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소설(Original)/한달간의성전수호록(완)

한 달 간의 성전수호록 : D-23 버릇없는 길드 청소!

★은하수★ 2009. 3. 18. 09:38

D-23 버릇없는 길드 청소!

 

페카도나드에서 생명의 숲으로 가는 도중에 소국 두 개를 지나야 하는 터라 패시가 가지고 있는 검을 이용해 말을 빌렸습니다. 전날 역사에 대해서는 듣지 못한 채 티타임이 끝나자마자 출발했는데 발새 달린 덕분에 반나절만 더 달리면 생명의 숲 외곽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기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좀 쉬자.”

18시간 내리 말을 타서 (중간에 말을 바꿨지만 오래 걸리지 않으니까 시간 계산에서 제외)몸이 피곤했습니다. 패시의 말이 당연히 반가웠죠.

타고 온 말은 심부름꾼 아이를 시켜 마구간에 보내고 저희는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시켰습니다. 숨 좀 돌리며 앉아 있는데 식당 내부가 묘하게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패시, 여기 좀 어색하지 않아?”

“새것과 헌 것이 묘하게 섞여 있어서 그런 걸지도.”

제 생각에서나 패시의 생각에서나 식당이 정말 ‘묘’했습니다. 벽의 황토 칠도 바른 시기가 제각각이었고 식당 내 테이블도 제작시기가 각각 다른 것들이었습니다. 테이블과 해당 의자가 서로 다른 건 기본이었고 의자의 부품이나 카운터의 나무판 역시 제각각이었습니다. 확실히 새 것과 헌 것이 한 공간에 무질서하게 섞여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주인이 빚이 많은가?”

고리대금업자나 건달한테 돈을 못 갚아 가게가 박살나는 걸 수차례 봐 와서 이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트레져 헌터의 소견?”

“아니,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소견. 트레져 헌터로서 보자면 이 마을 자체가 이상해.”

당시 아케스의 한 마을에 있었는데 들어서면서부터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사소한 몇 가지지만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변을 빠르게 파악하고 행동하는 직업병 때문에 저도 모르게 그것들을 찾아낸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대개 마을 전체를 장악하는 건달패거리나 길드가 있기 마련인데 말이지.”

타이밍이 좋다고 해야 할까요. 저희가 안장 있는 테이블의 옆에 창문이 하나 있었는데 마침 건장하고 인상 하나 더러운 무리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폼이나 모양새를 보면 건달에 불과한데 갖고 있는 물건들은 길드가 가지고 있을 법한 것들뿐이었습니다.

“할 말 다 했군.”

저뿐 아니라 패시도 그런 녀석들을 진절머리 나게 봐 와서 딱히 시선을 두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나 무시했는데 나중에 얽힐지 어떻게 알 수 있었겠습니까. 그저 운이 안 좋았습니다. 네, 의도적인 운이긴 했지만요.

“주문하신-.”

여종업원은 주문한 음식을 차례대로 논 다음에 주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저희를 대할 때는 생글생글 웃었지만 주방으로 들어간 순간 그 얼굴에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습니다. 놀랄 만큼 대단한 표정변화였습니다.

식당의 크기가 작아서 창가에 앉아 있어도 음식을 먹으며 침묵상태에서 귀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니까 식당 내의 모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반은 거의로, 반은 직업병 때문에 자동으로 시동했습니다.

“스냅스에서 세금을 반 정도 올릴 거라고 하더군.”

“여긴 반 년 동안 세를 밀려서 다음엔 딸을 내놔야 한다며.”

“베긴스네 장녀도 스냅스로 끌려 들어갔잖아.”

“리즈, 루시나, 에르……. 이젠 메이인 거야?”

“얼마 전에 루시나가 스냅스 일당 네 명하고 같이 나온 걸 봤는데 꽤 잘 지내는 것 같더라고.”

“나도 봤어. 그래도 가족들하고 떨어져서 지내는데 스냅스의 부는 위로거리가 못 되지.”

한 마을에서 세 마을 정도를 수중에 쥔 길드를 더러 봤습니다만 인질에게 잘 해주는 길드는 극소수입니다. 고문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죠. 특히, 여성들의 몸을 건들지 않는 건 길드의 신사도를 증명하는 겁니다. 스냅스라는 길드의 진자 내부사정은 모르지만 사람들의 대화에서 어림 추측해 보면 과잉 세금 징수치고는 신사도는 보통 길드보다 높은 것 같았습니다.

“인질이 무사하다는 건 벌써 인질이 그들의 마음에 들게 행동한다는 거지.”

“에? 너도 듣고 있었어?”

네. 패시의 말대로 인질이 무사할 수 있는 경우의 두 번째입니다. 이미 길드에 물들었다던가 길드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는 경우죠. 인질이 무사한 경우 중 95%가 여기에 해당하니까 스냅스의 대한 평가는 역시나 미뤄야 했습니다.

“녀석들이 밖에서 계속 쳐다보잖아. 어떤 놈들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어?”

그 말에 창밖을 보니 길 한복판에 서있는 길드원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건장한 6명과 심부름꾼으로 보이는 가녀린 처자 1명. 그 시선이 머무는 곳은 식당이 아니라 저희였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처음 보는 과객이니까 경계하는 모양이야.”

전 다시 태연하게 식사를 즐겼습니다.

저희는 무장을 한 채 앉아있었는데, 패시는 오른손으로 식사를 하면서 왼손으로 허리의 두 검을 다시 단단하게 고정시켰습니다. 저는 식사를 마치고 기지개를 켜는 척 하면서 크로스보우의 묶음 고리를 전투상태로 세게 조였습니다. 싸움꾼들의 본성에 따른 준비였습니다.

“저…… 손님 분들. 어르신께서 뵙고 싶어 하십니다.”

밖에 있던 가녀린 처자가 들어와 저희를 불렀습니다. 두려움과 허무가 절묘하게 섞인 눈동자를 갖고 있었습니다.

“여기 도련님이 식사를 다 못 끝내셨거든. 식사를 마친 후에 나가겠다고 전해.”

“아니, 막 다 먹었어.”

“놈들은 내버려두더라도 숙녀만은 기다리게 할 수 없다는 건가요?”

패시는 제 장난에 픽 웃기만 했습니다.

[챙그랑!]

옆에 있는 창문이 깨지는 소리에 화살과 화살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묻혔습니다.

“선전 포고야, 실력 시험이야?”

밖에서 롱보우로 화살을 쏜 것을 눈치 채고 저도 재빨리 응했습니다. 두 화살이 건물 밖에서 충돌했으니까 창문을 부순 건 제가 되겠죠. 후담이지만 음식 값에 유리창 값을 포함해서 지불했습니다.

패시가 먼저 밖으로 나가고 제가 따라가는데 스냅스의 심부름꾼의 표정을 보니 허무가 섞인 에메랄드 빛 눈에 놀라움도 같이 섞였습니다. 스냅스를 상대로 그 정도로 응수하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아가씨가 리즈, 루시나, 에르 중 한 명이야?”

스쳐지나가면서 속삭이듯이 말을 걸었습니다. 처자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것만 보고 대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흐아압!”

[쾅!]

식당에서 나가자마자 사슬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철구가 발 앞에 떨어졌습니다. 철구의 크기와 땅이 박살난 걸 보아하니 그걸 휘두르는 녀석의 근력이 어느 정도일지 쉽게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단련하더라도 타고나지 않으면 구사할 수 없는 힘이었습니다.

“대단한 베짱이군. 코앞에 떨어져도 눈 하나 깜짝 않잖아.”

길고 큰 투핸드 헌팅소드를 등 뒤에 달고 있는 녀석이 비아냥거리는 투로 감탄사를 던졌습니다. 상대하는데 지루하진 않겠다는 뜻이겠지요. 어떻게 보면 그 말투는 길드원이 가져야할 필수적인 말투 중 하나일 겁니다. 만나는 길드마다 쓰는 투니 말입니다.

[쉭, 쉭, 쉭, 쉭, 쉭, 쉭]

“이야아-. 화살이 눈 옆을 지나가는데도 멀쩡하게 서 있네.”

크로스보우를 전투모드로 펼치고 녀석들의 관자놀이를 스치도록 화살을 쐈습니다. 머리카락이 몇 가닥 흩날리는 녀석도 몇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어, 엑시델.”

패시의 명령(?)에 따라 얌전히 팔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더 장난치고 싶다는 표정이 얼굴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길드를 상대로 싸운 지 오래된 터라 몸이 근질거렸는지도 모릅니다.

여섯 명의 길드원들이 제 화살 때문에 얼굴이 굳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엑시델… 크로네스테……. 최고의 트레져 헌터…….”

“네가 유명한 건 익히 알고 있는데 이런 조그만 길드가 알 정도였을 줄이야. 대단해.”

패시는 씩 웃으면서 제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동생의 출세를 칭찬, 축하하는 오빠처럼 말입니다.

“일부러 내 이름 부른 거지?”

“꼭 한 번 시험해 보고 싶었거든.”

워낙 이름 난 사람들과 같이 지내다 보니까 그들이 얼마나 유명한지 감을 잃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거짓말…… 이 제 반응이었습니다.

저야 뭐, 윌랜드 내에서 제 이름을 말하고 통하지 않을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제 악명이 얼마나 유명세를 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본업-트레져 헌팅-을 할 때 말고는 지금 패시처럼 이름을 쓰지 않는단 말입니다. 뒷일 책임지기 힘들거든요.

“어, 어째서 트레져 헌터가 여기에 나타난 거냐?”

제가 트레져 헌팅을 하면서 부업으로 길드 헌팅도 하다보니까 한 마을 밖에 세력권이 없는 소길드가 긴장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그 자리에서 저에게 반말로 말을 거는 건 참 기특한 일입니다. 제가 도망가는 꽁무니를 쫓을 수고가 없어지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목적이 달라서 도망가도 안 잡을 텐데 당당하게 맞서려고 하다니, 그 열의에 박수라도 보내야 할까요?

“그냥 지나가는 길이야. 왜? 통행세 내라고? 일 없다.”

“엑시델, 표정 펴. 저들이 긴장하잖아.”

“패- 시-. 내 이름이 나온 순간부터 일이 꼬였다는 거 몰라?”

“약간의 유흥이 필요해서. 페카도나드에서 있었던 일을 여기서 좀 풀어야겠어.”

일이 꼬였다는 건, 그냥 여섯 명을 손봐주고 마을을 떠나면 되는데, 제 이름이 유출돼서 다른 길드원이 벌서 모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패시는 이걸 노린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이 검을 쓸 줄 아는 녀석들이었는데 그 중에서 세상 사람들 말대로 폼 나게 제대로 쓸 줄 아는 녀석은 딱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메이스를 다루는 녀석을 제외하고는 ‘괜찮네’라고 말해줄 만한 체격을 가진 녀석도 적었습니다. 딱 봐도 쓸모없는 오합지졸이었습니다.

“너흰 뭐야?”

머리에 든 게 없을 것처럼 생긴 거구가 묵직한 양날도끼를 들쳐 메고 나타났습니다. 모두 비켜서는 걸 보니 대장이 틀림없었습니다.

“알면서 묻는 네 놈은 뭐냐?”

건방진 태도에 고분고분한 응수가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조용히 지나가기 글렀다는 생각에 주위 눈치 볼 거 없이 살기를 팍팍 풍겼습니다.

“캬악! 퉷. 야, 이놈들아. 트레져 헌터가 대낮에 돌아다니는 거 봤냐? 가짜다. 처리해!”

속이 울렁거릴 정도의 다량의 가래를 뱉어냈는데 오크가 오물을 뱉는 모습이랑 닮아서 저절로 눈이 찌푸려졌습니다.

그리고 트레져 헌터가 대낮에 돌아다니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어쨌든 오크를 닮은 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오합지졸이 제각기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습니다. 시내 한복판에서 싸우는 건 주변을 위해 되도록 삼가는 편인데 패시나 저나 주변에 절대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확실하게 상대를 제압할 줄 알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주제 모르는 녀석들을 하나씩 제거했습니다. 그래도 소중하고 불쌍한 목숨이라고, 죽이진 않았습니다.

[캉!]

[뻑!]

[퍼벅!]

검과 활이 주무기라고 해서 그것만 쓸 줄 아는 건 아닙니다. 최근접전에는 그 어떤 무기보다 몸뚱이에 붙어있는 사지가 제일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파로가 다리가 닿는 범위에 있는 상대는 주먹이나 발차기 한 방으로 깔끔하게 제압했습니다.

“죽어어어-!”

제 머리만한 철구가 달린 양손 메이스를 들고 맹렬하게 달려오는 상대를 거리낌 없이 화살을 쏴서 넘어뜨렸습니다. 화살촉이 평범한 것보다 강도가 높은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진 터라 무릎 뼈를 박살내고 관통하듯 꿰었습니다. 순간적인 평형감각 이탈과 엄청난 통증으로 앞으로 고꾸라지는데 바로 옆에 있던 동료를 잡다가 그를 덮치는 격이 됐습니다.

[쿵!]

[뻐억!]

“크헉!”

주먹이나 발로 복부를 제대로 가격하거나 맨땅에 엎어치기로 메다꽂는 등 패시와 저는 맨몸 격투를 화려하게 구사했습니다.

[사악, 취악!]

[피융, 팍!]

때에 따라 패시의 검에 순식간에 당해서 피를 내뿜는 경우도 있었고 제 화살이 어깨를 관통해 무기를 휘두를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략 25:2정도 되는 작은 싸움이었으니 무기를 쓰는 일이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상대가 약하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저희가 화려하게 날벌레를 잡는 중에 사지 멀쩡한 새로운 벌레가 10마리 더 나타났습니다.

“준비 운동이 끝났으니까 본론으로 가 주셔야지.”

패시는 검 날에 묻어있는 피를 손목의 스냅으로 단번에 털어냈습니다. 그리고 뉴페이스 10명에게 혼자 달려들어 10초 만에 끝냈습니다. 상대를 죽이지 않고 목숨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부상만 입히면서 초 단시간에 마쳤습니다. 처음부터 검만 썼다면 제가 끼어들 새 없이 처음의 25명을 혼자 다 처리했을 겁니다.

[팟!]

“읏.”

“어디 가시나?”

스냅스의 대장이 부하들이 쓰러지는 장면을 커튼으로 삼아 뒤로 빠지려는 걸 화살로 막았습니다.

“형씨, 애들이 픽픽 나가떨어지고 있는데 대장이 그렇게 내빼면 쓰나.”

저는 여유롭게 대장에게 다가가 뒤통수에 크로스보우를 들이댔습니다. 대장은 제 빠른 발놀림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풍-]

어디서 나머지 길드원 20여명이 나타났는데 저를 향해 화살을 날렸습니다. 연습용 활로 쐈는지 왼쪽에서 느껴지는 바람이 느리게 뺨을 자극했습니다. 그래서 피하지 않고 오른팔로는 스냅스의 대장을 노린 상태에서 왼손으로 화살을 잡았습니다.

[뻑!]

“컥!”

[퓽, 퓽, 퓽]

스냅스의 대장을 발차기 한 방으로 넘어뜨린 다음에 눈에 들어오는 세 놈을 향해 재빨리 화살을 쏘고 나서 다시 대장의 머리를 겨눴습니다. 화살은 모두 정확하게 녀석들의 오른쪽 무릎을 관통했습니다.

[사악]

[피슈욱]

패시가 마지막으로 검을 길게 휘둘렀습니다. 패시의 주위에 바보같이 서있던 여섯 명이 가슴에 죽지 않을 정도의 중상을 입고 쓰러졌습니다.

일부러 이들을 도발하고 일을 만든 행동은 패시답지 않지만 체이서스에서는 이런 일이 다반사라 저희의 행동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다른 데에 감정 풀이를 하는 패시가 그 답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싸워야 하고 대비책도 뚜렷하게 없는 상태에서 그냥 달려들어야 하니 답답할 겁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단단히 왜곡됐다는 걸 깨달아서 세계에 배신감을 느꼈을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해야 하니 조금은 두려울 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보다 한참 약한 상대를 일부러 도발해서 일을 벌이는 건 역시 패시답지 않았습니다.

“괴물… 같은 놈들.”

몰래 도망가려다가 제게 양 어깨를 당한 스냅스의 대장이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이를 갈며 중얼거렸습니다. 자신의 길드가 속수무책으로 무참하게 당할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을 테니 분했겠죠. 대낮에 그런 표정을 보기 싫어서 제가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다. 그들을 깔아뭉갠 저도 속 편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리즈 양과 에르 양은 어딨지? 풀어줘야지.”

패시는 만약 폴이라면 붉은 색으로 번뜩일 것 같은 무게 있는 눈으로 스냅스의 우두머리를 내려다 봤습니다.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칼날이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거리자 대장은 저절로 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압도적인 실력차이를 깨닫고 절망적인 공포를 제대로 느낀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