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March[행진곡] -上

★은하수★ 2010. 2. 14. 00:20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 군 중심, [오페라]가 무크로 군 중심, [교향곡]이 히바리 군 중심, [칸타타]가 고쿠데라 군 중심, [랩소디]가 람보 군 중심, [녹턴]이 야마모토 군 중심이라면, [행진곡]은 사사가와 군 중심입니다.

5. 등장 인물 중 교수는 30대~40대의 이미지로, 학생들은 전원 15세의 이미지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6.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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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행진곡]

 

-上

이곳과는 다른 차원, 이곳과는 다른 세계, 이곳과는 다른 나라, 그리고 이곳과는 다른 도시에 마피아 아카데미가 있으니, 역사상 유명 인사를 다수 배출하고 현 시대 최고의 인재 양성 아카데미로 이름난 곳이다. 괴짜 교수들과 별난 학생들의 조합이었지만 그들 각각의 실력을 절대 우습게 볼 수 없다.

[와장창창!]

“람보! 창문으로 드나들지 말랬지.”

“죄송해요, 사사가와 교수님.”

교수실을 찾아 온 학생이 창문을 넘다가 근처 플라스크를 깨먹는 일쯤이야 일상 다반사.

[뻐억!]

[슝-]

“룻스리아! 후타를 데리고 연습하지 말랬지.”

“죄송해요, 사사가와 교수님.”

몸 약한 동료를 무술 상대로 세웠다가 저 멀리 보내버리는 일쯤이야 누워서 떡 먹기.

연금술 교수, 사사가와는 마피아 아카데미 생활지도 교관이기도 하다. 교관이라고 해서 엄하거나 학생을 매로 다스리지 않는다. 학생들이 그나마 사사가와의 말을 듣기 때문에 등 떠밀려 맡은 자리다. 다른 교수들의 말은 들은 척도 안 하면서 사사가와의 말 만큼은 꼬박꼬박 대답한다. 절대 고분고분 따르지 않으면서 말이다.

“교수님. 이 조합식 좀 봐주세요.”

마피아 아카데미의 우등생이자 모범생인 사와다 츠나요시. 모든 교수들의 신임을 담뿍 받고 있다. 교수들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면서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식으로 공생형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기특한 학생이다. 그래서인지 사사가와는 사와다를 상대할 때가, 머리는 좀 아프더라도, 가장 속편했다. 하지만 이것을 ‘학생 편애’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교, 교수님! 사사가와 교수님!”

크롬과 이핀이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 둘 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베르데 교수님하고 바이퍼 교수님이 B동 옥상에서 싸우고 계세요.”

“여기저기가 막 터지고, 장난 아니에요.”

교수마저 감독 대상이라는 것을 앞에서 빠트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바이다. 사사가와는 서둘러 B동을 향해 달려갔다. 소문을 들은 학생들과 다른 교수들이 일제히 그곳으로 모이는 중이었다. 마법약 교수 베르데와 저주술 교수 바이퍼가 싸우는 통에 절대 무너지지 않는-마피아 아카데미 최강 요새- B동이 파괴되고 있다는데, 이런 진기명기를 놓칠 수 없는 것이다. 분명 장관이리라.

“장난 아니다.”

“이러다가 진짜 B동 없어지는 거 아니야?”

“싸울 데도 많은데, 왜 하필 여기래?”

학생들은 음산한 안개가 자욱하게 낀 옥상을 올려다보며 감탄했다. 폭발 소리가 들릴 때마다 파편이 하나 두 개씩 지상으로 떨어졌다. 독하게 조합된 마법약의 잔향과 저주술의 독기 때문에 구경꾼들이 B동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B동 자체가 싸움이 아닌 그 부산물 때문에 더 엉망이 됐다. 학생 간의 충돌과 교수 간의 충돌은 역시 급이 달랐다. 당연히 감탄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걸 어쩌겠는가. 교수끼리의 싸움을 말릴 수 있는 건 아무도 없다. 승부가 나거나 제 풀에 지쳐 쓰러질 때까지 가만히 보고 있을 수밖에.

“나중에 저거 고치려면 시간 꽤 걸리겠네.”

사사가와가 주목하는 시점은 다름 아닌 B동 수리였다. 연금술사의 시점에서 당연한 반응이다. 그는 싸움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B동의 현 상태에 관심을 가졌지, 싸움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최소한 B동 기본 틀은 남겨줬으면 하는데 말이지.”

일부분이 부서지고 떨어져 나갈 때마다 심장이 덜컥거렸다.

사사가와처럼 심장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학생이 한 명 있었으니, 애교성(愛校性) 1위의 별난 인재 히바리였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데 마치 7살도 안 된 꼬마 같았다. 만약 학생이 싸우는 중이었다면 당장에 뛰어들어서 후려 패는 등 과격한 방법으로 싸움을 말렸을 것이다.

“이제 슬슬 결판이 나겠네요.”

점성술 교수 루체가 여유로운 미소로 관객들에게 싸움의 끝을 알렸다. 그녀의 말이 끝난 지 몇 초가 지났다고, 폭발음이나 파열음이 뚝 그쳤다. 그리고 B동 1층 현관에서 승자가 패자를 질질 끌고 나오는 형상이 흐릿하게 보였다.

“바이퍼 교수님?”

“징-하다. 베르데 교수님은 완전 떡이 됐는데 바이퍼 교수님은 멀쩡하잖아.”

“혹시 쌍방 싸움이 아니고 일방 다굴이었던 거야?”

바이퍼는 관객들 사이로 베르데를 휙 던졌다. 베르데는 의식이 없었다. 기절 보다는 가사상태에 가까웠다.

“실험 중간에 기절하면 어쩌자는 거야?”

바이퍼가 베르데의 가슴팍을 꾹꾹 밟았다. 반응이 없으니까 머리도 꽉꽉 밟았다. 그러다가 발끝으로 베르데의 볼을 툭툭 찼다.

“바이퍼 교수님. 실……험이라뇨?”

무크로가 늘 휴대하는 삼지창으로 바이퍼의 발을 가로막았다. 바이퍼는 삼지창을 내려 밟다가 무크로가 오기로 버티니까 반대로 툭 차올렸다. 무크로는 그대로 삼지창을 거뒀다.

“베르데 교수가 신약을 만들었다면서 효능 실험을 도와달라는 거야. 그래서 도와줬지.”

“싸우신 게 아니고요?”

“내가 무슨 이득이 있다고 싸워?”

메리트를 중요시하는 바이퍼는 실없는 소리 말라는 눈으로 무크로를 쳐다봤다.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신약 실험 소동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뒷정리는 사사가와의 담당이지만 일을 크게 친 베르데가 도운 덕분에 금방 끝났다. 신약을 중화하는 약히 필요했으니 베르데의 도움은 필수건만, 그걸로 생색내는 바람에 사사가와의 스트레스 지수가 슬쩍 올라갔다는 후담을 추가로 적어본다. 아무튼 평화롭지 않은 마피아 아카데미라고 정의하며, 이제부터 진짜 기막힌 아카데미 스토리를 전개하자. 덧붙이자면,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황당한 일이 전부 가능한 곳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체격 좋은 장신의 남성이 옅은 갈색 머리칼을 휘날리며 아카데미 3층 복도를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딱 봐도 연금술 교수 사사가와였다. 그 뒤로, 긴 머리를 곱게 땋은 남성이 옷자락을 펄럭이며 전력 질주했다. 누가 봐도 격투기 교수 폰이었다. 그런데, 그 뒤로 누군가가 또 있었다. 아니, ‘무엇’이 또 있었다.

[닥닥닥닥닥닥닥닥닥닥닥닥닥!]

자기 자리를 이탈한 황소였다. 람보의 애완동물인데 주인과 다르게 성격이 매섭고 당차기 그지없다. 여기서, 황소가 어떻게 3층에 있을 수 있는가 라는 태클은 걸지 말자.

“사사가와 교수. 람보는 어디 있을까요?”

“그걸 알면 제가 이렇게 뛰고만 있겠습니까?”

두 교수는 앞머리가 뒤로 완전히 젖혀지도록 달렸다. 폰의 옷은 활동성에 주안점을 둔 옷이기 때문에, 바람에 의한 저항을 적게 받아 옷이 거치적거리지 않았지만, 사사가와의 옷은 기본적으로 발목까지 길게 내려오는 로브라서, 아무리 펑퍼짐한 편한 옷이라고 해도 뜀박질을 할 때는 너무나 큰 마이너스 요소였다.

“람보 녀석. 걸리기만 해봐.”

교수들이 이를 까드득 갈며 버렸다. 람보는 이 불안한 낌새를 눈치 채고 있었기 때문에 아카데미 안 어느 구석에 꽁꽁 숨었다. 물론 자신을 향한 살기만 어림짐작 했을 뿐, 소동의 중심에 자신의 애완동물이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본인만 살면 되는 마당에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폰과 사사가와가 2층과 3층을 전력으로 오갈 때, 학생들은 열심히 람보를 찾아다녔다. 무턱대고 황소에게 덤볐다가 전방 100m 혹은 후방 70m로 내던져진 학생도 서넛 있었다.

“무슨 일이야?”

4층 복도 북쪽 끝 테라스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히바리가 요란한 소리 때문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가뜩이나 수면량이 부족해서 신경이 예민한데 아래층이 과하게 시끄러워서 더 화가 났다. 그는 계단으로 내려가는 귀찮은 방법이 아닌, 테라스 난간을 넘어 3층 테라스로 뛰어내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마침 교수 두 명이 동쪽 복도로 잽싸게 방향을 바꿨고, 황소는 방향을 바꾸는 센스가 부족해서 임시방편으로 급제동을 걸었다. 그리고 다시 교수들을 쫓아 뒷다리의 탄력 있는 근력으로 폭발적인 스타트를 선보였다.

“방금 그거 벅키(Bucky)?”

히바리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자마자 그들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휙- 지나갔다.

“폰 교수님. 잠깐이라도 저 녀석 멈출 수 없겠습니까?”

“무슨 묘수라도 있습니까?”

“연금술로 우리를 만들어서 가두려고요. 2층 서쪽 테라스가 적격입니다.”

“3~4초 밖에 못 버틸 겁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들은 곧바로 서쪽 계단을 통해 2층으로 내려갔다. 람보의 황소 벅키는 계단 경사를 무서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뛰어 내려갔다.

테라스까지 10m 가량 남기고 폰이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 정확하게 황소의 목덜미를 날아 내려찍기로 과감하게 가격했다. 황소는 앞다리가 반쯤 꺾이고 달리던 가속도 때문에 앞으로 미끄러졌다. 앞다리를 다시 펴고 머리를 거칠게 좌우로 흔들었다. 폰은 황소의 뒤에 착지했기 때문에 황소의 시야에는 테라스에 도착해서 의기양양하게 서있는 사사가와만 보였다.

[닥닥닥닥닥닥닥닥!]

[촤라락]

[구-웅! 구-웅!]

테라스의 쇠봉이 길게 늘어나며 황소의 주변에 사정없이 내리꽂혔다. 원형 철창살 우리 형태로 눈 깜짝할 새로 완성되자마자 다시 눈 깜짝할 사이에 경도가 급상승했다. 황소는 곧장 철창살에 몸을 받았다. 전후좌우 어디로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이제 겨우 조용해졌네요.”

학생들이 하나 둘 빼꼼빼꼼 모습을 보였다. 람보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

“자. 못난 소년은 아직 입니까?”

[뻑!]

폰은 자신의 두 주먹을 마주쳤다. 웃는 얼굴로 살기를 발산하니 보고 있는 학생들이 배로 무서워했다.

“4층 남쪽 두 번째 교실…… 이려나요?”

루체가 나타나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핀과 프랑이 람보를 잡으러 갔다. 람보가 2층 서쪽 복도로 끌려오는 데는 몇 분 안 걸렸다. 마피아 아카데미 수석 수색꾼(혹은 인간 사냥꾼) 이핀이 친히 마중을 나갔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너무해, 이핀! 모른 척 해주기로 했잖아.”

“교수님들이 저렇게나 화나셨는걸.”

아, 역시 이핀은 람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 호되게 혼날 것이 걱정되어 발견하고도 모른 척 했으나, 그러기엔 상황이 점점 나빠졌다. 황소 때문에 학생 중에서 부상자가 나온 이후로 그를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 심히 갈등했다. 결정적으로 루체가 람보의 위치를 파악했기 때문에 더는 침묵할 수 없었다.

“람보. 호문쿨루스 관리는 제작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가르쳐줬을 텐데?”

사사가와가 양손으로 람보의 머리를 꽉 잡았다. 황소 한 마리에 교수 둘이 너무 애먹는다 싶더니, 보통 황소가 아니었다. 람보가 사사가와에게 배운 연금술을 바탕으로 난생 처음 만든 호문쿨루스였다. 그리고 애완동물이자 사역마였다. 사사가와에게도 당연히 호문쿨루스가 있지만 둘 다 심부름을 보낸 상태라서 더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연금술사에게 있어 호문쿨루스란 실탄이 장착된 총이거늘, 오늘은 그야말로 ‘무방비’ 그 자체였다.

“벅키가 우리를 탈출할 줄 몰랐어요.”

“본인 호문쿨루스를 본인이 모르면 어떡해?”

“으아아아아아!”

람보는 두개골이 압축되는 고통에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황소는 주인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이리저리 날뛰었다. 허나, 사사가와가 만든 고경도 우리를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자, A동 2층과 3층 수리는 전부 혼자서 오늘 안에 끝내.”

“교수님, 자비를…….”

“네 호문쿨루스가 저지른 일이잖아.”

“네.”

오후 수업이 시작하기 직전에 일어난, 작다고 하지 못할 소동이 드디어 끝났다. 람보의 처벌이 다소 약하다고 생각 되더라도 별 수 없다. 사건의 주범은 황소고, 그의 주인은 아직 아카데미를 다니는 서투른 학생이라 어떻게 더 처벌할 수 있겠는가. 그가 수리하는 동안 교수나 학생이 지나가다가 구박하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그런데 더 큰 일이 이후에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