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소설(Original)/Mutation-Kimera(리메이크)

Mutation - Kimera : 제 2 각성 ⑧

★은하수★ 2009. 5. 19. 18:21

그 자리에 있는 인물들 중에 멜로즈의 눈물이 거짓이라는 것을 아는 자는 몇이나 될까? 보스만이 그 눈물의 진의를 알고 멜로즈가 급하게 날아온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만큼 가루다족의 유일 왕위계승자는 보스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르는 중인 것이다. 보스는 모든 걸 완벽히 하기 위해 멜로즈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그녀를 맞은 다음에 진정시키듯이 꼭 끌어안았다. 하지만 그 속에선 그 장면과는 어울리지 않은 대화가 오갔다.

<여기까지 아주 잘 했어. 조금만 더 하면 끝나.>

<걱정 마, 보스.>

멜로즈는 눈물을 닦고 훌쩍이면서 시아에게서 떨어졌다. 잔뜩 겁먹은 표정은 모두의 걱정을 사기 충분했다. 멜로즈의 외모가 7살짜리 여아라 더더욱 효과가 컸다.

“무슨 일이야? 멜로즈.”

시아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어보는데 멜로즈는 훌쩍이며 입만 뻥긋거릴 뿐 쉬이 말을 꺼내지 못했다. 다른 이들의 애간장을 다 태우는 이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실로 훌륭했다. 주변에서 길드원들이 속속들이 모여들면서 무슨 일이냐 묻는 통에 깨나 어수선해졌다. 그걸 잠재운 건 제 1천왕이었다.

“조용! 보스, 무슨 일이에요?”

“멜로즈가 울면서 날아왔는데 무슨 일인지 얘기를 안 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겠죠. 프린세스 멜로즈, 우선 진정하세요.”

민은 뭔가 호소하려는 듯이 시아를 바라보며 입을 뻥긋 거리는 멜로즈를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안정시켰다. 그도 알고 있었다. 시아와 멜로즈가 완벽한 연극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도 거기에 적극 참여할 의무가 있다는 것도. 세 명이 만들어나가는 완벽한 연극 속에서 멜로즈만 민이 시아의 공범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렇다. 정확하게 말하면, 시아가 만들고 출연하는 1인극이다. 민은 뒤에서 스태프 겸 잠깐의 엑스트라로 도와주는 것이고 멜로즈는 극 중에 이용하는 소품에 불과한 것이다.

“어, 우리 캡틴은?”

“그러게. 제 3천왕께서 안 보이시네.”

무리 중 한 쪽에서 나온 가벼운 발언 때문에 다시 어수선해졌다. 그 덕분에 멜로즈가 다음 대사를 꺼내기 수월해졌다. 이는 뜻하지 않은 기회였다.

“흐아앙-. 휴, 휴 아저씨……. 휴 아저씨가…… 무서운 발키리 아줌마한테… 흐앙-!”

가디안스 전원이 충격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제 3천왕이 당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신 휴는 무적이 아니지만 그대로 최강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키메라 계에서는 손꼽히는 걸호였다. 그리고 마족 최강이라는 소드 중에서도 휴를 키메라라고 비하의 눈초리로 보지 못할 만큼 강했다. 그런 그가 타지에서 비명횡사 했다니 절대 믿을 수 없었다.

“닥쳐! 캡틴이, 캡틴이 죽었을 리 없잖아!”

“진정해, 러셀.”

“넌 저 꼬맹이 말을 믿는 거야?”

“나도 봤어! 봤으니까… 이 두 눈으로 봤다고.”

멜로즈를 향해 위협하듯 달려드는 묘인족을 크리세이스가 막았다. 같은 후방지원 부대 소속으로서 캡틴의 갑작스런 비보를 들은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나, 그녀에겐 가루다 일족의 왕녀를 지켜야 하는 특별 사명이 무엇보다 우선이기 때문에 가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동료를 제재해야했다.

신 휴의 죽음을 본 증인이 두 명. 가디안스는 제 3천왕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고개를 숙이고 애도의 분위기가 출렁일 때 시아는 조용히 솔리를 불렀다. 귓속말로 뭔가를 들은 솔리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인 후에 어딘가로 향했다. 자신의 캡틴과 같은 플러스를 가진 솔리. 물론 직급은 다르지만 자신과 같은 뱀파이어의 옆을 스쳐지나가며 작별 인사를 속삭였다.

“캡틴, 보스를 부탁해.”

결의에 차면서도 슬픈 목소리는 민이 아까운 부하를 잃었다고 생각할 만큼 가슴을 흔들리게 했다. 시아가 부르지 않았더라면 무심코 솔리를 붙잡았을 지도 모른다.

“제 3천왕의 생사확인은 나랑 제 4천왕, 플릿이 맡는다. 나머진 아지트로 돌아간다. 이의는 받지 않는다.”

보스의 명령은 무엇보다도 절대적이다. 길드원은 일제히 ‘Ja, für Sie, meine Boß.’라 외쳤다. 더욱이 제 3천왕의 일을 보스가 직접 맡겠다는데 불만이 있겠는가.

<지금 휴의 상탠 어때?>

<왼팔에 흠집 하나 난 것 말곤 말짱해요.>

<절대 가만히 당할 녀석이 아니지만 정말 안 당하네.>

<나중에 임무가 끝나면 보스 한 대 쳐도 되냐고 물어보던데요?>

<치시겠다면 맞아 드려야지.>

비밀 대화가 텔레파시로 오간 후 민도 다른 길드원들과 같이 아지트로 돌아갔다. 이제 그는, 싸움 직후의 흥분을 진정시키고 비보의 슬픔을 잠재우는 골치 아픈 일을 해야 했다. 어떻게 보면 보스가 해야 할 일을 떠맡은 격이지만 어떤 일이든 불평불만 없이 맹목적으로 따르겠다 맹세했으니 이런 일을 자신이 함에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솔리를 먼저 신 휴가 떨어졌다고 추측되는, 약속의 그곳, 깊은 계곡 중에서도 지옥과 통할만큼 깊다고 알려진 스틸레(Stille : 침묵)로 보냈다. 휴의 시체가 있을 리 만무한 곳. 대신 솔리를 기다리고 있을 츠뵐프 리터 두 명이 있는 곳. 솔리는 보스가 오기 전까지 그들과 협상하고 보스가 내린 어렵고도 잔인한 임무를 시작해야 했다.

제 2기사 연 호우와 제 3기사 티나 소로이네는 가디안스의 귀한 인재가 크루세이더에 들어오게 됐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의심할 필요 없는 것이 휴를 저 심연으로 떨어트린 장본인이 솔리이기 때문이었다. 멜로즈의 눈에는 티나 소로이네가 휴를 해친 것처럼 보였지만 이게 다 민이 만든 환각이었다. 신 휴를 아주 조금만 상처 입히면서 죽은 것처럼 가장한 것도, 보스의 특명을 받고 휴를 관찰한 멜로즈의 눈을 속인 것도, 솔리가 가디안스를 배신한 것처럼 츠뵐프 리터에게 접근한 것도 실은 다 민의 작품이었다. 그 때 솔리는 반대쪽에서 제 4기사, 제 9기사를 차례대로 고통스럽게 소멸시키고 있었다. 협공. 민은 솔리가 크루세이더에 들어가기 편하게 길을 터주는 역할을, 솔리는 자신이 츠뵐프 리터가 도기 편하게 공석을 만드는 역할을 속행했다.

“후후. 가디안스의 천재 암살자가 크루세이더로 오신다니, 영광입니다.”

‘에덴’이라는 이름의 글라디우스를 허리에 차고 있는 제 3기사는 솔리를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솔리는 카리스마 있게 무표정으로 그녀와 마주봤다. 오리지널은 후작급 소로이네파생의 남작급 소로이네(악마), 플러스는 발키리. 플러스 상태(뱀파이어)로 있는 솔리에게 티나는 상성이 아주 좋을 수도 아주 나쁠 수도 있었다. 지금은 오리지널이니 상성이 잘 맞아 잘만 하면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제 2기사 연 호우가 오리지널(갓 블러드)가 아닌 플러스(자작급 소로이네)로 있으니 금상첨화였다. 솔리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그런 저를 받아주시면서 설마 말단에 앉히진 않으시겠죠?”

“후후. 당신 같은 인재는 당연히 츠뵐프 리터가 되셔야죠. 안 그렇습니까, 호우님.”

호우는 눈매가 가뜩이나 매서운데 표정 자체를 험상궂게 지어서 눈매가 더 날카로워 보였다. 그런데 보스의 아름다운 자태가 선망의 대상인 솔리에게 호우의 자태는 별 볼일 없는 단순한 하급으로 보였다. 후작과 자작을 비교하면 어디 쓰겠냐 싶겠지만 자동적으로 비교하게 되는 걸 어쩌겠는가. 하지만 솔리는 겉으로 그러한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반대해도 보스께서 적극 지원하시겠지.”

“그러면 호우님은 반대십니까?”

“난 언제나 보스의 명령을 따를 뿐이야. 보스의 의지가 바로 내 의지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지만 크루세이더에도 맹목적인 우두머리 추종자가 존재했다. 솔리는 캡틴과 지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후후. 호우님이 솔직하지 못한 성격이시라 괜히 튕기시는 겁니다. 신경 쓰지 마십쇼, 솔리님.”

“딱히……. 소문에 의하면 츠뵐프 리터는 내부 경쟁 관계라는데 두 분은 사이가 좋아 보입니다.”

악마에 비하면 뱀파이어는 아름다운 밤의 종족. 츠뵐프 리터 두 명을 흘겨보는 붉은 눈동자는 석류석이 부끄러워할 만큼 아름다웠다. 티나는 악마의 탐욕스런 본성이 일렁거렸지만 후일을 위해 꾹 참았다.

“아……. 분명 경쟁 관계입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 어느 조직에서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가디안스는 재미없는 데라 그런 경쟁이 없습니다.”

“아, 이런이런. 경쟁이 없는 곳도 있습니까?”

솔리가 말한 ‘그런 경쟁’은 서로를 죽이는 잔혹하고 엽기적인 유혈 경쟁을 뜻한다. 강자가 지배한다는 논리가 절대적인 크루세이더는 츠뵐프 리터 내에서나 츠뵐프 리터를 노리는 밖에서나 하극상 및 불필요한 싸움이 잦았다. 약육강식의 야생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하지만 가디안스는 시아를 중심으로 상하관계가 철저히 지켜지고 합리적으로 운영됐다. 솔리는 자신이 과연 저는 야생동물들 사이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그런 와중에도 그들 손에 죽을 거란 걱정은 당연히 하지 않았다.

“재밌겠어. 그러면 제가 당신의 목을 노려도 불만 없는 거죠?”

“후후후. 물론입니다.”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눈이 호락호락 죽어주지 않을 거라 말했다. 솔리는 시아의 아름다운 블랙-레드 오드아이에 비해 천할 만큼 탁한 눈동자가 되레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고 느껴지자 소름끼쳤다.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간만에 피 튀기는 싸움을 맘껏 할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 오는 본능의 몸부림이었다. 이왕에 크루세이더에 잠입하는 거, 신명나게 날뛰는 것도 좋겠지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솔리야!”

밀리엄의 외침이 머리 위에서 들렸다. 솔리는 겉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의 배신을 지켜볼 목격자로 밀리엄을 고른 보스에게 엄청난 서운함을 느꼈다. 하지만 곧 차라리 밀리엄이 직접 봐야 보스가 귀찮아지지 않을 거라 납득했다. 그리고 다른 길드원들을 설득하기에도 용이할 것이다. 암살 부대의 핵, 강 솔리가 배신한 사실을 그녀의 약혼자 밀리엄 브롤이 봤다. 이것만큼 명백한 광고는 없을 것이다. 솔리는 이 악 물고 단단히 각오했다. 시아의 명령을 깔끔하고 정확하게 수행하겠다. 사소한 감정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을 그르치지 않겠다. 이제 그녀의 오른손에 그녀가 자랑하는 포비아(채찍)가 쥐어지고 그녀를 향해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밀리엄을 향해 무자비하게 휘갈겼다.

[휘리릭!]

“소, 솔리!”

역시 가디안스의 제 4천왕. 약혼녀의 기습공격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피했다.

“보스, 솔리 양이 이상합니다.”

“일일이 보고하지 않아도 알아.”

시아와 플릿은 스틸레 상공에서 그들을 내려다봤다. 누구든 공포를 느낄 만큼 완벽한 무표정으로 포비아를 들고 있는 솔리와, 슬픔과 약간의 배신감이 얽힌 밀리엄의 대치는 한 편의 우스운 촌극 같았다. 시아나 솔리나 이 불쾌한 서막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이거, 이거……. 후후후. 가디안스의 어린 보스님 아니십니까.”

티나는 시아의 앞으로 날아 올라와 정중히 인사했다. 물론 가식이었다. 어느 누가 적대관계 길드의 보스에게 진심어린 인사를 하겠는가. 택도 없다.

“크루세이더의 제 3기사였던가?”

“기억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저 밑에서 똥폼 잡고 있는 건 제 2기사 연 호우. 하? 고귀한 왕자님이 웬일로 광대랑 같이 나온 거야?”

호우나 티나나 한쪽 종족이 악마이기 때문에 시아가 잘 알고 있었다. 그들도 유명한 상급 악마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 함부로 대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오늘, 자신들의 보스가 그녀에게 저항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만신창이가 됐다는데 어떻게 개기겠는가.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무리다.

“아아, 후작님, 우리의 폐하께서 총애하시는 후작님. 당신의 보물을 하나 챙기려는데 저와 호우님의 손이 그리 불쾌하십니까?”

이 가증스런 여우는 분명 여성체인데 허스키한 목소리나 몸동작이 남성틱해서 중성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시아가 그녀를 광대라 부르는 이유다. 애교 없이 아첨하는 거며, 지능적으로 하수인들을 부리는 거며, 교활하게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거며, 철저하게 통솔력을 발휘하는 거며, 사마엘보다 능숙했다. 사마엘이나 티나, 둘 다 남작급 악마지만, 티나가 훨씬 더 귀족급 악마다웠다.

“이 자식, 솔리 양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플릿이 앞으로 나가려는 걸 시아가 손을 들어 가볍게 막았다.

“후후? 무슨 말씀이신지?”

“저신 마법 같은 걸 걸지 않고서야 솔리 양이 변할 리 없잖아!”

“후후후후……. 후후후후, 후하하하하하!”

티나는 기괴한 목소리로 시원스럽게 웃어젖혔다. 양손으로 배를 움켜잡는 듯싶더니 오른손으로 얼굴을 감싸기도 하고 양 팔로 몸을 안으며 징그럽게 많이 웃었다. 주위의 악령을 다 끌어 모을 듯한 웃음소리가 끝나고, 티나의 얼굴 중 반은 입으로 보일 만큼 엽기적인 미소가 플릿에게 공포를 안겼다. 앞니와 날카로운 송곳니, 양 옆에 늘어선 어금니까지 다 보이는 짜증나는 미소는 시아가 살기로 위협할 때까지 계속됐다.

“좋- 습니다. 솔리님에게 직접 여쭤보시죠.”

크루세이더의 제 3기사는 조용히 호우의 등 뒤에 숨었다. 그녀가 가리고 있던 시야가 탁 트이면서 무기를 들고 대치중인 두 연인이 보였다.

“그 약해빠진 샤베르로 나한테 생채기 하나 낼 수 있겠어?”

“솔리… 너……. 진심이냐?”

밀리엄의 글릭폰이 부르르 떨렸다. 그의 슬픔을 대변하는 듯, 글릭폰은 검 날에서 풍기는 마력을 눈물처럼 방울방울 떨어트렸다. 하이 엘프가 사용하는 무기는 모두 자아를 가지고 있다더니 밀리엄의 글릭폰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스, 강 솔리 양입니다. 보스를 위해, 보스만을 위해 살아 온 솔리 양압니다. 보스께서…….”

플릿은 시아를 보고 놀랐다. 굳게 결심한 듯한 그 표정은 다름 아닌 솔리를 내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휴가 죽고, 솔리가 배신하는, 일어날 가능성이 1%도 안 되는 일들이 하루 사이에 연달아 일어나니 플릿의 사고 회로가 순식간에 혼돈이 됐다.

“보스, 보스……. 이건 아니에요. 보스께서 말리셔야 합니다.”

“플릿 엑서스엘. 넌 저 밑에 있을 제 3천왕을 찾는다. 밀리엄 브롤. 넌…… 배신자를 처형한다. 어길 시, 내가 너희 모두를 죽이겠다.”

밀리엄과 플릿은 보스의 살기가 진심이라 믿었다. 거역하고 싶은 명령. 하지만 포비아를 활성화하고 마기를 지독한 독기처럼 내뿜는 솔리가 눈앞에 있으니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이제껏 믿었던 것들이 우루루 무너지면서 밀리엄과 플릿은 마음이 텅 비는 현상을 체험했다. 이 때, 아끼는 부하를 적진에 보내야하는 슬픔이 눈물이 되어 시아의 눈에서 흘러내렸다. 이 눈물은 진짜였다. 이것이 각각 솔리의 결심과 밀리엄 그리고 플릿의 결심을 굳혔다.

<고마워 보스.>

“Ja, für Sie, meine Boß.”

시아가 보는 앞에서 솔리와 밀리엄이 격돌했다. 결국 밀리엄이 포비아에 당하고 두 명의 츠뵐프 리터가 솔리를 데려가면서 끝났다. 플릿 역시 없는 휴를 찾느라 생고생을 했다. 아지트에 돌아온 시아는 혼자, 민도 내치고 혼자 집무실에서 소리 없이, 해가 지고 달도 지고 다시 해가 뜰 때까지 울었다. 15살의 어린 보스에게 이 날의 악몽은, 자신이 만든 생지옥은 스스로 견디기에 너무나 가혹했다.

아까운 인재를 둘이나 잃은(실은 밖으로 무기한 내보낸) 가디안스는 내부 구조를 개편했다. 제 4천왕 밀리엄이 제 3천왕이 되고, 후방지원 부대에서 가장 강하고 전 특수전투 부대 부대장이었던 크리세이스가 제 4천왕이 됐다. 그리고 몇몇 길드원이 소속부대가 변경됐다. 이후로도 가디안스와 크루세이더 간의 자잘한 충돌이 계속됐다. 그런 중에 솔리가 츠뵐프 리터의 제 4기사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배신자의 소식이 달가울 리 전혀 없지만, 과연 솔리는 한 몫 하는 구나라는 반응이 대세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휴의 흔적은 크리세이스와 보스에게만 남았고, 솔리의 흔적은 밀리엄과 그녀의 두 상관-시아와 민-에게만 남았다.

가디안스의 보스, 진 시아의 짧고도 긴 회상은 이렇게 끝난다. 한층 성숙한 17살 여아는 제법 어른 티가 난다. 물론 15살 때와 비교했을 경우에 그렇게 보인다는 거다. 아직 ‘어린 보스’를 떼지 못하는, 나름 먼치킨으로 통하는 우리 보스는 펜타곤을 경계하면서 새 사냥감을 주시한다. 그녀의 블랙-레드 오드아이에 걸린 것 중에 무사히 빠져나간 건 여태껏 아무 것도 없었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