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소설(Original)/Mutation-Kimera(리메이크)

Mutation - Kimera : 제 6 각성 ④

★은하수★ 2010. 3. 18. 11:44

“어머나-. 여자애가 그리 입이 험하면 쓰나. 조신하게 굴어야 남자들이 좋아한다고.”

길드 크루세이더의 첸테 리터(zehnte Ritter : 제 10기사) 신 수진. ‘프리모나르’라 이름 붙인 삼지창을 휘두르는 인간-뱀파이어 키메라다. 키메라가 되기 전부터 시아와 알고 지낸 사이였다. 시아에게는 ‘같은 반을 한 적 있는 친구’에 불과하지만, 본인은 시아를 평생의 라이벌이라 생각했다. 원래 수진이 양아치를 이끄는 뒷골목계 여왕이었다. 그런데 학교에서나 ‘카리스마 퀸’이라 불리던 시아가 점차 뒷골목을 접수하더니, ‘죽음의 여신’으로 불릴 즈음에 뒷골목계를 완전 장악했다. 수진은 힘 한 번 제대로 못 써보고 시아에게 뒷골목 여왕자리를 뺏겼다. 객관적으로, 시아의 상대가 되기에 많이 부족했다. 그런데 스스로 ‘자산의 라이벌이 진 시아다’라는 집념 속에서 살았다. 우연히 시아가 키메라에 길드 가디안스의 보스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녀는 키메라가 되고 크루세이더에 가입했다. 그러더니 1년이라는 최단 기록으로 츠뵐프 리터에 입성했다. 아마 그 원동력은 시아를 향한 강한 집념일지도 모른다.

“오늘 츠뵐프 리터가 단체 관광하냐? 아, 연 호우랑 알프레드 파트만은 빼야겠네. 에버른에 있을 테니까.”

시아는 수진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기 때문에 다른 츠뵐프 리터랑 똑같이 대했다.

“길드원이 100명 될까말까한 조그만 길드 하나 때문에 몇 년 고생하는 것도 웃겨. 고작 가디안스의 보스면서 크루세이더의 리터에게 반말을 해?”

수진은 공중에 뜬 채 시아를 내리깔아 봤다. 앞 서 말했지만, 수진은 크루세이더에 가입하고 1년 만에 츠뵐프 리터가 됐고, 10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그 1년이라는 기간은, 현재를 기준으로 그녀가 키메라가 된 햇수와도 같다. 다시 말하면, 그녀가 첸테 리터가 된 것이 아주 최근 일이고, 가디안스를 상대로 전선에 나가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만약 가디안스의 길드원을 상대해 본 적 있다면, 특별 부대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길드원과 만나봤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아가 며칠 전에 크루세이더의 간부 교체 소식을 듣고서도, 자신의 길드원 중에서 단기에 간부가 될 만큼 굉장한 녀석과 싸워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었다. 그저 자신이 면식 있는 한 여학생이 그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감탄한 것이 고작이었다.

“어-이, 오웰 슈나이더. 츠뵐프 리터 선발 기준 중에 주제 파악이나 시사 상식 소양 등은 없나보지?”

길드 가디안스의 보스는 수진의 언행이 어이없었지만, 겉으로 보스의 위엄을 보이며 다른 길드의 간부를 가볍게 추궁했다. 속을 들어다보면, 간부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그들의 상관을 얕보는 것이었다.

“그깟 조그만 길드의 보스라고 너무 뻐기…….”

“닥쳐라. 난 지금 크루세이더의 노인테 리터와 얘기하는 중이다.”

대기를 통째로 집어삼킬 것 같은 살기였다. 수진은 숨 쉴 수 없는 괴로움을 직접적으로 당했다. 아직 사마엘의 분노조차 겪어보지 않은 초짜 간부였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조차 경험한 적 없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피부가 바짝바짝 마르고 뼈마디며 모든 신경이 시큰거렸다. 그래도 제법 버틸만한지 두 눈에서 힘을 풀지 않았다.

“고작 저런 계집한테 밀린 녀석들을 동정해야 하나? 아니면 그럴 가치도 없으니 맘껏 비웃어줘야 하나?”

시아는 ‘무표정으로 비속어 없는 악담 퍼붓기’ 스킬을 사용했다. 그녀의 주특기이니만큼 오웰과 수진의 자존심을 아주 쉽게 한 바가지 퍼냈다. 그리고 마기의 움직임이 눈에 보일 정도로 마력을 쑥쑥 방출했다. 뒤이어 갖가지 종류의 사슬이 가시화되더니 그녀의 몸을 고치처럼 빽빽하게 칭칭 감았다. 아니, 처음부터 감겨 있었다. 시아는 그것을 거미줄 끊듯이 쉽게 끊어 버렸다. 체인급으로의 각성을 완료했다.

“신 수진이랬던가? 츠뵐프 리터가 됐다고 신고식 치르러 왔다면, 내가 친히 예의범절을 뼈저리게 가르쳐주마.”

절대 웃지 않았다. 절대 화내지 않았다.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이 모든 것을 압도했다.

아는 게 없으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키메라로서 길드 내에서 1년이나 지낸 주제에 시아의 무서움을 모르는 간 큰 소녀는, 압장을 끊고 뱀파이어로 변했다. 목덜미 오른쪽의 문신을 보아하니 7대 공작가 중 ‘매드윙’계열이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복색은 그녀가 단순 후작급 뱀파이어라고 가르쳐줬다.

“소녀. 가디안스의 보스와 싸울 생각인가?”

그녀가 무기를 꺼내기 전에 오웰이 앞을 막아섰다.

“전 진 시아를 깔아 뭉개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저깟게 잘나봤자 얼마나 하겠습니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오웰은 수진이 얼마나 무지한지 전혀 몰랐나 보다. 심히 난처해했다. 그 와중에 수진은 시아를 계속 날카롭게 노려봤다.

“저 계집이 얼마나 오랫동안 보스 자리에 붙어 왔는지 몰라도 고작 조그만 길드의 보스입니다. 그리고 제아무리 경험이 많아봤자 타고난 재능 앞에선 무용지물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천재라고 믿고 있었다. ‘자아도취’라 부르는 독만큼 해독하기 쉬운 것도 없는데 그녀가 가진 ‘자아도취’는 태우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맹독이었다.

“오웰 슈나이더. 내가 최대한의 자비를 베풀지. 멜로즈를 노린 건 포일러 미마이드를 처단한 것으로 값을 계산하고, 그 건방진 아가씨의 무지는 본인이 계산하도록 하자고. 그러니 휘말리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물러나. 난 주변 배려하면서 못 싸우거든.”

블랙-레드 오드아이가 크루세이더의 제 9기사를 똑바로 응시했다. 오웰은 굴복할 수밖에 없는 눈앞에서 객기를 부릴 만큼 아둔하지 않았다. 수진이 시아와 맞부딪히게 된 건 순전히 제 팔자려니 하고 뒤로 충분히 물러섰다.

그들 아래 땅 위에서는 하급 나가 둘과 미노타우르스가 열띤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두 하급 나가는 현재 오리지널 상태였다. 플러스로 변하기 위해 자세를 잡을라치면 미노타우르스가 잽싸게 방해했다. 나가인 채로 자신들보다 몸집이 두세 배나 더 큰 미노타우르스를 상대해야 했다. 오웰은 부하들을 거들어 미노타우르스를 제거할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랬다간 시아가 겨우 베푼 자비를 버리는 꼴이 된다. 자신의 목숨이 더 중요하니 지금은 방관자로 있기로 했다.

지상의 싸움은 금방 끝났다. 오웰이 물러났을 땐 이미 하급 나가 모두 자신이 흘린 피로 범벅이었다. 나가가 강한 종족이라지만 그건 천상계(전부 상급) 나가 한정이다. 지상계(혹은 물질계라고도 한다. 지상계는 상중하 계급이 존재한다.) 하급 나가 쯤이야 라미아나 에키드나 같은 파충류에 불과하다. 지원은 그들이 플러스로 변하지 못하게 눈치껏 견제하면서, 쌍도끼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부상을 하나씩 늘려갔다. 마지막으로, 과다출혈로 몸을 못 가누는 녀석들을 한 번에 깔끔하게 목을 벰으로써 편하게 저세상으로 보내줬다. 지원이 보여준 망설임 없는 과감한 플레이는, 특수전투 부대에 몇 달 몸담으며 눈으로 배우고 몸으로 익힌 잘 제련된 결과물이었다.

“흡혈 본능을 잘 억제하네. 지상에서 나가의 피 냄새가 진동하잖아. 환장하겠지? 아, 비 저항력이 강한 걸 보니 욕구 절제가 훌륭한 건 당연한 건가?”

시아가 수진의 화를 돋우기 시작했다. 수진은 시아가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피가 역류할 지경인데, 자신을 깔보니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참을 여유가 없었다. 두 손으로 프리모나르를 꽉 쥐고 공격 경로를 계산했다.

“으으…….”

시아에게서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어떻게 찔러 넣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자신이 너무 흥분했나 싶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계산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자신이 어떻게 당할지가 뚜렷하게 그려졌다. 프리모나르를 쥔 두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자신이 상대를 앞에 두고 헤매다 못해 아무 것도 못하다니, 치욕이 따로 없었다.

“파악은 다 끝났나?”

수진도 후작급 뱀파이어지만, 악마계 대공작 후보로 이름이 오른 바르베리트-진 후작의 포스 앞에서는 지위가 무색해졌다.

“주제를 알기 전에 창 한 번 휘두르는 게 좋을 거야. 죽도록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그런 거…… 사양 안 해.”

뱀파이어는 머리를 세차게 한 번 흔든 다음에 시아를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시아의 심장에 맞춰 삼지창을 찔러 넣었다. 너무 쉽게 꽂혔다. 손에서 느껴진 감각은 육체를 찔렀을 때의 그것이 아니었다.

“쥐새끼……. 오른쪽!”

가짜 시아를 발로 차서 삼지창에서 빼자마자 오른쪽으로 창을 길게 휘둘렀다. 단단한 것에 부딪힌 감각. 시아에게 닿기 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공격이 저지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간 순종이던 소녀가, 자신을 방해하는 것의 정체를 곧바로 알아차리는 건 무리였다. 세 번 더 공격한 다음에야 그것이 정신계 종족에게만 허락된 자동 방어 능력임을 깨달았다.

“네가 아무리 발광해봤자, 자연계 서열에서 너보다 높은 나를 해칠 수 없다. 이것을 부술 만한 공격이 네게 있기는 한가?”

“네 년의 그 무시성 발언이 제일 거슬린다고!”

“소용 없대두.”

수진은 창끝에 마력을 집중시킨 채 열심히 휘둘렀다. 가장 간단한 실드조차 펼치지 않은 상대를 생채기 하나 못내는 자신이 점점 비참해졌다. 그리고 자동 방어 능력을 뚫지 못할 정도로 자신이 약한 존재였던가 하는 회의감 때문에 더 다급해졌다.

“보통, 마족은 같은 마족이나 정신계 종족을 만나면, 상대의 직급과 자신과의 실력 차이를 단번에 알아차리지. 경외해야 할 대상에게 아부 떠는 것이 마족의 본성이거든. 그런데 넌 정말 뱀파이어가 맞나? 후작급 뱀파이어면서 마족의 기초 능력도 갖추지 못하다니, 실망스럽군.”

시아의 말은 수진에게 닿지 못하고 공중에서 허무하게 분산됐다. 수진은 그저 사적인 질투심만으로 헛손질을 주구장창 했다.

[퍽]

바르베리트-진 후작은 빈틈을 정확하게 노려 팔을 뻗었다. 그녀의 오른 손이 순식간에 뱀파이어의 목을 움켜잡았다.

“고작 이 실력 갖고 츠뵐프 리터가 됐다고? 사마엘이 노망이라도 났나? 아니지, 노망이 났다면 제 1기사 쪽이겠군. 제대로 싸울 줄도 모르고 상대를 보는 눈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숙맥이 첸테 리터? 어디 가서 ‘내가 크루세이더의 제 10기사다’라고 떠들지 마. 암만 크루세이더가 적이라도 츠뵐프 리터 12인은 내가 나름 인정한단 말이지. 그런데 백 번 양보하고 천 번 생각해도 넌 아니야.”

오른손 악력이 강해지는 것과 비례하여 살기도 짙어졌다. 시아는 길드 가디언스의 보스가 누군지 톡톡히 가르쳐주기 위해, 정말 주변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마기와 살기를 양껏 방출했다. 반경 200m 내에 있는 생명체는 심장이 오그라들면서 목숨이 위태했고, 그 바깥으로 반경 500m 까지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며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죄없는 생명을 지독하게 생고문한 시간은 단 10초. 하지만 겪어본 이들은 몇 년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빡!]

몸이 굳어버린 수진을 팔꿈치로 내려찍어서 땅 위로 내동댕이쳤다. 운석이 떨어지는 속도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 수진이 떨어진 곳은 수십 개의 잔금이 생기면서 움푹 꺼졌다.

“제 아무리 경험이 많아봤자 재능 앞에선 무용지물이라고 했지?”

시아는 수진의 머리 앞에 사뿐히 착지했다. 블랙-레드 오드아이는 전신에서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간신히 꿈틀거리는 뱀파이어를 하찮은 벌레 쳐다보듯이 내려다봤다. 수진이 그 눈을 마주 봤다면 더 큰 치욕을 느꼈을 것이다.

“사마엘에게 주워들은 말인 모양인데, 속 이야기를 가르쳐주지.”

[꽉]

7cm짜리 굽으로 수진의 머리를 밟아서 땅에 고정시켰다. 어차피 밟힌 상대는 몸 전체의 뼈가 어긋나서 그것들이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움직일 수 없었다.

“펜타곤에 대해 알아내려고 다스 엔데에 갔었는데 우연히 사마엘과 마주쳤다. 둘 다 보좌관도 호위도 없이 혼자였다. 성가신 일을 만들기 싫어서 서로 무시하고 자기 일에 열중하는 도중 슈튀크 페라이가 나타났다. 빌어먹을 거울 마녀가 사마엘을 자극해서 무의미한 싸움을 일으켰고 내가 말렸다. 그녀는 의외로 순순히 물러나더니 마지막에 사마엘을 조롱하는 말을 남겼다. 그게 네가 아는 말이다.”

시아는 시아의 머리에 피가 나도록 구두 굽으로 비비적거렸다. 신음 소리 밖에 내지 못하는 상대에게 실컷 굴욕을 보여주고서도 더 큰 패배감을 맛 볼 수 있게 다음으로 넘어갔다.

중력 증가 마법으로 수진을 땅에 완전 밀착시킴과 동시에 골격의 배열을 한층 더 왜곡시켰다. 상대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비명을 지르지 않자, 중력 배율을 갑자기 10배로 올렸다. 뼛조각이 내장에 박히는 소리를 시아도 들을 수 있었다. 고통을 호소하고 싶어도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괴로움이라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할 것이다. 하지만 시아는 수진을 죽일 생각은 없기 때문에 수 초 만에 중력을 원래대로 돌렸다. 수진의 몸뚱이는 다 헤진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해졌다.

“키메라는 순종보다 생명력이 질겨서 아주 좋아. 질릴 때까지 괴롭힐 수 있거든.”

왼손만으로 멱살을 잡고 높게 들어올렸다. 다음엔 어떻게 할까 싶더니 오웰에게 던졌다. 안 그래도 오웰은 수진을 구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날아가서 걸레가 된 수진을 받아 안았다. 안은 감으로 바로 수진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아무리 회복 능력이 뛰어나도 최소 두세 달은 아무것도 못하고 침대 신세를 져야할 만큼 엉망이었다.

“그 녀석 처음부터 가르쳐. 창술도 꽝이고 마력도 불안정해. 그래서야 물리공격도 마법공격도 완전 엉망이잖아. 수비는……. 아예 생각도 안 하는 타입이니 가르쳐도 소용없겠지.”

“적당히 할 수 없었나?”

“헛 자란 녀석을 단번에 깨우치려면 강한 충격요법이 필요한 법이야. 그리고 내 부하도 아닌데 가볍게 봐줄 이유 없지.”

“죽어도 상관없었단 건가?”

“죽일 생각이 없었단 것만으로도 엄청난 배려잖아.”

죽일 생각이 없는 만큼 많이 봐줬다는 말이었다. 오웰은 다시금 바르베리트-진 후작의 힘에 기가 눌렸다. 수진이 후작급 뱀파이어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건 후작이 그 이상으로 강했기 때문이다. 아마 자신의 두 팔에 들려있는 후배가 전력을 다했어도 먼치킨으로 불리는 악마를 절대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후작은 악마계 마법도 쓰지 않고 무기조차 들지 않고서 상대를 걸레로 만들어버렸다. 플러스로 변해도 능력이 아닌 순수한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 자신의 보스가 그녀를 두고 ‘펜타곤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했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저쪽에선 화려하게 싸우고 있군. 소드와 소드의 마력이 근사하게 요동치고 있어. 정말 멋져.”

시아는 휴와 포일러의 싸움을 보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아직 오리지널로 돌아가지 않고, 이 근처에 악마가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알지 못하도록 기척을 완전히 숨겼다.

“이번 일로 우리 크루세이더가 가디안스의 아지트를 총공격 할 거다.”

“해 봐. 원 세훈이 그런 일을 꾸며봤자 사마엘이 알아채면 끝이야.”

오웰은 시아의 정확한 지적에 가슴이 뜨끔했다. 그것까지 꿰뚫어볼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크루세이더는 대규모인 만큼 재미있는 조직이라니까.”

시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오웰과 수진을 흘겨보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누가 보도 상대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비웃음이었다. 상대가 자신에게 대들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한 비열하고도 치사한 하등 취급이었다. 다른 면에선, 바보 취급당하고 싶지 않으면 빨리 눈앞에서 사라지라는 간접의 표현이었다.

크루세이더의 제 9기사는 제대로 분함을 드러내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의 자리엔 수진의 핏자국이 흥건하게 남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보스.”

“이 정도는 단순한 장난도 못 돼.”

“캡틴 말처럼 진정 훌륭한 먼치킨이십니다.”

“그러니까 그런 걸 배우지 말라고.”

시아는 민망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에 비해 지원은 오랜만에 좋은 구경을 해서 약간 들떠 있었다.

“너도 쉽게 처리했던데?”

“미노타우르스 씩이나 돼서 뱀 두 마리 못 잡으면 그게 무슨 창피입니까?”

지원은 몸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플러스인 보스 앞에서 실례지만 먼저, 오리지널로 돌아갔다.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긴 압장이 그의 두 팔을 꽉 붙이며 단단히 구속했다. 철판 두께도 3cm에 달해서, 순종의 시선에서는, 플로스로 변할 때 저걸 어떻게 끊을까하는 경이로움이 생긴다. 오리지널로 돌아갈 때 생기는 구속체는 지원의 팔을 세게 조이며 플러스로 변하여 힘을 사용한 만큼 지원을 괴롭혔다. 그리고 몸에 축적된 부담이 안정권으로 줄어들 때까지 구속체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오리지널로 돌아갈 때는 주변 타이밍에 잘 맞춰야 한다. 지금은 보스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압장을 차고 있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휴 쪽은 싸움다운 싸움을 하나본데? 세나하고 멜로즈가 다치지 않으려나 몰라.”

“이제 세나도 제 앞가림 할 줄 아고, 멜로즈 공주도 길드에서 괜히 몇 년 있던 게 아니지 않습니까.”

“헤에. 과보호 탈출, 시스터 콤플렉스 탈출인가? 축하해.”

다시 락급으로 단계를 낮춘 시아는 지원을 향해 지원을 추켜올렸다. 지원은 헛기침을 하며 살짝 달아오른 얼굴을 진정시켰다. 안 그래도 캡틴 류와 스승 엘서스엘에게서 똑같은 얘길 들은 차였다.

“보호자를 겸한 오라비로서 누이에게 충실한 겁니다. 세나가 스스로 설 수 있는 만큼 제가 덜 챙기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지금 세나가 걱정 돼 죽겠지?”

“크흡.”

지원은 아직 압장이 풀리지 않은 두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그들이 보스-부하 관계가 아니라면, 지금 그는, 4살 어린 고등학생에게서 놀림 당하는 것이다. 그나마 보스-부하 관계라서 속마음을 들켜도 덜 민망한 지도 모른다. 지원에게 보스는 뭐든 다 아는 절대적인 존재니까 말이다.

“짓궂으십니다.”

“민이 누구 덕에 말밥이 늘었는데.”

시아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괜히 울컥했다. 요새 민이 자신을 몰아 붙여서 할 말 없게 만드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비서로서 상관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초기에 비하면 아-주 많이 성장했음이 확연히 표가 났다. 차라리 무뚝뚝함의 극치를 달리고 365일 내내 살기를 풍기던 때가 귀여웠다. 놀리는 말이 쏠쏠했기 때문일 것이다.

[콰광!]

상공에서 발생한 시원한 폭발음이 대기를 장악하고, 그 여파로 땅까지 미세하게 진동했다. 포일러가 하늘에서 내던진 공격을, 지상에서 여자 아이들을 보호하던 휴가 맞공격으로 상쇄시킨 것이었다. 재윤이 트랩 마법을 준비하느라 여자 아이들과 잠시 떨어진 사이였다.