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단편]중요한 말은 처음에

★은하수★ 2010. 2. 6. 00:59

<공지>

1. '츠나이핀' NL 커플링의 단편입니다

2. 참 허접스럽습니다

3. DAUM 커뮤니케이션의 카페 중 가정교사히트맨REBORN! 카페에서 운영자를 맡고 계신 M.Neath님에게 선물로 드린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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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말은 처음에

 

 

[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방정맞은 벨소리가 거실에 가득 울려 퍼졌다. 이제 막 스무 살. 훨씬 여성스러워진 이핀이 급하게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 츠나 씨?”

[뚝]

“또야?”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두세 달 전부터 이상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가 전화를 받기만 하면 뚝뚝 끊기는 것이 이틀에 한 번 꼴로 있는 것 같다.

“또 장난 전화야?”

“응.”

이핀은 미련이 진득한 눈으로 전화기를 내려다봤다. 수화기 저편에서 목소리도 숨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사와다의 분위기가 전해졌다. 그녀의 집에 놀러온 람보는 미우라 하루가 챙겨준 슈크림을 입 안에 가득 넣으며 달콤한 크림을 음미할 뿐 이핀이 얼마나 속상해 하는지 전혀 알아주지 않았다.

[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또 다시 울리는 방정맞은 벨소리. 이핀은 황급히 수화기를 들고 숨 돌릴 새 없이 다급하게 목소리를 내놓았다.

“여보세요?”

“아, 이핀. 집에 있었구나.”

“야마모토 씨군요.”

급하게 가라앉는 목소리.

“어? 타케시 형이야?”

람보가 입가에 크림을 잔뜩 묻히고서 달려들었다. 과연 이 청년이 스무 살 먹은 청년인 것인가. 그동안 많이 어른스러워졌다고 칭찬이 이어졌는데, 역시 임무 외의 상황에서는 다시 어릴 적 모습으로 돌아가나 보다.

“하하하하하하. 람보도 있어?”

“네.”

“안녕, 형.”

“그래, 안녕.”

전화 상대는 분명 야마모토와 이핀이거늘, 실제로 대화하는 건 서로에게 큰 소리로 말을 주고받는 야마모토와 람보가 됐다. 이핀은 조용히 람보에게 수화기를 넘겨줬지만, 람보는 이제 자기 할 말 다 했으니 됐다는 식으로 자리에 돌아가 버렸다.

“이핀. 지금 많이 바빠?”

“아뇨.”

“그래?”

순간 느껴진 살기. 아니다. 살기와는 다른 불안감이다. 수화기 너머 야마모토의 표정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 같았다. 입은 스마일맨답게 웃고 있지만 눈은 시선을 피하면서 곤란해 하는, 그만의 특별한 표정이 있다. 바로 그 표정이 그의 목소리를 통해 보였다.

“왜 그러세요?”

이핀의 목소리에 조심스러움이 가득했다. 아마 야마모토도 그녀가 불안해 한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슈크림에 열중하던 람보마저 이핀의 태도 때문에 손동작이 멈췄으니 유능한 히트맨이 그녀의 상태를 눈치 못 챌 리 없다. 히트맨 생활에서 오래 전에 손을 뗀 그녀는 여전히 운동신경이 좋긴 하나, 분위기를 숨기거나 말투를 조정하는 등 자신의 심리 상태를 보일 수 있는 온갖 것들이 일반인 수준으로 떨어져버렸다.

“아니, 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고.”

수화기 너머에서 고쿠데라와 사사가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내용은 들리지 않지만 분명히 긴박감 넘치는 톤이었다.

“무슨 일 있는 건가요?”

그녀는 오른손으로는 수화기를, 왼손으로는 수화기에 연결되어 있는 전화선을 꼭 붙잡고 파르르 떨었다. 전에 없게 긴장하고 있었다. 이를 본 람보는 다시 이핀에게 다가가 수화기를 낚아 채려했다. 그런데 재킷 안주머니에 넣어 둔 핸드폰에서 진동이 짧게 울렸다. 문자 수신. 이핀을 향해 뻗던 손을 다시 자신에게로 돌렸다.

[삑]

문자 내용을 확인하고 람보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무지 귀찮아하는 얼굴이면서 어찌해야 좋을지 난감한 얼굴이자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음을 알고 체념하는 얼굴이었다. 그가 문자를 확인하고 이러저러한 생각을 재빠르게 끝낸 사이에 이핀도 야마모토와 통화를 끝냈다. 잔뜩 창백해진 얼굴. 새하얗게 질렸다는 건 아마 이걸 두고 하는 말이리라.

“분명히…… 분명히 이탈리아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야마모토는 끝까지 아무 일도 없다고 했나보다. 하지만 이핀에게는, 배경음 속의 고쿠데라와 사사가와의 목소리가 야마모토의 목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다. 다급하고 격한 목소리. 불안감이 극도로 올라갔다. 반년동안 사와다와 연락을 하지 못한 이핀. 심장이 그 어느 때보다 격하게 고동쳤다.

“뭐, 보스나 다른 수호자들이나, 낼 모래 30먹는 아저씨가 되니까 몸이 둔해졌겠지.”

[뻐억!]

천장을 향해 멋지게 날아오르는 람보의 모습을 뒤로 하고, 이핀은 목적지 없이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갔다. 람보는 바닥으로 미련 없이 떨어진 후 통증 때문에 괴로워 할 틈도 없이 이핀을 따라 나섰다. 이핀은 집 앞에서 좌우를 수선스레 살피며 발을 동동 굴렀다. 다 큰 처자가 채신머리없이 무얼 하는 짓이냐 라고 스승님께 잔소리를 듣겠지만,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사와다 걱정뿐이니 누구도 그녀를 말릴 수 없을 것이다.

“보스 지금 병원이래. 나미모리 병원.”

“어떻게 알아?”

이핀이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방금 문자…….”

“그런 건 빨리빨리 말해!”

람보는 멍- 하니 이핀의 뒷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병원’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무섭게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늦게 정신이 든 그가 붙잡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사정거리 밖으로 달려 나갔다. 사와다가 있는 나미모리 병원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그녀였다.

속으로 사와다의 이름을 수십 수백 번 간절하게 외치며 달려가는데, 비앙키도 그냥 지나치고 미우라도 그냥 지나치고, 심지어 히바리마저 그냥 지나쳤다. 그녀의 눈에는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미모리 병원에 어떤 모습으로 누워 있을지, 사와다의 다친 모습만 어른 거렸다.

다리 한 쪽만 다쳤을까? 아니, 그런 거라면 고쿠데라 씨와 사사가와 씨가 그런 식으로 허둥대지 않아. 전치 30주 이상일까? 아니, 그냥 외상이라면 야마모토 씨가 그렇게 뜸들이며 전화할 리 없어. 가사상태? 식물인간? 어느 쪽이든 간에 무지무지 심각하잖아. 대체 일본에 돌아오자마자 무슨 일을 당한 거야? 아니, 그보다 언제 일본에 돌아온 거지? 아니야, 지금 중요한 건 츠나 씨가 입원했다는 거야.

불안한 마음으로 온갖 위험한 상상을 했다. 다리가 후들 거릴 법도 하건만 이핀은 이 악물고 버텼다. 다행히도 그녀의 두 다리는 그녀의 의지대로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줬다.

“저, 저, 여기 사와다 츠나요시 씨가 몇 호실이죠?”

잔뜩 흐트러진 머리칼. 머리 끝가지 차오른 격한 숨. 접수대 담당 간호사들은 당황해서 이핀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대신, 다급할 대로 다급한 이핀에게 시원하지 않게 대답해 주는 목소리가 우측 복도에서 들려왔다.

“이핀. 다 큰 처녀가 그게 뭐야?”

“츠… 나…… 씨?”

자, 이핀의 당황스러움이 흘러넘치는 무너진 얼굴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사와다를 위아래로 쭉 훑어봤다. 다친 곳 한 군데 없이 멀쩡했다. 검은 정장은 주름이 잘 잡히고 말끔했다. 사와다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그제서야 두 다리에 힘이 풀리고 스르륵 주저앉았다.

“에? 에?”

사와다는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갔다. 부축해 주려다가 일단, 헝클어진 머리칼 먼저 조심스럽게 쓸어 넘겨줬다. 가까이서 보니 눈가에 눈물 자국이 있었다.

“울었어? 무슨 일 있었어?”

“츠나 씨가…….”

“내가 뭐?”

이핀은 자신의 무릎을 내려다보며 뜸들이다가 사와다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맞닿자마자 두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다시 곧장 시선을 내리깔았다.

“아, 아니……. 츠나 씨가 병원에 있다고 해서, 어디 크게 다치신 줄 알고…….”

“그래서 이렇게 전력으로 달려왔구나.”

그는 내심 무척 놀랐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여유로움을 보였다. 온화한 미소로 안심 시킨 후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어린 아이를 다루듯이 두 손 마주 잡으며 어딘가로 데려갔다. 한 병실 앞에 도착했는데 병실 문은 훤히 열려 있었다.

“그러니까, 야구 바보만 아니었으면 이 녀석은 안 다쳤다니까!”

고쿠데라의 고음이 더 높게 올라갔다.

“그래그래, 내가 잘못 했다니까. 그런데 여긴 병원이라고.”

야마모토도 살짝 신경질 적으로 목소리가 변했다.

“둘 다 나가! 이 녀석 좀 쉬게 두자고.”

상황을 정리하는 듯 못 하는 듯 답답해하는 사사가와가 두 명의 뒤를 잇는다.

“괜찮아요. 시끌벅적한 게 오히려 좋아요.”

입원한 사람은 이핀이 그렇게 걱정했던 사와다가 아니라 크롬이었다. 아직 문지방을 넘어가지 않은 병실 밖에서 슬쩍 보니, 단순히 링거만 맞고 있었다. 이핀은 사와다가 입원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한 번 안심하고, 입원한 사람이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한 번 더 안심했다.

“난 아직도 바보 츠나인 건가? 우리 이핀 아가씨에게? 람보에게서 내가 병원에 있다는 이야길 듣자마자 내가 입원한 줄 알고 이토록 허겁지겁 달려오다니 말이야.”

사와다는 이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람보에게 들었다고…… 제가 말했었나요?”

“람보한테 문자 보낸 사람이 나거든. 그리고 녀석한테 밖에 알리지 않았고.”

이핀은 성급했던 자신의 행동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두 손으로 얼굴을 폭 가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작은 아가씨. 그러다가 곧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사와다를 곧게 쳐다봤다.

“왜 저한텐 가르쳐 주지 않으셨어요?”

“직접 말로 해주려고 했지. 그런데 야마모토가 나한테 바꾸기 전에 형님의 실수로 전화가 끊겨버렸어.”

“츠나 씨가 직접 전화 했으면 됐잖아요.”

이핀은 사와다의 천연덕스러움에 약간은 화가 났다. 반년 만에 보는 얼굴, 반년 만에 듣는 목소리인데, 분명 반가워야 하는데 심술이 먼저 났다.

“아, 내 핸드폰은 배터리가 다 되서 야마모토한테 부탁한 거야.”

끝까지 천연덕스럽게 구는 사와다. 그는 이핀이 히트맨을 그만 둔 후로 평범한 여자 아이에 실컷 가까워진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 점점 더, 숙녀가 아닌 여전히 5살 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자신의 마음만큼 스스로 선을 긋는 것이다. 이제 일반인이 된 아이를 마피아 세계에 다시 끌어 들일 수 없으니 그 스스로가 자제해야 했다.

“아아-. 저 시끄러운 녀석들. 나이들 헛먹었어. 이핀. 넌 저거 보고 배우면 안 된다.”

“츠나 씨의 맹한 구석도 안 배울 거예요. 이제 저도 스무 살이니까 그런 거 구분할 수 있어요.”

사와다는 이핀의 토라진 모습에 이성이 흔들리는 줄 알았다. 전에 없던 모습이라 면역력이 약한 것이다. 그래도 최대한 여유를 부리며 일부러 이핀은 빤히 쳐다봤다.

“이핀이 벌써 스무 살. 난 내후년에 서른 살인데 말이지. 흐응-. 피차 나이만 먹지 속은 안자라는 것 같네. 스무 살 먹은 아가씨는 그렇게 헐레벌떡 뛰어다니지 않아.”

“그건……!”

이마를 통해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이핀이 반박하기 전에 사와다가 그의 이마를 그녀의 이마로 슬며시 가져갔다. 그리고 눈동자를 병실 안으로 돌려 눈가에 힘을 줬다. 사와다에게 다가가려던 야마모토 및 고쿠데라는 그 자리에 조용히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다시 고개를 들고 한껏 환하게 웃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맛있는 거라도 사줄까?”

“으으……. 케이크 사주세요.”

변함없는 어린 애 취급이었지만 싫지만은 않은 듯 했다. 이핀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갔다. 반년만이다. 이 이상 투닥 거려봤자 손해. 이제 적당히 사이좋게 반년 동안 쌓아둔 이야기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