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초기 스토리에 대한 재해석 페러렐 팬소설입니다. 링 쟁탈전 전까지, 즉 무크로 편까지 되겠습니다.
2. 아마노 아키라 작가님이 데뷔 당시 그린 가정교사히트맨리본 초기 단편의 소재를 일부 가져왔습니다. 그런고로 '츠나요시 군의 누나'가 등장합니다.
3. 제목 L'arancione 란, '오렌지 색'을 뜻하는 단어로, 별 의미 없습니다.
4.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인은 개그를 격렬하게 싸랑합니다.
5.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6.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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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츠나요시와 리본은 사와다 가의 장녀를 따라 어두운 길을 걸었다. 여아의 손목시계가 미약하게나마 손전등 역할을 한 덕분에 그녀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길 도중에 보도블록이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서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았다.
“이 앞은 계단이야.”
여아가 고개를 뒤로 돌려서 츠나요시와 리본에게 주의를 줬다. 츠나요시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헛디뎌서 굴러 떨어지지 마.”
“올라가기 전부터 겁주지 마.”
“전에 얘기해야지. 올라가서 떨어진 다음에 얘기하게?”
여아는 가볍게 쿡 웃었다. 츠나요시는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 주변에서 돌발 상황이 일어날까봐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누이 덕분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역시 ‘누나’라는 존재는 자기보다 어른이구나 싶었다.
“다 왔어.”
[삐거억]
철문이 무겁게 열렸다.
“향긋한 냄새?”
츠나요시는 촛불이 군데군데 켜 있는 방 안에 들어갔다. 건물에 들어온 후로 복도나 계단이나 오래된 먼지나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는데, 이 방 만큼은 방향제를 뿌린 것 같았다. 그런데 후각을 자극하는 향이 불쾌하게 느껴졌다.
“츠나. 소매로 코를 막아.”
리본이 주변을 경계했다.
어둠 속에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촛불과 후각을 넘어 오감 및 지각을 자극하는 향. 먹이가 걸려들기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덫처럼 방 안 전체를 장악했다. 시각이 어서 촛불로 밝혀진 어둠에 익숙해지고, 후각이 매혹적인 향기에 익숙해지길 바라는 듯한 수상한 낌새가 너무 분명하게 느껴졌다.
“후타의 편지는 역시 초대장이었군.”
“응. 모두를 초대하기 딱 좋았어.”
어느 새 츠나요시의 누이와 리본은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츠나요시는 영문을 몰라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다가 시각이 점차 어둠 속 촛불에 익숙해지고 주변이 조금씩 천천히 보이기 시작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의 윤곽이 시야에 들어왔다.
“야마모토……? 고쿠데라 군……. 히바리 선배……! 후타. ……비앙키까지!”
리본이 츠나요시의 어깨 위에서 나려갔고, 츠나요시는 쓰러져 있는 이들에게 서둘러 다가갔다. 리본이 여아를 견제하는 동안은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어서 오십쇼, 사와다 츠나요시.”
어둠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로쿠도 무크로가 삼지창으로 츠나요시를 겨누며 나타났다. 처음 마주쳤던 방금 전에는 날카로운 금속의 기척만 느꼈을 뿐이었기 때문에, 츠나요시가 로쿠도 무크로와 정식으로 마주친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해도 될 것이다. 오른손으로 오른쪽 눈을 가린 로쿠도 무크로.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로 츠나요시의 공포를 자극했다.
츠나요시는 머리가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실내에 가득 퍼져있는 향 때문이었다. 리본이 시킨 대로 소매로 코를 막고 있었지만 숨을 쉬면서 조금씩 섞여 들어오는 향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점차 시야가 흐려지고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지각했다. 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달랑 자기 혼자서만 도망칠 수 없었다. 주먹을 쥐고 싸우는 것이 진절머리 날 만큼 싫고 무섭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 로쿠도 무크로를 야만적인 방법으로 상대해야만 했다.
그런데 어떻게? 상대는 중장거리용 무기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미 급소를 노리고 있다. 맨손에 무방비 상태에서 그를 대적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누나. 언제부터 이 사람과 한패였어?”
“누나? 호오……. 당신, 사와다 츠나요시의 누님이었습니까?”
츠나요시는 로쿠도 무크로의 반응이 너무 의외라서, 그가 자신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누이를 향해 휙 돌아봤다. 그녀는 리본과 서로 총을 겨누고 있으면서 간사한 여우처럼 미소 지을 뿐이었다.
“누나 이름도 모르면서 누나랑 한패로 움직인 거야?”
“불쾌합니다. 난 저 여자와 한패가 아닙니다. 서로 거래자일 뿐이지요. 분명하게 말해두는데, 저 여자는 나에 대해 알고 있지만 나는 저 여자에 대해 히트맨 코드네임조차 모릅니다. 협박당한 건 오히려 이쪽이란 말입니다.”
로쿠도 무크로의 표정이 잠시나마 엄하게 굳었다. 거짓된 표정이 아니었다. 그 역시, 츠나요시의 누이에게 불확실성에 의한 불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그녀와 얽히는 것은 이번 한 번으로 족하다는 식이었다.
“누나 문제는 제쳐두고, 어째서 나미모리 중학교 학생들과 내 사람들을 괴롭힌 거야?”
츠나요시의 목소리가 떨렸다. 적을 바로 눈앞에 두고 마음을 굳게 다잡는 것이 힘들었다. 정신도 점차 희미해지는 와중에 저 몫을 해내기 위해 가까스로 버텼다. 바닥에 쓰러져있는 사람들. 그들을 위해서 자신이 분명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츠나요시를 지탱했다.
“정말 세상물정 모르는 꼬맹이로군요. 이봐요, 사와다 츠나요시. 당신이 봉고레 차기 보스로 지명된 순간부터 당신과 당신의 주변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아직까지도 자각하지 못했단 말입니까?”
로쿠도 무크로는 눈과 입, 얼굴 전체로 츠나요시를 비웃었다.
“뭐, 상관없습니다. 난 당신의 몸을 갖고 마피아계 최고 조직을 희롱하며 마피아계를 부술 겁니다.”
“뭐, 뭐?”
“어처구니없는 녀석이군.”
[휙]
츠나요시와 리본에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로쿠도 무크로가 제 말이 끝나자마자 삼지창을 휘두르며 위협했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는 자세와 대담함.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온 몫을 착실하게 발휘했다.
-저 삼지창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해쳤을까?
츠나요시는 슬픈 눈으로 로쿠도 무크로를 응시했다. 당연히 로쿠도 무크로는 츠나요시와 눈이 마주친 순간 속이 울컥했다. 동정. 연민. 이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멸시하거나 두려워했는데 츠나요시만 자신을 불쌍하게 쳐다보니 자존심이 상하면서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불쾌한 감정이 마구 치솟았다.
“당신은 체스 판에서 아무 짝에 쓸모없는 KING에 불과합니다. 사와다 츠나요시. 이제 체크메이트입니다.”
[화륵]
드디어 선명하고 따뜻한 주황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츠나요시는 이마와 두 주먹에 생긴 필살염을 자신의 결의라 생각하며 로쿠도 무크로가 휘두르는 삼지창을 막아냈다.
“난, 내 두 팔에 들어오는 내 사람들을 지켜낼 거다.”
강인한 한 마디에 리본이 피식 웃었다.
“그 말을 기다렸다.”
리본이 모자를 벗어 속에 숨겨둔 공을 꺼냈다. 다름 아닌 레온이었다. 리본이 언제나 데리고 다니는 형상기억 카멜레온, 레온이 근 이틀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동안 리본은 일반 권총을 사용) 레온은 무지갯빛으로 아롱다롱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점점 밝아지면서 눈부신 투명한 하나의 빛이 되어 실내의 어둠을 일순간 몰아냈다.
“아르꼬발레노의 리본……. 대체 무슨 짓을…….”
모두가 눈부신 빛 때문에 두 눈을 감고 있는 사이, 레온에게서 두 줄기 빛이 뿜어져 나와 각각 츠나요시의 손을 비췄다.
“따뜻해?”
빛이 사라지고 다시 눈을 뜰 수 있게 되었을 때, 레온은 본래 카멜레온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츠나요시의 손에는 벙어리 털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츠나요시의 이름을 대신하는 숫자 ‘27’이 진분홍색으로 큼지막하게 수놓아져 있는 것을 보니, 그 벙어리 털장갑은 의심할 필요도 없이 사와다 츠나요시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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