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히바하루]Il giallo -첫 번째 이야기

★은하수★ 2011. 1. 19. 13:12

 

<공지>
1. 히바하루 NL커플링이 기본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제목의 Il giallo 란 이탈리아 어로 '노란색'을 뜻합니다. 노란색은 외로움이나 강한 자기주장 등을 상징합니다.
4. 프롤로그에 낚이지 맙시다. 픽션이니까요.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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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사랑을 하는 소녀는 눈이 부시다고들 한다. 나미모리 중학교를 향해 힘차게 달음박질 하는 포니테일의 소녀도 주변이 화사하게 반짝거린다. 남몰래 하는 사랑 때문에? 아니. 아르바이트를 위해 특별히 만든 인형을 등에 짊어졌기 때문이다.

소녀 몸집만큼 커다란 도널드 덕은 목둘레와 등, 팔에 길게 꼬마전구가 달려 있어 건전지의 전자들을 쭉쭉 빨아들이며 현란하게 빛났다. 크리스마스는커녕 겨울도 아닌 산뜻한 6월이다. 마을 축제는 다음 달이거늘 대체 무슨 아르바이트를 해서 이런 우스꽝스런 인형이 필요하단 말인가.

“하, 하루?”

나미모리 중학교 교문 앞에서 전교생의 시선을 끌고 있는데 그녀를 잘 아는 사와다 츠나요시가 못 알아볼 리 없다. 모르는 첫 지나가고 싶어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띄었다.

“이번엔 무슨 아르바이트야?”

“보육원 체육대회 안전요원이에요. 인형탈로 얼굴을 가리면 중학생이라도 알바 받아주겠대요.”

그녀는 보육원 원아보다 더 순수한 얼굴로 활짝 웃었다. 일하는 도중에 체육대회 구경에 정신이 팔려 신나게 방방 뛸 모습이 훤히 보였다. 천진난만하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앗, 쿄코랑 하나.”

“아앗! 너 그게 대체 뭐야? 이번엔 디즈니에 재미 붙인 거야?”

“귀엽죠? 어린 애들이 좋아할 만한 걸로 고르느라 애먹었어요.”

“너란 애는…….”

쿠로가와 하나는 하루를 볼 때마다 평범하지 않은 광경을 보는 바람에 심장이 얌전할 날이 없었다. 그녀에게 하루를 소개한 사사가와 쿄코는 적응력이나 수용력이 뛰어나서 하루와 같은 표정으로 생글생글 웃을 뿐이었다.

“저기…… 음…….”

하루는 학생들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누구를 찾는 눈치였다. 하지만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시간이 다 되서 이만 가 볼게요.”

나미모리 중학교 교문에 도착하고 3분 만에 보육원으로 향했다. 잠깐 들릴 일이 뭐였는지 제 3자들은 모르겠지만 그녀에게는 3분으로 충분했다.

“지극정성이야. 어쩌다가 히바리 쿄야를 좋아하게 되서 생고생을 하나 몰라.”

“아니야, 하나. 어엿하게 사귀고 있어.”

당사자들은 굳게 입을 닫았지만 알아차릴 사람들은 쉽게 알아차렸다. 히바리 쿄야 소년이 결국은 같이 행동할 수밖에 없는 봉고레 패밀리의 어린 소년들이며, 그 소년들과 여러 일에 얽혀 본 쿄코는 쿄야와 하루가 정식으로 사귀는 것을 금방 눈치 챘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쿄야와 하루의 행동이 교묘하게 변한 시점이 있었다.

하루는 보육원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만든 반짝이는 도널드 덕을 뒤집썼다. 새 건전지를 주머니에 두는 것도 잊지 않고 보육원 원아들에게 나눠줄 풍선이며 사탕도 잔뜩 챙겼다.

오후 늦게 합류했기 때문에 끄트머리 두 경기 밖에 보지 못했다. 그래도 원아들과 같이 응원하며 잔뜩 웃었다. 남아서 뒷정리를 하다 보니 네 시간이 훌쩍 넘었다. 원장에게 일봉을 받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랴부랴 인형 탈을 벗었다. 그런데 입기는 쉬워도 벗기가 어려워서 전부 벗는데 20분이나 걸렸다.

“다음번엔 단추나 지퍼 위치를 신경 써야겠다.”

도널드 덕의 몸통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려고 보니 머리에 노란 새가 앉아 있었다. 동그란 솜뭉치처럼 생긴 그 새는 쿄야가 매일 데리고 다니는 ‘히버드’라는 이름의 새였다.

“뭐 이렇게 오래 걸려?”

“히익? 오늘도 온 거예요?”

정식으로 교제하기 시작한지 어언 두 달. 하루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이면 빠짐없이 쿄야가 데리러왔다. 하루가 어디서 언제까지 한다고 일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쿄야가 용케 알아내고 딱 맞춰 나타났다. 스토커가 떠오를 만큼 소름끼치는 일이지만 하루는 쿄야에게 어떻게 알았냐고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것이 쿄야를 대하는 자신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다시는 그거 입지 마. 웃겨.”

“하지만 애들이 좋아했는걸요. 봐요. 귀엽잖아요.”

“난 싫어.”

최근 들어 하루의 인형탈 취향이 얌전해진 건 순전히 쿄야 덕분이었다. 이건 이래서 싫다, 저건 저래서 싫다 딱 잘라 말해서 하루가 두 번 다신 그것들에 손대지 못하게 했다. 그렇다고 하루가 인형탈을 쓰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형탈을 쓴 채 뒤뚱뒤뚱 돌아다니는 모습을 귀여워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인형탈은 용납하지 않았다.

“도널드 덕은 전 세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인 걸요.”

“백 보 양보해서 전구는 꼭 떼. 그러면 상관없어.”

“그럴게요.”

쿄야는 하루를 집으로 데려다 주는 동안 그녀의 커다란 짐을 들어줬다. 의외로 묵직했다. 다른 인형탈도 들어봤지만, 역시 전구 배선을 붙인 인형이 더 무거웠다. 안 그래도 평소에 입는 것들이 무거워서 뒤뚱거리며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 신기했는데, 이번 것은 도가 지나친 게 아닐까 싶었다.

“도대체 이걸 입고 어떻게 아르바이트를 한 거야?”

“네?”

“무겁잖아. 움직일 수는 있는 거야?”

“아, 그거요. 어린 애들이 즐겁게 노는 걸 보면 파워가 샘솟아요.”

지극히 하루다운 대답이었다. 쿄야는 뭘 기대하랴 싶었지만 두 뺨을 붉히면서 즐거워하는 하루를 보니 더 잔소리할 기분이 싹 사라졌다.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는, 손이 많이 가는 여자 아이. 하지만 그녀의 미소에 마음이 약해져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당분간은 그녀가 무리하지 않게 지켜보는 쪽을 택할 것 같았다.

“무리만 하지 마. 쓰러져도 안 도와줄 거야.”

“네.”

하루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냉큼 대답했다. 쿄야가 자신을 얼마만큼 걱정하는지 알기 때문에, 자신이 무리하다가 쓰러지면 반드시 쿄야가 달려와 줄 거라고 확신했다. 가끔 멍한 구석을 보이지만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고 있었다.

히바리 쿄야를 좋아하는 미우라 하루가 고생할 것이다? 아직도 그렇게 보이는가? ――정 반대다.

정식으로 사귀자고 먼저 제안한 쪽은 하루다. 하지만 상대의 존재를 먼저 알고 보다 먼저 상대를 마음에 품기 시작한 쪽은 쿄야다. 나미모리 중학교의 전체 사정을 꿰뚫고 있는 그에게 타학교 손님은 눈에 잘 띌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사람과 쉽게 사귀고 감정에 솔직하게 표정이나 목소리를 다양하게 바꾸는 모습이 볼 때마다 새로웠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가 모르는 사이에 그녀와 ‘아는 사이’가 되었고, 그녀의 뛰어난 사교성에 휘말려 금세 ‘친한 사이’가 되었고, 지금은 ‘연인 사이’가 되었다. 그는 이 급작스런 전개가 싫지 않았다.

“하루. 하나만 물어봐도 돼?”

“하나든 둘이든 얼마든지요.”

두 사람은 하루네 집 앞에서 멈춰 섰다. 해가 점점 길어져서 저녁 8시 즈음이라도 전처럼 캄캄하지 않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왜 벌써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는 거야?”

“오후의 남은 시간을 때우기 딱 좋잖아요.”

이번에도 변함없이 즉답이었다. 쿄야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네 옆에 있는 나는 장식물이 아니야. 한가하니까 같이 있어달라고 할 수 있잖아.”

“히이이익! 매일 찾아가는 것도 민폐인데 그런 부탁까지 하면 염치없잖아요.”

“너 말이야. 나랑 사귄다는 자각이 있긴 한 거야?”

쿄야는 도널드 덕 머리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리더니 부리 부분으로 하루의 머리를 지그시 내리 눌렀다. 하루는 두 손을 꽉 쥐고 두 눈을 꼭 감고 버텼다.

“너는 이 히바리 쿄야한테 떼 써도 되는 특권이 있어 당당하게 사용하라고.”

“그래도 되요?”

“얼마든지.”

“내일부터 쿄야 씨가 있는 곳에서 쿄야 씨의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도 되요?”

“예전에 줄기차게 했었잖아. 새삼스럽지.”

하루는 손발을 꼼지락 거리며 안절부절 못하더니 인형탈 머리를 넙죽 가져가서 제 머리에 푹 뒤집어썼다. 부끄러워서 새빨개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얼굴에 귀며 목까지 완전히 붉게 달아오른 모습을 쿄야가 이미 봐버렸다. 그는 순간 자신이 한 말을 자각하고 아무것도 들지 않은 빈 오른손으로 제 입을 가렸다. 양 볼에 약간의 홍조가 비쳤다.

“음…… 저…… 하루.”

대답이 없었다. 하루는 행복의 현기증 속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하루!”

쿄야는 인형탈 머리를 잽싸게 벗겼다. 그 반동으로 인형탈 머리가 땅으로 떨어져 두세 바퀴 굴렀다. 하루는 그에게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이상한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쳤다. 그는 놓칠세라 그녀의 팔뚝을 큰 손으로 휘어잡고 자기에게로 끌어당겼다.

“난 너랑 계속 같이 있고 싶으니까 사귀는 거야. 그러니까 아르바이트니 뭐니 핑계대면서 피하지 마. 전처럼 야무지게 굴어. 내가 귀찮다고 말할 때까지 네 맘대로 해도 되.”

“으…… 뭘 하든 귀찮다고 말한 적 한 번도 없었잖아요.”

“그야 당연하지. 난 내가 아끼는 사람한테 그런 무례한 말은 안 해.”

세상에, 천하의 히바리 쿄야가 이런 대사를 할 수 있다니, 그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사랑하는 소녀는 예뻐진다더니, 사랑하는 소년은 강해지는 모양이다.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을 듯한 말들을 그녀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과감하게 대담하게, 서비스 정신이 아닌 진심으로 천성적으로 할 수 있을 줄이야. 낯간지러운 한 마디를 아무에게나 아닌 그녀에게만 한다는 것이 그녀를 자기 옆에 더 바짝 둘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확신하건데, 무자각이다.

“정말 예전보다 더 어리광부려도 되요?”

하루는 어린 아이처럼 쿄야의 웃옷 하단을 꼬옥 잡았다.

“물론.”

“전보다 훨씬 많이 찾아가고 훨씬 오래 있을 거고 무지 귀찮게 할지도 몰라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네가 하는 일이면 뭐든 받아줄 수 있으니까. 줄곧 그랬는걸.”

――사랑받고 있다.

――알고 있었다.

――사랑하고 있다.

――자각하고 있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나 하나만을 사랑해주고 있다. 그것이 이렇게나 행복한 일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행복을 잃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계속 꿈인 채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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