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 가디안스의 보스는 태초의 땅에 남다른 흥미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얼음 수정과 눈의 대지만 보이는 벌판을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걸어 나가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쉽게 잠을 청하지 못하고 칭얼대는 아기를 위해 부르는 자장가였다. 그녀는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도 아니다. 노래를 즐겨 부르는 이도 아니다. 그런데도 속을 알기 힘든 표정으로 자장가의 멜로디를 곱씹었다. 1분 될까 말까한 짧은 자장가를 수십 번, 수십 번 씩이나 반복했다. 같은 곡을 반복하면서 지루한 행진을 계속했다.
남쪽으로 갈수록-얼음의 대지에 깊숙하게 들어갈수록- 마력의 자기장이 거세졌다. 희게 투명하던 얼음 수정이 점점 푸른색을 띄었다. 북쪽 끝에 있는 태초의 땅, 불의 대지가 붉은 색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곳과 대칭되는 얼음의 대지는 푸른색. 수정의 색이 점점 짙어지는 만큼 주변 공기 중에 산재한 마기의 농도가 짙어졌고 피부로 느껴지는 이유 모를 긴장과 공포도 점차 증가했다. 불의 대지에서 굳이 불에 타지 않아도 죽을 수 있는 것처럼, 얼음의 대지에서도 태초의 땅을 가득 채우는 마력에 짓눌려 추위에 얼지 않아도 충분히 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질적이면서 다량으로 존재하는 마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커져서 쇼크사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이방인의 숨통을 조이는 데에는 저주받은 땅이나 태초의 땅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재미없는 진실이다.
“흐음. 너무 파고드는 거 아니야? 이쯤 되면 다른 방향으로 퍼져도 될 것 같은데?”
밀리엄은 왼쪽 손목에 시계 대신 찬 나침반을 틈틈이 확인했다. 앞장서서 가던 시아는 한 번도 방향을 틀지 않았다. 곧장 남쪽으로만 느린 행군을 계속했다.
“아무리 봐도 이상해.”
“뭐가?”
“저거. 아까부터 줄곧 있었잖아.”
길드원 사이에서 신경 쓰이는 대화가 오고 갔다. 밀리엄은 그들과 같이 멈춰 섰지만 시아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쿼터 엘프가 가리킨 곳을 멀거니 바라보는 중에 빠른 걸음으로 시아를 쫓아가 팔을 붙잡았다.
“보스.”
밀리엄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 시아의 두 눈에 생기가 전혀 없었다. 블랙-레드 오드아이는 탁한 회색으로 변하고 눈매는 힘이 풀려 축 쳐졌다. 게다가 아무리 악마라지만 몸이 너무나 찼다. 얼음 수정을 만지는 것처럼 차가웠다.
“보스?”
[흠칫!]
“다스 드린젠더 에라이크니스.(das dringende Ereignis : 긴급한 사건)”
제 3천왕은 이상 사태를 감지했다. 재빨리 시아에게서 떨어지면서 부하들에게 신속히 명령했다. 그가 글릭폰을 뽑아 들었다.
진격 부대는 제각기 무기를 꺼내 주변을 경계했다. 그들 중에서 ‘주변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챈 이는 사이킥 엘프 한 명 뿐이었다. 그 역시 밀리엄이 신호를 보내지 않았으면 전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캡틴. 디 츠바이트봄베(die Zweitbombe : 시한 폭탄)가 아니고 다스 드린젠더 에라이크니스입니까?”
40대 인간 남성은 경직된 안면 근육을 겨우 움직였다. 갑작스런 경보 때문에 입 주변의 근육이 딱딱하게 굳은 것이었다.
‘디 츠바이트봄베’와 ‘다스 드린젠더 에라이크니스’는 똑같은 뜻이다. 다만 후자는 전자의 뜻이고 전자는 후자를 위한 함축된 암호. 어느 쪽을 택하든 자유지만, 대개 암호를 선택할 때가 좀 더 심각하다고 암묵적으로 인지됐다. 비록 후자가 발동됐다 해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심장을 한 순간에 잃을 수 있는 아주 긴박한 상황이니 말이다.
“보스는?”
“저건 가짜다.”
길드원들이 동요했다. 가짜. 언제 또 보스가 사라지고 가짜가 앞에서 당당하게 자리를 지켰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더 황당한 건 이 다음 순간이었다. 그들을 중심으로 반경 100m, 200m…… 500m이내에 있는 얼음 수정에 가까운 것부터 도미노처럼 차례대로 진짜 보스의 모습이 보였다. 수정의 평평한 면은 마치 모니터처럼 선명하게 보스의 현재 모습을 비췄다.
“우리들?”
“당연히 가짜지.”
“보스께서 위험하시잖아.”
“조용!”
제각기 웅성거리던 소리가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밀리엄은 진격 부대 10인을 한 번 둘러본 다음에 회색 눈을 가진 가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평범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다가 오싹하리만치 길게 입 꼬리를 양 옆으로 당기며 씨익 웃었다. 엘프의 미소가 빛 아래에선 아름다우나 어둠 아래에선 추하다더니, 빛 속에서 괴기를 연출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공식을 성립시켰다. 그러나 가짜는 눈썹 하나 까딱 않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와 마주볼 뿐이었다. 그저 인형처럼 가만히 있었다.
“우리 보스는 말이야…… 신님도 두려워하는 천재야. 가짜를 못 알아볼 가능성은 정확하게 제로다. 0%라고. 크크크크. 지금 위험에 처한 쪽은 시답잖은 환각에 빠진 우리. 하지만 가장 위험한 건 밀리엄 브롤의 더러운 본성을 익었나 안 익었나 쿡쿡 찔러댄 네 놈이다.”
밀리엄의 살기가 기세등등하게 사방으로 퍼졌다. 그리고 살기가 뚫은 공간을 따라 그의 연옥빛 마기가 젖은 도화지에 물감 퍼지듯이 퍼졌다. 그 속도는 과감하게 빨랐다. 결국 마기가 살기보다 먼저 하늘에 닿고 더 멀리 퍼졌다.
“여기에선 마법을 쓸 수 없잖아.”
“캡틴, 지금 엄청 무리하는 거야.”
오랜만에 겪는 제 3천왕의 진짜 힘이었다. 길드원들은 몸을 움츠리며 두려워했다. 동시에 걱정했다. 아무리 하이 엘프가 엘프 중에서 가장 강한 축에 속한다지만 태초의 땅에서는 누구나 저항력이 약해진다. 육체가 부서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달할지도 모른다.
“우린 네 놈한테 볼 일이 없단다. 주제도 모르고 이 몸한테 덤빈 죗값을 받아 내주마. 덜 떨어진 글라셰 순종아.”
눈가에 핏줄이 불룩하게 솟아올랐다. 입 끝이 귀에 닿을 것 같았다. 송곳니가 추하게 드러났다. 그 누가 지금의 밀리엄을 보고 고귀한 하이 엘프라고 부를 수 있으랴. 차라리 드래곤이 됐으면 좋았을 것을 엘프인 채 폭주하니, 그 몰골이 흉측하구나. 그대는 본능에 따라 키메라로서 충실하게 제 몫을 해낸다지만, 타인이 보는 그대는 그저 한낱 광인에 불과하나니.
“자, 피의 카니발을 열자구.”
[콰직, 콰직, 콰지직, 콰직]
[챙챙챙챙!]
밀리엄의 마기를 직접 접한 얼음 수정에 잔금과 깊은 금이 차례차례 생기더니 오래 못 가서 전부 박살났다. 그리고 수정이 있던 자리에 여지없이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하늘과 대기와 지상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그 혈향이 공중을 가득 메웠다. 그의 말대로 피의 카니발이었다.
“널 죽이겠다.”
“크크크크. 할 수 있으면 해 봐.”
회색 눈을 가진 가짜가 밀리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가짜는 그에게 가까이 갈 수 조차 없었다. 본래 서있던 자리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0.1초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캡…틴…….”
사이킥 엘프는 온 몸에 전율을 느꼈다. 쿼터 엘프 역시 오묘한 쾌감을 느꼈다. 피를 보고 싶어 하는 자들의, 피를 손에 묻히고 싶은 자들이 대리만족을 느꼈다.
엘프. 아름다울 때는 한없이 아름답지만 잔혹할 때는 그 어떤 종족보다도 잔혹하다. 악마도 치를 떨 만큼 잔인하고 과감하다. 마족보다도 더 피를 갈망하고 갈구한다. 한 때 살육에 빠졌던 엘프는 다시 살인귀로 돌아갈 가능성이 무던히 높다. 정확하게는, 한 번 피에 미치고 나면 원래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
0.1초 만에 가짜에게 바짝 붙은 밀리엄은 글릭폰을 딱 한 번 휘둘렀다. 가로로 넓게. 가짜의 허리가 짚단 잘리듯이 댕강 잘려나갔다. 그는 칼날에 묻은 피를 보며 까득까득 웃었다. 죽인 글라셰의 피보다는 주변에 뿜어져 내리는 피에 절어있었다.
“이거, 이거. 보스한테 걸리면 큰일인데.”
밀리엄의 살기와 마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11명을 가두던 환각도 사라졌다. 그 말인 즉, 붉은 피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얼음 수정 역시 온전한 모습으로 솟아 있다는 뜻이다. 결정적인 건, 진짜 보스가 흰 토끼를 안고서 그들을 기다리는 모습이 밀리엄의 바로 앞에 보인다는 것이다. 회색 눈의 토끼와 블랙-레드 오드아이의 보스가 한 자리에 가만히 서서 선발대를 보고 있었다.
“너무 과했어.”
“아……. 보스. 바로 여기 있었네.”
글릭폰의 주인은 제대로 원래대로 돌아갔다. 빙그레 웃으며 검을 집어넣고 빙글빙글 웃으며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보스. 그 토끼는 뭐야?”
“도망치면서 말하지 마라.”
“헤헤.”
그는 보스가 멋대로 트랜스 상태가 된 것을 탓할까봐 잔뜩 가슴 졸였다. 하지만 혼낼 것 같지 않자 곧바로 마음을 놓았다.
“글라셰 순종이야. 강한 환각 능력을 가진 마족인데 성격은 온순해. 우리를 줄곧 따라왔대.”
쿼터 엘프가 발견한 수상한 생물체가 시아의 두 팔 안에 안겨 있는 흰 토끼였다. 겨우 두 주먹 크기 만한 아주 작은 새끼 토끼가 아까와 같은 세밀한 환각을 만들어서 선발대를 농락했다. 호기심 때문에 그들을 따라다니다가 쿼터 엘프에게 지적당하자 당황해서 저도 모르게 힘을 사용한 것이지만 의외로 재밌는 결과를 일궈냈다.
시아는 환각에 당하지 않고 토끼랑 나란히 11인의 쇼를 구경했다. 밀리엄이 무리하면서 마력을 발산한 건 예상 외였다. 그래도 간만에 그의 트랜스 상태를 볼 수 있었으니까 지루하지 않았다. 그녀는 토끼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고맙단 표현을 대신 했다.
“토끼로 모습을 바꾼 거야, 아니면 진짜 토끼야?”
“원래 토끼야. 이래봬도 실력은 블러드 셰이드 수준이야. 글라셰는 정말 재미있는 종족이지 않아? 하급 마조그이 모습에 상급 마족의 실력이라니 별난 조합이잖아.”
회색 눈의 느끼는 시아의 손에 볼을 비볐다. 금방 그녀를 잘 따르고 호의를 보였다. 시아는 검지로 토끼의 털이 복실하고 통통한 볼을 슬슬 문질렀다. 그러기엔 그녀의 눈은 무덤덤했다. 사랑스럽다는 듯이 보는 눈이 아니라 그저 물건을 쳐다보는 눈이었다.
“보스는 어떻게 환각에 걸리지 않으신 겁니까?”
낭인족이 시아의 안전을 살피면서 물었다.
“간단해. 정신계 종족은 자신보다 실력이 낮은 자의 공격에는 자동적으로 저항력이 발생해. 쉽게 말하면 자동 방어능력이지. 웬만해서는 기습에 당하지 않아. 덕분에 편해.”
“그래서 후작급 이상 악마, 3계급 이상 상위 천사, 상급 이상 정령은 유사 신족에 포함해야 하느니 마느니 하는 언쟁도 있거든.”
밀리엄이 부가 설명을 했다. 그가 이 사소한 정보를 아는 데에는 그마한 사정이 있었다. 아직 키메라가 된지 얼마 안 됐을 때 엘더의 제자 신분으로 살고 있을 당시, 전 바르베리트 후작에게 대들었다가 74전 74패했다. 그 중 56번이 밀리엄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됐다. 단 한 번도 기습이 먹혀들지 않았다. 타고난 자동 방어능력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그 능력이 적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성가신 능력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으…….”
신음 소리가 아주 작게 주변에 울렸다. 토끼는 시아의 팔 안에서 그녀의 온기를 감상하다가 두 귀를 쫑긋 세우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더니 털을 빳빳하게 세웠다. 길게 계속되는 낮은 신음 소리를 잔뜩 경계했다.
“괜찮아. 널 괴롭히려는 게 아니야.”
시아는 토끼의 등을 쓰다듬었다. 곧추 선 털이 차차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여기서는 조용할 새가 없겠습니다. 계속 태클을 걸어오지 않습니까.”
“우리가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드나 봐요.”
길드원 전원도 주변을 둘러봤다. 딱히 보이는 생명체는 없었다. 하지만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냅둬. 동요하면 재미 붙어서 더 한다.”
길드 가디안스의 보스는 새로 생긴 길동무를 데리고 다시 남쪽으로 걸어갔다. 길드원들은 서로서로 두리번거리다가 뒤늦게 그녀를 쫓아갔다. 밀리엄은 가느다란 한숨을 길게 쉰 다음에 무리의 맨 뒤에서 따라갔다. 신음 소리가 그들을 쫓듯이 같은 높낮이에 같은 투로 일정하게 들렸다. 신경을 까득까득 갉아 먹을 런지, 몇 십 분을 계속 하다가 겨우 멈췄다.
“흐응-. 외부인이 그렇게나 싫은가?”
<평화를 깨트리니까.>
희고 작은 토끼가 텔레파시를 사용했다. 어린 여아의 목소리였다. 멜로즈보다 더 깜찍했지만 발음은 한 자 한 자 분명했다. 말투만 어린 아이 같을 뿐이지 언어 사용법 자체는 성인 수준인 듯했다.
“확실히 어디서든 외부인을 달갑게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지. 바깥을 받아들이는 데엔 용기가 필요한 법이니까.”
<하지만 상냥하다면 언제든 누구든 환영이야.>
“우린 상냥하지 않으니까 환영받지 못하겠네.”
<적어도 난 최소한 너를 환영해.>
“고맙다고 하기엔 우울한 표현이야.”
<그러면 저들도 환영해.>
토끼의 텔레파시는 시아에게만 전달되기 때문에 뒤에 있는 길드원들의 눈에는 시아 혼자 중얼거리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얼음 수정과 흰 눈이 전부인 땅 위를 걸으며 길드 가디안스의 선발대 안에서는 시아의 목소리만 작게 퍼질 뿐이었다. 잡담을 하는 이도 장난을 치는 이도 없었다. 단도를 들고 혼자서 손장난을 하는 이 정도는 있었다. 조용한 행군 속에서 시아와 토끼의 묘한 대화가 계속됐다.
“글라셰는 얼음의 대지 밖으로 나가면 죽어?”
<무스펠이 불의 대지 밖에서 죽는 거 봤어?>
“글라셰하고 무스펠이 태초의 땅 밖에서 맞붙으면 누가 이겨?”
<천사랑 악마가 붙으면 누가 이기는지 알아?>
시아는 토끼의 돌려 말하기가 마음에 들었다. 글라셰 순종이나 글라셰가 될 수 있는 키메라를 태초의 땅 밖으로 빼나도 전혀 지장이 없고, 무스펠에 대항할 수 있는 글라셰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목표물에 성큼 접근한 기분이었다.
“태초의 땅에도 키메라가 살아?”
<물론이지. 대지가 사랑하는 키메라는 대지의 보호를 받을 수 있어.>
“한 쪽이 글라셰인 경우군.”
<맞아. 오리지널이든 플러스든 글라셰가 될 수 있으면 대지는 누구든 사랑해.>
회색 눈의 토끼는 시아의 부드러운 살갗에 볼을 비볐다. 모습은 토끼지만 형태상 종족이 마족이라서 악마의 품 안에서도 편한 마음으로 어리광을 부렸다. 긴 귀를 다듬기도 하고 배와 옆구리의 털을 고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시아의 체온을 느끼며 보냈다. 볼을 슬슬슬 비비다가 이마를 콩 찧어 보기도 했다.
“내가 이 땅의 생명을 하나 데리고 나간다면 대지가 화낼까?”
<그 생명이 나가겠다고 하면 대지는 말리지 않아.>
“난 키메라를 한 명 찾으러 왔어. 그 자가 꼭 필요해.”
<야-. 오늘은 무슨 날인가? 여기에서 키메라를 찾는 자가 오늘로만 벌써 두 명 째야. 없던 일이거든.>
토끼는 회색 눈을 빙글빙글 굴렸다. 그러더니 긴 수정 위로 텔레포트 했다.
시아는 토끼와 마주보며 섰다. 토끼가 불신 가득한 눈으로 불쾌하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시아는 그저 무뚝뚝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을 따름이었다. 토끼가 네 발을 의지하고 있는 수정에서 검푸른 빛이 나고 수십 개의 손이 뻗어나왔다.
“보스!”
“저 쬐끄만 놈이.”
“기다려. 보스가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도 움직여서 안 돼.”
밀리엄이 무턱대고 앞으로 나가는 낭인족가 사이킥 엘프의 상의를 확 잡아끌었다. 두 길드원은 캡틴에게 항의하지 않았다.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무거운 기운을 뿜는 터라 항의하지 못했다. 대신 불만 가득한 얼굴로 점점 흰 팔에 휘감겨가는 보스를 주목했다. 수상한 상황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 보스를 보고 있자니 심장이 벌렁벌렁 거렸다.
회색 눈을 가늘게 뜬 흰 토끼는 시아를 빤히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귀엽게 방긋 웃더니 시아의 머리 위로 깡충 뛰어내렸다. 지윽러운 수십 개의 팔이 승화되어 사라진 건 그 다음이었다. 수정을 휘감던 검푸른 빛도 사라졌다.
“재미없는 장난이었어.”
시아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토끼를 잡았다. 그런데 토끼는 쑥 빠져나왔다. 그녀의 손 위에서 제자리 돌기를 하더니 땅 위로 가볍게 뛰어내렸다. 앞발이 먼저 지면에 닿고, 뒷발이 뒤이어 닿자마자 모습이 변했다.
5살짜리 여자아이였다. 피부는 뽀얗고 눈동자는 여전히 회색이었다. 양 갈래로 높게 묶은 흰 머리칼은 축 쳐진 토끼 귀 같았다. 진짜 귀는 귀 끝이 뾰족하고, 두 송곳니가 살짝 입술 밖으로 삐져나왔다. 마족의 모습이었다. 은회색 드레스는 넓은 치마폭이 살랑거릴 때마다 반짝거렸다.
“이안이 괴롭힌 천사는 곧바로 도망쳤는데 넌 도망치지 않았어. 정말 키메라가 필요하구나.”
“천사……. 세라핌?”
“응. 세라핌도 키메라를 원했어. 그런데 죽을 만큼 필요하지는 않았나봐.”
시아는 씨익 웃었다. 얼음의 대지에 들어와서 본 세라핌이 키메라를 찾는다. 혼혈과 혼종-키메라-을 인정하지 않는 가장 보수적인 종족인 태초의 땅에서 키메라를 찾는 건 긴급 속보로 보도할 만한 사건이었다. 그것도 천사 제 1계급 세라핌이 직접 찾는 중이다. 구미가 확 당기는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내 이름은 마야라임 라도이바이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아.”
“너무 길잖아. 메이나 마야라고 부르겠지.”
“그래. 다들 메이라고 불러. 네 이름은?”
“인간일 때는 진 시아. 악마일 때는 시아 바르베리트-진.”
“시아? 시아. 내 이름보다 더 귀여운 이름이야.”
마야라임 라도이바이스라는 토끼 꼬마는 앙증맞은 두 손으로 시아의 오른 손을 꼬옥 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자신의 볼로 끌어당겼다. 토끼였을 때처럼 그녀의 손에 볼을 비비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내기 사아를 모우한테 데려다줄게.”
“모우가 누군데?”
“몰 코톤. 내가 아는 키메라 중에서 제일 강해. 그리고 제일 특이해. 살라만더-글라셰 키메라거든. 불과 얼음. 멋지지?”
메이는 꺅-꺅- 거리면서 자랑스럽게 말했지만 그녀의 말은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보스와 캡틴, 진격 부대 전원 모두 입이 떡 벌어졌다. 극과 극의 성향을 가진 키메라가 있긴 하지만, 순수 정령은 물질계의 종족을 골라 키메라가 되지 정 반대 성향의 종족을 고르지 않는 것이 보통이자 상식이었다. 천사-악마, 악마-천사 키메라(이런 키메라는 역사상 1개체뿐이다)만큼 별난 조합이었다. 펜타곤 중 플루가 진행 중인 무스펠 실험에 대항하기 위해 글라셰 키메라를 찾고 있는 그들에게 살라만더-글라셰는 그저 반가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조합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불과 얼음이 같이 있으면 힘들지 않을까?”
“시아는 키메라라서 힘들어?”
“물론 아니지만……. 그래도 은근히 다른 종족이 한 몸에 있으면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
시아는 오리지널 상태에서도 플러스의 오드아이를 끌어낼 수 있다. 파혼검도-제약이 있긴 하나- 쓸 수 있다. 그래서 성향이 다르면 다른 만큼 부담이 가중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질계와 정신계의 조합 정도야 흔한 일이고, 정신계라 해도 대개 임시 육체가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부담이 적다. 그래서 키메라의 눈에도 상반되는 종족이 섞인 키메라를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모우는 강해. 지쳤거나 힘들어 한다거나, 모우한테는 없어.”
글라셰 순종 메이는 친구 키메라 모우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시아는 제 허리까지도 키가 닿지 않는 꼬마 아가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토끼였을 때 등을 쓰다듬는 것과 느낌이 비슷했다.
“메이 양. 그 모우라는 친구는 우리 동료가 돼 달라고 하면 돼 줄까?”
밀리엄이 한쪽 무릎을 꿇고 반대쪽 무릎을 세우는 식으로 앉았다. 메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메이는 밀리엄이 갑자기 접근한 것도 아닌데 깜짝 놀라면서 시아에게 찰싹 붙었다. 진짜 토끼의 습성을 그대로 가진 듯했다. 밀리엄을 조심조심 살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우는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했어. 계약 정령 같은 족쇄에 묶인 준재는 강해질 수 없대. 그래서 일부러 여기에 와서 키메라가 됐어. 아마…… 두 달 반? 가장 최근에 키메라가 된 우리의 새 식구야.”
“두 달 반이면 정말 최근이네. 보스. 얼마 각성 못 했겠는걸?”
밀리엄은 아깝다는 표정을 했다. 시아가 곰곰이 생각하는데 메이가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어디까지 각성하길 바라는데? 많이 해야 해?”
“적어도 체인급은 됐으면 하는데.”
“뭐야. 그럼 됐잖아. 모우는 강하다니까. 결박 깼어.”
“결박까지? 벌써?”
“응. 딱 결박까지.”
메이에게 소개받은 키메라는 정확하게 체인급까지 각성한 상태였다. 이런 복덩어리를 냉큼 챙겨야하지 않겠는가. 길드 가디안스의 12인 전부 눈에 불이 켜졌다. 글라셰가 포함된 키메라에 체인급. 완벽한 조건에다가 덤으로 오리지널이 정령이다. 누구보다도 시아가 제일 영입 욕구가 부글부글 끓었다.
시아는 마구 뛰는 가슴을 진정시킨 다음에 메이의 어깨에 두 손을 얹었다.
“메이. 그 키메라에게 지금 데려다줄 수 있어?”
“응. 내가 데려다 준다고 했잖아.”
메이는 자신의 어깨에 얹힌 시아의 손에 볼을 비볐다.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가보다.
“캡틴. 우리 이거 운이 좋은데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잖아.”
“아까 그게 ‘고생’에 해당합니까?”
“나름이지.”
밀리엄은 쿼터 엘프의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슬그머니 외면했다. 그들과 가까이 있던 낭인족과 인간 여성이 소리 죽여 웃었다.
[휘이익]
갑자기 찬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짧은 바람 다음에 그들의 시야에 변화가 생겼다. 메이의 옆에 은백색 털을 가진 늑대가 위풍당당하게 있었던 것이다.
“이안.”
메이가 늑대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세라핌을 쫓아낸 글라셰가 바로 그 늑대였다. 이안은 머리를 흔들어 메이를 떨어트렸다. 메이가 왜 그러냐고 묻기도 전에 그녀의 손을 팔꿈치까지 덥썩 물었다.
“이봐, 무슨 짓이야.”
“이러면 못 써.”
[딱!]
시아가 늑대의 목덜미를 쥐기 전에, 메이가 자유로운 손으로 늑대의 이마에 땅콩을 날렸다. 심하게 아픈가보다. 늑대는 곧바로 입을 열어 그녀의 팔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두세 번 흔들었다.
“이안은 애정 표현이 너무 지나쳐서 탈이야.”
가디안스 일행은 ‘그게 애정표현이야?’라는 표정이었다. 메이는 주변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늑대에게 다가가 이마를 살살 쓰다듬었다. 이안은 눈이 소복히 쌓인 땅 위에 엎드리고 두 눈을 감았다. 메이는 그의 등을 좀 쓸어준 다음에 다시 시아에게 바짝 붙었다.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토끼가 늑대를 길들이다니. 전대미문이야.”
시아는 피식 웃고 말았다.
“하지만 이안은 나보다 80살이나 어린걸.”
“……. 네 나이가……. 별로 알고 싶지 않다.”
“나도 별로 가르쳐주고 싶지 않아. 최소한 이안이 시아보다 나이가 많을 거야.”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외모와 나이도 역시 연관성이 없는 법이다. 원래 이런 세상이기 때문에 시아는 메이의 나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시아도 ‘악마’가 가진 특성 때문에 조만간 성장과 노화가 500배 이상 늦어질 것이다. 그러니 타인의 나이와 외모를 비교하는 실례는 안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안은 시아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이안은 내 앞에서는 얌전하거든.”
은백색의 늑대는 메이의 말을 의식하는 듯이 왼쪽 눈을 슬며시 떴다가 다시 감았다. 메이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생긴 것도 다르고 능력도 제각각이지면 글라셰는 전부 얼음의 대지에서 태어난 한 형제다. 개체수가 파악되지 않지만 그들 모두가 강한 연대감을 기초로 끈끈하게 얽혀있다는 건 무스펠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무스펠의 단체 행동력은 철저한 조직을 연상케 할 만큼 뛰어나다. 특별히 대형이나 동선을 짜지 않아도, 유능한 리더와 충실한 대원이 잘 짜인 작전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체계적으로 행동한다. 글라셰는 그들처럼 군대식의 딱딱한 움직임을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결력은 그들 못지않게 훌륭하다.
“혹시 몰 코톤은 우리를 괴롭힐까?”
“모우라면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해.”
조그만 토끼 아가씨지만 가디안스에게는 얼음의 대지에서 깨난 영향력 있는 대인(大人)으로 보였다. 이런 걸 두고 ‘시작이 좋다’고 하는 것이다.
늑대는 네 다리를 피며 일어나더니 기지개를 켰다. 온 몸을 부르르 턴 다음에 주둥이로 메이의 등을 가볍게 한 번 쳤다. 메이는 이안의 목을 꼭 끌어안은 다음에 깡충 뛰어서 그의 등에 올라탔다.
“모우한테 가려고?”
“시아가 모우를 데려가고 싶대.”
“아까는 천사더니 이번에는 악마야?”
시아는 이안의 눈을 바로 읽었다. 탐탁지 않은 시선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불쾌해하지 않았다. 그 눈 때문에 위축되지도 않았다. 속을 알 수 없는 무표정의 극치로 그와 마주봤다. 둘 다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
“보-스-. 의미 없는 눈싸움은 하지 말라고. 보스가 싸워야할 상대는 이쪽이 아니라고 보는데?”
밀리엄이 오른손으로 시아의 두 눈을 가렸다. 마침 메이도 두 손으로 이안의 눈을 가렸다.
“이안도 알잖아. 시아는 그냥 악마가 아니야.”
“그래. 모우랑 같은 키메라잖아.”
“바보 천사하고는 전혀 달라.”
“정말 모우를 밖으로 내보낼 생각이야?”
“그건 모우가 결정해야지.”
메이는 두 팔을 이안의 머리 위에 얹고 턱도 가만히 올리며 편하게 엎드렸다. 이안은 두 귀를 꿈틀 거리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누이나 마찬가지인 메이를 거역할 수 없었다.
“모우는 필츠랑 같이 있어.”
“공부 중이구나. 시아도 한 번 필츠한테 검을 배울래?”
얼음의 대지에서 나가본 적 없는 토끼 아가씨는 진 시아에 대해 사소한 소문이라도 들은 바가 없을 것이다. 바르베리트라는 성을 들어도 악마의 성이라고만 생각하고 그것이 대단한 가문이라는 건 전혀 모르는 듯했다. 그러니 검술과 마법은 고수급인 바르베리트-진 후작을 전혀 알아볼 리 없었다.
길드 가디안스의 선발대는 가만히 웃을 뿐이었다. 파혼검은 제 몸의 일부처럼 다루고, 검의 대가라 불렸던 전 바르베리트 후작에게 수제자로 인정받은 보스다. 필츠란 자가 어느 정도의 실력자인지는 몰라도 가디안스의 보스에게 수업을 권하는 건 우스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혹은 그녀에게 접근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누구도 메이의 권유를 거절하지 않았다.
“몰 코톤이 강하다더니 필츠란 자는 더 강한 가봐?”
“음. 모우는 마법이나 격투기 밖에 할 줄 모르거든. 그래서 필츠한테 검술을 배우는 거야. 뭐, 마법만으로 맞붙으면 필츠가 이기긴 할 거야. 괜히 나이만 먹은 게 아니라면 말이지.”
“마법만으로 시합하면 메이와 필츠 중 누가 이겨?”
“당연히 메이야. 메이의 견고한 마법은 쉽게 깰 수 없어.”
시아가 살짝 떠 봤는데 이안이 발끈하면서 나섰다. 글라셰의 상징인 회색 눈동자가 얼음 수정에 빛이 반사되듯이 반짝 거렸다. 메이는 스스로도 자신이 더 강하다고 알기 때문에 이안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냥 마법이 아니라 견고한 마법이라는 건가?”
시아는 혼잣말 하듯이 작게 중얼거렸다. 마야라임이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하여 환술을 사용했을 때를 떠올렸다. 임기응변으로 만들었지만 이안의 말처럼 견고했다. 시아를 잘 아는 밀리엄이 허점을 발견하긴 했지만, 그걸 제외하면 확실히 완성도가 높았다. 실제 몸집에 비해 그릇이 큰 귀재였다.
“캡틴. 주변이 술렁거려요. 수정에서 수상한 파동이 나오는 것 같아요.”
“아. 분위기가 좋지 않아.”
쿼터 엘프와 밀리엄이 속닥거렸다. 청각이 발달한 메이가 피식 웃었다.
“외부인이 들어와서 그래. 아까 그 천사가 다시 온 거야. 이안한테 혼나놓고서도 포기 안 하다니, 근성이 좋다고 칭찬해야 하나?”
세라핌의 재방문을 극도로 불쾌해 하고 있는 것을 그녀의 말투에서 바로 알 수 있었다. 생글생글 웃는 낯을 버리지 않으면서 불만의 오라를 옅게 풍겼다. 이안은 그녀의 기분과 수정의 파동에 맞춰 으르렁거렸다. 소리는 작지만 세라핌을 물어뜯을 기세가 가득 들어있었다.
“귀찮으면 내가 대신 할까?”
“에에? 시아가? 시아는 내 손님이잖아.”
“메이가 나한테 몰을 소개시켜준다는데 나만 선의를 받을 수는 없지.”
“그럴 필요 없어. 난 시아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아.”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래.”
토끼 아가씨는 시아 같은 외부인은 처음이었다. 글라셰에게 보답하는 외부인은 그녀가 태어난 이래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위협하거나 화를 내는 둥 불손한 자들 밖에 없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늑대 이안도 적잖이 놀랐다. 외부인이 얼음의 대지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또 다른 외부인을 내쫓는 건 전대미문이었다.
“역시 우리 보스야.”
“악마와 천사의 대결을 보는 겁니까? 보스, 잘 부탁드립니다.”
시아를 도와주겠다고 하는 길드원은 없었다. 전부 그녀의 싸움을, 무려 세라핌을 상대할 후작급 악마의 실력을 똑똑히 보고 싶었다. 재밌는 일거리가 생기면 최전방으로 나가고픈 것이 진격 부대의 기초 심리건만 진귀한 구경거리에 대해서는 절대 개입하지 않았다. 어차피 상대는 한 명. 시아가 그들의 참전을 거부할 게 뻔했다. 한 발 물러나서 쉽게 볼 수 없는 볼거리를 즐기는 편이 여러모로 좋을 것이다.
“메이. 어떻게 할 거야?”
“음……. 시아에게 맡겨볼까?”
“메이가 좋을 대로 해.”
이 땅의 주민이 허락했다. 길드 가디안스의 보스는 두 손을 허리에 대고 슬그머니 미소를 뗬다. 그녀는 가만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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