아갔다. 벽에 생긴 선명한 탄흔이 진짜 총알임을 증명했다.

츠나요시는 게임이나 만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상황이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자 안절부절 못했다. 이탈리아에 있어야 할 누나가 나타난 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없던 총이 갑자기 나타난 거나 꼬마가 누나를 향해 실제로 방아쇠를 당긴 건-최소한 그의 상식선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이 녀석이 정말 네 동생이고, 초대의 직계 후손이냐?”

“일류 히트맨은 당연한 사실을 두고 질문하지 않는다며?”

여아는 질문에 대해 질문으로 응했다. 확인식 의문문이 평서문 대답보다 더 확실한 대답일지도 모르겠다. 간혹 가다 상대방을 바보로 매도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 디노도 어엿한 보스로 키웠잖아. 츳 군이 디노보다 편할걸? 아니면 갑자기 자신이 없어진 거야? 아- 디노를 키웠단 얘기는 허풍이었구나.”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뭘 그렇게 화내. 나보고 ‘고작 어린애’라며. ‘고작 어린애’한테 화내면 쓰나. 자. 칭. 일. 류. 씨.”

[팍!]

꼬마는 순식간에 높이 뛰어올라서 여아를 향해 드롭킥을 날렸다. 여아는 이탈리아에 있을 때 샷건을 쓰는 꼬마에게 호되게 훈련 받았기 때문에 그 정도 드롭킥은 가볍게 막았다. 그러면서 몸을 회전하며 그 회전력을 이용해 꼬마를 휘갈겨 찼다. 꼬마는 아슬아슬하게 피해 빗겨 맞았다. 맞은 충격을 최대한 줄인 덕분에 밖으로 날아가지 않고 창틀에 착지할 수 있었다.

“저기…… 누나, 어린애한테 너무 하잖아.”

“녀석이 먼저 총을 쐈다고.”

“그래도 그렇게 세게 차면…….”

“쟤가 지금 아파 보여?”

꼬마는 무서운 기세로 여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것은 여아도 마찬가지였다. 츠나요시가 알고 있던 누나라 할 수 없을 만큼 눈매가 날카로웠다. 여아와 꼬마는 워낙 서로 상성이 안 좋아서 만나기만 하면 죽일 기세로 싸웠다. 말리는 사람은 절대 안중에 두지 않았다.

“말리지 마라. 죽어도 책임 안 진다.”

“끼어들지 마, 츳 군. 힘 조절에 자신 없거든.”

그렇다. 이것이 그들의 캐치프레이즈다. 이 경고를 무시하면 병원 신세 확정이다.

“이 거짓말쟁이야. 저 녀석이 더리 봐서 초대의 후손이야?”

“닮았잖아.”

“장난해?”

“리본 주제에 우리 사와다 가를 모욕하는 거야?”

“내가 저 꼬맹이를 10대로 키워야 한다고? 차라리 디노를 더 돌보고 만다.”

“감히 우리 츳 군을 야생마랑 비교해? 오늘 정말 목 씻고 대기하고 있었구나.”

여아가 ‘리본’이라고 부른 꼬마는 권총을 연속으로 쏘아대고, 여아는 날카로운 추가 달린 사슬을 화려하게 휘둘렀다. 리본이 쏜 총알이 여아의 사슬과 부딪혀서 다른 곳으로 튕겨 나가고, 사슬 끝에 달린 날카로운 추가 총알 때문에 비행 궤도가 바뀌어서 허튼 곳에 부딪혔다. 츠나요시는 그 사이에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두 눈 꼭 감고 고개를 푹 숙였다. 머리 위에서 난장판이 펼쳐지고 있는데 의연하게 있을 수 있다면 겁이 없거나 공포를 못 느끼는 사람 뿐일 것이다.

“그래서, 가정교사 때려 치겠다고?”

“9대가 부탁한 건데 어떻게 때려쳐?”

“그러면 잔말 말고 얌전히 하면 될 걸 왜 이렇게 궁시렁 거려.”

“필살탄 없이 필살염을 낼 수 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누가 멋대로 기대하래? 그리고 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니까 그러네.”

“팔불출 기질은 그 녀석한테 물려받았냐?”

몸 바쁘고 입 바빴다. 상대를 죽일 틈만 노리고 있으니, 방 안이 실컷 어질러지고 츠나요시가 얼마나 벌벌 떠는지, 눈에 안 보일만 했다. 어머니가 장보러 나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20분가량 쉴 새 없이 싸웠다. 둘 중 누구도 호흡이 거칠어지지 않았다. 질리도록 질긴 독종들이었다. 츠나요시는 겨우 조용해졌다 싶어서 살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누나는 사슬을 정리하고 있었고, 리본은 새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있었다.

다 끝났다.

츠나요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긴장 때문에 단단하게 수축된 근육이 사르르 풀렸다. 그 때 허벅지에서 이상한 게 느껴졌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카멜레온 한 마리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조그만 파충류 한 마리에 츠나요시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 녀석은 레온이다.”

“혹시 ‘카멜레온’의 레온?”

리본은 무대답이었다. 츠나요시는 ‘정답이구나’하고 중얼거렸다.

“뭐야. 자기 소개는 본인이 해야지.”

여아도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리본은 커피를 마시면서 그녀를 째려보다가 츠나요시의 반대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내 이름은 리본. 히트맨이다.”

“에?”

“사람을 보고 말해야지.”

여아가 손수 리본의 머리를 돌렸다. 리본은 아직 불쾌함이 덜 풀린 모양이었다. 츠나요시를 보자마자 살기가 피어올랐다.

“오늘부터 네 가정교사다.”

“에?”

“널 봉고레의 10대 보스로 만들어주마.”

“에?”

“앞으로 일반인으로 편하게 살 생각일랑 버려라.”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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