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소설(Original)/한달간의마왕보좌록(완)

한 달 간의 마왕보좌록 : D-18 바알, 사건에서 손 떼다?

★은하수★ 2009. 5. 11. 18:00

D-18 바알, 사건에서 손 떼다?

 

사파야님을 만나기 전의 일상이 다시 시작됐다. 마왕 벨제뷔트가 모든 악행의 시작이라는 사실은-사파야님이 부탁해서 어쩔 수 없이- 숨긴 채 체스 말을 뒤섞자니 피곤이 밀려온다. 그래도 바알님이 내게 어느 정도 신뢰를 갖고 있어서 내가 만든 계약서대로 지체 없이 레플리카님과 계약했고, 그 덕분에 방화벽 하나는 설치 완료했다. 장관 중에 납득하지 못하는 이도 있었지만 내 뛰어난(?) 언술로 멋지게 넘어뜨렸다. 그 영향이랄까 바알님 측 전부와 레플리카님 측 전부 그리고 튜리-엘더 길드 측 이 삼파가 큰 논쟁 없이 하나의 연합체가 됐다. 삼파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어느 한 쪽도 심히 불리한 것이 없기 때문에 수월했다. 가장 의외인 건, 바알님이 튜리-엘더 길드를 묵묵히 받아들이셨다는 거다.

“저 혼내지 않으실 거에요?”

“내가 왜?”

“세일마글레님께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멋대로 일을 벌였잖아요.”

“난…… 고마운데.”

어젯밤 세일마글레님은 착 감긴 목소리로 나와 긴 이야기를 나눴다. 실은 나 스스로 일을 저지르고 갑자기 불안해져서 나도 모르게 세일마글레님을 부른 건데 오히려 내가 세일마글레님의 정서불안을 진정시킨 격이 됐다. 헬하운드의 죽음과 튜리-엘더 길드의 모든 것이 세일마글레님을 더욱 성에 돌아오기 거북하게 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헬하운드와 똑같은 말을 했다. 바알님은 아무것도 모른다. 캐묻지 않았지만, 이런 추측이 억측 같긴 하지만, 확인하고픈 게 하나 생겼다. 세일마글레님도 아바트 길드의 길드원이었는가. 물론 세일마글레님이 바알님의 비서가 된 건 500년 전이고, 아바트 길드가 생긴 건 300년 전이라서 말도 안 되는 억측일지도 모르나 불가능하진 않다고 본다.

“이 계약서를 만든 녀석이 고작 이런 인간이라고?”

지금까지 현실 도피를 위해 과거 회상 중이었습니다―. 제길!

루시퍼님의 양녀, 시셰야 공주님의 결혼식에 억지로 참석한 바알님과 나는 루시퍼님과 억지로 마주보고 있어야 했다. 이 결혼식에 마왕 하객은 바알님 한 분 뿐이다. 마왕 직에서 물러난 레플리카님은 아바트 기사단-아바트 길드의 후신인 튜리-엘더 길드의 후신-과 쌓이고 쌓인 회포를 푸는 중이고, 벨제뷔트님은 이런 곳에 몸소 납실 분이 아니고 피브리조님은… 잠적 중이란다.

“인간 무슨 꿍꿍이냐?”

이를 드러내면서 웃으니까 굉장히 공포다! 공포스러운 게 아니라 공포 그 자체다. 그냥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 수밖에.

“아-니, 누굴 경계하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숨기고 있는 뭔가가 있어.”

“말의 앞뒤가 안 맞는데요? 숨기고 있으니까 누굴 경계하는 거고, 숨기는 게 없으니까 누군지 모르는 거에요.”

말장난에는 말장난으로 대처하겠습니다. 루시퍼님이 무력 사용을 하지 않는단 전제 하에서 상황 악화 직전까지 개겨 오르는 것도 ‘광대 연극’에 플러스 요인이 될 거다. 무섭지만 대의를 위해 희생해야지.

“……바알. 축의금 돌려줄 테니까 이 녀석 나 줘라.”

“……!”

“닥쳐.”

“대답 하난 쌈박하다니까. 인간, 이 안에 있는 수수께끼를 풀면 네 녀석의 장난질에 나도 껴 줄 수 있냐?”

중상모략과 더러운 지략을 최고 미덕으로 꼽는 루시퍼님이 비상한 머리를 소유하고 있다더니 진짠가 보다. 바알님도, 레플리카님도 못 알아챘는데 루시퍼님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나중에 바알님에게 추궁당하는 거 아닌가 몰라. 오, 오늘 일이나 생각하자.

“아버지.”

“딸-.”

……. 팔불출. 루시퍼님, 당신은 진정한 팔불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그러고 보니까 시셰야님이 여러 가지 의미에서 대단한 분이라 아는데 정말로 바알님이 질색할 만큼 못생겼을까? 실례지만 몸을 옆으로 기울여서 루시퍼님에게 반쯤 가려져 있는 시셰야님을 주시했다. 뭐야, 김샜다. 공주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미인이다. 공주의 조건과 기준에 ‘미’가 필수라는 상식은 당연히 구세대 유물이지만 시셰야님은 ‘미’의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키도 약간 아담하고 웨딩드레스에 슬쩍 비쳐 보이는 전체적인 실루엣도 ‘오-’소리 나올 만한데, 그 중에서 어두운 붉은색 머리칼과 석류 알을 연상케 하는 눈동자가 시셰야님의 매력 포인트인지도 모른다. 찬사가 사심 있는 것 마냥 너무 긴 게 아니냐 하더라도 별 수 없다. 솔직한 감상을 서술한 것뿐이다.

“미인이시네요.”

“그럼 뭐해, 성격이 더러운데.”

바알님의 미의 기준은 내면의 아름다움이구나― 이렇게 납득하려 해도 질리온과 파슈만의 말이 바알님에 대한 편견을 키운다. 바알님의 과거 애인이 마계 전체에서 제일가는 미인이었다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건 인간 세계나 마계나 똑같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하고 강한 자가 세계 최고의 미인을 취한다는 말도 있는데 이 사소한 농담거리는 여기서 접어두자.

“와 주셔서 영광입니다, 바알님. 옆에 계신 분이 세일마글레 대신에 바알님을 돕는 인간이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비서 대리 선우 찬필입니다.”

“마계에서도 보기 드문 훤칠한 키네요. 바알님처럼 부담스럽지도 않고요.”

내 키 182cm, 바알님은 190cm를 훨씬 웃도는 장신. 대략 155cm전후로 보이는 시셰야님에게 바알님은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 눈을 마주치려거든 고개를 꽤나 들어야 하고 장신을 상대할 땐 본능적으로 자신이 위축되는 것 같은 심리가 일어나기 때문이리라.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간과해선 안 될 것은, 시셰야님이 바알님의 면전에서 실례되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는 것이다. 최대한 완곡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당당하게 드러내는 점이 바알님께는 성가셔 보일 지도 모른다.

“마왕 루시퍼님, 시셰야 공주님, 최대의 경사를 진심으로 경하 드립니다.”

낯익은 목소리가 들리고 내 입가엔 미소가 저절로 생긴다. 광대 연극이 괘씸한 서막을 연다. 광대들의 바보 같은 연극이 끝나면 비숍은 광대들의 바보 병에 옮아서 나이트가 아닌 불쌍한 폰을 노릴 것이다. 다만, 비숍이 황제-교황 줄다리기를 눈치 채서 어디까지 속아 넘어갈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예상외의 큰 변수가 돼버렸다. 그래도 내가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건, 비숍이 광대 연극을 눈치 챌 즈음이면 이미 그의 화살촉은 폰을 향하고 있고 모든 광대들이 연극을 성황리에 마쳤다며 기뻐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 조금의 실수만으로도 모두 목이 날아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광대 연극을, 비숍을 위한, 아니 그에게 위협 받고 있는 나이트를 구하기 위한 광대 연극을 이 결혼식장에 있는 모든 관중들에게 보여줄 시간이다.

“배짱 하난 대단하군. 바알 밑에 있다고 멋대로 행동하는 거냐?”

사파야님과 이하 튜리-엘더… 아바트 기사단이 당연히 곱지 않게 보일 것이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마계의 공공의 적으로 찍혀 있던 자들인데 어찌 반갑겠는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광대란 자신에게 불만이 있고,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에게 더 친근하게 굴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더 귀찮게 하고, 더 밝은 표정을 보여주는 법이다. 광대의 룰에 맞춰서, 검은 제복을 단정하게 갖춰 입고 흰 실크 손수건을 가슴 주머니에 깔끔하게 담은 광대들이 루시퍼님과 시셰야님께 허리 숙여 정중히 인사한다.

“대공작 레플리카께서 저희 주군의 신변을 보호하라 명령하셨습니다.”

역시 사파야님은 연극 대본을 자연스럽게 읊는다. 뒤의 기사들도 연기력이 상당하다. 그런데 내 눈에 그들이 웃음을 겨우겨우 참고 있는 걸로 보이는 이유는 뭘까? 내가 연출가라서?

“그-래? 그 대공작은 안 오고?”

“내가 오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뒀거든.”

이거 어째…… 바알님의 시선이 날 향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 큰일 났다! 깊은 바이올렛 눈동자가, 우리가 ‘뭔가’를 꾸미고 있단 걸 눈치 챘으니까 적당한 때에 이실직고하라며 압박을 준다. 세일마글레님의 말을 재탕하자면, 바보 바알님이 중요한 순간엔 마왕 바알이 될 때가 있는데, 하필 그 때가 지금이 될 줄이야. 낭패다. 사파야님께 도움을 청하기 전에 바알님께 붙잡힐 거다.

“이해가 잘 안 되는 대화가 오가네요.”

총명한 시셰야님은 이미 내가 만든 계약서를 손에 들고 있다. 이해가 잘 안 되기는……. 벌서 상황 파악을 끝냈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데 뭘.

“시셰야. 이 아버지가 저 불청…….”

“하객은 많을수록 좋은 거에요.”

“그렇지? 하객은 많을수록 좋은 거야.”

하, 한방에 논쟁의 여지를 없애 버리는 시셰야님은 최강이다. 팔불출 루시퍼님은 생각할 필요 없이 막바로 시셰야님의 말에 동조하고, 나와 사파야님 일행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1차 고비는 넘겼다. 예상외의 2차 고비가 자꾸만 내 뒤통수를 뜨겁게 지지고 있지만 이럴 땐 세일마글레님의 이름을 파는 치사한 수단으로 극복하는 것이 최고다. 세일마글레님께는 나중에 빌고 빌어야지.

“너희들 여기서 사고 쳤다간 가만 안 둬.”

루시퍼님은 연극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광대들을 향해 전혀 무섭지 않은 경고를 던지고 시셰야님과 함께 다른 하객을 맞으러 갔다. 이 다음 순간은 안 봐도 비디오다.

“어이, 비서 대리. 루시퍼 말대로 무슨 꿍꿍이야?”

애써 모르는 척 하는데 우리 광대 분들 표정도 참 난감하다. 들켜서 놀란 표정과 침착함을 지키려는 표정이 고루 섞여있다. 사파야님만 능숙하게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하고 있다. 고수는 뭐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가면을 쓰고 다니는 자와 맨얼굴을 드러내는 자의 차이라고 하자.

“꿍꿍이라뇨?”

“계약은 세일마글레가 갑자기 휴가를 가고, 헬하운드가 돌연사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서 모르는 척 넘어갔지만, 오늘은 루시퍼의 영지에 있으니까 내가 모르면 너희 장단에 맞춰 줄 수 없어.”

어제 처음부터 눈치 채고 계셨군요. 속이는 재미에 일을 꾸미는 건데 이렇게 쉽게 알아채면 김 새 버린다. 그래도 자기 사람에게는 무한히 잘 해 주시니까 도움의 손을 뻗어도 괜찮을까? 아니, 주사위 게임의 황금 열쇠로, 연극의 후원자로 모시는 것이 탁월한 선택일지도. 마왕 되는 자에게 진실을 알리는 건 아직 시기상조다. 천천히 스스로 진실에 가까워질 때까지 입을 다물어야 한다.

“에…… 장단이라면…… 글쎄요. 세일마글레님께서 바알님껜 비밀로 하라 당부하셔서요.”

“저희는 이만 결혼 선물을 전달하러 가겠습니다.”

바알님은 사파야님 일행을 붙잡지 않는다. 우리가 무슨 일을 벌이건 막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정말로 장단을 맞춰 줄 생각인가 보다. 이리 순순히 응하다니, 아무래도 헬하운드가 비명횡사하기 전에 던지고 간 수수께끼가 가슴을 세게 죄는 모양이다. 자신이 몇 백년간 아무 것도 모르고 살아왔다는 사실이 충격일 수밖에 없다. 그 심정이 이해는 되는데 아직 답을 (쉽게) 가르쳐 줄 수 없다.

“세일마그레의 이름을 들먹일 정도로 큰일이면 적당한 선에서 끊어.”

[뜨끔!]

“단순히 이유를 말하기 싫은 거면 적당한 때에 눈치 줘. 난 너희를 다른 마왕에게서 지켜야할 의무가 있으니까.”

[뜨끔!]

다 간파하고 있었다. 내가 세일마글레님의 이름을 팔았다는 것도, 계약서의 제 7조가 아바트 기사단의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도. 뭐, 천 년이 넘는 시간동안 멀거니 마왕 자리에 있었던 게 아니겠지만……. 그 동안 모든 사무를 완벽하게 처리한 걸 봐도 그렇고……. 역시 마‘왕’이라서 일까? 헬하운드가 남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 일까? 어느 쪽이든 노력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어떤 이유에서든 절제와 인내가 요구되고 그걸 철저히 지키는 모습이 바알님을 향한 내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가슴이 아프다. 그렇다고 동정심은 아니다.

“분명 재밌을 거에요. 나중에 루시퍼님이 재미없었다고 따지러 오시면 능구렁이처럼 넘기면 되요.”

“네 놈이 위화감이 없는 이유를 알겠어. 하-.”

땅이 깊게 꺼질 만큼 긴 한숨이다.

“내 주위에는 비밀주의자만 모이나, 세일마글레나 너나 부지런하기는 무지 부지런하면서 그 중에 반 이상은 다 나 몰래 시작하고 나 몰래 끝내지. 그러니 내가 그 잡것한테 무지한 왕이란 소릴 듣는 거야.”

[딱!]

아크……. 이마에 가벼운 땅콩을 맞았지만 가슴이 저리다. 내가 위화감이 없었던 건 바알님이 날 세일마글레님과 겹쳐봤기 때문이다. 일찍이 알고 있었던 사실인데 바알님에게서 직접 들으니까 확인사살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다. 난 어디까지나 대리이고… 심하게는 대용이다.

“지금처럼 눈치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시면 언젠간 알게 되시겠죠. 저도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사는데 전혀 지장 없는 걸요.”

“그 태도도 똑같아.”

[딱!]

[퍼벙!]

두 번째 땅콩과 동시에 결혼식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가 터진다. 광대 분들이 어디까지 연극을 진행했을까? 비숍이 바보가 될 미끼를 폰에게 전해줬을까? 극본대로라면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에 거기까지 진행해야 한다. 사파야님이니까 무리없이 해냈으리라 믿는다.

“저기, 바알님. 궁금한 게 아나 있는데요.”

“아?”

“신랑이 신부를 버리고 도망가면 어떻게 되요?”

“시셰야를 상대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는 표정이다. 이 결혼식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상식선에서는 그렇지만 언제든 예외가 존재하는 법이다.

“내기 하나 했거든요. 전 신랑이 도망간다에 걸었는데 바알님은 어디에 거실래요? 참고로 아바트 기사단 전원이 저랑 같은 거에 걸었어요.”

아그윽-! 바알님, 손 치워요, 손. 무지막지하게 머리를 짓누른다. 그리고 흥미롭다는 듯이 이가 보일만큼 씨-익 웃는다. 이로써 나는 확신한다. 바알님이 확실하게 광대 연극의 스폰서가 됐다는 사실을.

“짜증나는 루시퍼 부녀가 방방 뜰만한 일을 꾸미고 있군. 좋아, 나도 걸지. 신랑이 도망간다.”

-선우 친필의 기록 : 광대 연극-

광대들(아바트 기사단의 일부)이 폰(시셰야 공주의 정혼자)에게 결혼 선물로 아리따운 시녀를 바친다. 시셰야 공주에게 무시와 언어 공격 등으로 시달렸던 폰은 어떤 여성이건 그녀에게 모든 관심을 쏟아 부을 수 있을 정도로 시셰야 공주에게 지쳐있었다. 그래서 광대들의 선물을 덥석 받고 신랑 대기실로 조용히 들어간 후론 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랑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안 비숍(마왕 루시퍼)은 노발대발 하지만 폰이 사라진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광대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고 무사히 광대 가면을 벗어 나이트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나이트에게 비숍의 거사를 망치라는 명령을 내렸던 체스 플레이어(마왕 벨제뷔트)는 무력이 아닌 유희의 방식으로 결혼식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체스 플레이어는 비숍의 일을 망치라고 했을 뿐 방법까지 지시한 바가 없다. 그러니 나이트가 광대가 되어 한 방울의 피 흘림 없이 한 수를 끝냈어도 체스 플레이어는 한 말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