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L'arancione -7

★은하수★ 2010. 7. 24. 10:10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초기 스토리에 대한 재해석 페러렐 팬소설입니다. 링 쟁탈전 전까지, 즉 무크로 편까지 되겠습니다.

2. 아마노 아키라 작가님이 데뷔 당시 그린 가정교사히트맨리본 초기 단편의 소재를 일부 가져왔습니다. 그런고로 '츠나요시 군의 누나'가 등장합니다.

3. 제목 L'arancione 란, '오렌지 색'을 뜻하는 단어로, 별 의미 없습니다.

4.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인은 개그를 격렬하게 싸랑합니다.

5.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6.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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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츠나요시의 누나는 귀빈실에서 녹차 한 잔을 다 마신 후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몇 걸음도 채 걸어 나가기 전에 복도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리본과 마주쳤다. 중절모의 넓은 챙 때문에 얼굴이 그늘져서, 그가 얼굴을 들지 않으면 표정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살기가 섞인 분위기로 표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너 대체 뭐 하러 일본에 온 거냐?”

리본은 여전히 여아를 신용하지 못했다. 그 증거로, 그가 늘 데리고 다니는 형상기억 카멜레온이 여아와 마주치기 전부터 진작 권총으로 변해 있었다.

“내가 내 고향에 온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야?”

“내 일을 방해하려고 안달이잖아.”

“그래서? 9대에게 고자질이라도 하려고? 해. 하는 쪽이 나한테 이득이니까.”

여아는 연신 생글생글 웃었다. 키가 자신의 무릎에 닿을까 말까 한 꼬마를 여유롭게 내려다봤다. 초직감을 가진 츠나요시라도 꿍꿍이의 낌새를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미소였다. 리본은 바로, 꿍꿍이가 없어 보이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달리 말하면, 뭔가 숨겨져 있다고 추측하면서도 그런 의심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불만이었다.

“넌, 네 동생을 보스 자리에 앉히기 싫은 거냐?”

“응. 안 어울리잖아.”

리본은 찰나의 틈도 없는 즉답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점점 화가 차올랐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차근차근 키워 온 인내심이 사와다 가의 여자 아이 한 명을 감당하기엔 무리였다. 천하의 리본이 인내심의 한계를 겪는다― 이 여아가 사람의 인내심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재간꾼이 아닌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전교생이 하교하고 해가 져 가는 늦은 오후. 복도는 사람의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속도로 어두워졌다. 리본과 여아는 계속 그 자리에 서서 서로를 마주보며, 제 3자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기싸움을 했다. 아무런 악의 없이 웃고 있는 여아와 의심을 가득 실은 살기로 복도 전체를 자기 분위기로 사로잡은 꼬마. 그런데 꼬마가 밀리고 있는 형세. 절대 평범하지 않은 기싸움이었다.

“널 죽이면 이에미츠 녀석이 미친 듯이 날뛰겠지.”

“아버지니까.”

“츠나도 날 따르지 않겠지.”

“그래도 날 죽이지 않으면 네 일이 안 풀릴걸? 후훗. 이도저도 안 되니까 미치겠지?”

여아는 리본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쭈그려 앉았다. 가볍게 주먹 쥔 두 손으로 턱을 받치고, 세상의 아름다운 것만 보고 자란 어린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것은 이런 뜻을 갖고 있었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은 모두 옳은 일이다. 그리고 내가 보는 모든 것은 올바른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무서운 것이다. 순백과 순진을 추구하는 것은 자기 눈앞에 있는 적마저 옳고 정당한 것으로 취급해 적의를 상실시키기 때문이다. 여아는 이쪽 방면에 일가견이 있었다. 상대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심리 전략가인 셈이다.

리본은 한 번도 여아의 심리 트랩을 돌파해 본 적이 없었다. 여아가 스스로 놓아줄 때까지 심리 트랩 속에서 헤매고 지쳐 갈 뿐이었다. ‘일류 히트맨’이라는 호칭이 아까울 정도로 수없이 휘둘렸다. 이토록 그를 심리전으로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는 자는, 전 세계를 다 뒤져 봐도 사와다 가의 아가씨 한 명 뿐일 것이다.

“쿄- 군을 화나게 하지 마. 학교는 놀이터가 아니잖아. 그리고 츳 군은 아직 정식으로 네 제자가 아니야.”

리본은 총을 쥔 손에서 점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자각하고 있지만 다시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심리전에서 밀린 이상 사고에 의한 행동은 전부 제한된 것이나 매한가지였다.

“그래도, 네가 츳 군의 가정교사가 되는 건 찬성이야. 다른 자가 왔으면 난 일본으로 돌아오지 못했을 테니까.”

여아는 리본을 안아 올려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리본은 저항하지 않았다. 권총도 다시 카멜레온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리본의 적의며 살기도 사라졌다. 복도에는 해진 후 어둠이 전부였다.

“난 네 녀석이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남의 생각을 멋대로 읽는 건 실례야.”

츠나요시의 누나는 리본을 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음 날 방과 후, 나미모리 중학교의 귀빈실에 손님도 아니고 선도 부원도 아닌 사람이 세 명이나 찾아왔다. 사와다 츠나요시와 고쿠데라 하야토, 그리고 야마모토 타케시였다. 이들은 귀빈실이 선도부의 부실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저 리본이 귀빈실에 물건을 놓고 왔으니 가서 가져오라고 위협하는 바람에, 하는 수없이 귀빈실에 들어온 것이다.

“야-. 귀빈실은 이런 곳이구나. 소파나 장식장 전부 중년 분위기가 나.”

“야마모토 군에게 고급스런 분위기는 중년 분위기구나.”

“하하하. 고상한 건 별로라는 뜻이야.”

타케시는 두 손을 머리 뒤로 깍지 끼고 ‘흥미’를 갖지 않은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흥미뿐만 아니라 호기심도 한 조각조차 없어서 귀해 보이는 물건을 스쳐 만져보지도 않았다. 귀빈실 안에 있지만 귀빈실에 없는 마냥 자신의 존재를 주변 공간에서 격리시켰다. 그것은 히트맨이라면 최고의 경지를 추구하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자신을 유지하고 자기 외의 모든 것을 경계할 수 있는 천부적인 본성이었다.

“형님. 리본 씨가 잃어버린 물건이란 어떤 겁니까?”

언제나 츠나요시를 중심으로 자신의 세계를 순환시키는 하야토도 귀빈실에 흥미가 없었다. 리본이 츠나요시에게 심부름을 시켰고 거기에 동행했을 뿐이었다.

“자기가 항상 가지고 다녔던 거라서 보면 바로 알 수 있대.”

“상당히 추상적이군요.”

“하하. 수수께끼인가? 보물찾기일지도 모르겠는데?”

동급생 세 명은 귀빈실 안을 여기저기 수색했다. 하지만 리본의 물건처럼 보이는 것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츠나요시는 또 리본에게 이상한 수업을 받는 건가 싶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누나는 리본이 하는 말이나 시키는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지만, 대충 넘겼다간 리본에게 된통 당하기 때문에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 리본이 나타난 이후로 약자의 무력함을 철저하게 맛보는 터라, 무능력했던 과거가 줄기차게 온몸을 휘감았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가는 듯한 불안감 때문에 필살염의 위력이나 초직감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 하는 거냐? 선도부실에서 멋대로 행동하다니 좋은 배짱이군.”

학교를 순찰하던 쿄야가 돌아왔다. 그의 두 손은 이미 톤파를 들고 있었다.

“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왔어요. 그것만 찾으면 바로 나갈 거예요.”

츠나요시는 곧장 앞으로 나서서 사정을 짧게 얘기했다. 하지만 쿄야에게 통하지 않았다. 이미 다른 곳에서 화가 격앙된 데다가, 세 명으로 구성된 ‘무리’를 귀빈실이라는 ‘자기 장소’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타인의 말을 들을 여유가 없었다.

“선도부실 무단 침입, 무리 짓기. 교칙 위반이다.”

[휙!]

“잠깐만요.”

츠나요시는 아슬아슬하게 쿄야의 공격을 피했지만 다리가 꼬이는 바람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그 다음 공격은 직격으로 맞을 게 분명했다.

[퍽!]

톤파가 고속으로 내려오고 방어본능으로 필살염을 방출하려는데, 예상외의 일이 일어났다.

“톤파를 들고 다니는 선도 부장. 이름이 분명 히바리 쿄야였지?”

타케시가 츠나요시를 감싸며 왼팔로 톤파를 막았다. 하지만 그것도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싸움에 능숙한 쿄야는 굳이 톤파를 사용하지 않아도 눈에 거슬리는 것을 처치할 수 있었다.

“네 놈도 교칙위반자다.”

[퍽! 뻐-억!]

일단 타케시를 발로 차서 츠나요시에게서 떨어트린 후에, 톤파로 명치 근처를 전력으로 가격했다. 정확하고 빠른 공격에, 타케시는 막지도 피하지도 못하고 멀리 날아가 내동댕이쳐졌다. 급소 부근을 맞은 터라 숨을 헐떡거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이 자식, 뭐 하는 거야?”

“그건 내가 할 말이다.”

하야토도 쿄야에게 공격 한 번 못해보고 나가 떨어졌다. 톤파를 사용하든 안 하든, 톤파를 손에 쥔 쿄야는 무적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바른 움직임은, 마치 싸움에 길들어진 맹수였다.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는 것도 고고한 백수의 왕이 가진 본성이었다.

“전부터 계속 눈에 거슬렸어. 더 이상은 못 봐준다.”

[휘익-]

[탁]

작아서 눈치 채지 못한 것일까. 리본이 지팡이로 쿄야의 톤파를 가볍게 막았다. 쿄야가 노렸던 타케시는 하야토와 함께 츠나요시가 무사히 피신시켰다. 필살염을 피운 덕분에 고속 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건을 찾으러 온 것 같고 너무 하는군. 네 선임이 이렇게 가르쳤나?”

쿄야는 몸에서 힘을 빼고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리본도 지팡이를 내리고 경계를 풀었다.

“그것들 데리고 여기서 나가.”

쿄야의 목소리가 아래로 깔렸다. 톤파는 아직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리본에게 가로막히는 바람에 아직 다 풀지 않은 화를 조용히 발산하는 중이었다.

“오늘 실례 많았습니다.”

츠나요시는 타케시와 하야토를 데리고 귀빈실에서 나갔다.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는 소년을 한 번에 두 명이나 챙겨야하기 때문에 천천히 끌고 나가는 게 고작이었다. 쿄야는 그 정도 시간은 기다려줬다.

리본은 어느 새 귀빈실에서 사라졌다. 그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학교 옥상이었다. 학교 옥상에서도 가장 높은 곳, 물탱크에 츠나요시의 누나가 걸터앉아 있었다. 그녀는 귀빈실에서의 일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투로 빙글빙글 웃으며 리본을 기다렸다. 리본은 서로 등을 보이며 여아의 반대편에 앉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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