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소설(Original)/한달간의성전수호록(완)

한 달 간의 성전수호록 : D-4.5 [외전3]넝마 조각이 되다!

★은하수★ 2009. 3. 20. 16:51

D-4.5 [외전3]넝마 조각이 되다!

 

플리까지 카오스에 갇히고, 마지막으로 남은 성전을 지키기 위해 힘이 넘쳐나는 하프 데몬을 밤새 상대했습니다. 비스 성녀가 온 힘을 쏟아 부어 성전 윌랜드를 세계수에서 꺼냈지만 폴이 중간에 낚아챈 덕분에 한꺼번에 나머지 성전 둘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힘이 급격하게 약해진 윌랜드는 폴이 책임지고 필사적으로 지켰습니다.

세계수도 그의 영역도 전부 달빛에 빛나는 루비처럼 밤하늘 아래서 붉게 타올랐습니다. 왕궁 군대는 일찍이 전멸했습니다. 대표들과 소드마스터 중에는 사망자는 없었지만 일각을 다투는 중상자가 몇 있었습니다. 절 엄호해주던 테스도 그런 상태였습니다.

“라이트닝 볼트!”

[파자자작! 파지직! 파지지지직!]

지브릴은 밝은 태양 아래서 육탄전으로 활개치고 마법도 끝없이 쏟아 부어서 심신이 말이 아닐 텐데 끝까지 두 다리로 지상을 짓밟고 꼿꼿이 섰습니다. 그녀의 제자들도 스승을 보며 쓰러질 때마다 줄곧 일어섰습니다. 그들의 시간인 어두운 밤이 온 덕분에 낮보다 생기 있어 보였습니다.

“메피 오빠와 윌랜드를 어디에 숨겼어?”

폴이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자 비스 성녀의 화가 저와 일리안 쌍둥이에게 꽂혔습니다.

[취아악]

[치익-]

비스 성녀가 쓰는 공격형 마법은 대개 수계 마법이라 사용할 때마다 생명의 숲을 죽이고 있는 불을 꺼 나갔습니다. 그래서 비스 성녀의 마법이 지나간 자리에는 시커먼 숯 덩어리와 대지에 눌어붙은 검댕이가 남았습니다.

“제일 빈약한 종족이 피하는 것 하난 잘 하는구나.”

“성녀라는 작자가 상처 주는 말이나 하고, 가- 관이다!”

“메피 오빠가 널 무척이나 아끼던데 너만 죽이면 알아서 나타나겠지?”

“어이, 이런…….”

말 한 번 잘못해서 비스 성녀의 전용 표적으로 완전히 찍혔습니다. 초절정으로 위험하단 걸 직감보다 머리가 먼저 알아채고 곧장 다리로 도망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상대는 마법을 사용하고 전 크로스보우에 장전한 화살 다섯 개가 유일한 공격 수단이라 무조건 도망치고 봐야 했습니다.

[취아악]

“끼야아-. 젠장.”

시체를 넘고 불숲을 헤치며 열심히 도망갔습니다.

“엑시델, 왼쪽!”

오른쪽 어깨에 큰 부상을 입어 오른팔을 쓰지 못하는 치니비가 다른 길을 통해 절 따라잡았습니다. 전 그가 부른 대로 방향을 틀어 거구의 하프 데몬이 겹겹이 쌓인 곳에 몸을 피했습니다.

[스억]

패시가 절 뒤쫓는 비스 성녀에게 백색검기를 휘둘렀습니다. 비스 성녀는 등 뒤의 공격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단한 건 그녀의 방어막을 베어버린 패시의 검기였습니다. 아쉽게도 그녀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었지만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 수는 있었습니다.

[후이익]

비스 성녀가 당황해서 발끝이 지면에 닿을 듯 말 듯 할 정도로 내려오자 패시는 놓치지 않고 백색검기를 가로로 길게 그었습니다.

[퓽]

그녀가 피할 예상 위치에 아까운 화살을 과감하게 쐈습니다. 그녀는 순간 마법으로 화살을 막을 수 있었지만 곧 이은 패시의 공격을 받고 팔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 반동으로 손에 쥐고 있던 홀을 떨어뜨리고 반대쪽 손으로 상처를 꽉 쥐었습니다. 그녀는 저희를 노려보며 이를 뿌드득 갈더니 사라졌습니다.

혹시 다른 데서 나타나지 않을까, 다른 누군가가 공격해 오지 않을까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주변이 잠잠해진 걸 보니 살아있는 심판단원도 모두 비스 성녀가 데려간 듯 했습니다. 불도 더 이상 집어 먹을 것이 없자 점점 사그라졌고 가슴 아픈 숯덩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흐에에…….”

지금은 무사하다는 생각에 두 다리에 힘이 쭉 빠졌습니다.

“여긴 치니비가 제일 문제네.”

폴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을 모두 모아왔습니다. 성전 윌랜드는 무사히 힘을 회복한 듯 보였습니다.

“이렇게 지친 건 태어나서 처음이야.”

“마찬가지야.”

폴 빼고 전부 저처럼 주저앉았습니다.

“치료고 뭐고 일단 자고 싶다.”

늘 치료제 역할을 맡았던 지브릴은 시커먼 땅 위에 드러누웠습니다. 그러자 몇몇이 그녀를 따라 드러눕더니 곧장 잠에 든 사람도 있었습니다.

“모두 편히 쉬거라. 내가 너흴 보살펴 줄 테니.”

성전 윌랜드의 따뜻한 빛이 모두의 몸을 감쌌습니다. 햇살처럼 따뜻하고 포근했습니다. 몸의 피로가 풀리고 상처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깊고 달콤한 잠에 취했습니다. 격렬한 전투 직후라 할 수 없는 최고의 휴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