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소설(Original)/Mutation-Kimera(리메이크)

Mutation - Kimera : 제 5각성 ①

★은하수★ 2009. 11. 18. 12:49

제 5각성

 

길드 가디안스의 아지트는 보스의 귀환 소식 때문에 오랜만에 시끄러워졌다. 멜로즈는 시아의 허락이 없으면 아지트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대문에 가까이 붙어 밖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입단 직후 단독 임무를 맡았던 크림슨 카마엘도 잔뜩 긴장하며 보스와 같은 부대 소속의 동료들을 기다렸다.

제 2천왕 류 민은 언제나 철저하기 때문에 따로 부산떨거나 초조해하지 않았다. 평소보다 한 번 더 보스의 집무실을 둘러보고, 좀 더 세밀하게 정리하고, 길드 전체의 설비 상태 및 길드원들의 분위기를 약간만 더 살필 뿐이었다.

임무를 연속으로 마치고 잠깐 쉬고 있던 강 지원과 박 세나도 스승 디레스 엑서스엘과 함께 중앙 로비에서 보스를 맞을 준비를 했다. 환영식 같은 것을 하는 게 아니다. 그저 옷을 단정하게 입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여 보스가 나타난 순간 환한 얼굴로 인사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일이 있든 없든 모두 로비로 속속 모여들었다.

일주일 하고도 사흘. 그러니까 열흘 동안의 부재였다. 시아 일행은 얼음의 대지의 도움으로, 필츠의 구역에서 얼음의 대지 밖까지 게이트로 한 번에 이동했다. 그 후 워프를 이용하여 아지트로 곧장 오려고 했으나, 수룡왕의 ‘드랭겐(drängen : 워프하는 자를 중간에 가로채는 마법. 엄청난 고위 마법이4다.)’에 걸려 살짝 귀환이 늦어졌다. 아주 잠깐 수룡왕을 상대하면 될 것을 쓸데없이 하루를 소비했다.

[지잉-]

아지트의 대문 앞에 거대한 워프용 마법진이 나타났다. 곧이어 시아와 밀리엄 및 진격 부대 10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살라만더-글라셰 키메라와 글라셰 순종을 추가하자.

“보스-.”

멜로즈가 시아에게 달려갔다. 시아는 멜로즈의 키에 맞춰 미리 무릎을 굽혀 앉아서는, 달려오는 소녀를 품안에 받아 꼭 안아줬다. 멜로즈는 시아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다가 고개를 빼꼼 들었다. 방글방글 웃는 얼굴이, 얼마나 시아를 좋아하는지 알기 쉬었다.

“말썽 안 부리고 잘 지냈어?”

“응. 내가 언제 말썽 부린 적 있어?”

“하긴. 멜로즈만큼 착한 아이도 드물지.”

시아는 자신의 볼을 멜로즈의 볼에 대고 어린 아이를 귀여워하듯이 슬슬 비볐다. 단순하게 숫자로만 보면 멜로즈가 한참 연상이지만 인간의 나이로 환산하면 6, 7세 꼬마기 때문에, 시아는 맘껏 멜로즈를 귀여워했고 멜로즈는 맘껏 어리광을 부렸다. 가루다 일족을 책임질 유일한 왕위계승자로서 의젓하게 크는 건 그 나름 문제고, 친한 사이끼리 정을 확인하는 건 그 나름 일인 것이다.

“아침마다 꼬박꼬박 날개 다듬었어?”

“응.”

멜로즈는 아름다운 한 쌍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깃털이 가지런하고 윤기가 흘렀다.

“이 길드는 정말 대단합니다. 가루다 순종까지 있는 겁니까?”

몰 코톤이 진격 부대의 맨 뒤에서 시아와 멜로즈의 모습을 훔쳐봤다. 그의 눈에도 확실하게 보였다. 멜로즈가 평범한 가루다(지상계)가 아니라 천상계 유사 신족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가루다라면 그 괴물 새였나?”

“으응. 금수계 최고의 종족이자 천상계 유사 신족에서도 봉인된 종족을 빼면 최강이라고 불려.”

몰은 쿵쿵쿵쿵 뛰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멜로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얼음의 대지에서만 살던 이안은 가장 지식이 적기 때문에 멜로즈를 그저 어린 아이로만 생각했다. 날개를 가진 인간의 모습이니 가루다를 직접 보고 있다는 실감을 못 느끼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보스.”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어.”

“어서 오세요.”

제 1천왕부터 제 4천왕까지 사천왕 세 명이 나란히 앞으로 나왔다. 제 3천왕은 시아의 뒤에서 겨우 웃음을 참았다. 그들이 일제히 짜 맞춘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왜 그런지 몰라도 재밌어 보였다.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럽지 않았지만 일부러 사천왕이 주루룩 나오는 모양새가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았다.

“멜로즈, 이리 와. 어리광은 좀 있다 부려도 괜찮아.”

크리세이스가 멜로즈에게 손짓했다. 멜로즈는 병아리 같은 종종 걸음으로 그녀의 보호자에게 다가가 착 달라붙었다. 크리세이스는 시아에게 자주 잔소리를 듣지만 갓블러드로서 다른 종족은 흉내 내지 못하는 감화력을 지녔다. 그 힘으로 멜로즈를 어르고 달랠 수 있었다. 물론 이 둘이 서로 모자란 부분을 보충하는 사이라는 건 유명하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그리고 새로운 얼굴이 두 명씩이나. 안 그래도 보스께서 안 계신 사이에 체인급 15명을 새로 영입했어요.”

“이제 소수 정예는 그만 고집하고 확장할 때인가?”

안 그래도 무리 사이에 드문드문 보이는 낯선 얼굴이 무엇인가 했는데 전부 사천왕이 인정한 새 길드원이었다. 종족별로 다양하게 15명 전원이 키메라였다. 키메라는 키메라를 알아보나니, 확실히 체인급이었다. 길드 내에서 가장 믿는 인재들이 철저하게 엄선한 새 길드원이니만큼 쓸모 있어 보이는 녀석들뿐이었다. 그녀가 따로 테스트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잘 됐네. 몰, 이안. 다른 초짜들도 있으니까 기죽지 말라고. 너네는 저 녀석들이 가지지 못한 ‘희귀성’이라는 무기가 있잖아.”

[꽉]

“캡틴. 애들을 대놓고 구경거리로 만들 셈이에요?”

인간-쿼터 엘프 키메라가 밀리엄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진격 부대 전원이 자유롭게 그들의 캡틴과 허물없이 지내지만, 캡틴을 저지하고 캡틴답게 이끌어주는 건 인간-쿼터 엘프뿐이었다. 본디 밀리엄에게 비서가 없지만(사천왕 중에서 정식 비서가 있는 건 크리세이스 밖에 없다.) 인간-쿼터 엘프 키메라가 비서에 가까운 역할을 했다. 아니, 교육관이려나?

“그런데, 보스. 한 분은 키메라인데 한 분은 순종이네요.”

민의 당연한 지적에 시아는 방긋 웃으면서 얼음의 대지에서 데려온 새 식구를 소개했다. 천천히 뒤로 걷다가 몰과 이안의 사이에 멈춰 서더니 두 명의 등을 죽 밀며 다시 앞으로 나갔다.

“응. 몰 코톤, 이 아이가 살라만더-글라셰 키메라고, 이안, 이 아이가 글라셰 순종이야.”

모두들 경악했다. 살라만더-글라셰 키메라, 그리고 글라셰 순종. 아주 기묘한 종족 조합과 얼음의 대지에서 밖에 볼 수 없다는 민담 속 미확인 생명체. 실제로 보고 있으면서도 존재를 믿기 힘들었다.

“보스. 방금 술이 확 깨는 이야기를 들었어.”

화타가 머리 위에 원숭이를 태우고서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에 절대 취기를 드러내지 않는 그가 코끝이 불그스레했다. 디레스가 급히 커다란 손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가렸다. 술친구 지원이 특수전투 부대 임무 때문에 바쁘고 지친 바람에 대신 화타를 데리고 밤새도록 술상을 벌인 것이다. 그 모습이 눈에 선했다.

“아, 뭐. 디레스, 있다가 집무실에서 보자.”

“아…… 응.”

디레스가 슬그머니 시아의 시선을 피했다. 그 사이 화타가 디레스의 손을 내렸다.

“술만 빼면 나무랄 데 없는 위인인데 말이지. 보스, 참 흥미로운 친구들이야. 이 친구들 이야기랑 대지 이야기 좀 자세하게 해줬으면 하는데?”

“일단 쌓인 일을 후딱 해치우고 나서. 너도 나한테 보고할 게 있잖아.”

“그쪽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해. 새로운 독이 그저께 나타났거든. 요즘 골치야.”

“집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서류가 첩첩산중을 이루는 거 아니야?”

보스가 하루 이틀 자리를 비우는 것쯤이야 별 거 아니다. 수시로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주일 정도 비우면 길드 업무에 있어서도 보스의 뒷감당에 있어서도 문제가 조금씩 부푼다. 이번 일이 일주일 조금 넘게 밖에 걸리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려. 서류 업무가 제일 싫단 말이야. 자……, 다-들잘- 지냈지-?”

“Ja, Boß.”

시아의 높고 큰 목소리에 모든 길드원이 우렁차게 응답했다. 사천왕들도, 꼬마 멜로즈도,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입을 크게 벌려 목소리를 최대한으로 냈다. 그 중에 형식덕으로 대답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좋-아. 진격 부대는 들어가서 쉬고, 모로가 이안은 날 따라와. 밀리엄 넌 당연히 따라 오고.”

“오지 말래도 갈 생각이었어.”

“일일이 토 달지 마. 자, 자. 바쁜 만큼 부지런히 움직여. 해산.”

보스의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 중에 몇 명, 일부러 시아에게 눈도장이나 얼굴 도장을 찍는 이도 있었다. 사천왕과 신 가입원들은 시아의 뒤를 따랐다. 멜로즈는 잠시 크리세이스의 비서 재윤에게 맡겨졌다.

“어우, 민아. 일주일 치곤 저거 너무 많다.”

“정확하게는 9일이에요.”

“그래도 그렇지. 자리를 비우기 전에 큼지막한 사건이 두 건 정도 있었으니까 저 서류들은 불가항력인가?”

“그냥 포기하고 받아들이세요.”

시아는 책상 앞에 앉은 다음에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서, 책상 위에 있는 서류 더미를 난감하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이틀 꼬박 새야 끝날 것 같았다. 가볍게 한숨을 쉰 후, 시선을 옮겨서 문 앞에 두 줄로 나란히 서있는 신입들을 쭉 훑어봤다. 그녀가 데려온 두 명을 포함하여 모두 17명. 하나같이 알짜들이었다.

“흐음. 내가 따로 할 말은 없어. 어차피 그동안 들을 거 다 들었을 테니까. 에……, 민. 소속은 정했어?”

“당연한 일이지만 아직 특별 부대에 넣지 않았어요. 각 사천왕 밑에 배치한 것도 어느 쪽 소속이 데려왔는가에 따라 나눴을 뿐이에요. 거의 대부분 그렇게 했잖아요.”

“말은 바로 해. 거의 대부분 내가 직접 스카웃했잖아. 이렇게 각각 인재를 데려오는 경우가 드물었다고. 어쨌든, 편하게 잘 처리했어.”

몰과 이안을 포함하여 모두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했다. 시아가 중간중간 개별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 중에 ‘아르츠나이’라는 성을 가진 자가 한 명 있었다. 질버르 아르츠나이의 아들이었다. 겉모습으로도, 가끔 자주 골치를 썩이는 질버르보다 똘똘해 보이는 소년이었는데, 시아의 질문에 척척 대답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아비보다는 아들이 쓸모 있었다.

“크리세이스. 겔트(질버르의 아들)를 잘 훈련시켜 줘. 모친을 닮아서 거물이 될 거야.”

시아의 부름을 받고 온 세나가 신입들을 데리고 나갔다. 그 다음에 시아가 자신이 눈 여겨둔 소년에 대해 조용히 말을 꺼냈다.

질버르의 아내이자 겔트의 어머니, 몬트 아르츠나이는 아직 성이 바뀌지 않았을 때, ‘몬트 루베라’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어느 길드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하지만 길드 사이에서 이름이 자주 회자되는 정령술사였다. 머리가 워낙 좋아서 해박한 지식 자체도 그녀의 자랑이었다. 그녀를 시샘한 소인배의 저주 때문에 마법가 정령술을 쓸 수 업섹 됐지만 궁술이 그 공백을 메우고도 남았다. 그래도 지금은 은퇴하고서 가디안스 소유의 건물에서 한 층을 점령한 패밀리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못마땅한 질버르 대신에 겔트를 올곧게 키우기 위해서였다.

“10살이 벌써 키메라가 되고 체인급이 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죠?”

크리세이스는 멜로즈를 맡고 있다보니 어린 애들에게 민감했다. 물론, 아르츠나이 부부가 겔트를 데려왔을 때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례적이다마다. 게다가 질버르 때문에 곧잘 놀러오던 아이가 정식으로 길드원이 되니까 기분이 묘해.”

“몬트 씨가 워낙 기초를 탄탄히 잡아놔서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몬트 씨에게 부끄럽지 않게 겔트를 단련시킬 겁니다.”

제 4천왕이 오랜만에 듬직한 대사를 읊었다. 확실히 그녀의 눈이 진지했다.

“아지트 근처에 맨션을 지어놓길 잘했어. 하마터면 신입들을 홀대할 뻔했다고.”

“자기 집이 있어도 아지트에서 썩어나가는 녀석들이 있어서 그래. 뭐, 길드 규모를 키워야 할 때가 됐으니까 맨션 세 채는 더 짓자고. ……. 아, 디레스. 너 술 줄여라. 너 때문에 길드 전체에 술 금지령이 떨어지는 건 싫지?”

“보스, 그건 좀……. 명심할게.”

길드 가디안스의 술 금지령. 가디안스가 창설되고 몇 달 안 있어서 디레스와 또 다른 술고래 때문에 생긴 새로운 규율이다. 시아가 당시 화가 날 대로 났던 터라 처음부터 약 1년 동안 술 금지령을 유지했다. 또 술 금지령이 내려지면 몇 년 유지될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대로 굳어버릴 수도 있다.

“밀리엄. 넌 들어가서 쉬어. 그 말썽쟁이들을 도맡아서 상대하느라 수고했어.”

“에? 지금 회의 중이잖아.”

“일단 저 서류들 다 읽고, 여기 상황을 살펴본 다음에나 하자.”

“맞아. 굵직굵직한 일이 아직 미결이었지. 그럼 먼저 실례.”

키가 훤칠한 하이 엘프는 방긋 웃어 보인 다음에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아무리 플러스가 드래곤이라도 진격 부대 전원과 자연 환경이 생판 다른 곳에서 특별 훈련을 하는 건 힘이 부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1:1 개인 교습처럼 봐줬기 때문에 밀리엄의 몸에 쌓인 피로도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에덴 길드에서 만든 약은 화타에게 직접 들을 거고, 수룡왕의 일이야 오는 길에 내가 처리했고. 남은 건 길드 에덴의 동향, 길드 크루세이더의 동향, 그리고 무스펠 실험을 꾸미는 플루. 전부 SS급 이상 거물이군.”

시아는 하나씩 손으로 꼽아봤다. 이름만 떠올려도 골치 아픈 일 밖에 없었다. 길드 가디안스가 결성된 이유며 모여 있는 자들의 질을 따져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럴수록 그녀의 포커페이스는 단단해졌다. 그녀가 일부러 벗지 않는 이상 깨지지 않을 것이다.

“펜타곤이 움직인 일은 없었습니다. 길드 크루세이더는 최근 긴장감이 급상승하고 있는데, 보스 클러치 사마엘이 한 번 폭주한 일 때문입니다.”

크리세이스가 먼저 간단하게 보고를 시작했다. 그에 관해서는 이미 보고서를 써 올렸지만 시아가 중요하게 생각할 일이기 때문에 굳이 언급했다. 다행이 ‘굳이’ 언급한 일이 아니었다. 크리세이스가 선수 치지 않았으면 민이 말했을 것이다. 아니면 시아가 직접 특별한 일 없었냐며 물어봤을 지도 모른다.

“펜타곤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거나 페라이를 만났겠지. 덕분에 크루세이더는 당분간 큰 일을 저지르지 않겠군.”

“그건 그래. 욧 시장에서 기프테 폰 크로이추크(Gifte von Kreuzzug : 크루세이더의 독)가 유통되지 않아. 길드 활동 자체가 평소의 30%이하로 떨어지기까지 했어.”

다음은 디레스의 짤막한 현황 보고였다. 가디안스 자체와 그들의 구역에 관해서는 특이할 점이 없었다는 숨은 결론을 포함했다.

“길드 에덴은 화타에게서 들으신 대로 새로운 약을 계속 유포하고 있어요. 동시에 조직 내 온건파 학살이 있었다는 소문이 에덴의 아지트를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고요.”

“크루세이더가 얌전해지니까 에덴이 난폭해지는 거야? 아무튼 조용할 날이 없어.”

“원래 그런 세상이잖아요.”

“그래. 새삼스럽지. 조용할 때가 가장 수상한 법일 정도로.”

길드 가디안스의 보스는 지극히 덤덤했다. 얼음의 대지에서 돌아오면 이 정도 이야기는 듣게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사마엘의 폭주는 예상외의 일이긴 해도 그녀의 흥미를 끌 만한 일은 못 됐다. 플루와 관련된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사마엘이 과민반응을 보이거나 뭔가 일을 저지를 것이 분명하다고 장담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폭주쯤이야 소란 거리 축에도 못 꼈다.

그녀가 가장 궁금한 건 현재 플루가 어디까지 일을 진행시켰는가와 에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였다. 특히 길드 에덴이 변수가 심했다. 최초의 길드로서 위엄과 기상은 어디가고, 불변의 상징이었던 그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가히 좋은 현상은 아니었다. 길드 에덴이 세간에 눈에 띄기 시작한 것 자체가 이미 적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