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L'arancione -3

★은하수★ 2010. 6. 8. 10:57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초기 스토리에 대한 재해석 페러렐 팬소설입니다. 링 쟁탈전 전까지, 즉 무크로 편까지 되겠습니다.

2. 아마노 아키라 작가님이 데뷔 당시 그린 가정교사히트맨리본 초기 단편의 소재를 일부 가져왔습니다. 그런고로 '츠나요시 군의 누나'가 등장합니다.

3. 제목 L'arancione 란, '오렌지 색'을 뜻하는 단어로, 별 의미 없습니다.

4.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인은 개그를 격렬하게 싸랑합니다.

5.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6.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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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츠나요시와 타케시는 옥상에서 좀 더 바람을 쐰 뒤에 나려갔다.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하야토가 뛰어 올라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부터 뛰어왔는지 모르겠지만 관자놀이와 목에 흐르는 땀을 보아하니 정말 열심히 전력으로 뛴 모양이다.

“10대. 수행원 없이 혼자 돌아다니시면 안 됩니다.”

숨을 헐떡거릴 만도 하건만 목젖 근처에서 아슬아슬하게 억눌렀다. 츠나요시의 오른팔이 되기를 원하는 사나이로서 추잡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심리 때문일까. 듬직한 척 애쓰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고쿠데라 군. 일단 숨부터 쉬어.”

“하아아아아-.”

츠나요시가 실컷 난처해하는 표정으로 진정시키자마자 큼 숨이 터져 나왔다. 타케시는 그 모습을 보며 의미 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모든 걱정을 다 떨쳐내고 평소대로 활기찬 그대로였다. 하야토가 청각을 곤두세우며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타케시는 그의 따가운 시선을 유유히 무시하며 먼저 아래로 내려갔다. 똑같은 날카로운 눈이더라도 아직 자신의 신념이 확실하지 않고 정신이 올곧게 다듬어지지 않았다면 새끼 고양이가 발악하는 것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될 대로 되라지 성격의 타케시를 조금도 긴장시키지 못한다면, 하야토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뜻이다.

“10대. 저런 박약 무도한 녀석과 같이 다니시면 안 됩니다.”

“고쿠데라 군, 그거 무슨 뜻인지 알고 말하는 거야?”

“물론입니다.”

“아닌 것 같은데.”

봉고레 패밀리의 10대 보스로 점찍어진 소년은 실없는 미소로 대충 넘겼다. 그러나 하야토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타케시가 내려간 방향을 노려보며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은회색 머리칼과 에메랄드 색 눈동자. 나미모리 중학교에 귀국자녀는 몇 있어도 하프(half : 혼혈)는 없었던 터라 전학 첫 날부터 전교생이 난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염색약으로 낼 수 없는 머리색에 컬러렌즈로 코팅하기 어려운 눈동자 색 때문에 몇 배로 이목이 집중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눈에 띄는 색을 트집 잡는 불량배들이 그 첫 날 부터 시비를 걸어서, 전학생의 요란한 싸움 실력이 신고식을 치른 마냥 전교에 파다하게 퍼졌다.

“리본. 저렇게 시끄럽고 앞뒤 꽉 막힌 녀석을 츳 군 옆에 둘 거야?”

“저런 꼬맹이 하나 못 다루면 수 천 명의 조직원을 어떻게 다루겠어?”

“누가 랄 제자 아니랄까봐. 첫 판부터 난이도 A클래스라니, 황당하잖아.”

“누가 랄 제자라는 거야?”

“랄이 네 교관이었다며.”

학교 후문 옆 구멍 가게에서 츠나요시의 누나와 리본이 교내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마피아 최첨단 기술 덕분에 교내 곳곳에 블루투스 전송식 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고 손바닥만 한 수신기로 언제든지 츠나요시의 주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송수신 한계거리가 극히 제한적이라서 적어도 교문 근처에서 대기해야 했다. 그 때문에 츠나요시에게 매일 같이 학교에서 알짱거리지 말라고 구박 받지만, 그것도 나름 재미였다.

“고쿠데라 녀석. 츠나를 만난다니까 엄청 들떴어.”

“말 돌리지 마, 리본.”

츠나요시의 누나가 리본의 수신기를 낚아채려다 실패했다. 리본은 피식 웃으며 실력 차이의 진실을 자축했다. 그러나 곧, 수신기는 미끼고 실제로 레온을 뺏겼음을 깨달았다. 리본은 욱하는 마음에 여아의 모자를 낚아챘고, 여아는 다시 리본의 수신기를 가져갔다. 서로의 것을 뺏고 뺏기는 유치한 싸움 중에 교내 쓰레기 소각장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네가 사와다 츠나요시냐?”

하야토가 다짜고짜 츠나요시의 멱살을 잡았다. 츠나요시는 쓰레기통을 비우러왔다가 이게 웬 날벼락인가 싶었다. 이제는 웬만한 협박엔 눈 하나 깜짝 안 하지만, 외모가 눈에 확 띄는 하프에게 붙잡히는 건 처음이라서 저도 모르게 긴장해 버렸다. 게다가 오늘 막 같은 반이 됐고, 이름을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풀-네임을 정확하게 대니 등골이 오싹했다.

“오늘 전학 왔는데 내 이름을 알아주다니 영광이네.”

본래는 전학 온 학생이 할 법한 대사를 츠나요시가 했다. 덕분에 멱살을 잡고 잡힌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우스꽝스럽게 되어 버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구경 온 학생들도 츠나요시의 한 마디 때문에 곳곳에서 키득거렸다.

“야, 야, 사와다. 그 녀석 싸움 무진장 잘 하더라. 피떡 되지 않게 조심해라.”

“으으-. 충고 치고는 너무 즐겁게 말하는 거 아냐?”

겨우 짜낸 여유였다. 츠나요시는 멱살을 잡힌 채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급우에게 친절하게 대답했다. 하야토는 순간 자신이 바보가 된 듯해서 얼굴이 붉게 끓어올랐다.

“바보 츠나 녀석. 제법인 건지 진짜 바보인 건지.”

리본은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수신기를 들고 소각장으로 갔다. 유치한 쟁탈전에서 레온을 획득한 여아는, 레온의 꼬리를 잡고 시계추 마냥 좌우로 흔들면서 리본을 뒤따라갔다. 그들이 소각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폭탄 하나가 터진 뒤라서 구경꾼이 한 명도 없었다. 후문에서 소각장까지 기껏해야 1분 걸리려나― 그 짧은 시간에 하야토의 과격한 성격이 터져버린 것이다. 츠나요시의 누나는 컨테이너 박스 위에 걸터앉아 하야토를 한심하다는 듯이 내려다 봤다.

“주변도 안 보는 바보가 용케도 지금까지 목숨 붙이고 있네.”

리본이 여아의 옆에 앉더니 레온을 자연스럽게 가져갔다.

“그 이상으로 공격능력이 뛰어나면 그만이야.”

“그것도 한계가 있는걸.”

“앞으로 키우면 돼.”

그들은 서로 마주보며 서 있는 츠나요시와 하야토를 주의 깊게 살폈다. 어쩔 줄 몰라 하며 헤프게 웃는 츠나요시와 양손에 폭탄을 세 개씩 쥐어 든 하야토. 지금 이곳이 교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쪽과 그렇지 아니한 쪽. 생사가 걸린 싸움에 임해보지 않은 쪽과 그 사이에서 타어나 자란 쪽. 서로 입장이 상이한 이 구도가 제법 재미있지 아니한가.

긴장 상태 중에 츠나요시가 두 명의 낌새를 알아챘다.

“누나, 리본. 이 애도 혹시 이탈리아에서 온 히트맨이라든가 하는 건 아니지?”

“맞는데.”

여아와 리본이 동시에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츠나요시는 히이이익 하고 질겁했다. 하야토를 흘끗 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두 명을 흘끗 쳐다봤다. 그러다가 재차 하야토를 쳐다보는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기, 고쿠데라 군. 여긴 학교…….”

“리본 씨. 제가 이기면 10대 자리, 제게 주시는 거 맞죠?”

“그래.”

“엥?”

츠나요시는 그게 뭔 소리인가 싶어 단번에 리본을 올려다봤다. 그러다가 순간 아차 하며 재빨리 하야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치익]

한 눈 판 사이에 하야토가 폭탄 6개에 전부 불을 댕긴 것이다. 담뱃불을 이용한 순간 발화였다.

“여긴 학교라서 그런 걸 사용하면 안 된다구. 학생들이 다친단 말이야.”

“내 알 바 아니지.”

하야토의 대답 하나에 츠나요시는 속이 울컥 했다. 사람이 다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만큼 쓰레기는 없다고 생각해왔다.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 이것이 삶의 모토이거늘, 이것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하야토를 용서할 수 없었다. 피가 뜨거워졌다.

“잘 가라.”

[휘익]

츠나요시를 향해 폭탄 6개가 날아들었다.

소리 없는 한 순간이었다. 폭탄이 전부 불을 잃고 힘없이 땅 위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 눈매가 싸늘해진 츠나요시가 이마와 양손에 필살염을 피우며 서있었다. 선명한 주황색 불꽃. 그것이야말로 보스의 상징. 아름다움과 심오함과 경이로움이 어우러진 색이었다.

자력으로 필살염을 낸 그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주변의 대기를 제압하는 카리스마가 넘쳐났다. 실로 차갑고도 차가웠다. 필살염이 없을 때는 평범한 소년이지만 필살염을 피운 후에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그것도 전투에 능숙한 전사와 같은 자태를 가졌다. ‘본성의 각성’이라고 하면 어울릴 것이다.

하야토는 처음 접하는 위압감에 위축됐다. 하지만 오기로 버텼다. 미간에 다시 힘을 주고 정신을 가다듬은 후, 다음 공격을 위해 폭탄을 꺼내들었다. 이번엔 10개였다.

“나 스모키 봄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어.”

[치익-, 휘익]

하야토가 폭탄 10개를 한꺼번에 던지자마자 츠나요시가 움직였다. 10개 전부 무효화 되는데 단 2초면 충분했다. 그리고 하야토의 등 뒤에서 살기를 내뿜는 데는 추가 1초면 넉넉했다.

“어, 언제.”

“여긴 학교야.”

“읏.”

목소리에서 풍겨오는 압박에 신경과 근육이 오그라들었다.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츠나요시는 하야토에게서 더 이상 전의가 느껴지지 않자 필살염을 거두고 생긋 웃었다. 동시에 주변 공기도 숨 쉬기 편해졌다.

“학생이 이렇게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면 안 되지.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평소의 나긋나긋한 츠나요시는 ‘자비’의 현신처럼 보였다. 이에 하야토는 긴장을 싹 풀고 환하게 웃었다.

“아아-, 역시 10대십니다. 봉고래의 10대는 역시 대단하십니다.”

“응?”

너무 의외의 반응을 보여서 츠나요시가 한 순간 바보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 직후, 그 표정 때문에 리본에게 뒤통수를 한 대 세차게 얻어맞았음은 당연하다.

사흘 전 일을 회상하고 나니 한숨이 여리게 나왔다. 츠나요시는 하굣길에 자신을 졸졸졸 쫓아오는 하야토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했다. 자신은 그저 같은 반 친구로 지냈으면 하는데, 하야토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보스와 오른팔’롤 받아들이려고 하니 대화다운 대화가 되지 않았다. 누나에게서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을 들었어도 전혀 위로가 안 되는 고로, 혼자 열심히 고민하고 한탄하는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점점 이상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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