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소설(Original)/Mutation-Kimera(리메이크)

Mutation - Kimera : 제 6 각성 ③

★은하수★ 2010. 3. 16. 11:51

길드 가디안스가 관리하는 곳 중에 패밀리 레스토랑이 세 군데 있다. 그 중에서도 아지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식당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서 매일 손님으로 북적거린다. 게다가 모든 종족에게 활짝 열린 곳이라서 다양한 이들을 만나는 건 당연하고 희귀한 종족도 볼 수 있다.

시아는 부재중인 크리세이스를 대신해서 멜로즈를 데리고 있었다. 크리세이스의 비서에게 맡겨도 되겠지만 그도 나름 중요한 전력이라서 이런 조론 임무를 내려버린 터라 한가할 틈이 없었다. 개인적인 임무에, 캡틴을 대신한 부대 정리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에 그가 아무리 능력자라고 해도 멜로즈까지 보살피는 건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난 여기가 젱리 좋아.”

멜로즈는 작은 날개를 파닥 거리며 즐거워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날개 까지 완전히 감출 수 없어서 외출 한 번 제대로 못했다. 혹시 밖에 나가게 되더라도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거나 보호자 옆에만 붙어 다녔다. 그나마 아지트처럼 마음 놓고 머물 수 있는 곳이 손에 꼽을 정도로 있는데, 이 패밀리 레스토랑이 그 중 하나다.

“키메라도 언뜻 보이네요.”

“길드에서 운영하지 않는 이상, 단순히 영역 안에 있는 상점가는 거의 대부분 순종 전용이든가 키메라를 경멸하는 평범한 가게뿐이잖습니까.”

세나와 자원도 그 자리에 함께였다.

“세상에는 키메라에게 관대한 곳도 있어.”

오리지널 상태로 맘 편히 앉아 있는 시아는 식전에 제공되는 자스민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보는 눈이 있어서 여유롭게 굴었지만 실은 민에게 등 떠밀려 나온 것이었다. 근 이틀을 화타의 연구실에서 ‘매드 사이언티스트’처럼 지냈는데, 비밀 암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민에게 걸리고 말았다. 이번 휴일이 지나면 다시 학교에 나가야 하는데 몰골이 이 지경이면 어쩌냐면서 잔소리를 몇 바가지 퍼듣기도 했다. 때마침 지원이 임무와 아르바이트를 모두 마치고, 보고 차 집무실에 들어와서 곤란에 빠진 시아를 구해줬다. ‘모처럼 한 가족이 됐는데 밥 한 번 같이 못 먹은 것 같습니다’라는 대사가 구원의 주문으로 효과 100%였다. 민의 잔소리가 뚝 그친 것까진 좋았는데 진짜로 외식을 나올 줄은 몰랐다. 그래도 멜로즈랑 세나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가히 나쁘지 않았다.

“멜로즈는 여기에 많이 왔었어?”

“으음……. 크리세이스랑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래서 아까 메뉴판도 안 보고 주문했구나.”

“응. 여기에 있는 거 다 외웠어.”

세나와 멜로즈는 지금 이렇게 친하지만 실은 가까워진 지 며칠 안 됐다. 세나는 디레스 아래 정보 부대에 있고, 멜로즈는 크리세이스와 같이 있어서 마주칠 기회가 적었다. 게다가 세나가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을지라도 엄연히 길드 가디안스의 일원이라, 입단하고 한 달도 안 되서 굵직한 임무를 맡기 시작했다. 즉, 아지트에 있는 시간이 다른 길드원처럼 몇 시간 안 된다는 뜻이다. 그녀가 첫 임무를 배정 받았을 때, 체인급 키메라니까 당연히 할 수 있는 임무지만 ‘세나’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다수였다. 아마 디레스만 그녀가 완수하리라 믿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그녀의 캡틴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녀의 유능함이 차근차근 드러나면서 길드 전체에 입소문이 났다. 바로 며칠 전 멜로즈가 뉴페이스의 희소식에 호기심이 생겨서 정보 부대 회의실을 기습 방문 했는데, 대원 중에서 멜로즈를 가장 잘 데리고 놀아준 자가 마침 세나였다.

“가루다가 날고기가 아니라 익힌 고기를 먹는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을걸?”

“내가 시킨 건 으깬 감자 요리야.”

멜로즈는 시아의 조롱에 바로 반응했다. 언젠가 멜로즈가 멋모르고 밀리엄이 준 익힌 고기를 먹었다가 급체한 일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가루다가 용을 잡아먹는 종족이라지만 주식이 용일 수 없다. 그랬다간 용족이 애저녁에 멸종했을 거다. 가루다는 잡아먹을 수 있는 만큼 용을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이지, 평소에는 짐승을 잡아먹는다. 어떻게 요리하든 개별 취향이지만 대개 날 것으로 그냥 먹는 편이다. 멜로즈는 그 때 익힌 ‘말’고기를 처음 먹어봐서 익숙지 않은 말 때문에 장이 거부했고, 익힌 고기에 대한 트라우마(그 전까진 잘 먹었다)까지 생겼다.

“몰 코톤 씨와 이안 씨도 같이 왔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내가 글라셰를 영입했다는 소문으로 가뜩이나 주변이 시끄러운 와중에 자살행위까지 하라고?”

한 번 더 강조하자면, 바르베리트-진 후작이 로키의 보물을 손에 넣었다는 소문이 본격적으로 퍼진 것이 최근이며, 얼음의 대지에서 돌아오고 두 달이 지난 시점이다. 글라셰 영입 소문도 지금 한창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걔네한테 벌써 할 일을 준 내 실책이긴 한데, 글라셰가 엘프나 드워프처럼 종족 마법 밖에 못 할 줄이야. 하-.”

마법에는 공격 마법, 방어 마법, 치료 마법 등 다양한 마법이 있다. 그런데 가장 크게 분류하자면 종족 마법과 공통 마법으로 양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종족은 ‘종족 마법+공통 마법 기초’가 가능하고, 아주 극소수 종족이 둘 다 가능하며, 손에 꼽는 수의 종족이 종족 마법만 쓸 수 있고, 의외로 여러 종족이 공통 마법만 구사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종족의 마법까지 활용할 수 있는 특이 종족도 손에 꼽을 만큼 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마법일 텐데 용케도 글라셰라고 알아챘네.”

“그래서야. 글라셰의 마법을 일컫는 수식어가 바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마법’이거든.”

멜로즈는 흐응- 하고 그녀만의 감탄사를 냈다. 그리고 바닥에 닿지 않는 두 발을 서로 교차하며 흔들다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녀의 감탄사는 시아의 대답에 대한 응수가 아니라,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대한 불쾌함의 표현이었다.

“글라셰를 데리고 다니지 않아도 글라셰를 데려온 보스는 당연히 시선을 독차지 하겠지?”

양손으로 턱을 괴고 생글생글 웃었다. ‘너 때문에 밥 먹다가 체하겠다’는 뜻이 다분했다.

“원래부터 세상의 큰 이슈였는데 더 주목받으시겠어요.”

“확인 사살하지 마. 네 말에 악의가 절대 없다는 건 아는데, 그 순수성이 더 잔인하다고.”

“누가 감히 가디안스의 보스에게 해코지하겠습니까? 시선 정도에서 끝인 게 다행입니다.”

“응. 그나마 용감하게 말 거는 녀석이 없을 테니 이 테이블의 분위기가 흐트러질 일은 없을 거야.”

자기를 세계에서만 사는 인간과 다르게, 이 식당 안에 있는 수많은 종족(즉, 대부분의 종족)은 타종족의 이슈나 길드 쪽의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래서 인간 순종은 오리지널 상태인 길드 가디안스의 보스를 못 알아보지만, 다른 종족들은 생김새, 독특한 마력, 일부 특징 등으로 그녀를 알아본다.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선 집중이었으니 그녀의 일행이 그녀보다 더 긴장했다. 당사자야 워낙 익숙하고, 멜로즈는 본인도 가루다 순종이라서 비슷한 경험이 수차례였다. 그러니,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겉으로는 평정심만 보이는 쪽은 나머지 두 명이었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테이블 담당 웨이터가 한 사람 앞에 식사 하나씩 주문대로 배열했다. 누가 무엇을 주문했는지 묻지 않는 시점에서, 그는 베테랑이었다. 하프 엘프 순종의 화려한 미색 덕분에 손님들에게 여러모로 인기가 많을 지도 모른다.

웨이터가 자리로 돌아간 후 세나가 멜로즈에게 조용히 물었다.

“아까 저 사람이 ‘오늘도 실패네’라고 했잖아. 무슨 뜻이야?”

계속 다른 얘기가 오가서 물을 타이밍을 놓쳤던 모양이다. 멜로즈는 몸을 비틀어서 한 웨이트리스를 쳐다본 다음에 배실배실 웃었다.

“저기 있는 묘인족 웨이트리스 보이지? 이름은 아니미레트 파임(Animirett Paim)이고, 여기 있는 점원 중에서 제일 친해. 그래서 레트 담당 테이블에 가고 싶은데, 이 식당 자체가 손님이 득실 거려서 빈 테이블을 찾다보면 레트 담당엔 거의 못 가.”

“참고로 묘인족-셰이드 키메라. 우리 소속은 아니고, 자주 거래하는 사이야.”

“인포머(informer : 정보상-情報商)거든. 무지 유명해. 길드 세계에선 팀 라이나파티(Timm Reinapati)로 활동할걸?”

평범한 웨이트리스가 실은 길드 가디안스와 거래하는 인포머라는 사실에 지원과 세나가 극구 긴장했다. 가디안스 자체가 유능한 인재의 집합소인데, 그러한 길드와 거래하는 존재는 얼마나 대단할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팀 라이나파티라면 정보 부대에서 활동하는 세나가 몇 차례 접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정보 부대에서는 직접 정보를 알아내기도 하지만, 인포머와의 정보 흥정도 중요한 업무다. 그렇게 수집한 정보를 플릿이나 레스와 정리하다가 ‘팀 라이나파티’가 제공한 정보 리스트를 발견했는데 웬만하면 A급 이상이었다. 그리고 전부 가디안스에게만 제공하는 정보(통칭 ‘다스 아인-das Eine’)였다.

“아니미레트 파임. 팀 라이나파티. 애너그램(anagram : 철자 바꿔 쓰기)이군요.”

“호오-. 눈치 빠르네. 맞아. 복잡한 애너그램이야.”

지원은 종이에 쓰지 않고 암산으로 철자를 맞췄다. 전 길드에서 부친에게 잡다한 걸 배웠다더니 애너그램도 배웠나 보다.

“레스 씨가 저 분을 탐내시던데 스카웃하지 않으실 건가요?”

“락 급이야.”

“어머.

단어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 됐다. 키메라 최하위 단계인 락 급(압슬)으로는 가디안스에 이름을 올릴 수 없으니, 거래자로서 관계를 가지는 것이었다.

“전투 센스도 묘인족 표준치 이하고, 셰이드 치고 마법도 허술해. 인포머쪽 능력만 골라서 발달했거든.”

그야말로 ‘진짜 전문 인포머’였다. 보통 이런 전문가들은, 신체 능력이나 활용 마법이나 자신의 전문 분야에 맞춰 신장시키는 덕분에, 전문성이 뛰어나고 그에 따라 타인에게 인정받는다. 허나 자기 범주를 조금만 넘어가도 손 떼거나 도망치는 등 피해야만 한다. 그래서 그들을 얕잡아 볼 때, 먹고 튀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는 험담이 꼭 따라 붙는다.

가디안스 소속 4인은 주변 시선을 의식하다가도 무시하면서 평소엔 바빠서 못했던 말들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그러다보니 화제가 즉각즉각 바뀌고, 그들의 입은 말하랴 먹으랴 정신없었다.

<보스. 지금 어디십니까?>

3분의 2가량 먹었을 때 재윤에게서 텔레파시가 왔다. 커다란 사건을 암시하는 것처럼 다급했다.

<멜로즈 단골 식당.>

<그녀를 데리고 빨리 나와 주십쇼.>

“누구야?”

마력에 예민한 멜로즈가 텔레파시의 낌새를 알아차렸다.

“재윤인데, 너 데리고 빨리 나가라는데?”

[챙!]

유리문 부서지는 소리가 식당 전체에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식당 내 모든 시선이 일제히 부서진 출입문 쪽으로 집중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곳엔 제 몸집만한 망치를 든 나가 두 명이 있었다. 생김새는 나가가 분명한데 풍기는 마력은 지상계 하급 나가였다. 그리고 키메라들은 추가로, 불한당 둘 다 키메라라는 사실을 직감으로 알아챘다.

“밥 다 먹으면 나타날 것이지.”

“원래 악당은 한참 먹는 중이나 다 먹기 직전에 나타난다고 하잖습니까.”

“지원이 너, 센스가 점점 민이랑 디레스 닮아가는 것 같아.”

“아직 부족하죠.”

“아냐. 충분해.”

시아는 자잘한 소동에 휘말리기 싫어서 식기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그녀의 일행도 그녀를 따랐다.

“가루다 냄새가 난……..”

[빠악!]

눈 깜작할 새에 시아가 자리에서 없어지더니, 특정 종족 이름을 언급한 녀석이 가게 밖 50m로 나가 떨어졌다. 대신 그가 있던 자리에서 시아가 왼 다리를 천천히 내리며 똑바로 섰다. 몇 명이나 제대로 봤을지 모르겠지만, 무시무시한 돌려차기였다. 초 단시간에 왼다리의 마력 밀도를 육체가 버틸 수 있는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폭발적인 파워를 방출하는, 고급 컨트롤 능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잡기라고 할 수 있다.

가루다의 유일 왕위계승자를 길드 가디안스가 데리고 있다.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도 천상계 존재를 지상계에서 함부로 언급하면 안 된다.(천사는 3품 이상 한정) 자연계에서 태양은 동쪽에서 뜬다는 절대법칙과 동급으로 통하는 절대 지침이다. 가디안스 안에서도 허락된 이름으로만 그녀를 부르는 판에, 고작 지상계 하급 나가가 멜로즈를 언급하려 하다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 들어볼 것도 없이 시아가 응징한 건 당연했다. 지금은 크리세이스 대신에 시아가 그녀의 보호자로서, 그녀가 싸움에 말려들지 않도록 사전 예방할 의무가 있었다. 어째서 불한당의 말이 끝나기 전에 즉각 몸이 반응했는지 이해가 되는가? 덧붙이자면, 재윤의 경고 덕분에 미리 마력을 활성화시킨 것도, 번개처럼 반응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였다.

“웬 놈이냐?”

“우리 보스시다.”

다른 한 명이 시아를 향해 고함을 치자마자 그의 급소가 위협을 받았다. 명치는 재윤의 손날 몫이었고, 목은 재윤의 쌍도끼 몫이었다.

“여어, 김재윤. 이거 뭐하는 것들이냐?”

시아는 즐거운 시간을 방해한 녀석들을 철저하게 물건 취급했다.

“오웰 슈나이더의 부하입니다.”

“가루다 건에서 한참 조용하더니 왜 또 들고 일어나는 거야?”

질린다는 듯이 한숨을 양껏 크게 푹- 쉬었다. 그리고 오른손을 쉭쉭 흔들었다. 비키라는 뜻이었다.

[빠악!]

처음 날아간 나가와 똑같이 보내버렸다. 내장이 터지는 고통에 타액과 이물질을 뿜으며 뒤로 날아가는 모습이, 통쾌하다기 보다는 상대를 잘못 걸려서 불쌍해 보였다.

오웰 슈나이더. 라미아-나가 키메라며, 길드 크루세이더의 노인테 리터(neunte Ritter : 제 9기사)다. 과거 가루다 왕가 몰살 작전을 츠뵐프테 리터(zwölfte Ritter : 제 12기사) 포일러 미마이드와 함께 지휘했었다. 이 때문에 크리세이스가 가장 경계하는 대상이자 멜로즈가 제일 혐오하는 존재다.

두 나가가 꿈틀거리며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통증 때문에 정신을 차리려면 시간이 걸릴 듯했다. 시아는 자신이 있던 테이블을 돌아봤다. 세나와 멜로즈는 담담한 표정으로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보스가 있으니까 걱정 따위 하지 않았다.

“재윤. 임무는?”

“아직 하나 남았습니다만 급한 건 아닙니다.”

“여자애들 데리고 아지트로 돌아가. 쟤네끼리 보냈다가 도중에 습격자를 만나면 곤란하니까.”

“그렇게 치면 제가 여기 있고 보스께서 가시는 편이……. 슈나이더군요.”

식당 상공에서 불쾌한 마력이 느껴졌다. 그냥 불쾌하면 그나마 괜찮다. 이 마력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불쾌했다.

“지원아. 혼자서 더 파충류 두 마리 잡을 수 있지?”

“해보겠습니다.”

“좋아. 빨리빨리 끝내자구.”

지원이 거대한 쌍도끼를 땅에 끌며 길을 트고, 두 나가를 상대하기 위해 압장을 끊었다. 재윤은 클로즈급 미노타우르스가 나가들의 시야를 가린 사이에 세나와 멜로즈를 데리고 아지트로 향했다. 그 뒤를 쫓으려는 오웰은 압슬을 끊은 락 급 악마가 막았다. 팀워크란 이런 것이다 하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흥. 저쪽에 포일러가 대기하고 있다. 날 막아봤자야.”

“재윤과 세나를 우습게보지 마. 정령들이라고.”(재윤 - 오리지널이 하프 스프라이트<반쪽짜리 어둠의 상급정령>, 세나 - 플러스가 네레이드<물의 상급정령>)

“정령이 소드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밑져야 본전이지.”

“무슨 꿍꿍이냐?”

오웰은 시아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의식했다. 일단 상대가 가디안스의 보스라서 뭐든 의심하고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자신이 모시는 보스도 가디안스의 보스는 이기지 못한다. 그런데 신의 보물까지 손에 넣어서 더 강해졌다. 성질을 건들면 안 되는데 말이 자꾸 거칠게 나왔다.

“우리 쪽에도 소드가 있잖아. 제 4천왕의 고문이요, 부활의 화신으로 떠오르는 그 자가 말이야. 아까 텔레파시 보냈으니 지금 광속으로 오고 있을걸? 정령 둘이서 그 정도 시간도 못 벌까.”

시아는 포일러를 위해 준비한 깜짝 선물을 오웰에게 먼저 가르쳐줬다. 오웰은 재빨리 전력을 계산했다. 포일러에게 기프테 폰 크로이추크를 먹고 부작용 없이 키메라가 된 부하(전원 오리지널이 하급 나가)를 열 네댓 명 붙여 줬는데, 가디안스 쪽에 신 휴와 김 재윤이 있으니 그깟 부하들은 삽시간에 제거될 것이다. 정보가 부족한 길드원도 시아의 말대로 정말 정령이라면, 포일러가 궁지에 몰릴 것은 뻔한 전개였다. 이럴 땐 충돌하기 전에 뒤로 빠지는 게 상책이었다.

“우리 구역에서 난리쳐 놓고 꽁무니 빼시려고? 내가 사마엘 머리통 뽑는 걸 보고 싶은가봐?”

점점 살기 수치를 올리는데, 그에 맞대응이라도 하듯이 속 뒤집을 만큼 낯익은 마력이 새로 나타났다. 누군지 알기 때문에 짜증나는 콧소리에 닭살 돋는 말투를 들어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