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3 무소식 보석
‘순백색 실크 셔츠와 은백색 망토를 걸친 기사’라고 표현하면, 온화한 표정과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기사를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클라마 왕국의 트리오는 그와 전혀 다른 인물들이다. 예복이 순백색이나 은백색뿐이라 어쩔 수 없이 입을 따름이었다. 정갈한 의상에 맞지 않게도, 그들의 속은 능글맞은 영감과 차갑게 잔인한 젊은 엄마.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옷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클라마 왕국의 예복은 망토만이 아니라 셔츠도 걸친다는 점이 특이하다. 색만 맞는다면 셔트와 망토 안에 어떤 재질의 윗도리와 아랫도리를 입든 상관없다. 허나, 반드시 정해진 실크 셔츠와 망토를 ‘걸치고’ 옅은 회백색 견장 및 허리띠 등 다섯 종류의 예복용 액세서리를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누구든 이 예복을 입는 경우는 평생에 몇 번 없다. 색이 백색으로 통일 되었으니 예복이 까다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섯 종류의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방법이 보통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예복을 입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일부러 예복을 입지 않는 자가 다수다.
아주 형식적으로, 왕서의 북쪽 고립회랑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예복 차림이어야 한다. 그리고 귀족이라도 백작 이상의 직위를 가진 자만이 그곳에 발을 들일 수 있다. ‘귀족의 자제’라는 명분은 문전박대용 헛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팍 팍 팍 팍 팍 팍 팍 팍]
리벤은 고유의 푸른 머리칼과 백색계통의 예복을 거칠게 휘날리며, 대리석이 단정하게 깔린 외길을 걸었다. 온몸으로 살기를 뿜고 표정마저 독기가 한 가득이었다.
그녀가 걷는 길을 북쪽 고립회랑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다. 양 옆이 나무와 덤불이 가득한 숲이라서,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만큼 좁은 대리석 길은 태양이 뜬 시간에도 나무그늘 때문에 어두컴컴하다. 그래서인지 가끔씩 가까이에 있는 북쪽 사냥터에서 동물이 흘러들어오기도 한다. 덧붙여, 회랑 전속 경비병을 따로 선발하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으니,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척]
회랑의 정문을 지키는 경비병 네 명이 리벤이 시야에 들어오자 일제히 거수경례를 했다. 음지를 가로지르며 다가오는 흰색과 서슬 퍼런 분위기가 눈에 안 띄겠는가.
문에서 가자 가까운 두 명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문을 열었다.
“문 닫지 마.”
리벤은 답 경례를 대충하고 걷던 속도 그래도 정문을 통과했다. 경비병 사이를 지나가면서도 살기를 누그러트리지 않았다.
바깥 정문을 지나면 50m 정도 새빨간 카펫을 밟게 된다. 복도 폭 또한 바깥의 대리석 길과 비슷하다. 양 옆에 높기 만한 화강암 벽이 있다는 것이 바깥과의 차이점이다.
복도의 끝에 있는 문은 바깥 정문과 똑같다. 원재료나 제작 방법이나 크기나 세공 기술이나 전부, 쌍둥이 문이라고 칭해도 좋을 정도다. 경비병 수마저 4명으로 일치한다.
안쪽 문을 지키는 경비병들도 리벤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리벤이 멈추지 않도록 미리 문을 열었다. 리벤은 바깥에서와 마찬가지로 대강 답 경례를 했다. 그러나 입은 조금도 뻐끔거리지 않았다.
리벤이 지나간 후에 커다란 문이 닫혔다. 방음 효과가 뛰어나서, 안에서 어떤 소리가 나든 폭발 소리만 빼고 바깥으로 새나가지 않는다. 안쪽 문이 지키는 내부가 회랑의 심장부이기 때문에 방음에 충실히 신경을 썼고, 리벤 역시 경비병들에게 문을 열어두라는 지시를 하지 않은 것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회랑에 먼저 와서 리벤을 기다리고 있는 인물도 순백색 실크 셔츠와 은백색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백색계통 의상을 입고 마음껏 뛰어다녀도 될 만큼 넓은 공간에서 새카만 카펫을 밟고 있으면, 싫어도 주목받고 주목하는 법이다.
“헤- 르- 켈- 다- 르- 케- 스-.”
리벤은 대리석과 미스릴을 섞어 지은 널따란 공간이 자신의 목소리로 가득 차도록, 뱃속에서부터 목소리를 끌어냈다. 걸으면서 그런 발성이 가능하다니, 꽤나 화가 많이 난 모양이었다. 그 증거로 그녀의 표정이 헤르겔을 보자마자 한 층 더 일그러지고 살기 또한 두 배로 포악해졌다.
“이 빌어먹을 너구리. 다른 데도 있는데 왜 굳이 여기로 불러낸 거야?”
“평생 들어 몇 번 안 입을 옷을 이런 식으로 꺼내 입어야 입는 법을 안 잊어버릴 게 아닌가.”
“웃기지 마. 이게 얼마나 움직이기 불편한데. 천으로 만들었으면서 가죽만큼 무겁다고.”
리벤이 화가 난 이유가 예상에 딱 막게도 예복 때문이었다.
“호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왔군. 8년 만에 입는 거라서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어깨가 뻐적지근하니까 닥치고 용건이나 말해.”
“거, 입 씀씀이 한 번 고약…….”
“용- 건-!”
두 쥬엘 나이트 사이의 거리는 고작 10m였다. 신체가 타고난 쥬엘 나이트에게 있어 홧김에 주먹이나 발을 휘둘러 급소에 맞추고도 남을 거리였다. 그러나 헤르겔은 리벤이 아무리 난폭해도 그런 경박한 행동을 함부로 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에 빙글빙글 웃기만 했다.
“이 빌어먹을 너구리…….”
리벤의 머릿속에 빵빵하게 차 있던 열기가 슈욱 새나갔다. 더불어 살기도 사그라들었다.
“자. 들을 준비 됐어.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할 얘기가 있기는 해? 어차피 우리 쪽 꿍꿍이나 레이먼드 쪽 꿍꿍이나 알 만큼 알잖아. 필사적으로 자잘한 비밀을 숨기면서 쪼잔하게 싸울 생각 없어.”
리벤은 팔짱을 기고 무관심한 시선으로 헤르겔을 응시했다.
“그건 아니지. 전력을 모르잖아. 꿍꿍이가 문제 될 리 없다고 말한 사람은 자네야.”
“그랬지. 그래서 몸을 숨긴 쥬엘 나이트를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지. 어디까지나 내가 여기서 발을 빼기 위한 ‘꾀’였지만, 실제적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도 하잖아.”
“그러면 가장 먼저 끄집어내야 할 사람이 있지 않은가. 레이먼드 왕자에게 수준 높은 수족이 있다는 사실을 자네가 직접 확인했으면서도 ‘그 사람’을 안 부를 셈인가?”
헤르겔의 말투와 어조는 사뭇 진지했다. 하지만 눈과 입 근육은 줄곧 웃고 있었다. 리벤의 새하얗게 질린 얼굴과 뻣뻣하게 굳은 몸이 볼만한 모양이다.
“그 사람, 살아는 있어?”
“그걸 왜 내게 묻는가?”
“난 그 사람이 살아 있는지조차 몰라.”
“자네의 스승이지 않은가. 유일한 제자가 모르면 누가 아나?”
“알면 왕성에 들어오기 전에 진작 끌고 왔어.”
리벤은 손사래를 치다가 큰 한숨을 내쉬었다. 헤르겔도 미소가 점점 어색해지더니 티나지 않게 한숨을 쉬었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끊기고 어색한 정적이 이어졌다. 그리고 두 쥬엘 나이트의 표정을 따라 분위기가 차츰 우울해졌다.
“자네라면 알 줄 알았어.”
“그 사람은 내 스승이던 시절에도 툭하면 없어졌어.”
그들이 찾고 싶어 하는 인물은 리벤의 스승이며 클라마 왕국의 나머지 트리오인 ‘잭 세스턴 홀’이다. 방랑벽만 빼면 성격이나 실력이나 행동거지나 전부, 트리오 중에서 제일 국사에 적합한 인재다. 헤르겔보다 20세가량 젊다 해도 제자가 여럿 있을 나이다만, 유일한 단점인 방랑벽 때문에 리벤 한 명이 고작이다. 그런데 리벤 본인의 말에 의하면 잭의 수련을 따라갈 수 있는 인재가 아직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자가 왜 리벤뿐인지 논하는 건 제쳐두고, 그의 방랑을 파악할 수 없다는 좌절스런 상황을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인식하자.
“무뚝뚝하고 과묵하고 혼자 있길 좋아해서 모든 게 비밀투성이인 친구란 말이지. 유일한 희망이었던 자네마저 모른다니 난감한걸.”
헤르겔은 노골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가 잭을 만나지 못한 지 벌써 10년이었다. 8년 전 프라인 전쟁이 끝났을 때, 아니 내란이 시작하기 전부터 왕성에서 조용히 사라지더니만, 다른 지방에서 반란 귀족을 제압했다는 소식만 세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정해진 거처는 있어. 불규칙하게 돌아가는 집이랄까, 내가 제자로 들어가고 만 1년은 충실하게 머물기도 했어.”
리벤은 엄지로 비스듬하게 제 턱을 꾹 누르며 옛 기억을 더듬었다. 잭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8년 전, 그 집에서 나온 지는 11년. 그런데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사라지는 잭보다 그 집이 더 선명하게 기억나서 기분이 묘했다.
“운이 좋으면 그곳에서 찾을 수 있겠군.”
“엄청 운이 좋아야지.”
리벤은 이골이 날대로 난 터라 가볍게 웃었다. 레이먼드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잭을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확신하는 그녀였다.
“욕심 버려. 그냥 다른 재야 기사들이나 찾아.”
잭의 제자가 먼저 포기를 했는데도 헤르겔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어떻게든 찾아내고픈 욕심이 눈에 띌 정도였다. 언제나 속 편한 마이페이스가 무언가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놀랄만한 별일이었다.
“그 사람이 머무는 곳을 운 좋게 알아내도 찾기 힘들어. 변장술에 탁월하거든. 제 발로 나타나지 않는 이상 포기하는 편이 나.”
“레이먼드 왕자가 잭을 노리고 있어. 도저히 가만 있을 수 없다네.”
“잉? 그건 또 뭔 소리야?”
리벤은 생각해본 적 없는 인간 연결 고리 때문에 자동적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표정이 흡사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는 수달 같았다.
“레이먼드 왕자가 자신이 하늘 일에 대의명분을 세우기 위해 두 달쯤 전부터 잭을 찾았다고 해.”
“두 달 전부터라면 내가 여기 사정을 노를 때잖아. 어디에 사는지 뻔히 아는 나대신 행방불명인 그 사람을 찾다니, 패기 넘치는 건지 단순히 바보인 건지.”
“트리오 중에서 제 편이 되어줄만한 자가 잭 밖에 없으니까 유일한 선택지에 의존하려는 거야.”
헤르겔이 순간적으로 안쓰러워하는 표정을 비쳤다.
순간 리벤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이야기가 있었다. 잭과 잡담을 나누는 중에 언뜻 나왔던 몇 마디의 말이었다.
“들은 적 있어. 국왕과 나이가 비슷한 그 사람을 아버지처럼 따랐다고. 그 사람은 그저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만 했다던데?”
리벤이 맨 처음 왕성에 발을 들였을 때 잭의 소개로 레이먼드와 가장 먼저 말을 틀 수 있었다. 서로가 잭의 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던 덕분에 쉽게 친해졌다.
그녀가 레이먼드와 처음 만났던 당시에 그녀는 12살이었다. 호전적인 성격 때문에 여타 소녀들처럼 왕자에 대한 상상을 키우지도 않았고 귀족 이상 계급에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잭이 왕성에 다녀올 때마다 제 1왕자 이야기를 들려줘서 자연스럽게 미지의 인물 ‘레이먼드’에 흥미를 가졌다. 대화 상대를 사귈 때 있어서 상대의 신분이란 눈여겨 볼 거리가 못 됐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다른 이에게 호의를 받으면 그 자를 부모로서 따르는 법이야.”
“후궁은 레이먼드가 첫 생일을 맞이하기 전에 죽었다니까 별 수 없지만 팔불출 국왕은 의외인데?”
“부끄러운 얘기지만, 국왕은 레이먼드에게 ‘제 1왕자’라는 호칭은 줬어도 자기 아들이라고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헤르겔은 혀를 차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정에 솔직하게 반응하는 표정이, 레이먼드를 동정하다가 국왕을 한심하게 여겼다.
헤르겔은 예전에 국왕에게 레이먼드에 관해 몇 번씩이나 주의를 줬다. 그 때 국왕은 콧방귀를 끼며 무시했다. 왜 이렇게까지 싫어하냐고 물어도 돌아오는 것은 상황 타계용 헛소리뿐이었다.
“레이먼드가 그 사람에게 의존하려는 것도 당연하네. 그런데 그 사람은 ‘인간’에게 흥미가 없는 터라, 다 큰 레이먼드의 정신적 지주 노릇을 안 할 거야.”
리벤은 잭의 손에서 자랐기 때문에 잭의 태도가 상대의 나이나 정신 상태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피부로 느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이에 따라 대응이 다른 것이 아니고 처한 상황에 따라서지만, 대체적으로 대가 없는 호의는 세상을 잘 모르거나 자신의 입장조차 모르는 어린 아이에게 베풀었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어른에게는 조그만 충고 하나 하지 않았다.
“그런 건 어찌되는 상관없어. 레이먼드는 명분을 위해 트리오라는 상징이 필요한 것이거든. 잭을 찾아내기만 하면 포박하고 감금해서라도 제 무리 안에 포함시킬 걸세.”
“흐음. 그 사람이 그런 식으로 이용당하는 건 보고 싶지 않은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표정은 무관심 일색이군.”
“그 사람이 이용당하기는커녕 잡히는 일조차 없을 테니까. 이건 기정사실이야.”
제자의 눈에 스승은 대단해 보이는 법이다. 리벤 역시 스승 잭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잭이 당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사제지간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잭이 레이먼드에게 휘둘릴 일은 하늘이 갈라지는 것만큼 기적에 가까웠다.
리벤은 모든 것에서 흥미를 잃은 눈으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 턱을 조금 당겨서 시선을 약간 사선으로 내리고, 두 팔은 가볍게 꼬아 팔짱을 꼈다. 그러면서 고요한 숲에서 살았던 습관 때문인지 과거에 했던 일이 아직도 몸에 배어 있어서인지, 숨소리를 거의 내지 않았다. 그녀 스스로 ‘침묵’이 되었다.
―3분
“날 여기로 부른 건, 나보고 직접 그 사람을 찾아오라고 시킬 참이라서?”
“시급한 때에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쓰는 것이 상책이잖나. 그런데 자네가 성에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곤란하니까 가급적 조용히 진행하고 싶거든. 잭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이상 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리겠지만 그래도 자네가 직접 나서줬으면 해.”
헤르겔은 최대한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남모르게 성을 비웠다가 남모르게 돌아오는 일이 얼마나 섬세하고도 성가신 작업인지 잘 알았다. 그래서 평소처럼 뻔뻔하게 부탁할 수 없었다. 게다가 단순 외출이 아니라 전력과 얽힌 중요한 사항으로 움직이는 것이라서 더더욱 조심스러웠다.
리벤은 무관심한 눈 그대로 헤르겔을 지긋 쳐다봤다.
5초… 10초…… 20초…… 40초…… 1분
헤르겔은 그녀의 시선이 민망했지만 고개를 돌려 피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섣불리 시선을 피했다가 리벤에게 역정을 들을 것 같은 예감이 척추를 따라 온 신경을 자극했다. 덕분에 그녀가 입을 열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야 한다는 판단이 직관적으로 섰다.
“하…….”
일단 한숨이 터졌다.
“내가 성에서 없어졌다는 사실을 레이먼드가 알기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최소 2-3일?”
“하루야, 하루.”
리벤은 레이먼드의 휘하에 누가 있는지 두 명을 확실하게 알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쉽게 구상할 수 있었다. 그들의 존재를 아는 이상 희망찬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것이 의외로 어려웠다.
“쌍둥이들이 안전할 수 있는 시간이 고작 하루 밖에 되지 않는단 말이야. 나머지 긴 시간동안 내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자신이 있다면 오늘 밤에라도 당장 출발하겠어.”
잭이 지금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를 리벤이 모르겠는가. 그리고 잭을 찾는 일이라면 자신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감히 누가 잭을 파악하겠는가. 그리고 잭을 모르는 자를 보냈다가 그 자가 운 좋게 잭과 마주쳤다 할지라도 그것은 절대 운이 좋은 일이 아니었다. 십중팔구 잭에게 험한 꼴을 당할 것이다.
“이거야 원. 진짜 애엄마구먼.”
“당연하지. 배 아파 낳아서 이때까지 키웠다고.”
한 때 주변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했던 소녀가,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전부다 더 강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래. 약속함세. 포르포냐 가의 도련님과 아가씨는 이 헤르겔 다르케스가 책임지고 보호하지.”
“트리오가 내뱉은 말은 그 어떤 맹세보다도 강할지어니.”
리벤이 드디어 만족스러워하는 눈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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